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완전판) - 엔드하우스의 비극 황금가지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 16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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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이지만, 어릴 적엔 (누구나 한번쯤은 그랬듯이) 나도 추리소설 팬이었다. 나이가 들어 읽어도 재미있을까? 오래전 손에 땀을 쥐게 했던 크리스티 특유의 흥미진진함, 치밀한 플롯 속에 간간이 읽히는 인간에 대한 통찰, 그런 것들이 지금도 내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밤중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으며 재미와 공포 속에 책장을 넘겨야할지 말아야할지 갈등하게 만들었던 크리스티 여사 아닌가. 하지만 어릴적 마음에 새겨놓았던 책들이 훗날 아무 감동도 없는 ‘한 순간의 것들’로 판명나 오히려 ‘아니 읽는 편이 좋았던’ 꼴이 돼버린 것이 한두번인가. 그래서 일부러 좀 시큰둥하게 검고 매끈한 하드커버를 넘기기 시작했다.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했다! (이 소설은 특히나 공포스런 내용이 아니었던 탓에) 어릴적 만큼의 공포는 없지만 크리스티 여사님의 위력은 여전했다. 추리소설들 중에서 특별히 명작인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다 읽을 때까지 잠시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까부는 아이를 옆에 두고서 어수선한 와중에도 끝까지 책장을 넘겼다. 독자에게서 이렇게 높은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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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12-21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리스티 여사는 영원하죠^^

딸기 2006-12-2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
 
눈의 여왕 안데르센 걸작그림책 1
한스 크리스찬 안데르센 지음, 키릴 첼루슈킨 그림, 김서정 옮김 / 웅진주니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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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에서 이 책 표지를 보고 너무 멋져서 살까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딸아이 데리고 교보에 놀러갔다가 마침 옆에 이 책이 있어 들여다보게 됐다. 내용은 뭐 안데르센 눈의 여왕 그대로이고, 그림이 생각만큼 멋지지는 않다. 어쩌면 너무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될 책인지도 모르겠다. 표지에 나온 저 그림이 실제 책에서는 약간 세피아톤처럼 나와 있어서 표지 만큼의 감동은 없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에게 확 다가가는 그림도 아니고... 워낙 여러가지 번역이 나와 있는 유명한 책인 이상, 이 책의 핵심은 '그림'이 될 수 밖에 없다. 출판사에서도 거기에 초점을 맞춘 것 같긴 한데...

아이들에게 따스하게 다가가는 그림책이 아니라면, 아주 서늘하게 눈의 여왕의 이미지를 살리거나 매우 현란하거나 했어야 하는데 좀 어정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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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2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 보고 당장 주문했는데, 받고나서 쫌 실망했어요. 흑흑.

딸기 2006-12-20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치요? 영 별로인 것은 아니고 괜찮긴 한데, '쫌 실망스러운'... 그런 수준인 것 같아요.

반딧불,, 2006-12-20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아이들 대상이잖아요^^
그래도 한권 보너스에다 정말 저렴하죠. 전 정가 다 주고 샀습니다..흑흑

딸기 2006-12-20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한권 보너스? 정말예요?
 
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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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감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걸 ‘글 잘 쓴다’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루야마 겐지 같은 무게 있는 작가를 기대하진 않는다. 트렌디하면서 트렌디의 본질을 잡아내는 무라카미 류라든가, 심오함에 부유감(浮游感)을 얹은 듯한 하루키를 찾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쿠다 히데오나 가네시로 가즈키 같은 작가를 기대했을 뿐인데, 이건 아사다 지로에도 못 미친다. 하다못해 얄팍한 감동도 없다. 요즘엔 이런 것도 문학이라고 부르는구나, 문학의 범주가 참 넓네,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나친가? 유명작가라면 이름값 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기대할 뿐이다.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이라든가, 형식적 실험이 있든가, 고전적인 무게감이 있던가, 웃기고 자빠진 수준의 재미라도 있던가.

이 책엔 정말이지 아무런 의문도 없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세상의 허위와 진실 이런것들에 대한 물음은 전혀 남지 않는다. 국가의 권위와 체제의 압력, 그런 것에 대한 질문도 없다. 그냥 간첩 얘기로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간첩은 이제 '문학동네'의 판매 대상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그럼 대체 르네 마그리트는 또 왜 팔고 나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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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래서 제가 김영하를 싫어합니다.

