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석달 전 동성 커플에게 혼인 비슷한 것을 허용하는 '시민동반자법' 이란 것이 발효됐는데, 그 뒤에 양지로 나온 동성 커플을 겨냥한 '핑크 산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후배가 핑크산업에 대해 쓰면서, 내게 세계 각국의 동성애/동성 결혼 관련 규정을 정리해달라고 했다. 다음은 내가 자료를 찾아 정리한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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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 동성 간의 결합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고, 관련 규정도 나라마다 다르다. 캐나다와 서유럽 일부 국가들은 동성 결혼(Same-sex-marriage)까지 허용하고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동성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시민 결합(Civil Union, Civil Partnership)’ 등을 인정해주고 등록제를 실시하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 국가들은 동성 커플의 법적 관계를 보장해주길 꺼리고 있으며,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고 처벌하는 나라들도 많다.

아시아

한국과 일본은 동성결혼을 인정치 않지만 동성애자 차별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점에서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앞서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공산당이 동성결혼 허용 법안을 발의했지만 가톨릭계의 반발이 심해 통과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캄보디아에서는 노로돔 시아누크 국왕이 2004년 동성결혼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으나 아직 입법화되지는 못했다.

중국은 관련 법규가 없다. 2003년 동성결혼을 허용하자는 주장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제기됐으나 통과되지는 못했다.

인도는 동성애자에게 최고 무기징역형에 이르는 처벌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을 제외한 대부분 중동국가들도 동성애를 금지하며, 징역 10년~사형까지의 중형을 내리고 있다. 처벌 대상은 대개 남성 동성애자들이다. 이슬람 국가들은 중동 지역에 에이즈의 발병률이 낮다는 점을 들어 ‘동성애 금지’의 도덕적 정당성을 주장한다.



이러다간 사형당하기 십상이다;;

유럽

서유럽은 동성애자 인권 분야에서 단연 앞서 있다. 네덜란드와 스페인은 동성결혼을 인정하며 동성 커플에도 이성커플과 똑같은 모든 법적 권리를 보장해준다. 벨기에는 동성결혼을 허용하지만 동성커플의 입양은 금지하고 있다.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룩셈부르크 스위스 영국 등은 동성커플 등록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중 스웨덴은 지난해 1월 동성결혼 허용여부를 검토할 의회 특별위원회를 설치했으며 2007년3월에 가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 결합을 인정치 않고 있다. 동성애자를 처벌하지는 않지만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조치도 없다. 슬로베니아가 유일하게 동성결합 등록제 실시하고 있다. 라트비아가 이례적으로 지난해 말 혼인법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라는 문구를 삭제했으나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아프리카

남아프리카공화국 가족부는 지난해말 동성결혼을 허용하기 위해 가족법을 개정해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의회는 1년간의 검토를 거쳐 올 연말 법 개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그러나 남아공을 제외한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애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슬람국가인 모리타니아와 수단은 동성애자를 사형시키고 있으며, 다른 나라들도 벌금형에서 최고 종신형을 선고하고 있다.




무슨 설교를 하고 있을까?

 

북미

캐나다는 동성애자 인권 분야에선 세계 최고 선진국이다. 1999년부터 동성커플 등록을 허용해왔다. 2003년 이래 온타리오, 브리티시컬럼비아, 퀘벡 등 각 주 법원들은 잇달아 동성결혼 금지조치가 시민 자유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는 판결을 내놨다. 연방 의회는 이에 지난해 7월 동성 결혼을 합법화한 시민결혼법을 통과시켰다. 캐나다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동성 커플을 인정하면서 ‘동거’ 기간 제한을 두지 않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동성 결혼이 허용되지 않은 나라에서 동성커플들이 결혼을 하기 위해 캐나다로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아일랜드와 이스라엘 등은 캐나다 법원에서의 혼인신고도 자국 내에서 유효한 것으로 인정해주기 때문에 이들 나라에서 ‘결혼 여행’을 오는 동성커플들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서추세츠 커플의 결혼식

미국에서는 매서추세츠주만이 2003년부터 동성 결혼을 인정하고 있다. 연방 의회는 1996년 ‘결혼방어법’을 채택, 매서추세츠에서 동성 결혼을 인정받았더라도 다른 주에서는 권리를 인정받을 수 없게 했다. 버몬트, 코네티컷주는 시민결합 형식으로 허용하지만 이성간의 결혼 때와 같은 법적 권리는 없다. 캘리포니아 뉴저지 메인 워싱턴DC는 ‘내부결합(Domestic Partnership)’ 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권리를 인정해준다. 하와이는 상호부조법에 따라 동성 커플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

북미 체로키 인디언들은 2004년 자체적으로 ‘동성결혼 모라토리엄’을 선언, 전통 문화와 관습에 따른 해석이 나올 때까지 동성 결혼문제에 대한 결론을 보류키로 결정했다.



