연말이라 그런지 눈에 띄는 신간들이 많지는 않다. 물론 마이클 클라이튼의 새 책(Pirate Latitude)이 나왔긴 했지만, 내가 즐겨 읽던 작가가 아니라서 별로 흥이 동하지는 않더라. 오히려 발매된지 조금 지난 책들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게 많은 것 같다. 

참고로, 책들에 연결된 알라딘 링크는 모두 뺐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알아서 찾아 읽으시길.. ^^; 

 

Look at the Birdie
- 소설 / Kurt Vonnegut / Delacorte Press / $27.00 

2007년 작고한 커트 보네거트의 미발표 작품들을 모은 단편집이다. 촌철살인의 유머와 날카로운 풍자로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었던 작가였던만큼, 조만간 국내에도 번역 출간될 것으로 보인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은 주로 초기작들이라고 하니, 작가의 작품세계 변천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찾아볼만 하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커트 보네거트 전집이 출간될 것 같기도 하다. 

The Original of Laura
- 소설 / Vladimir Nabokov / Knopf / $35.00 

이미 언론을 통해 많이 알려진 것처럼, [롤리타]의 저자 나보코프의 미완성 유작이 그의 아들 드미트리의 결단(?)으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서점에서 잠깐 들춰본 느낌은 too heavy 랄까.. 그냥 소설이 아니라 육필 원고 한장 한장을 스캔해서 보여주면서, 그 밑에 다시 소설 본문이 인쇄되어 있는 형식이다. 사료로서의 가치는 있겠지만, 소설로 읽기엔 번잡스럽다. 나중에 정리된 형태로 다시 출간되면 읽어봐야겠다. 

A Good Fall
- 소설 / Ha Jin / Pantheon / $24.95 

하 진 이라고 되어 있어 한국 사람이 아닐까 잠깐 생각했는데, 중국계 미국인(Chinese-American) 작가 金雪飛 의 필명이라고 한다.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이른바 "2세 문학"의 대표 주자라고 한다. 뉴욕의 차이나타운을 배경으로 이민자들과 그들의 2세, 3세 들이 정착의 과정에서 겪는 에피소드들과 정체성의 혼란 등을 보여주는 여러 단편들을 모아놓았다. 한국인 이민자들이 겪는 경험과도 일맥상통할테니, 관심 있게 읽어볼만 하겠다. 

The Dreaded Feast
- 소설 / P.J. O'Rourke 外 / Abrams Image / $15.95 

연말 연휴 시즌에 가볍게 읽어볼만한 꽁트집이다. 모두가 행복해야만 할 것 같은 크리스마스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게 사실. 저마다 끔찍했던 연휴의 기억들은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혼자 보내야 하는 연휴, 사고로 얼룩진 연휴 등 작가들이 겪은, 혹은 지어낸 끔찍했던 연휴 이야기들이 그득하다. 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계획인 분들에게 추천(?)한다. 

Planet Narnia
- 문학비평 / Michael Ward / Oxford University Press / $29.95 

C.S.Lewis 의 [나니아 연대기]가 성서를 모티프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져있다. 거기에 덧붙여, 연대기를 구성하는 7권의 책들이 성서에서 말하는 7가지 죄악(7 sins)을 중심으로 짜여졌다는 해석이 주류였는데, 저자는 연대기의 7권의 책들이 중세부터 형성되어 온 밤하늘의 7 행성에 대한 이미지를 모티프로 한다고 주장한다. 나니아 연대기와 중세, 그리고 성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겐 흥미로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 

War and Peace in the Caucasus
- 역사 / Vicken Cheterian / Columbia University Press / $40.00 

소련이 붕괴되고 여러 개의 독립 국가들로 나눠진 후, 코카서스 지방에서만 무려 2번의 국가간 전쟁과 6번의 내전이 일어났다고 한다. 민족적, 종교적 구성이 극히 복잡한 이 지역에서 배타적 민족주의와 종교적 불관용이 횡행한 결과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설명에 만족하지 않고, 소련의 붕괴로 생긴 권력의 공백을 메운 권력 주체들이 민족과 종교를 어떻게 이용하고 갈등을 부추겼는지에 더욱 초점을 맞추며 이 지역의 정세를 설명한다. 체첸 등의 이슈를 이해하기에 좋은 참고서가 될 듯 하다. 

