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시대를 상징했던 인물이지만 우리는 그를 기억할 것이다."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를 실시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PW 보타 전대통령이 세상을 떠났다. 극심한 탄압을 받았던 넬슨 만델라 전대통령은 보타의 마지막 길에 용서와 애도를 보냈다. 90세 고령이었던 보타의 사망은 큰 뉴스가 아니지만, 일생의 숙적이었던 그를 용서하고 누구보다 먼저 추모한 만델라의 모습은 다시 한번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언제나 할아버지 하시는 일에 감동하는 딸기는 당근 또다시 감동받음 ㅠ.ㅠ)


▶ P.W. Botha (left) and Nelson Mandela meet in November 1997 to discuss the Truth and Reconciliation Commission after Botha refused to testify. Botha, who was president at the height of the anti-apartheid struggle, died yesterday.


BBC방송, AFP통신 등은 1일 만델라를 비롯한 남아공 흑인, 백인 지도자들이 보타의 사망에 앞다퉈 애도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날 국제앰네스티가 주는 인권상을 받기 위해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한 만델라는 보타의 미망인 바버라 여사와 유족들에게 조의를 표한 뒤 "많은 이들에게 보타씨는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징으로 남겠지만 그가 평화로운 협상의 기반을 닦아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애도했다. 만델라는 "감옥에 있는 동안에 보타씨와 협상을 하면서 중요한 여러 가지 문제들에서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었다"며 고인을 치하했다.


1978∼1989년 대통령을 지낸 보타는 흑백 분리를 고수하고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만델라 석방을 끝내 거부한 장본인. 심지어 남아공의 `백인 언론'들로부터도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다혈질에 싸움꾼으로 유명했던 보타는 `늙은 악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1991년 후임자 프레데리크 데클라크 대통령은 만델라를 석방하고 자유선거를 약속함으로써 흑백 분리를 종식시켰다. 보타는 물러난 뒤에도 남아공의 분열과 어두운 과거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져왔다. 그의 집권 시절 3만명이 인종차별에 반대하다 투옥됐고, 심지어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백인들도 거센 탄압을 받았다. 숱한 사람들이 정보기관에 끌려가 고문당하고 살해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1994년 집권 뒤 과거사 문제에서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forgive without forgetting)'는 원칙을 내걸었던 만델라는 과감히, 때로는 흑인 피해자들의 반발을 무릅써가며 백인 정권 잔존세력을 끌어안았다. 한때 자신을 테러범으로 몰아붙였던 보타와도 만남을 갖고 화해 의지를 알린 바 있다.


만델라가 세운 `망각 없는 용서'의 원칙은 남아공에 뿌리를 내렸고, 보타의 사망은 그것을 다시금 세계에 확인시켜줬다. 보타 정권 시절 가혹한 탄압을 받았던 타보 음베키 현대통령은 만델라의 뒤를 이어 보타를 애도하며 측근을 유족에 보내 위로하게 했다. 음베키 대통령의 아버지 고반 음베키는 보타 정권 시절 만델라와 함께 로벤섬에 수감됐었고, 음베키 대통령의 아들과 남동생도 보타 정권의 하수인에게 피살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음베키 대통령은 하지만 "보타는 어려운 시절 대통령을 지낸 사람이며, (말년에는) 서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며 철저하게 흑인들 편에 서 `보타 정권의 가시'로 불렸던 백인 여성정치인 헬런 수즈먼(만델라 할아버지 자서전에도 수즈먼이 여러번 나오는데 이 사람에 대해선 좀더 자료를 찾아서 정리를 해놓고 싶다)과 줄루족 흑인운동을 주도한 망고수투 부텔레지 인카타자유당(IFP) 당수 등도 나란히 애도사를 건넸다.

보타의 유족들은 국장 대신 가족끼리 장례식을 치르기로 결정했으나, 남아공 관공서들은 오는 8일 장례식 때 조기를 게양하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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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06-11-02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잊지는 않지만 용서한다....정말 쉽지 않은 말이지요.

딸기 2006-11-02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사실 우리는 아직도 결론을 못 내리고 있으니까요.

