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타임스가 18일(현지시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와 관련, "일본 전쟁범죄의 희생자 유족들에 대한 계산된 모욕"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는 사설을 실었다.

 신문은 "고이즈미 총리는 현대적인 개혁가를 자처하면서도 공공연히 일본 군국주의의 최악의 전통을 신봉하고 있음을 드러냈다"며 "일본이 명예롭게 21세기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20세기의 역사를 직시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야스쿠니는 단순히 일본의 전사자들을 기념하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일본이 한국과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죄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곳"이라고 지적하고 "이곳을 참배한 것은 일본 전쟁범죄 희생자들과 그 유족들을 모욕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일본에는 군국주의화 경향을 진심으로 우려하는 이들이 없다"고 꼬집으면서 "야스쿠니 방문이 자민당 내 우익들로부터는 찬사를 받겠지만 고이즈미 총리는 이런 그룹들의 환심을 사려 하지 말고 억제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한 항의 표시로 마치무라 노부타카(町村信孝) 외상의 중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17일 이를 일본측에 공식 통보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발표했다.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정례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고 "고이즈미 총리는 중국과 아시아 인민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함으로써 중-일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파괴했다"며 "일본측은 자신들의 잘못된 행위에서 비롯된 결과에 대해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언론들은 외무성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중돚일 외교관계에서 교착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중국 내 반일 여론으로 인해 19일 열릴 예정이었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협의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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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10-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왠일로 이런 사설을 실었을까요...

히피드림~ 2005-10-19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 네이버의 인조이재팬으로 가져가면 좋겠네요. 그 사이트가 일본인들도 많이 들어오고, 한글로 글 올리면 일본쪽에서는 일본어로 자동번역되어 보여지거든요. ^^

딸기 2005-10-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뉴욕타임스는 기본적으로 저런 입장을 갖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인조이재팬이라는 곳이 있나요? 몰랐네요. ^^
 
원숭이의 하루 난 책읽기가 좋아
이토우 히로시 글 그림, 김난주 옮김 / 비룡소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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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잠이 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일까. 어쩌면 문자를 볼 때 뇌에서는 어떤 특수한 호르몬이 나와서 졸음이 솔솔 오게끔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상상일 뿐일까? 아니다, 지루한 상황에서 잠이 오는 것은 진정 인간의 본능이라고 생각한다.

농담따먹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아이를 재우기 전 책을 읽어주는 버릇을 들였다. 하루에 읽어주는 양은 2권. 잠시 딴길로 새자면, 인터넷에 무슨무슨 닷컴이라는 곳이 있는데, 아이를 천재로 키우려는 엄마아빠들이 우글우글거리는 곳이라고 한다. 거기 드나드는 엄마들은 하루에 아이에게 책을 서른권씩 읽어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는 언니들이랑 아이에게 책 읽어주는 얘기를 하다가, 어느 지각있는 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아이에게 책을 매일 한권씩 읽어주면 좋은 엄마이고, 다섯 권씩 읽어주면 대단한 엄마다. 하지만 서른권씩 읽어준다면...무서운 엄마 아닌가" 그리고 이어지는 진짜로 무서운 이야기 한 토막. 그 무슨무슨 닷컴의 어느 엄마는, 아이에게 큰소리로 책을 너무 많이 읽어주다가 그만... 성대에 이상이 생겨 목 수술을 했다나. 이거야말로 엽기스토리 아니겠슴둥?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는 것은 과연 좋은 일일까? 좋은 일이라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무엇에 좋다는 것일까? 나로 말하자면-- 그다지, 대단한 엄마는 아닐 수 밖에. 좋은 엄마냐고 묻는다면 '당근 빠따'다. 우리 아이에게 엄마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는 나를 좋아한다. 고로 나는 좋은 엄마다 -_-;;
대단치 못한 이 엄마는 그리하여 아이에게 하루에 2권씩,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매우매우 단순하다. 나는 아이에게 어떤 책을 보여주느냐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책은 공기 같은 것이다. 공기 중에는 질소가 78%, 산소가 20%, 아르곤 등등이 나머지를 차지한다. 아이에게 산소만 골라 숨쉬도록 할 수 없듯이, '좋은 것'만 뭐든지 골라서 해줄 수는 없고 해줄 필요도 없으며 해줘서도 안 된다고 본다. 대단치 못한 엄마의 궤변은 이하 생략.

