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가다
마크 라이너스 지음, 이한중 옮김 / 돌베개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과학, 환경, 기후, 이런것들에 대한 책을 꽤 여러권 읽어봤는데, 이 책이 단연 재미있다.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가다’. 영어 원제는 High Tide-News From A Warming World.
책 앞날개에 실린 저자 약력을 옮겨보면
“1973년 피지에서 태어나 페루, 스페인, 영국에서 자랐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역사와 정치를 공부했으며, 졸업 후에는 2000년까지 원월드넷(OneWorld.net)에서 활동했다. 이제 기후변화 분야의 전문가가 된 그는 기자, 환경운동가, 방송해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의 홈페이지(www.marklynas.org)는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풍부한 자료들을 모아놓은 보물창고 중 하나이다. 현재 옥스퍼드에 거주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세계 곳곳을 돌며 지구온난화의 생생한 현장을 찾아가는데, 그 목격담은 정말 충격적이다. 지구온난화, 기상이변, 기후변화 같은 것들, 신문에서 늘 접할 뿐 아니라 철 바뀔 때마다 서울 복판에 앉아서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지만(어떤 과학자들과 어떤 정부관리들은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우린 알고 있다 - 봄가을이 사라진다, 여름이 더워졌다, 물난리가 자꾸 난다... 결국 우린 다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가 전하는 이야기들은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투발루. 투발루라는 나라를 들어본 일 있는가? 태평양 작은 섬나라가 신문에 등장한 적이 내 기억으론 두 번 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해수면이 올라가 나라가 가라앉을 판이라며 온실가스 펑펑 내뿜는 선진국들 상대로 소송 냈다는 것, 나라이름 인터넷코드가 .tv 라서 미디어업체들이 투발루 도메인을 탐낸다는 것, 그렇게 두 번이다.
소송 냈다고만 들었지만 어느 나라가 투발루 사람들에게 미안해하며 사과를 할까. 그러니 이들의 투쟁은 그냥 시위성으로만 보였을 뿐인데, 아직 ‘다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산호초 섬에는 이미 물이 들어차 ‘물바다 속에서 바비큐를 구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들은 몇 년 안에 나라를 버려야 하고, 그나마 간신히 ‘난민’을 받아들여주기로 한 뉴질랜드로 조금씩 조금씩 이사를 가야만 한다. 어떤 노인들은 “섬과 함께 가라앉겠다”고 한다는데 비장하고 슬프다. 결국 나도 그들을 가라앉히는데 일조하고 있지 않은가.
해마다 황사가 심해지다 못해 아주 난리를 치는데 4장 ‘중국을 붉게 물들이는 황사’도 옆 나라 사람으로서 간담 서늘해지지 않을 수 없는 얘기였다. 저자가 묘사한 중국 변방 사막지대의 어느 마을 풍경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에 나오는 부해(腐海) 같기도 하고, 아베 코노 ‘모래의 여자’에 나오는 엽기적인 마을 같기도 하다. 저자는 또 빙하를 연구하는 아버지가 20년전 찍은 사진을 들고 페루의 산악지대를 찾아가는데, 아버지의 사진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20년 뒤 ‘사라진 빙하’의 모습은 쇼킹하다. 저자는 빙하가 그 짧은 시간에 그렇게 사라진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하는데 두 장의 사진을 보는 독자의 눈에도 역시나 충격적이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장 제목은 ‘열기를 느껴보라’이다. 사실 우린 이미 열기를 느끼고 있다. 뜨거운가? 겁나는가? 우린 그저 여름이 더워졌다며 에어컨을 켤 뿐이지만 투발루 사람들은? 이 책에 실린 르포들은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이 아니다. 우리에겐 미래의 일인지 모르지만 어떤 이들에겐 이미 현실이 됐고, 우리의 현실로도 계속 스며들고 있다. 다만 우리가 모른척하고 있을 뿐, 이것은 ‘지구의 현실로 떠난 여행’인 것이다. 투발루 사람들은 에너지 펑펑 써대면서 난민은 못 받겠다며 교토의정서조차 거부한 호주 사람들을 비난한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은 전임자가 서명했던 교토의정서를 거부했고, 호주 일본 같은 나라들을 끌어들여 ‘반(反)환경-반 교토’ 국가모임을 조직했다. ‘청정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태 지역 파트너십’이라는 x 같은 모임에 작년 우리나라도 한자리 끼어들었다. 투발루 사람들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