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제국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난 이 작가 잘 모른다. 아니, 전혀 모른다. 요즘 유명하다는 얘기는 들었다. 고르고 골라 읽은 책은 아니고, 손에 잡혀 읽었다. 앞부분은 재미있게 시작했는데 이렇게 경박할 줄 몰랐다.

경쾌한 것은 좋지만, 경박한 것은 싫다. 이 책은 그냥 경박하다. 솔직히 이 책을 10년 뒤에도 볼 사람 있을까 싶다. 대화나 상황설명이 유행어, 유행뉴스, 이런 것들로 되어있는데 작년 재작년 것들이다. 벌써 한두해만 지나도 뒤떨어진 감을 주는 것이 ‘유행’이다. 가비얍고 재미있게 보일지 모르겠으나 톡톡튀는 정신보단 톡톡튀는 말장난 글장난이다. 소재는 잘 잡았는데 문제의식은 없다. 전반적으로 너저분하다. 글재주가 있다고 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이런 걸 ‘글 잘 쓴다’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

비슷한 시기에 읽은 ‘남쪽으로 튀어’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마루야마 겐지 같은 무게 있는 작가를 기대하진 않는다. 트렌디하면서 트렌디의 본질을 잡아내는 무라카미 류라든가, 심오함에 부유감(浮游感)을 얹은 듯한 하루키를 찾는 것도 아니다. 그저 오쿠다 히데오나 가네시로 가즈키 같은 작가를 기대했을 뿐인데, 이건 아사다 지로에도 못 미친다. 하다못해 얄팍한 감동도 없다. 요즘엔 이런 것도 문학이라고 부르는구나, 문학의 범주가 참 넓네,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나친가? 유명작가라면 이름값 하는 작품을 내놔야 한다고 기대할 뿐이다. 매우 독창적인 스타일이라든가, 형식적 실험이 있든가, 고전적인 무게감이 있던가, 웃기고 자빠진 수준의 재미라도 있던가.

이 책엔 정말이지 아무런 의문도 없다. 삶의 가벼움과 무거움, 세상의 허위와 진실 이런것들에 대한 물음은 전혀 남지 않는다. 국가의 권위와 체제의 압력, 그런 것에 대한 질문도 없다. 그냥 간첩 얘기로 농담따먹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간첩은 이제 '문학동네'의 판매 대상이다. 그렇게 이해하고 넘어가려니, 그럼 대체 르네 마그리트는 또 왜 팔고 나선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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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6-12-20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그래서 제가 김영하를 싫어합니다.

딸기 2006-12-20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말고도 싫어하시는 분이 있군요! 반가워요
실은 저렇게 써놓고 좀 떨고 있었거든요 ^^;;

바라 2007-02-06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어제 다 읽었는데 평균평점이 의외로 높네요. 저도 그냥 별 두개;; 21세기판 광장이라느니 쉽게 읽히면 당신은 이 책을 잘못 읽은 것이라느니 하는 광고 문구가 무색하게 느껴지더군요..;

딸기 2007-02-06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 그런 광고가 있었나요? ^^

비로그인 2007-03-0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세계에 그에 대한(광고문구) 자진 인터뷰도 있어요. 혼자 묻고 혼자 답하는...
이번 작품에 좀 애가 달은 모양이에요. 이후 작품들 시점도 조심스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