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이의 첫 심부름 내 친구는 그림책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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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야시 아키코의 그림책을 많이 보지는 않았지만, 이 작가가 국내에서도 꽤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잔잔한 일상’의 힘이랄까. 아이에게 막 ‘심부름’을 가르치려고 할 때 이걸 보여주면 좋다. 지극히 엄마스러운 타이름성(性) 잔소리를 늘어놓기에 딱이다.

배경이 일본이고 시기적으론 대략 1970년대 쯤 되는 것 같다. 어쩌면 사회변화가 우리보다 늦은 일본에서는 여전히 볼 수 있는 모습인 것 같기도 하다. 책 속의 동네는 우리나라, 우리 동네, 내가 어릴 적 살았던 동네의 모습과 아주 비슷하다. 내 기억속 1980년대 우리 동네의 모습이 딱 이랬다. 동네 가게, 전봇대, 벽에 붙은 광고지, 심부름 가는 아이, 집에서 기다리는 엄마. 하지만 적어도 지금, 아파트촌 아이들에겐 ‘옛날 그림책’같은 느낌이 날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책이 좀 옛스럽긴 하다 ^^;;

아이에게 처음으로 심부름을 시켜놓고, 아이가 잘 할 수 있을까, 돈을 잃어버리지는 않았을까, 길을 잃거나 넘어져 다치지는 않았을까 두근두근하는 마음을 달래며 집앞에 나와 있는 엄마의 마음.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그 마음이 너무나 가깝게 와닿는다. 아이는 아이대로 가게에 들러 큰소리로 ‘주문’도 못하고 가게 아줌마 눈치를 보는데, 누구나 어릴적 몇 번씩은 경험해봤을 일이다. 책을 읽으면서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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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3-0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저도 그랬어요.
그런데 아이도 좋아하더라구요.

반딧불,, 2006-06-05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정말 여덟살이 되어도 놓질 않네요. 울 파랑이 말여요.

딸기 2006-06-0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생각해보니, 여덟살 정도 되면 이 책을 더 좋아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사실 우리 애는 지금은 이해를 좀 못하는 것 같아요
 

영국에서 석달 전 동성 커플에게 혼인 비슷한 것을 허용하는 '시민동반자법' 이란 것이 발효됐는데, 그 뒤에 양지로 나온 동성 커플을 겨냥한 '핑크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후배가 핑크산업에 대해 쓰면서, 내게 세계 각국의 동성애/동성 결혼 관련 규정을 정리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내가 자료를 찾아 정리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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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동성 간의 결합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관련 규정도 나라마다 다르다. 캐나다와 서유럽 일부 국가들은 동성 결혼(Same-sex-marriage)까지 허용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동성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민 결합(Civil Union, Civil Partnership)’ 등을 인정해주고 등록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은 동성 커플의 법적 관계를 보장해주길 꺼리고 있으며,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나라들도 많다.

아시아

한국과 일본은 동성결혼을 인정치 않지만 동성애자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앞서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공산당이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발의했지만 가톨릭계의 반발이 심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캄보디아에서는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2004년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으나 아직 입법화되지는 못했다.

중국은 관련 법규가 없다. 2003년 동성결혼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기됐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인도는 동성애자에게 최고 무기징역형에 이르는 처벌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 중동국가들도 동성애를 금지하며, 징역 10년~사형까지의 중형을 내리고 있다. 처벌 대상은 대개 남성 동성애자들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 에이즈의 발병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동성애 금지’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러다간 사형당하기 십상이다;;

유럽

서유럽은 동성애자 인권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동성결혼을 인정하며 동성 커플에도 이성커플과 똑같은 모든 법적 권리를 보장해준다. 벨기에는 동성결혼을 허용하지만 동성커플의 입양은 금지하고 있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등은 동성커플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 스웨덴은 지난해 1월 동성결혼 허용여부를 검토할 의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2007년3월에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 결합을 인정치 않고 있다. 동성애자를 처벌하지는 않지만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다. 슬로베니아가 유일하게 동성결합 등록제 실시하고 있다. 라트비아가 이례적으로 지난해 말 혼인법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라는 문구를 삭제했으나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족부는 지난해말 동성결혼을 허용하기 위해 가족법을 개정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의회는 1년간의 검토를 거쳐 올 연말 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인 모리타니아와 수단은 동성애자를 사형시키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벌금형에서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




무슨 설교를 하고 있을까?