가랑비 2006-11-02 15: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그런데 만델라 할아버지 책이 꽤 많이 나왔군요.

파란여우 2006-11-02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딸기님은 만델라 할아버지라면 므흣~^^

마노아 2006-11-0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동이에요. 배울 수 있을까요...후우..

딸기 2006-11-03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벼리꼬리님, 만델라 할아버지 책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저렇게 많이 나왔더라고요 ^^
여우언니 맞습니다, 저는 할아버지 일이라면 깜빡 죽어요 >.<
마노아님, 감동적이죠. 그런데 사실 우린 친일파 문제에서, 이렇다할 결론을 아직까지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니까요. 만델라처럼 친일파를 몽땅 용서해주자! 그렇게 이야기할 수 없는 측면도 분명 있고요. 참 어려운 문제 같아요.

딸기 2006-11-04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그래?
 
생명의 미래 자연과 인간 10
에드워드 윌슨 지음, 전방욱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여름휴가 때 폼 잡으려고 들고 갔다가 당연히 다 못 읽고,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야금야금, 꽤 재미있게, 끝을 냈다. 한번 훑어보긴 했지만 워낙 단어가 딸려서;; 다 이해했다고 말은 못하겠다. 책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자는 내용인데 멸종 위기 동식물 구체적인 케이스들과 보존운동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 이라는 이름이 주는 모종의 관념이 있다. 이 사람에 대한 글 토막들은 여러번 봤고(교양 수준의 생물학 책 중에서 윌슨 이름 한번 나오지 않는 책을 찾기는 힘들다) 윌슨의 저작을 직접 읽은 것은 ‘통섭’ 이래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그러니 내가 윌슨에 대해 안다 모른다 말할 게재는 전혀 아닙니다만..,, 이 책은 아무래도 주요 저작이라기보다는 ‘소품’이라 해야 하지 않을까. 윌슨의 학문적 경지를 군데군데에서 느낄 수는 있지만(더불어 생물학의 틀을 넘어선 그 박학다식함이란) 매스미디어에 실리는 에세이 성격이 강한 글들로 이뤄져 있다.

윌슨의 문체는 다소 시니컬하다. 시니컬한 재치 혹은 재치 있는 냉소 - 리처드 도킨스와 조금 톤이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번번이 읽는 사람 키득거리게 만드는. 그런데 문체는 쌀쌀맞지만 윌슨이 말하는 내용은 시니컬하지 않다. 이 책의 서론 격인 ‘소로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윌슨은 고전적인 자연주의자들과 자신의 경계선을 분명히 밝힌다. 윌슨은 “사람은 누구나 자연과 생명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가 이야기하는 바이오필리아 biophilia 는 ‘무턱대고 사랑’ 이런 것과는 좀 다르다. 어디까지나 ‘진화생물학적 관점에서’ ‘근거가 있는’ 자연사랑이 되겠다(물론 자세한 내용은 이 책에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왜냐? 이 책은 진화생물학 책이 아니라 자연보호 책이기 때문에). 윌슨이라는 사람은, 꽤나 깐깐하고 치밀하고 고집 세고 성격에서나 학식에서나 한 끗발 하는 이 학자는, 생명사랑 자연보호 당위성을 그렇게 인간의 본능으로 승격시킨다.

 

소로와의 경계선을 보든, 기술낙관론을 보든 윌슨은 환경보호운동가가 아니라 말 그대로 ‘과학자’다. 환경운동가들의 ‘격문’과 다르게 ‘윌슨 식으로’ 환경 문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책은 제법 재미있다. 지구온난화에만 신경쓴다 하지 말고 생물다양성에도 좀 관심을 가져보란 말이야! 어떤 환경론자들이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다. 윌슨은 어쩐지 자연보호 하는 사람들 안 좋아하고 무시할 것 같지만... 역시나 윌슨은 ‘위대한 학자’인 것 같다.

