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테레비에서 H2 드라마를 시작했는데

뚱땡이 노티나는 히로
말라깽이 노다
재수없게 생긴 히데오
여우같은 히까리
오소리같은 야나기...

말이나 되냐고!

엄청 썰렁하다. H2의 매력은 그 미묘하고 섬세한 심리묘사 & 우아한 피칭에 있는데 말이다!

이건 H2 신도들에 대한 배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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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1-20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걔들이 누군지 몰라서^^

mannerist 2005-01-20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뚱땡이 노티 히로와 말라깽이 노다 -_-;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는 여백을 떠나는 순간 매력을 잃더군요. 그양반 만화의 매력이 군살을 완벽히 뺀 그림과 그림, 그 사이의 간격을 비워 놔도 알아서 상상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를테면 천궁(레인보우 스토리)에서 칼부림 장면을 두세 번의 펜선 슥슥 긋는 걸로 긴장과 박진감을 끌어내는 능력, 히로의 투구와 투구 사이의 몸짓만 가지고 152km의 강속구를 표현하는 여백을 남기는 능력. 이런 능력이 에니메이션으로 떠나는 순간 죽어버리더군요. 상상 속에서 빛을 발하는 게 아다치 미츠루의 만화라서 말에요. 딸기님은 어떠시려나...

urblue 2005-01-20 2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걔들이 누군지 모르네요.

딸기 2005-01-21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매너님, 바로 그거예요. '천궁'은 안 봤습니다만, '터치'에서 동생의 죽음을 그저 여백으로 표현하는, 그렇게 슬픔을 그리는 방식. 그것이 아다치의 매력인데... 저 드라마, 정말 마음에 안 들어요. 물론 매체가 바뀌는 것도 일종의 재창작이라고 볼 수 있으니깐 '만화 그대로'를 바라진 않습니다. 하지만 '드라마로서' 재미가 있어야할 것 아녜요. 이제 첫 회밖에 방송 안 됐지만, 히로역의 배우는 제가 다른 일본드라마에서 봤던 적 있는 배우인데... 진정 아니올시다..입니다. ㅠ.ㅠ

산책님과 유어블루님, 아직도 H2를 안 읽으셨단 말씀이세요?

urblue 2005-01-2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실수.
왜 배우 이름이라고 생각했을까요? 으음.. ^^;;
드라마, 별로 보고 싶지 않네요. 저도 H2 무지 좋아하거든요.

릴케 현상 2005-01-2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nemuko 2005-01-21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뚱땡이 히로는 안되요 ㅠ.ㅜ 히로님의 최대매력은 암것도 모를것 같은 얼굴로 슬그머니 지켜주는 건데... 뚱땡이에다 노티나는 양반이라니요. 게다가 노다가 말라깽이면 그건 웃기지도 못하는 코미디가 아닐까요.....

딸기 2005-01-21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다는 거의 충격적인 캐스팅... 만화의 이미지와 완전히 따로 가겠다, 그런 거라면 몰라도 제대로 미스캐스팅이라고 평가하는 바입니다.
 


4444 잡아주시는 두 분께 뱀 한마리씩을...이 아니고 책(1만원 안팎) 보내드릴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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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5-01-20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호..
뱀 한마리씩이 더욱 비쌀텐데요.
헉..이런 갑자기 뱀으로 변신을 해서 한참 놀랐어요@@

반딧불,, 2005-01-20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뱀딸기님 너무 귀여우세요.
요기다 캡쳐하면 되는건가요??

urblue 2005-01-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64244

잉~ 그럼 뱀쇼는요?


urblue 2005-01-20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댓글 달고 나서야 봤네요, 뱀쇼 못하신다고 한 거.
뭐 이해해 드려야죠? ^^

nemuko 2005-01-20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래도 온갖 종류의 뱀과 딸기들이 종종 나왔으니 그정도면 뱀쇼 하셨다고 봐줄 수 있지 않을까요...

숨은아이 2005-01-20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래시도 만들 줄 아시다니... @.@ 멋져용.

울보 2005-01-20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대단해요~~~~~~~~~~~~~너무너무 귀엽다. .....

딸기 2005-01-20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원체 쫌 귀여워요. 음화홧

sooninara 2005-01-20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겁이 많아서..뱀딸기님 사진보고 기절하는줄 알았어요..
딸기얼굴이 너무 리얼해요..ㅠ.ㅠ 그 낼름거리는 입하며..

반딧불,, 2005-01-20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이긴 틀린 듯 하구.
미리 4444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시간 되세요.

울보 2005-01-2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94333 

이제 얼마 안 남았네요, 오늘은 아이랑 어디가야 하는데 ....즐거운 하루되세요,


딸기 2005-01-2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이뻐요, 울보님. 사실 아이들은 다 이쁘지만. :)
아이 데리고 외출하는 거 참 힘들지요. 잘 다녀오세요.