 

북미

캐나다는 동성애자 인권 분야에선 세계 최고 선진국이다. 1999년부터 동성커플 등록을 허용해왔다. 2003년 이래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퀘벡 등 각 주 법원들은 잇달아 동성결혼 금지조치가 시민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연방 의회는 이에 지난해 7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시민결혼법을 통과시켰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성 커플을 인정하면서 ‘동거’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나라에서 동성커플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캐나다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등은 캐나다 법원에서의 혼인신고도 자국 내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결혼 여행’을 오는 동성커플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서추세츠 커플의 결혼식

미국에서는 매서추세츠주만이 2003년부터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연방 의회는 1996년 ‘결혼방어법’을 채택, 매서추세츠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받았더라도 다른 주에서는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게 했다. 버몬트, 코네티컷주는 시민결합 형식으로 허용하지만 이성간의 결혼 때와 같은 법적 권리는 없다. 캘리포니아 뉴저지 메인 워싱턴DC는 ‘내부결합(Domestic Partnership)’ 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권리를 인정해준다. 하와이는 상호부조법에 따라 동성 커플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북미 체로키 인디언들은 2004년 자체적으로 ‘동성결혼 모라토리엄’을 선언, 전통 문화와 관습에 따른 해석이 나올 때까지 동성 결혼문제에 대한 결론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음, 이건 동성 결합이 아니라는군요 -_-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애 자체에 반대한다. 남미 대륙 국가들은 대개 동성애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자메이카와 세인트루시아, 그레나다, 바베이도스 등 일부 카리브해 국가들은 동성애자에게 징역10년~무기징역의 중형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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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2-1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민 결합과 결혼의 차이점이 몬지 궁금해지네요..결합을 인정했으면 법적 권리도 함께 가야 하는거 아닌지......
근데 매서추세츠 주만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는게 놀랍네요. 청교도 정신과 동성애와는 아무 상관이 없나봐요.^^

물만두 2006-02-1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변하면 법과 관습도 변해야지요.

딸기 2006-02-1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요, 통상 결혼을 하면 부부로서 서로간에 혹은 사회 내에서 법적인 의무와 권리가 생기잖아요. 남자여자 결혼한 부부들에게 적용되는 모든 법적인 사항들을 다 인정해주고 '결혼'이라 이름붙여주는 것이 동성결혼인 것 같고요, 사회보장이라든가 그런 법적인 측면에서 '결혼'과 같지는 않되, 이들이 한 가족이 되어 부부에 가까운 사이로 동거하고 있음을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이 '결합'인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매서추세츠가 청교도 정신이 강한 지역인가요?

만두언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의 머리 속도 좀 변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면요-
여성 차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 차별하고, 노인/아동 배려 안 해주고, 외국인 노동자 못살게 굴고, 혼혈아 무시하고, 동성애자 싫어하고... 또 뭐 없나 -.-a 아무튼 그렇다고 생각해요. 차별하는 사람들 보통 '난 예의바른 사람이지만 여자들 날뛰는 참을수 없어' 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차별하는 사람들은 다 통하더라고요.
좀 상관없는 얘기였습니다만, 그냥 말하고 싶어서요. ^^;;

paviana 2006-02-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하나를 보면 열을 알죠..여성차별하는 사람들 다 그럴거에요.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고 그럴걸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맨처음 청교도들이 정착한 곳이 매서추세츠주거든요..^^

딸기 2006-02-1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매서추세츠... 실은 저는 그 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근데 파비아나님, 요새 제 글들 열심히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리스 2006-02-1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자 결혼에 관한 법규를 보고 그 나라의 보수 성향을 읽어낼 수 있군요.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려나.

로즈마리 2006-02-18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심슨 그림이 재밌어요. ^^
도덕적 정당성이라.. 동성애도 그렇지만 사랑과 도덕의 연관성이란 참 미묘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

딸기 2006-02-18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동성애문제를 단순히 '인정하자 지지한다!'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그 에이즈 문제 때문인 것 같아요.
교황청에서 내세우는 근거도 바로 그런 것이고요.

로즈마리 2006-02-1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에이즈 문제가 있었군요..
에이즈라고 하면 비상구 찾기가 어렵겠네요.
동성애를 비롯하여 새로운 문화 형성이란 참, 어려운 문제군요.
과거 그리스인들은 [그렇듯 현재엔 받아들이기 어려울 법한] 동성애를 더 추앙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

paviana 2006-02-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딸기님께 제가 고마운걸요.요즘 신문 거의 안 읽어요.그러니 외신은 더 모르죠.님이 올려주셔서 읽고 배울수 있으니 제가 고마운거맞아요.^^

딸기 2006-02-1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 희한한 것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울나라에는 동성애 관련 기록이나 얘기가
정말 없다는 거예요.
술탄의 궁전, 교황청, 중세 유럽, 이런 동네에는 동성애 얘기가 빠지질 않는데
울나라는 너무나 정숙했던 것일까요...