 

마지막 부분, “정치적으로 올바른 소리 한다는 비아냥 들을지 모르겠지만 그걸 감수하고라도, 환경운동 한다는 자들에 대해서 내가 칭찬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하는 구절은 정말 재미있었다. “성난 꿀벌처럼 세계무역기구나 세계은행, 세계경제포럼 회의장에 모여드는 환경운동가들, 때론 바다거북 모양 옷차림 하고 피켓 들고 나타나 목소리 높이는 저 그룹, 그들의 지혜는 어떤 찬송보다도 깊고 권력 가진 어떤 자들보다도 강하다.” 칭찬도 시니컬하게, 그러면서도 뜨겁게! 다른 건 차치하고 일단 이 문체는 매우매우 맘에 든다. 랄랄라.

인간의 habitat preference를 설명하면서 사바나를 언급한 부분, 남북한 DMZ를 생태공원으로 만들자고 한 부분, 신드바드의 로크새 부분도 내 관심사랑 연결돼 있어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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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wup 2006-11-0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칭찬도 시니컬하게. ㅋㅋ
그런 사람 칭찬 들으면, 매 맞으면서 좋아하는 기분이랄까.

딸기 2006-11-03 0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재밌는 비유네요
 

2006. 9. 24.

구릉과 자갈길, 덤불숲 사이를 한없이 달리는 것만 같았다. 일본제 사파리 차량은 덜컹거리면서도 케냐 수도 나이로비에서 탄자니아와 접한 암보셀리까지 이어지는 험한 길을 다섯 시간 동안 잘도 달렸다.
탄자니아로 넘어가는 국경마을 나망가에 잠시 멈춰 섰더니 마사이족 할머니가 조악한 팔찌 3개를 들고 와 강매 아닌 강매를 한다. 주름살이 깊이 팬 꼬부랑 할머니는 한국에서나 아프리카에서나, 얼굴색만 다를 뿐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나망가를 지나 다시 한 시간, 덤불 사이 기린과 쿠두(영양의 일종)가 고개를 내밀더니 갑자기 관목 숲이 사라지고 새하얀 너른 땅이 보였다. 들소의 한 종류인 누와 얼룩말이 풀을 찾아다니는 그 곳은, `동물의 왕국'에서 보던 아프리카의 초원과는 사뭇 달랐다. 눈이 번쩍 뜨이게 하는 저 흰 땅은 대체 뭐란 말인가.

그곳이 암보셀리(Amboseli)였다. 케냐 남서쪽 나이로비에서 250㎞ 떨어진 암보셀리는 유명한 킬리만자로(이 산은 탄자니아 영토에 있다)를 배경으로 펼쳐진 국립공원이다. 면적 390㎢, 1974년 문을 열었다. 케냐에서는 마사이마라와 함께 가장 유명한 관광지 중의 하나다.
한국에서는 아직 아프리카여행이 활성화돼 있지 않지만 유럽인들에게 케냐는 천혜의 관광지로 이름 높다. 동아프리카 최대 항구도시 뭄바사가 있는 동쪽 해안은 이슬람 주민들이 많아 치안이 좋고 번화하다. 기업들과 국제기구들의 거점도시인 나이로비가 있는 중부는 해발고도 1000∼1300m의 고원지대다. 내륙의 거대한 협곡,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Great Rift Valley)'를 사이에 두고 케냐의 동쪽과 서쪽에는 모두 고원이 자리하고 있다.
바다, 호수(빅토리아호), 사막, 화산, 고원. 관광가이드북에 나와 있듯, 케냐는 `지구의 축소판'이다. 열대에서 고원지대 한랭기후, 사막의 건조기후와 바닷가 지중해성 기후까지 다양한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적도에 걸쳐 있지만 주요 도시들은 해발고도가 높아 청량하다. 한국 교민의 말을 빌자면 "언제나 애국가 3절인(가을 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는)" 곳이 바로 나이로비다.