The Tyranny of E-mail
- 에세이 / John Freeman / Scribner / $25.00 

인터넷과 휴대폰은 오늘날 우리의 삶을 설명하는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이다. 불과 10여년만에 우리 삶의 엄청난 부분을 차지한 이들 기술들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은 오직 "편리함"만은 아닐 것이다.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우리가 잃은 것들은 무엇일까. 이 책의 저자는 e-mail 이 바꿔놓은 우리의 삶을 살펴보면서 "느리게 살기" 에 대한 고찰을 시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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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urnLeft님 서울은 추위가 매서워요~ 그곳은 어떤가요?
전 보거네트와 War and Peace in the Caucasus를 읽어보고 싶네요. 보거네트는 번역이 될 거 같은데.. 뒤에건.. 아무래도 영어공부에 매진해야겠어요 ^^

turnleft 2009-12-09 10:08   좋아요 0 | URL
여기도 오늘 많이 추웠어요. 영하 10도 가까이까지 내려가서 올겨울 가장 추웠던 날로 기록되었습니다. 겨울 평균 기온이 영상 5도인 지역인데, 가끔 이렇게 추울 때가 있더군요 -_-;

줄세우기 영어 교육만 아니라면, 영어를 공부한다는건 분명 장점이 많은 일이지요. 무엇보다도 다양한 정보 소스에 접근할 수 있다는게 최고의 장점이겠지요. 그만큼 만날 수 있는 세계도 넓어지구요. :-)

무해한모리군 2009-12-09 11:01   좋아요 0 | URL
영어 막 공부하려다가도 회사에서 토익점수 내라고 할 때마다 엇나가고 싶어져요 --;;

turnleft 2009-12-09 11:29   좋아요 0 | URL
흐흐.. 저와 비슷한 과로시군요. 저도 한국 있을 때는 그 흔한 토익/토플 한번 안 보면서 개겼습니다 ㅋ

... 2009-12-09 23:39   좋아요 0 | URL
하하하, 귀여우신 휘모리님....
정말 뭔가 한번 열심히 해보려고 하다가도 주위의 압력이 있으면, 도대체, 왜, 어째서 우린 엇나가고 싶어지는 걸까요? 삐뚤어 질테닷! 하고 말이죠... 청소년기를 잘 못 보냈나...

turnleft 2009-12-10 04:37   좋아요 0 | URL
휘모리님 귀여우신거야 세상이 다 아는거고..(응?)

저도 비슷해요. 한번 엇나가면 인생 종치는 것처럼 교육을 받아서 그럴까요? 살면서 제대로 엇나가본 기억이 없어서 계속 삐딱하기만 한걸지도 모르겠어요.

Joule 2009-12-09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Dreaded Feast 재미있겠는데요. 아깝다. 쫌만 빨리 포스팅 해주셨으면 이번 달 아마존 주문 넣을 때 포함시킬 수 있었는데. 근데 소설이에요?

turnleft 2009-12-10 04:38   좋아요 0 | URL
소설 + 에세이 정도가 아닐까 싶어요. 작가 이름이 아주 많은걸로 봐서는 굉장히 짤막한 글들을 모아 놓은 것 같네요.

... 2009-12-09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진의 신작이 나왔군요!

turnleft 2009-12-10 04:39   좋아요 0 | URL
유명한 사람인가요?(아.. 이 얄팍한 질문이란;;)

... 2009-12-10 13:09   좋아요 0 | URL
미국에선 이미 상당히 이름을 떨친 상태이고, 우리나라에서도 꽤 번역되었어요.
Waiting 이란 작품은 김연수 작가가 <기다림> 이란 제목으로 번역해서 눈길을 끌었었는데... Waiting 의 첫문장이 유명해요. Every summer Lin Kong returned to Goose Vilage to divorce his wife, Shuyu. 매년 여름 이혼 결심을 실천하려는 남자지요..

유명하긴 Waiting이 가장 유명한데 한국전을 배경으로 한 War Trash 를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turnleft 2009-12-11 04:57   좋아요 0 | URL
흐.. 그랬군요.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다락방 2009-12-11 13:02   좋아요 0 | URL
와- 브론테님은 정말 모르는게 없군요!!

... 2009-12-11 14:20   좋아요 0 | URL
아유, 다락방님 이렇게 말도 안되는 댓글로 다른 알라디너의 서재를 어지럽히면 안된요, 떽! (수줍~히~~~~~~~~잇)

turnleft 2009-12-11 14:44   좋아요 0 | URL
떽! 소리에 놀라서 무슨 일인가 보게 되는군요. 의도하신거죠? ㅋ

... 2009-12-11 18:27   좋아요 0 | URL
이렇게 빨리 눈치채시다니... 흐~~~~무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