음, 이건 동성 결합이 아니라는군요 -_-

중남미

가톨릭 국가들은 대부분 동성애 자체에 반대한다. 남미 대륙 국가들은 대개 동성애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자메이카와 세인트루시아, 그레나다, 바베이도스 등 일부 카리브해 국가들은 동성애자에게 징역10년~무기징역의 중형을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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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02-17 17: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민 결합과 결혼의 차이점이 몬지 궁금해지네요..결합을 인정했으면 법적 권리도 함께 가야 하는거 아닌지......
근데 매서추세츠 주만 동성결혼을 인정한다는게 놀랍네요. 청교도 정신과 동성애와는 아무 상관이 없나봐요.^^

물만두 2006-02-17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대가 변하면 법과 관습도 변해야지요.

딸기 2006-02-17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비아나님, 저도 정확히는 모르는데요, 통상 결혼을 하면 부부로서 서로간에 혹은 사회 내에서 법적인 의무와 권리가 생기잖아요. 남자여자 결혼한 부부들에게 적용되는 모든 법적인 사항들을 다 인정해주고 '결혼'이라 이름붙여주는 것이 동성결혼인 것 같고요, 사회보장이라든가 그런 법적인 측면에서 '결혼'과 같지는 않되, 이들이 한 가족이 되어 부부에 가까운 사이로 동거하고 있음을 국가가 인정해주는 것이 '결합'인 것 같아요.
저는 미국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매서추세츠가 청교도 정신이 강한 지역인가요?

만두언니,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사람들의 머리 속도 좀 변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어떻게 생각하냐면요-
여성 차별 하는 사람들은 장애인 차별하고, 노인/아동 배려 안 해주고, 외국인 노동자 못살게 굴고, 혼혈아 무시하고, 동성애자 싫어하고... 또 뭐 없나 -.-a 아무튼 그렇다고 생각해요. 차별하는 사람들 보통 '난 예의바른 사람이지만 여자들 날뛰는 참을수 없어' 라는 식으로 말하는데, 차별하는 사람들은 다 통하더라고요.
좀 상관없는 얘기였습니다만, 그냥 말하고 싶어서요. ^^;;

paviana 2006-02-17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하나를 보면 열을 알죠..여성차별하는 사람들 다 그럴거에요.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하고 그럴걸요..
저도 잘은 모르지만 맨처음 청교도들이 정착한 곳이 매서추세츠주거든요..^^

딸기 2006-02-17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매서추세츠... 실은 저는 그 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답니다.
근데 파비아나님, 요새 제 글들 열심히 읽어주셔서 정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이리스 2006-02-17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자 결혼에 관한 법규를 보고 그 나라의 보수 성향을 읽어낼 수 있군요.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려나.

로즈마리 2006-02-18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갑니다. 정말 잘 정리하셨네요. 심슨 그림이 재밌어요. ^^
도덕적 정당성이라.. 동성애도 그렇지만 사랑과 도덕의 연관성이란 참 미묘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

딸기 2006-02-18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동성애문제를 단순히 '인정하자 지지한다!'라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
바로 그 에이즈 문제 때문인 것 같아요.
교황청에서 내세우는 근거도 바로 그런 것이고요.

로즈마리 2006-02-18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렇군요. 에이즈 문제가 있었군요..
에이즈라고 하면 비상구 찾기가 어렵겠네요.
동성애를 비롯하여 새로운 문화 형성이란 참, 어려운 문제군요.
과거 그리스인들은 [그렇듯 현재엔 받아들이기 어려울 법한] 동성애를 더 추앙했다는 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

paviana 2006-02-18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딸기님께 제가 고마운걸요.요즘 신문 거의 안 읽어요.그러니 외신은 더 모르죠.님이 올려주셔서 읽고 배울수 있으니 제가 고마운거맞아요.^^

딸기 2006-02-18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성애 문제와 관련해서 희한한 것이요,
제가 잘 몰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울나라에는 동성애 관련 기록이나 얘기가
정말 없다는 거예요.
술탄의 궁전, 교황청, 중세 유럽, 이런 동네에는 동성애 얘기가 빠지질 않는데
울나라는 너무나 정숙했던 것일까요...

로즈마리 2006-02-22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녀에 대한 기록 중에 꽤 있지 않을까요? 예전에 타임머신 이런 데선 보니까, 남성과 여성을 같이 갖고 있던 궁녀에 대해서도 보여주던데..핫.

딸기 2006-02-22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그럴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