탄자니아 접경 희디흰 너른 땅 암보셀리는 마사이 부족의 언어로 마른 먼지, 혹은 먼지가 이는 땅을 뜻한다. 킬리만자로에서 수만년전 쏟아져내려온 용암과 화산석들이 암보셀리의 먼지를 만들었다. 해마다 4∼6월 우기에는 수심 1m 정도의 넓은 호수가 되어 동물과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그 나머지 연중 대부분에 해당되는 건기에는 사막과 반사막성 초원으로 변한다.
국립공원에 들어가려 메샤나니 게이트를 통과하는데 목걸이와 팔찌 따위를 팔러 온 마사이 소녀들의 호객행위가 거칠었다. 문을 지나고 몇 분 만에 자동차는 먼지를 일으키며 마른 호수 바닥을 달리고 있었다. 드넓은 흰 들판 곳곳에 먼지기둥들이 솟아올라가고 있었다.
얼룩말보다, 누 떼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여기저기 눈을 가리는 흰 기둥들이다. 넓은 평지가 만들어내는 공기의 흐름은 이곳저곳에서 회오리바람을 형성해 기둥을 쌓아올린다. 그 아래는 신기루다. 눈을 돌리면 곳곳에 물웅덩이들, 호수들이 보였다. 신기루 위로 모래바람이 솟구쳐 오르는 모습은 너무 초현실적이어서 내가 있는 곳이 어디인가 싶었다. 신기루가 아닌 것은 모래기둥과 얼룩말들뿐이었다.



나이로비에서 암보셀리 가는 길



암보셀리 국립공원 입구





저렇게 흙먼지가 회오리바람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요



우스꽝스럽게 앞가르마를 타고 있는 버팔로들.



암보셀리의 롯지. 이쁘지요? 실은 전기도 없어 자가발전 해야 하는 곳이랍니다;;



암보셀리에는 4곳의 롯지(호텔)가 있다. 곳곳에 코끼리 똥, 가시 많은 아카시아 울타리로 둘러쳐진 리조트다. 우리나라 야산에 많이 있는 나무는 중남미 원산인 `아까시'이고, 진짜 `아카시아'는 아프리카가 고향이다. 케냐에는 어딜 가건 아카시아가 있었다. 우산처럼 윗부분이 넓은 엄브렐라 아카시아, 줄기가 노란 옐로 아카시아. 삐죽삐죽한 아카시아 울타리를 짓밟아놓은 건 코끼리들이다. 납작납작한 방갈로들이 늘어서있는 롯지 한 곳에 짐을 풀었다.
명색이 호텔이지만 암보셀리 롯지의 객실에 전화나 TV 같은 문명의 이기는 없다. 유럽과 일본 등지에서 온 관광객들이 객실을 메우고 있으나 사실 이 곳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다. 호텔 측에서는 매일 서너 시간씩 시간을 정해놓고 기름을 태워 발전기를 돌린다. 웨이크업 콜을 신청하면 새벽에 직원이 방갈로 앞으로 와서 문을 두드리며 "일어나라"고 외친다. 더듬더듬 문을 열고 새벽별을 보면서 팁을 건네면 너무나도 인간적인 웨이크업 콜 절차는 그걸로 끝.

한밤중 암보셀리의 캄캄한 밤하늘을 보았다. 은하수, 은하수, 그 은하수를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떻게 말로, 글로 은하수를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늘에 레이저빔을 쏘아올린 것처럼 은하수가 펼쳐져 있다. 그래서 저것을 물(은하수)이라 하고 내(미리내)라 하고 영어로는 밀키 웨이라 부르는구나. 길바닥에 작은 램프만 켜져 있는 깜깜한 세상은 그야말로 별천지였다. 한국에서, 혹은 그 어느 개발된 나라에서 저런 은하수를 볼 수는 없을 것이었다.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하리라, 가슴에 새기고 하늘만 올려다보았다. 새카만 하늘 한가운데 흰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

그 은하수를 보고 너무나도 감동하여... 사진 찍는 선배에게 꼭 찍어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런데 찍을 수가 없다더군요, 장시간 노출로 궤적을 그리는 거라면 몰라도. 마구마구 조르니깐 선배가 사진을 찍어서 보여줬는데... 먹통으로 나온 것을 결국 눈으로 확인하고;; 포기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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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02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부럽습니다..저걸 직접 보셨다니...;;

하이드 2006-11-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하수. 아테네에서 한시간반정도 차를 타고 달려 유럽의 끝이라는 수니안곶의 포세이돈 신전에 갔을때 그 지중해의 포도주빛 바다는 못 보았지만, 밤 야경과 난생처음 보는 은하수의 향연을 보았지요. 불빛이라곤 없어서 발밑도 안 보이는 어둠 속에, 다만 하늘에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별들의 강.이라니. 저 역시 먹통 사진 찍어왔는데, 그래도 가끔 보면서 그때 일 돌이키기도 해요.