울보 2005-01-2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그래도 금요일이 기다려져요. 금요일마다 문화센타에 가요.옆집아줌마랑 함께 요는 아이에게 그림을 배우게 한다지만 내가 일주일에 한번은 밖같공기가 그리워서 일겁니다.오늘은 날씨가 춥다는 이유로 택시타고.......

balmas 2005-01-22 0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4420

ㅎㅎㅎ

오늘 오전 중에 결판이 나겠군요.^^ 


울보 2005-01-22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4422

찌찌뽕입니다.

역시 대단하십니다.......

얼마 안남았네요, 앞으로 22명


울보 2005-01-22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4440

아직 이네요,

우리는 지금 한참  컴 노래듣는중이네

오늘은 류가 비디오가 아니라 노래를


딸기 2005-01-22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아이덴티티님이 잡으셨군요 ^^
그런데 4444를 잡은 분이, 한 분 뿐인가봐요. 지금은 벌써 4447인데, 아무도 '신고'를 안 하시는 걸 보니. 당첨자는 4444님이고요, 저한테 주소와 읽고싶으신 책 이름 알려주세요. :)

sooninara 2005-01-22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84448

늦었당..ㅠ.ㅠ.

뱀딸기님 4444축하드려요


sooninara 2005-01-22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뱀 한마리라도 어떻게 안될까요??^^

딸기 2005-01-22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한데요, 아이덴티티님. 전화번호도 하나만 남겨주세요.
제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딱히 연락 가능한 번호가 없거든요.

딸기 2005-01-23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덴티티님, 책 보냈어요. :)

urblue 2005-01-23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라, 이건 언제 끝났대요.
그제부터 어제 밤까지 정신없이 놀다보니 이런 기회를 놓쳤군요.
아쉬워라...쩝...

숨은아이 2005-01-23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종일 접속을 안 해서... 흑.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434523


딸기 2005-01-23 15: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번 이벤트는.... 50000 되면 할 거예요. (멀찌감치 떨어뜨려놓아야지)

urblue 2005-01-23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하세욧! 50000이라니. 10000 쯤에 한 번 하시죠? ^^
 
인간 실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다자이 오사무 지음, 김춘미 옮김 / 민음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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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한번에 읽는 법이 없는 내가 앉은자리에서 책을 모조리 읽어내려갔다. 그러니 적어도 재미없는 책은 아니었다. 읽고 나니 허무해졌다. 제목이 하도 심오해서 심오한 책일 줄 알았더니.. 허무한 책이었다. 인간됨의 '조건'은 존재하는가. 누가 그 조건을 만들고, 누가 합격과 실격을 심사하는가. 고독이 술을 부르고 술이 인연을 만들고 인연이 병을 낳고 병이 불면의 밤을 가져오고 불면은 수면제를 부르고 수면제가 다시 병을 낳고 죽음을 낳는 시대. 일본의 한 시대, 이렇게 허무한 소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니 그 얼마나 허무한 세대였을까. 그들이 만난 세상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길래 '인간실격'에 공명했을까. 인간을 무서워하는 인간, 인간에 공명하지 못하는 인간, 그런 인간에 공명하는 인간들. 세상은 역시 요지경이다. 고독과 술과 인연과 병과 불면의 밤과 수면제, 아프다, 이제 놓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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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01-19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군요^^

딸기 2005-01-19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따위 서평에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드시나요 ^^

릴케 현상 2005-01-19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길게 쓴 서평을 읽고 나면 책을 읽을 마음은 달아나는 편입니다.

하이드 2005-01-19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자이 오사무 단편선 뷔융인가? 쟁여놓고 있는데, 이리 평을 하시다니. 별로 악평같지는 않지만, 전 원래 악평에 더 몸이 답니다. ^^

딸기 2005-01-1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뷔융이 머예요?

바람구두 2005-01-20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딸기님! 이 리뷰말이죠, 사실은 무척 "허접리뷰"인데... 절대로 허접하게 안 보이네요. 추천.... 참, 민음사 건... 인간실격만 있는 건가요? "사양"도 읽어야 한다구요. 스스로를 "다자이 오사무"의 심리와 가장 닮아있는 혹은 예전엔 닮아있던 마니아라고 생각하는 허무한 인간으로부터...

딸기 2005-01-20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또... 한 후까시 하잖아요. 흐흐.
민음사 시리즈 중에는 '사양'은 못 봤는데... 간만에 소설을 읽으려니, 그렇게 재밌을수가 없어요! 하지만 이 '허무한 소설'을 읽게 만든 책임의 87.5%는 구두님이 지셔야한다고요. ^^

바람구두 2005-01-21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지죠? 말씀해보세요. 흐흐... 다자이 오사무를 읽고 공명을 일으키기에 딸기님은 너무 늙어버렸다는 걸 책임지라면 못 지지만...