로즈마리 2006-02-2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녀에 대한 기록 중에 꽤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타임머신 이런 데선 보니까, 남성과 여성을 같이 갖고 있던 궁녀에 대해서도 보여주던데..핫.

딸기 2006-02-2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유년기의 끝 그리폰 북스 18
아서 C. 클라크 지음, 정영목 옮김 / 시공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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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멋진 책.

그저 ‘멋지다’는 말로는 사실 설명이 안 되는데 말이다. 책은 반세기 전, 아폴로호가 달에 착륙하기 전에 쓰여졌다. 저자는 SF계의 3대 거목으로 불린다는 아서 클라크다. 나는 그와 함께 ‘3대’라는 이름이 붙는 아이작 아시모프의 제대로 된 소설을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고, 로버트 하인라인의 책도 11년 전 단 한권 읽은 것 말고는 접하지를 못했다. SF에 별반 관심이 없다 해도 무방하다. SF라 부르는지 그냥 ‘소설’이라 부르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런 종류의 책들 중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다른 모든 소설들을 합쳐서도 ‘가장’ 좋아한다 말할 수 있는 것은 로저 젤라즈니의 ‘앰버연대기’이다.


‘유년기의 끝’은 멋지다. 굳이 이 책이 ‘오래전에 쓰여진 책’임을 상기시키지 않더라도, 오늘날의 SF로 읽더라도 책은 충분히 멋지고 재미있다. 그래서 이 작가가 거장이라는 칭송을 듣는 것일까? 소설은 미국과 소련이 우주선 발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서 출발해, 불현듯 상공을 메운 ‘외계인’들의 출현 이후의 시기로 곧장 넘어간다. 책 전반부에서 독자들로 하여금 강도 높은 궁금증을 갖게 만드는 외계인들의 형상이라든가 인간을 계몽하고 훈육하는 외계인들의 시스템 같은 것들이 이색적이었다.


공상과학소설이라기보다는 철학책 한 권을 읽은 듯했다. 일본 만화 중에서 나는 유독 ‘선계전 봉신연의’를 좋아한다. 다소 조잡한 그림, 우스꽝스럽고 엽기적이며 원색적인 액세서리들에도 불구하고 그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다. ‘복합적’이고 ‘근본적’이기 때문이다. 정해진 미래를 따를 것인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믿을 것인가.

나는 봉신연의가 그것을 아주 익살스럽게 다룬 만화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 유명한 ‘신세기 에반게리온’도 그런 코드로 읽었다. 정해진 미래인가, 인간의 자유의지로 개척해가는 미래인가. ‘은하철도 999’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기계인간으로서의 영생인가, 자유의지로 살다 가는 치명적인 인간의 생인가.


그리하여 나는 이 책 ‘유년기의 끝’도 그렇게 읽었다. 소설에서 작가는 지구의 인간들과 외계인들, 그리고 정체를 파악할 수 없는 우주의 ‘근원적인 힘’을 이야기하면서 자아가 있는 개체와 개별성을 잃은 완벽한 통일체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를 묻는다.


“모든 사람의 정신이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라고 해봅시다. 모든 섬이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섬은 자기들의 기반인 반암(盤岩)에 의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만일 바다가 사라진다면 섬도 사라지죠. 그 섬은 모두 대륙의 일부가 될 것이고, 섬의 개별성은 사라질 겁니다.”


작가는 그렇게 ‘정신의 통합’을 설명한다. 그런 일이 가능할까? 가능할지도. 과학은 이미 많은 상상들을 현실로 보여주었다.


이 책 혹은 저자에 대한 서지학적 지식이 없는 상태인 덕분에 나의 느낌, 감정의 흐름을 충실히 따라가며 읽었다. 오버로드라는 희한한 이름에 인류에 익숙한 형상을 한 외계인들은 훈육을 하고, 지구인들은 훈육을 받는다(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에는 봉신연의의 태공망이나 999의 철이 같은 극렬한 반항아는 없다는 것이다).