하이드 2006-11-02 1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아프리카. 사진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부럽지도 않아요.
언젠가 제 눈에 담을 날이 오려나. ^^

paviana 2006-11-0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는 비현실적이라도 부러워요...
은하수라니....항상 도시에서만 살아와서 강원도의 별에도 광분하는 제게는
정말정말 먼 별나라 이야기네요.

해리포터7 2006-11-02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젠가 로맨스소설에서 아프리카에대한 풍경묘사를 읽고는 죽기전에 꼭 가봐야 할곳이 아닌가 하고 맘먹었다지요..부러워요^^

딸기 2006-11-02 12: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오세요! 다녀들 오세요!
유럽 가고 미국 가고 하지만 마시고, 아프리카에도 꼭 다녀오세요!

딸기 2006-11-02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7님, 어떤 묘사일까... 궁금하네요.

해리포터7 2006-11-02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기님 로맨스소설이니 기냥..아프리카 초원에서 남과여가 아름답게 사랑을 속삭이며 대자연과 하나가 된다는 묘사겠지요.그리고 타는듯한 해질녘이 장관이라고...여기에서도 볼 수 있는 해질녘을 그 아프리카 초원에서 보면 어떤느낌일까하고요.ㅎㅎㅎ

딸기 2006-11-0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런 거였군요 ^^
 
인기추천 높낮이조절 유아 4단 책장 - 화이트 색상
제트디 퍼니쳐
평점 :
절판


돈 없다고 맨날 툴툴거리면서 알라딘에서 지름질 하는 걸 보고 내 옆자리 후배가 늘 놀린다. 그런데 엊그제는 책 지르다 못해 책꽂이를 질렀다...

집이 별로 크지 않고 살림살이는 많아서(대체 왜 많을까) 혼잡하다. 책은, 그동안 참 많이도 버리고 주고 했는데도 자꾸만 늘어난다. 요새 아이 책 좀 사고 얻어오고 했더니 아이 방 책꽂이가 꽉 찼다. 기념으로;; 책꽂이 하나 샀다. 아이방 서랍장이 흰 색이라 흰 책꽂이로 했는데 도착한 걸 보니 가게에서 쓰는 날림 책꽂이처럼 좀 튄다. 아이보리 기운이 약간 있었으면 딱 맞았을텐데 오리지날 흰색이다. -_-;;

암튼 그건 책꽂이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니 할 말 읎고. 책꽂이 그런대로 만족. 가격대비 만족도 꽤 높은 편. 책꽂이가 깊지는 않지만 아이 방에 놓기에는 나쁘지 않다. 다만 조립할 때에 나사 돌리느라고 힘들었다. 이것도 제조업자 책임이 아니라 내 쪼마난 드라이버 탓일까? 완전 날림은 아닌 것이, 조립식 4단짜리 내 어깨까지밖에 안 오는 크기인데 꽤 무겁다.

굳이 덧붙이자면-- 일본에서 이런 합판 조립식 책꽂이를 산 적 있었는데, 나무 빛깔 스티커가 들어있어서 나사 위에 붙여 가릴 수 있게 돼있었다. 작지만 섬세한 배려. 이 제품에도 흰색 동그란 스티커를 나사 숫자대로 넣어줬으면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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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11-01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39696

그러게나 말입니다. 작은차이라는 것이 크더라구요.