딸기 2005-01-21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핵심을 찌르시는군요. 맞아요, 저 글에는 안 썼지만 저도 바로 그런 생각을 했었거든요. 다자이 오사무에 공명하기엔 난 너무 늙었다고.

숨은아이 2005-02-02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웅진에서 나온 책에는 "사양"도 있었는데. 음, 지금 검색해 보니 웅진 건 품절이로군요.

딸기 2005-02-0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네요. 저 작가의 작품을 더 읽어보고 싶은데.
 
거미여인의 키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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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처음부터 이 책이 재미있을 줄 알았다니까. 기대 만땅이었다. 책을 읽기 전, 책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작가 이름이 마누엘 푸익이라는 것, 남미 쪽 사람이라는 것, 영화로도 나왔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책의 리뷰들도 제목만 보고 일부러 읽지 않았다. 책의 줄거리를 전혀 몰랐으니, 그저 나의 궁금증은 '대체 거미여인은 누구이며 누구한테 키스를 하는가'라는 거였다. 

책 속에 참 여러가지가 나온다. 여자, 남자, 좀비, 표범, 야만, 억압, 공포, 사랑, 슬픔, 동성애, 게릴라, 라틴아메리카. 잘도 조합해놨다. 거미여인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키스를 하는지, 왜 하는지, 거미여인과 거미남자(키스의 상대)는 어떤 관계인지-- 엽기적 로맨스를 연상하며 소설을 읽어가는 과정은 힘들고도 재미있었다. 힘들었던 것은 책 속의 액자에 박힌 그림들이 너무 섬세하고 날카롭고 나를 압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고, 재밌었던 것은 그림(영화/노래/책/이야기) 하나하나가 생생하고 상징적이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책을 읽으면서 가슴이 두근두근, 다음 장의 내용이 기다려진다기보다는 좀 무서웠다. 내가 왜? 남미의 게릴라도 아니고 동성애자도 아니고 표범여인도 거미여인도 좀비도 아니고 좀비 부인도 아닌 내가 왜?  
이 책은 어딘가, 관음증을 자극하는 구석이 있다. 두 사람, 어쩌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를 '남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상상을 음미하는 사람들.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은밀한 쾌감. 그리고 그들을 들여다보고 엿듣는 나. 그래서 두근거렸다. 어쩌면 내가 지금 관음증환자처럼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 남의 나라 남의 방 남의 머릿속이 아니라 인간 누구나가 갖고 있는 야릇한 사랑, 원초적인 공포 같은 것들이 아닌가 싶어서.  
 
책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대화가 이뤄지는 공간은 밀실이다. 밀실 중에서도 또 밀실, 억압과 긴장이 최고조에 달해있는 공간. 그 곳에서 두 사람은 영화를 보고 꿈을 꾸고 책을 읽고 이야기를 하고 사랑을 나눈다. 그리하여 밀실은 공포와 긴장과 갈등과 억압의 공간에서 우정과 사랑이 충만한 공간으로 변모한다. 어울리지 않는 자들의 결합은 항상 신선하다. 헌데 이 작가는 어찌나 심술궂은지, 그 신선함에서 이야기를 끝내 상큼한 여운을 남겨주는 대신(해피엔딩을 좌시하지 못하는 작가들은 꼭 있다) 기어이 끝장을 보여주고야 만다. 밀실에 갇힌 두 사람이 나누는 은밀한 이야기는 기어이 제도/폭력/통제 따위에 포위된다. 관음의 쾌락이 넘실거리는 듯하던 밀실은 '사방이 트인' 횡단보도로 바뀐다.  
그러나 과연 밀실은 어디이고 광장은 어디인가. 배신과 신뢰 사이, 적과 친구 사이를 어떻게 구분할까. 사랑은 어디에 있고 죽음은 어디에 있는가. 작가가 집어넣은 액자속의 이야기들에서 사랑과 죽음은 항상 한 존재의 두 얼굴이다. 그렇게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놓고서 마누엘 푸익은 "이것은 짧지만 행복한 꿈"이라 말한다. 

역시, 재미있어,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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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1-1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볼 만하답니다.^^

딸기 2005-01-19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문화를 고급문화로 격상시킨... 어쩌구저쩌구 해설이 길던데, 영화가 마구마구 상상이 되는 거 있죠!

urblue 2005-01-19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먼저 봤더니 책 읽고 싶은 마음이 별로 없어요. ㅠ.ㅠ

딸기 2005-01-19 2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상하게도, 영화가... 영화가... 별로 좋지를 않아요
물론 재미있게 본 영화, 기억에 남는 영화도 많이 있긴 하지만
영화를 보는 것이(보는 시간 내내) 너무 힘들어요
 