책을 고르는 기준은 어디까지나 '크기'. 아이들 그림책이 100이면 99권은 하드커버이고, 페이지 수는 몇 안 되지만 꽤 무겁다. 누워서 내가 들고 읽어줘야 하니 크기가 작은 것일수록 좋다. 선배 언니에게서 두 박스나 선물받은 그림책들 중에 부피가 큰 것들은 골방 책꽂이에 넣어두고, 작은 것들 순서로 골랐다. 그렇게 엄선;;의 과정을 거쳐 머리맡 전등 옆에 한 자리 차지하게 된 것이 이 원숭이 시리즈였다.  그리고 읽으면서 기분 좋아 죽을 뻔했다. 

그림책이지만 그림은 우습다. 거의 텅 빈 하얀 종이, 가늘고 검은 선으로 지지직 그린 듯한 펜터치. 남쪽 나라 작은 섬에 원숭이가 살았습니다. 원숭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오줌싸고 먹고 놀다가 잠들고, 다음날 일어나면 오줌싸고 먹고 놀다가 잠들고, 그 다음날에도 일어나서 오줌싸고 먹고 놀다가 잠들고, 또 그 다음날에도 일어나서 오줌싸고 먹고 놀다가 잠들었는데, 그 다음날에는... 여느 날과 달랐다! 거북이 할아버지가 수평선 저멀리에서 모자같은 등짝을 동동 띄우며 바닷가로 왔던 날, 원숭이들은 모두 몰려가서 할아버지의 이야기보따리가 풀리기만을 기다린다.
이렇게 단순미묘오묘한 줄거리가 흘러가는 과정이 의외로 재밌다. 심지어는 긴장되기까지... 요녀석들이 뭣때문에 일-오-먹-자는 생활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바닷가로 뛰어갈까? 동동동, 저건 뭐야, 거북이가 무슨 얘기를 할 것인가... 두둥~

책의 마지막 부분은 진짜 별미다. 어린 원숭이와 늙은 거북이의 우정은 다만 손짓 하나로 이어지지만 그것은 곧 우정의 모든 것이다. 이들은 인류가 아니니 인류애라 할 수는 없겠고, 사실 뭐 그렇게 거창한 해석을 붙일 이유도 없다. 그냥 마음이 따끈따끈해지는 기분.

참 좋았다. 같은 작가의 '원숭이는 원숭이', '원숭이 동생' 모두 좋았다. 철학이 있는 동화라는 설명이 책 어느 부분인가에 들어있는데, 그냥 보면서 마음 따뜻한 기분만 느끼면 될 것 같다. 아이야, 원숭이 책 읽고 꿈나라가서 쌔근쌔근 철학을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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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했더니 하이드님이 이런 단편을 소개해주셨다.

영어 제목은 The Black Sheep.


[번역 서비스...]


도둑들만 사는 나라가 있었다. 밤이 되면 주민들은 쇠지레와 손전등을 들고 집을 나서, 이웃집으로 쳐들어간다. 노획물을 싸들고 새벽녘 집으로 돌아와 보면, 자기 집도 똑같이 강도질을 당한 걸 알게 된다.

모두가 조화롭게 살았고, 아무에게도 그다지 나쁠건 없었다. 한 사람이 옆집에서 도둑질을 하면 옆집 사람은 그 다음집을 훔치고, 이렇게 맨 끝 사람에게 이를 때까지 서로 도둑질을 한다. 이 나라에서 사업이란 말은 사는 것이 됐건 파는 것이 됐건 사기라는 말과 똑같다. 정부는 국민들을 강탈하기 위한 범죄조직이고, 국민들은 정부를 속이는데에 전념한다. 그러나 인생은 별탈없이 흘러가고 주민들 중에는 부자도 가난뱅이도 없다.

어느날 -아무도 그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정직한 남자가 나타났다. 밤에 가방과 전등을 챙겨들고 도둑질을 하러 나가는 대신에, 그는 집에 머물러 담배를 피우며 소설을 읽고 있었다. 그의 집에 들어간 도둑들은 불빛이 환히 켜져있는 것을 보고 도망쳐버렸다.

이런 상태는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정직한 남자가 자기 편한대로 사는 것을 뭐라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이 하던대로 하는 걸 막을 권리도 없었다. 매일밤 그가 집에 머물러있었던 탓에 굶어야 하는 가족이 하나씩 생겨났다.