딸기 2006-12-2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말고도 싫어하시는 분이 있군요! 반가워요
실은 저렇게 써놓고 좀 떨고 있었거든요 ^^;;

바라 2007-02-0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제 다 읽었는데 평균평점이 의외로 높네요. 저도 그냥 별 두개;; 21세기판 광장이라느니 쉽게 읽히면 당신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이라느니 하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딸기 2007-02-0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런 광고가 있었나요? ^^

비로그인 2007-03-0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세계에 그에 대한(광고문구) 자진 인터뷰도 있어요.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이번 작품에 좀 애가 달은 모양이에요. 이후 작품들 시점도 조심스럽고...
 
콘택트 1
칼 세이건 지음, 이상원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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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칼 세이건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코스모스’는 책꽂이에 잠자고 있다. 몇해전 ‘에필로그’ 읽고 몹시 감동하면서 고(故) 세이건 박사님을 존경하리라 했는데 책 인연이 없었다. ‘콘택트’도 언제적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용기와 에너지를 모아 간신히 손댔다.

 

멋지다... 너무 재미있다... 과학 얘기이면서 철학적이고, ‘앰버연대기’ 만큼은 아니지만 거기 버금가게 멋있다. 종교와 과학이 팽팽하게 선을 긋는데, 그 과정이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상상과 과학이 아슬아슬하게 만나는데, 그것 또한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별들이 보내는 소리에 귀기울여오던 여성 과학자, 그에게 들려온 소식과 머나먼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 어쩌면 참으로 공상과학소설같은, 전형적인 SF 스타일로 들릴 수도 있겠다. 그런데 문장 사이사이에 스며 있는 생각의 결들이 부드럽고 심오하고...

 

세이건은 과학자이면서 소설가이고 시인이고(정말로 시를 썼는지는 모르겠다) 철학자이고 심지어 ‘에필로그’ 같은 데에서는 시사해설까지 한다. 하나하나가 감동적이다.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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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2-09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필로그 읽었다면 코스모스도 꼭 읽어보세요(책 꽂이에 잠자고 있는 책을 깨워서 ㅋ) 코스모스가 훨씬 좋던데^^(私見)

딸기 2007-02-0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코스모스하고 창백한 푸른점, 에덴의 용 다 자고 있는데 곧 모두 깨우려고요. ^^
 
아체는 너무 오래 울고 있다 - Pamphlet 1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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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울었다. 사진도, 글도, 마음에 못을 박는다. 어째서 이렇게 세상엔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많은 걸까. 얼마전 아체 사람들이 처음으로 투표를 했고, 자기네들 대표를 뽑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아픔이 가실리야. 세상은 아체의 석유만 보고, 한꺼풀 벗겨진 쓰나미의 상처를 본다. 그걸 더 헤짚어 점령당한 이들의 깊은 아픔을 보게 되니 겹겹으로 슬프다. 죄악없는 국가란 없는 것일까.

나눔문화에 찾아가서 박선생님이 직접 찍어온 사진들로 만든 슬라이드 필름을 보았는데, 책으로 이미 한차례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눈물이 나와 혼났다. 이스라엘에 침공당했던 레바논 난민촌과 터키, 시리아 일대 쿠르드족 찾아간 이야기도 곧 이렇게 글과 사진으로 묶여 책으로 나온다고 하는데, 온통 눈물나는 일 투성이다.

죄악없는 국가란 없는 것일까. 터키는 유럽을 향해 목소리 높이면서 쿠르드족을 못살게 굴고,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방랑을 얘기하면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괴롭히고, 인도네시아는 독립 이래로 동티모르와 아체 사람들을 죽이고 가두고 땅 빼앗고 탄압했다. 한국은 식민지와 전쟁을 거친 뒤 남의 나라에 군대를 보내고 아무렇지 않아 한다. 국가가 죄악인 것일까, 남의 것 빼앗아 쓰며 살게 만드는 자본주의가 나쁜 것일까, 아니면 인간 세상이 원래 이렇게 잔인한 것일까. 세상의 모든 아픔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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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2-19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남쪽으로 튀어를 보며, 국가가 우리에게 꼭 필요했던 것이었나... 라며 곱씹어보게 되었어요. '국가'라는 이름이 경건하다고 믿었는데, 너무 잔인하고 참혹한 모습들이 많이 보여서, 혼란스러워요...

딸기 2006-12-19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앗, 안그래도 '남쪽으로 튀어' 리뷰 올리려던 참이었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