딸기 2006-11-02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게, 정말이더라고요.
(제가 일본에서 산 책꽂이는 결코 명품은 아니었습니다만 ㅋㅋ)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가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과학, 환경, 기후, 이런것들에 대한 책을 꽤 여러권 읽어봤는데, 이 책이 단연 재미있다.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가다’. 영어 원제는 High Tide-News From A Warming World.

책 앞날개에 실린 저자 약력을 옮겨보면
“1973년 피지에서 태어나 페루, 스페인, 영국에서 자랐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2000년까지 원월드넷(OneWorld.net)에서 활동했다. 이제 기후변화 분야의 전문가가 된 그는 기자, 환경운동가, 방송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www.marklynas.org
)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풍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보물창고 중 하나이다. 현재 옥스퍼드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며 지구온난화의 생생한 현장을 찾아가는데, 그 목격담은 정말 충격적이다.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기후변화 같은 것들, 신문에서 늘 접할 뿐 아니라 철 바뀔 때마다 서울 복판에 앉아서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어떤 과학자들과 어떤 정부관리들은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우린 알고 있다 - 봄가을이 사라진다, 여름이 더워졌다, 물난리가 자꾸 난다... 결국 우린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투발루. 투발루라는 나라를 들어본 일 있는가? 태평양 작은 섬나라가 신문에 등장한 적이 내 기억으론 두 번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올라가 나라가 가라앉을 판이라며 온실가스 펑펑 내뿜는 선진국들 상대로 소송 냈다는 것, 나라이름 인터넷코드가 .tv 라서 미디어업체들이 투발루 도메인을 탐낸다는 것, 그렇게 두 번이다.

소송 냈다고만 들었지만 어느 나라가 투발루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사과를 할까. 그러니 이들의 투쟁은 그냥 시위성으로만 보였을 뿐인데, 아직 ‘다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산호초 섬에는 이미 물이 들어차 ‘물바다 속에서 바비큐를 구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몇 년 안에 나라를 버려야 하고, 그나마 간신히 ‘난민’을 받아들여주기로 한 뉴질랜드로 조금씩 조금씩 이사를 가야만 한다. 어떤 노인들은 “섬과 함께 가라앉겠다”고 한다는데 비장하고 슬프다. 결국 나도 그들을 가라앉히는데 일조하고 있지 않은가.

 

해마다 황사가 심해지다 못해 아주 난리를 치는데 4장 ‘중국을 붉게 물들이는 황사’도 옆 나라 사람으로서 간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는 얘기였다. 저자가 묘사한 중국 변방 사막지대의 어느 마을 풍경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부해(腐海) 같기도 하고, 아베 코노 ‘모래의 여자’에 나오는 엽기적인 마을 같기도 하다. 저자는 또 빙하를 연구하는 아버지가 20년전 찍은 사진을 들고 페루의 산악지대를 찾아가는데, 아버지의 사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20년 뒤 ‘사라진 빙하’의 모습은 쇼킹하다. 저자는 빙하가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사라진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두 장의 사진을 보는 독자의 눈에도 역시나 충격적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열기를 느껴보라’이다. 사실 우린 이미 열기를 느끼고 있다. 뜨거운가? 겁나는가? 우린 그저 여름이 더워졌다며 에어컨을 켤 뿐이지만 투발루 사람들은? 이 책에 실린 르포들은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이 아니다. 우리에겐 미래의 일인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겐 이미 현실이 됐고, 우리의 현실로도 계속 스며들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른척하고 있을 뿐, 이것은 ‘지구의 현실로 떠난 여행’인 것이다. 투발루 사람들은 에너지 펑펑 써대면서 난민은 못 받겠다며 교토의정서조차 거부한 호주 사람들을 비난한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전임자가 서명했던 교토의정서를 거부했고, 호주 일본 같은 나라들을 끌어들여 ‘반(反)환경-반 교토’ 국가모임을 조직했다. ‘청정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태 지역 파트너십’이라는  x 같은 모임에 작년 우리나라도 한자리 끼어들었다. 투발루 사람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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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6-11-01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게 먹고, 적게 입고, 적게 쓰며 살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미안할 따름입니다.

딸기 2006-11-01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