정직한 남자도 이제 밤부터 새벽 사이에 집을 비우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도둑질을 할 수는 없었다. 그는 정직한 남자였다. 그는 저 멀리 다리까지 가서 흐르는 물을 쳐다보곤 했다. 그리고는 도둑이 왔다 간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일주일도 가지 않아, 정직한 남자의 집에는 돈도 음식도 떨어져 버렸다. 하지만 이건 그 남자의 잘못일 뿐이었다. 문제는 그의 정직함이었으니까. 정직함 때문에 정상상태에서 떨어져나가게 된 것이다. 자기가 도둑질할 차례인데 하지 않고, 도둑을 맞기만 했다. 덕택에 누군가는 매일밤 도둑질을 하고도 자기 집을 도둑맞지 않게 됐다. 정직한 사람이 도둑질을 했어야 할 집 말이다. 당연히 그 결과, 도둑질을 당하지 않는 집은 다른 집보다 부자가 됐다. 부자가 된 사람은 도둑질을 할 필요가 없어졌지만, 빈털터리 정직한 남자네 집을 털 사람은 훔칠 물건이 없으니 가난해졌다.

한편 부자가 된 사람은 밤마다 다리 위에서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정직한 남자의 버릇에 동참을 하게 됐다. 이 때문에 혼란만 더해졌다. 부자가 더 생겨나고, 가난뱅이도 더 생겨났기 때문이다.

부자가 된 사람들은, 밤에 다리에 가서 시간을 보내면 다시 가난뱅이가 되고 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난한 사람들을 시켜서 날 위해 대신 도둑질을 해오도록 하면 되잖아?" 부자들의 생각이 여기에 미쳤다. 계약이 체결되고 봉급과 지분에 합의가 이뤄졌다(물론 이들은 아직 도둑근성을 버리지 못했기에 쌍방 모두 이중계약을 맺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그 결과,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뱅이들은 더 가난해졌다.

어떤 부자들은 너무 부유해서 더 이상 훔치거나, 도둑을 고용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이들이 도둑질을 그만두면 곧 가난뱅이로 떨어질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부자들은 가장 가난한 이들이 적은 재산이나마 지킬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기로 했다. 이렇게 경찰이 생겨났고 감옥도 지어졌다.

그랬다. 정직한 사람이 나타난 지 몇 년 지나지 않아, 아무도 도둑질이나 강도당한 일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됐다. 그 대신 사람들이 얼마나 부유한지 혹은 가난한지를 이야기하게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여전히 다 도둑들이었다. 정직한 단 한사람, 그는 곧 굶어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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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 현상 2005-10-18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밌네요 어릴 때 슈바이처박사 전기를 보니 아프리카에서 물건을 도둑맞고 주변 원주민들에게 물어보면 "그건 당신 잘못이에요. 당신이 지키지 않을 때 가져가는 건 당연한 겁니다"하는 식의 답변을 하더라고... 탈무드에도 보면 도둑을 맞았거든 아무 말 말고 옆집에 가서 잃어버린 물건을 훔쳐오라 그런 식으로 계속하면 결국 모두가 균형을 이룰 거라는 얘기가 있죠. 한국에서는 군대에 가서 실천할 수 있죠. 물건을 도둑 맞으면 도둑맞았다는 걸 숨기고 있다가 다른 사람 걸 자기 자리에 '갖다 놓죠'.

딸기 2005-10-18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 적에, 그런 말이 제일 싫었는데... 물건 잃어버리는 애가 바보같은 애다, 잃어버린 사람이 나쁘다, 그런 거 있잖아요. 잘못한 사람은 분명히 있는데 피해자가 모든 걸 뒤집어써야 되는 상황 말이지요. (참고로 저는 물건 몹시 잘 잃어버림 ^^)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17일 오전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전격 참배했다. 이에 대해 한국정부는 연말로 예정된 노무현 대통령의 방일 계획 취소를 검토하는 등 한·일간 외교갈등이 다시 표면화되고 있다.

NHK위성방송의 생중계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오전 10시10분쯤 도쿄(東京) 구단시타(九段下)의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 참배소 앞에서 합장하고 묵념한 뒤 약 1분 만에 참배를 마치고 돌아갔다.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이날부터 열리는 가을 대제 개막에 맞춰 이뤄졌다. 고이즈미 총리는 2001년 집권 이래 매년 한차례씩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왔으며 이번이 5번째다. 마지막 참배는 지난해 1월이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한국·중국 등 이웃나라들의 반발과 ‘정교분리원칙’ 등에 대한 국내의 논란 등을 의식해서인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참배형식을 취했다. 지난해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참배했던 것과 달리 평소와 같은 양복 차림이었고, 일반 시민들이 참배하는 하이덴(拜展) 앞에서 간단히 묵념만 했다. 참배도 두번 손뼉을 치고 절을 하는 이른바 ‘신도(神道)형식’이 아닌 묵념 한번으로 대신했다. 이날 고이즈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도착하자 주변에 몰려있던 시민들은 큰 박수와 환성으로 맞이했다.