지구인들은 거대한 정신으로 변해간다. 이것은 아주 놀랍고도 재미있는 주제인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자의 생각이 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책은 마치 선문답을 하듯이, 이미지와 색깔의 변화를 묘사하는 것으로 지구인의 정신이 우주와 통합돼 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인류 역사를 시니컬하면서도 재치 있는 방식으로 묵살해버린다. 싸움쟁이 갈등투성이 범죄투성이 인간의 역사를 과감히 진화의 먼 초창기 아메바 시절의 이야기 정도로 치부해버리고, 인류가 하나로 통합되어가는 상태를 '유년기'로 정의한다. 책은 말 그대로 '유년기의 끝'에서 끝난다. 유년기 뒤에 오는 것은 위대한 정신일까, 아니면 죽음도 삶도 아닌 우주의 암흑물질 같은 것일까.

소설은 너무 철학적이고 어렵지만 멋있다. 폼이 팍팍 난다. 그리고 작가는 화두만을 던진 채 뒤로 숨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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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마리 2006-02-16 0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딸기님은 언제나 제게 '넌 갇혀있구나..' 하고 질책하는 것 같네요..^^ 요즘 소설만 읽고 있었는데, SF 서평을 보니 뜨끔합니다. ㅋ 딸기님 서평이야 말로 정말 읽어보고 싶게 하는 게 있는 걸요..ㅋ

딸기 2006-02-16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마야, 저야말로 SF에 대해선 통 모르는걸요
그런데 로즈마리님 언제 시내 나올 일 없으세요?

로즈마리 2006-02-17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월요일에 신촌 갈 거 같아요. 20일에 오후에 잠깐. 22일 저녁에도 홍대 나갈 일이 있는데..볼까요? 제가 전화 드린다 생각하면서, 전화를 못 드렸네요. 현대를 살아가기 어려운 족속입니다, 제가. 전화로 얘기하는 게 종종 불편해서요..아니, 불편하다기 보단 뻘줌하여서..ㅋㅋ 근데 딸기님이 말하는 시내가 이쪽 동네도 되나요? ^^

딸기 2006-02-17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녁에는 좀 힘들고요(저의 하루생활 2라운드-집안일-가 있거든요)
20일 오후, 괜찮습니다. 제 연락처-- 011 251 3092 전화주시거나
불편 or 뻘쭘하시다면 (저는 둘 다 아니고, 걍 건망증이 심해서
전화를 잘 안 갖고다녀요 그날은 꼭 갖고나올께요) 여기다가
댓글로 남겨주세요.

로즈마리 2006-02-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네 좋아요. 그날 연락 드릴게요. ㅋㅋ

딸기 2006-02-20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거걱... 로즈마리님
제가 오늘 핸펀을 두고 나왔지 머예요
011-702-6160 으로 전화하셔서 딸기 바꿔달라고 하세요. 죄송...
 
한여름 밤 이야기 비룡소의 그림동화 106
아이린 하스 글 그림, 백영미 옮김 / 비룡소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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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림작가 아이린 하스의 책. 그림이 그야말로 '환상'입니다. 위의 그림이 이 책의 한 장면이예요.
'엄지공주'의 모티프를 훨씬 몽환적으로 만들어서, 부드럽고 따뜻한 색채로 그렸습니다. 아마 제가 어린 시절에 이 책을 봤으면, 완전히 뿅갔을 거예요.

아이린 하스의 책으로는 이 것 말고 '꿈의 배 매기호'라는 것도 나와 있는데요, 둘 다 그림이 너무너무 이뻐요. '한여름 밤 이야기'가 너무 맘에 들어서 '매기호' 도 사봤는데 사실 아이보다는 제가 더 좋아했지요. 너무 어린 아이들에겐 하스의 책은 어쩌면 별로 어필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네요. 어두운 배경이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요. 하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이런 그림이라면 아깝지 않거든요. 이쁜 그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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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기리 아주머니께 - 왈왈 복종학교에서 착한 아이크가 보내는 편지
마크 티그 글 그림, 조은수 옮김 / 달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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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톤과 파스텔톤이 번갈아 나오는데 그림도 재미있고 발상도 재미있습니다. '강아지 아이크의 감옥 탈출작전'이라는, 다소 헐리우드적인 소재를 편지체와 신문기사체의 독특한 문장으로 엮었습니다. 그림과 글을 어떻게 슥삭슥삭 배치했는지 눈여겨보세요. 구성 능력이 아주 돋보입니다. 번역자와 출판사가 신경을 많이 썼는지, 사람이름과 지명도 우리식으로 재미나게 잘 고쳤어요. 다만, 유치원생에게는 내용 자체가 좀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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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6-02-1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떡해...이것도 찜..강아지 모습이 넘 맘에 들어요.,^^

ceylontea 2006-02-15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오늘은 딸기님 서재에 지름신이 계시네요.. ㅠㅠ

미설 2006-02-16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할리우드 느낌이 팍팍 나지요^^ 저도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