노동의 세기 - 실패한 프로젝트?
에릭 홉스봄 외 지음, 임지현 엮음 / 삼인 / 2000년 11월
평점 :
절판


출간된 지 몇년 지난 책이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에, 에릭 홉스봄의 이름을 표지에 박아놨다. 책은 199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어느 학술대회 발표문들을 모은 것인데, 홉스봄이 총론격인 글을 썼다. 
홉스봄의 글을 많이는 안 읽어봤지만 논지가 명확하면서도 뭐랄까, 낙관적이랄까,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여기서 '낙관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홉스봄이 지나온 '노동의 세기(20세기)'를 의미없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운동 자체를 '실패한 프로젝트'로 평가절하해버리지 않는다는, 숱한 '좌파 출신 학자들'처럼 얄팍한 자아비판 내지 반성 따위는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참 힘든 일이다. 자본의 승리가 너무나 굳건해보이는 이 세상에서 '노동운동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는 것은. 그래서 홉스봄은 '(현실)사회주의 기획'과 '노동운동'을 구분한다. 사회주의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는지 모르지만 인간의 노동이 존재하는 한 노동운동 또한 존재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 외의 글들은 각론에 해당된다. 지역적으로 서유럽/동유럽/제3세계에서 지난 세기(이 학술대회가 열렸을 당시는 '금세기') '사회주의'가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를 조명한다. 한국에서는 책을 엮은 한양대 임지현 교수의 글이 실려있고, 학술대회와는 상관없이 임교수가 국내 학자(차문석)의 글 하나를 더 집어넣었다. 한국 학자들의 글은 주로 동아시아를 들여다보면서, 이 지역의 사회주의가 '서구적 근대화'에 맞선 '민족주의적 근대화'의 이데올로기 도구가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대약진운동이나 북한의 천리마운동 따위를 떠올리면 쉽게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 부분은 라틴아메리카/여성/인종차별과 노동운동(남아공) 등등을 다루는 짤막한 논문들로 구성돼 있다.

구성이 좀 산만하긴 한데... 결국 독자가 궁금한 것 &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은.

독자: 결론적으로 말해서 '사회주의'는 실패한 프로젝트다는 얘기인가요?
학자들(=책): 그렇죠. 노동운동 자체가 실패라는 얘기는 아닙니다만, 정치체제로서의 사회주의는 실패했습니다. 서유럽에서 사회주의/사민주의는 자본과 동거하는데에 만족했고요, 동유럽에서 사회주의를 좀 제대로 해보려는 시도가 있기는 했는데.. 그넘의 스탈린주의 땜에 다 망가졌지요. 아시아에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로 변질돼서 외려 독재의 수단이 됐고...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홉스봄처럼 '노동운동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면, 지금까지의 (스탈린주의적 혹은 제3세계적) 사회주의 '기획'(이 말 참 아리까리하다)과 다른, 노동운동의 새로운 희망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큰 이야기 대신 '작은 이야기'의 의미를 찾으려는 포스트모던한 움직임도 보인다. 책의 뒷부분, 라틴 아메리카의 노동운동 연구와 젠더 문제, 인종문제를 다룬 세 편의 논문은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것인가'라는 점에서 참 재미있었다. 
다니엘 제임스라는 학자는 라틴아메리카 노동운동사라기보다는, 노동운동 '연구사'에 대해 짧고도 흥미있게 소개하고 있다. 인류학적 연구방법이 노동운동 연구와 결합되어 어떻게 노동운동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단초를 제공해주는지를 다룬 것이 인상적이었다. 과거 종속이론이 국제관계에서 라틴아메리카의 '주변부적 위치'를 진단한 것이었다면, 이 사람이 언급한 '민족지학적 연구'는 밖에서 안으로, 추상에서 구체로 시선을 바꾼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젠더 문제를 쓴 쉴라 로우보섬이라는 여성 학자는 주로 미국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젠더 렌즈'로 노동 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여자들을 위한 것'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노동/노동운동을 새롭고 더욱 역동적인 방식으로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한다. 맞는 얘기다. 뒤이어 남아공의 한 학자는 자기네 나라에서 인종문제가 어떻게 노동운동과 얼켜있었는지를 설명한다.

노동운동을 지역/젠더/인종과 결합시켜 생각해보는 것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초정보화시대 새로운 노동형태-새로운 노동운동을 고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라도 '노동'이라는 테마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여러가지 렌즈를 가질 필요가 있다. 아주 새로운 것도 아닌, 지역/젠더/인종 렌즈조차 우리는 갖고 있지 못하다. 자본의 글로벌화 못잖게 노동력의 글로벌화도 이뤄져가고 있지 않은가. 우리에겐 노동운동은 있어도 인종문제 따위는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 당장 동남아 출신 '불법노동자'들이 그렇게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말이다.
뭐 대단히대단히 참신한 정도는 아니지만, 여러가지 렌즈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는 점에선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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