이번 참배는 한국과 중국 등 일본의 군국주의화 경향을 우려해온 주변국들의 반발을 다시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 총리가 2차 세계대전 A급 전범들의 위패가 있는 야스쿠니 신사를 찾는 것에 반대하며 참배를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에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는 총리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도(共同)통신은 이번 참배로 한·중 양국과 일본 간의 관계가 다시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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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e 2005-10-18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 중국간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신경쓰지 않겠다....하긴 지금 일본내에서야 고이즈미의 위상이 대단할 터이니 오히려 신사참배가 일본내 지지기반을 더욱 강하게다지는데 도움이 되긴 하겠네요. 정말, 고이즈미...아무튼.(딸기님 따라하기ㅎㅎ)

딸기 2005-10-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아주 뵈는게 없는 것 같아요
 
전염병의 세계사 히스토리아 문디 4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 이산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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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조류독감으로 74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얼마 전에는 19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 최근 발생한 아시아 조류독감과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뒤따랐다.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조류에서 파생됐으며, 인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인체 감염에서 인체-인체 감염으로 변질되면서 이 바이러스는 막대한 인명피해(2000만~5000만)를 냈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아시아 조류독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고 우려하고 있다.

사실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신종 독감이 유행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세계적인 역사학자인 미국 시카고대학의 윌리엄 맥닐 교수는 1975년 펴낸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인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은 전염병으로는 1918~1919년 크게 유행했던 인플루엔자를 들 수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불안정성과 변종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벌써 30년전에 스페인독감과 유사한 인플루엔자의 유행 가능성에 대한 경고가 나왔던 셈이다.


맥닐의 책 2권, `전염병의 세계사'와 `전쟁의 세계사'를 주문해놓고 한껏 기대에 부풀어있었다. 어떤 모양의, 어떤 느낌의 책일까 궁금해 두근두근, 책 주문해놓고 이렇게 기다려본 것도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딴소리를 조금 더 하자면 이 두 권의 책이 들어있는 이산출판사의 `히스토리아 문디'라는 문고는 지금까지 내게 "몽땅 사버리자"라는 생각이 들게 한 유일한 문고판이다(살 능력 있음-아직 5권 밖에 안 나왔음 ^^;;).

맥닐의 책이 국내에서 출간된 것을 알게 된 건 우연이었다. 이 문고의 책 한권을 샀을 때 뒷날개에 시리즈 목록과 함께 맥닐의 책 2권에 `근간'이라는 표시가 되어있는 것을 보고 어찌나 반가웠던지!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으면서 그 바탕이 된 맥닐의 책을 읽지 못한 상태로 독서를 해야했던 것이 굉장히 아쉬웠고, 잭 웨더포드의 `야만과 문명'을 읽으며 그 아쉬움은 배가됐다. `전염병의 세계사'는 국내에서 이미 한 차례 출간됐었으나 이미 절판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읽고는 싶은데 구하지 못해 아쉬웠던 책이 `근간'으로 되어있을 때의 기다림을 아는 이들은 알리라.

`전염병의 세계사'를 주문해놓고 친구에게 자랑을 했다. 책 제목과 출간 연대(1970년대, 정확히 말하면 1975년), 책의 대략적인 내용을 얘기했더니 "재미없겠네"라는 한마디가 돌아왔다. 기다림과 설레임 끝에 책을 다 읽고난 지금 나의 소감은? "느무느무 재미있었음"이 되겠다...


책은 `전염병의 세계사'라는 제목으로 되어있지만 질병의 역사를 다룬 의학책을 생각하면 안 된다. 맥닐은 역사학자이지, 의사나 생리학자가 아니다. 깔끔하고 재미난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전염병이라는 것이 인류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분석한다. 일례로 그는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했을 때 원주민들이 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설명하면서 유럽 특유의 전염병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유럽인들은 면역력을 갖고 있었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질병이었던 여러 전염병들이 퍼지면서 원주민들은 백인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했음은 물론 거의 전멸 상태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지금은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책에서 맥닐은 아메리카 대륙의 사례를 포함해, 인류 문명의 형성 과정에서부터 현대에까지 이어지는 역학(疫學) 구조를 제시한다.

역사를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으로 전염병이라는 현상을 제안하면서 저자는 `기생'과 `질병'이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중요한 도구로 사용한다. 현미경이 개발되기 이전까지 인류는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거대 동물의 포식망만을 생각해왔지만 실제로 이 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인간은 사자에게 잡아먹히기도 하지만 보이지 않는 미생물, 우리가 `병원균'이라는 것들에 희생되기도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포식관계에서 포식자는 기생충이 되고, 피식자는 숙주가 된다. 생명체 내부에서 치열하게 벌어지는 이 싸움의 양상에서 숙주들이 집단적으로 치명타를 입는 경우를 우리는 전염병이라고 부른다.

 

맥닐은 질병과 기생이라는 개념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해서 `거시 기생'과 `미시 기생'이라는 개념을 내놓는다. 미시기생은 병원균이 인간을 뜯어먹는 것을 말하고, 거시기생은 인간이 인간을 뜯어먹는 경우를 말한다. `거시기생'이라는 용어에선 생물학 개념을 지나치게 인간사회로 확장한 듯한 감이 들기도 하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데에 큰 무리는 없다.

인간은 주거지를 넓혀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연, 낯선 병원균과 만나게 된다. 숙주와 병원균간의 싸움이 벌어진다. 초반에 병원균들은 면역력 없는 인간들을 공격, 치명타를 입히곤 한다(낯선 질병에 인간이 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면역력이 없기 때문이다). 병원균 입장에서도 숙주를 모두 죽여서는 유전자를 증식하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전염병은 치명성이 줄어들면서 만성질환이나 소아병 수준으로 `정착'하게 된다. 똑같은 구조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도 재연된다. 지배계급은 권력을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피지배계급을 수탈한다. 하지만 피지배계급의 모든 것을 빼앗아간다면 계급의 재생산이 이뤄질 수 없다. 전통사회의 기준으로 보자면, 그리하여 왕은 백성들에게 일용할 양식 정도는 남겨주고, 나머지 즉 잉여생산물을 수탈해가는 수준으로 폭정을 완화, 나름의 태평성대를 구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정치사를 굳이 `거시기생'이라는 말로 해석한 것은, 분석 틀을 통일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미시기생과 거시기생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의 전파와 정복전쟁에 동반된 전염병의 역사에 천착해온 맥닐은 전염병을 돌발적인 사건으로 보는 대신, 환경과 인간의 교류 과정에서 나타나는 필연적인 적응 과정의 일부로 파악한다. 전염병은 단순한 독감이 아니라 생활환경의 변화나 생태계 질서의 교란, 인구 증가 등이 총체적으로 맞물려 나타나는 `사회 현상'이라는 것이다. `문명의 발달'을 좌우하는 이런 요인들은 분명 거시기생의 시스템과 연결돼 있다.


책에서 저자는 누누이 "근거 자료는 희박하다"고 고백한다. 역사가들은 거시기생에 대해 엄청난 기록물들을 남겼지만 미시기생에 대한 기록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이 병원균이라는 것들에 대해 알게 된 것 자체가 인류 역사에서는 아주 최근의 일이다. 그러니 맥닐은 근거 자료가 거의 없는 역사를 `추론'으로 메우고 있고, 사료를 해석하는 대신 시나리오를 `제안'하는 식으로 전염병의 세계사를 서술할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이모저모로 봤을 때 당시의 상황은 이러저러했을 수도 있었다'는 식의 `추론의 역사책'이고, 저자 스스로도 그것을 인정하고 있다.

맥닐은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이는, 다시 말해 그럴듯한, 그러나 문헌-고고학상의 자료는 거의 없는 사안을 가지고 수천년 전의 상황을 상상하곤 한다. 증거 없는 추론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것에 어떤 이들은 반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추론으로 가득 찬 이 역사책이 역사를 보는 우리의 시각을 매우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전염병의,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역사는 대개 피지배층-약자의 역사와 겹친다. 또한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독자들은 인간의 역사에서 ‘환경과의 상호작용’이라는 한 차원을 더 볼 수 있게 된다. 동서고금의 역사학자들이 모두 무시해왔던 영역을 걸음으로써 맥닐은 역사를 보는 또 다른 문을 열어놓는다.


첫머리에 얘기했던 조류독감으로 다시 시각을 돌려보자. 맥닐의 시각을 받아들인다면, 첨단을 자랑하는 21세기에 전염병이 여전히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하는, 얼핏 부조리해 보이는 현상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전지구적으로 통합된 글로벌 시스템 속에서 급속히 퍼져나가는 조류독감의 이면에는 세계화된 경제체제 속에서 오히려 더 가난해져가는 빈곤지역들의 열악한 보건현실이 숨어 있다. 인체에 조류독감을 일으키는 H5N1 바이러스는 치료약 개발에 맞춰 계속해서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류독감은 거대한 지구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환상 속에서 환경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무시하고 과학의 단기적인 성과들에만 눈이 멀었던 인류에게 던져진 경고장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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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5-10-17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문 광고에서 보고 시기를 잘 맞춘 책이로군 했었는데 1975년에 쓰여졌던 거로군요... 전 딸기님의 이런 리뷰가 참 맛있어요^^

물만두 2005-10-17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넘 비싸요 ㅠ.ㅠ

딸기 2005-10-17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비싸요. 요새 책값이너무 비싸요 ㅠ.ㅠ
시기를 잘 맞춘 책...은 아니지요 ^^

릴케 현상 2005-10-17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18000원짜리 책을 '문고'라고 하지는 않죠^^

딸기 2005-10-17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것도 그렇군요 ^^

바람구두 2005-10-18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스토리아 문디 시리즈...
예전에 "가지 않은 길"이란 출판사 이름으로 나올 적부터 팬이었는데... 그 사이 꽤 여러 종을 내었네요. 전권 구입....

딸기 2005-10-18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권 구입...하실 건가요, 하라는 얘긴가요,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인가요? ^^

바람구두 2005-10-18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두 권은 읽었고...
나머지도 전 편들과 같다면 구입하겠단 말이죠. 그러면 자동 전권 구입 아닌가... 흐흐.

딸기 2005-10-18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호호

wykk 2005-10-1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염병의 세계사> 역자입니다. 깔끔하고 예리한 리뷰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내용을 보니 모 일간지에 기사를 쓰신 기자 분의 글 같군요. 제가 옮긴 책에는 독자들의 리뷰가 붙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에 몇 마디 적었습니다.

 


딸기 2005-10-18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번역자님께서 직접 오셨다아아아아아---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모일간지에 기사를 쓴 기자^^;;;
맞습니다, 맞고요. 히히.
그런데 실은 제가 번역자님과 다른 어떤, 개인적인 인연도 있답니다. 당연히 ^^ 모르시겠지만요. 반갑습니다.

wykk 2005-10-18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인연인지 궁금하네요.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습니다. 비슷한 연배는 아닐 것 같고....학연? 아니면 몇 다리 건너서 아는 관계? ???

딸기 2005-10-18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 학연;;이랍니다. 저의 선배님이셔요. ^^

마냐 2005-10-19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기분전환딸기우유님~ (대체 이름은 왜 이리 길어진겨...-,.-)
간만에 반갑슴다. 늘 그렇듯, 님의 뽐뿌영향권에 들어있는 저로서는 흔들릴만한 책인데.....이기이기 무려 25달러! 원래는 36달러라나 뭐라나. 흠, 비싸군여....엥, 차라리 원서로 보라는 말씀은 마시길. 으허헝.

딸기 2005-10-19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25달러 -_-;;
원서로... 원서로... 보지 말고 내년에 내 책으로 봐. ^^

paviana 2005-10-26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축하드려요..
저런 식의 '사'자 붙은 책들은 참으로 흥미로울듯 하네요...

딸기 2005-10-26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이 책 정말 괜찮아요, 한번 읽어보세요. ^^

Muse 2005-10-2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드뎌....리뷰계를 평정하십니까.
축하축하!(므흣^^)

아영엄마 2005-10-26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우유님, 저도 축하인사 드립니다!! ^^

딸기 2005-10-2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요로분~~

마냐 2005-10-2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축하~ 이벤또라도 하셍~ 해외동포도 대상에 넣어주시구..^_______^

딸기 2005-10-27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 해외동포는... 대상에서 제외얏 -_-;;

silverk201 2005-10-28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여러분, 이책 어렵지는 않은가요?
책 잘 읽는 초딩 5학년 또는 RQ 낮은 어른도 읽을만 한가요? 가르쳐 주시면 고맙죠..

딸기 2005-10-2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딩...이라면 좀 어려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RQ는 머지요?

비연 2005-10-29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이네요^^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panda78 2005-11-01 0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RQ라.. Reading Quotient 일까요? ㅎㅎ
딸기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
근데 진짜 요즘 책값 너무 비싸요... ㅠ_ㅠ 라루스 일상사 사고 싶은데..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