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쟁 - 빈 라덴 조직과 미래의 테러
사이먼 리브 지음, 황의방.한영탁 옮김 / 중심 / 2001년 11월
평점 :
품절


책꽂이에 꽂아만 놓고 있다가, 갑자기 손이 그리로 가는 바람에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원제(The New Jackals)에서 알 수 있듯, 20세기 최고.최악의 테러리스트로 꼽혔던 자칼의 뒤를 잇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는 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의 주범인 람지 유세프, 후반부는 지난해 9.11 테러의 마스터마인드 오사마 빈라덴의 이야기이다. 오사마에 대한 것들은 지난해 하도 많이 봐서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사건들을 영화처럼 생생하게 재구성해놓아 재미있었다.

지난해 쏟아져나왔던 외신들은 람지 유세프가 오사마의 사주를 받았던 것으로 추측한데 반해 리브는 두 사람 간에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책이 쓰여진 것은 1999년인데 9.11 테러를 염두에 두고 읽으니 오히려 더 설득력 있었다. 저자는 미국 테러수사요원들을 꼼꼼하게 인터뷰하고 자료조사를 충실히해서 자칫 <그럴싸한 소설>로 보일 수 있는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를 사료로 격상시켜놓는다. 이슬람 자체에 대한 비난이 되지 않도록 신경을 많이 쓴 것도 맘에 드는 부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키신저 재판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안철흥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12월
평점 :
절판


책꽂이에 얹어두고 있다가 다시 꺼내 읽었는데 뜻밖에 술술 넘어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 중 하나라는 히친스는 여러 사료와 증언들을 종합해서 키신저라는 인간이 저지른 비열하고 잔혹한 행태들을 까발리고, 그의 무책임하고 저급한 변명과 거짓말을 맞받아친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워드 진 보다는 표현이 좀 격렬하고, 노엄 촘스키보다는 덜 신랄하다. 문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내용에서는 충실도나 역사의식으로 보나 두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촘스키의 <불량국가>와 묶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불량국가>는 <키신저>의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지난해부터 칠레 피노체트 정권에 대한 <진실과 정의 위원회>의 조사가 본격 진행되고 스페인 등지에서 피노체트 재판이 이뤄지고 있다. <진실과 정의 위원회>는 이미 키신저를 조사할 것을 결정했지만 키신저가 법정 출두를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어떻게 될까. 과연 <키신저 재판>이 이뤄질 수 있을까.

설마, 키신저가 어떤 인물인데 칠레에 가서 재판을 받겠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기 전에 <역사>를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인류는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가 결국은 승리했던 기록들도 꽤 많이 갖고 있음을 알 수 있게 될 거다. 언제가 되든 정의는 승리한다는 믿음. 구태의연한 결론인 듯 하지만 그래도 믿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향료전쟁 가일스 밀턴 시리즈 1
가일스 밀턴 지음, 손원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2년 11월
평점 :
품절


두껍고 영양가 없는 책이었다. 신문 북리뷰에서 이 책을 소개하는데 지면을 할애한 이유가 대체 뭐지?

영국은 어떻게 식민지를 개척했나.아시아와 아프리카인들은 얼마나 비열하고 미개하고 야만적이었나.그들에 맞선 영국인들은 얼마나 담대하고 용감했으며,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이었나. 영국인과 경쟁한 네덜란드 놈들은 얼마나 잔인하고 멍청한 것들이었나. 대체 내가 왜 이런 책을 보고 있어야 하는가 라는 생각이 절로.

식민주의 예찬이 갖고 있는 이데올로기 차원의 문제점들은 논외로 한다 하더라도, 향료니 茶니 마닐라삼이니 하는 것들을 놓고 <바로 이것 때문에 식민지 경쟁이 일어나 오늘날의 세계가 만들어졌다> <세계의 역사는 무엇무엇의 역사였다> 식으로 침소봉대 하는 책들 맘에 안 든다. 역사를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지 않고서야, 저런 식의 무리하고 성급하고 주제넘은 일반화를 시도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습관 2004-07-03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그렇져...?? 영국인 입장에서 쓴 편향적인 시각은 한없이 거슬리긴 한데,
그래도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되요. 그 시각 말고, 내용이요.
 
역사적 전환기의 문화적 재편성
박이문 지음 / 철학과현실사 / 200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 맘에 안 든다. ~적 ~의 ~적 ~ 한글 망가뜨리는 일어식 영어식 표현 뒤범벅돼 있겠구나 하는 느낌이 척 온다.

목차를 보니 각 항목마다 책 한권씩은 될법한 것들을 몽땅 모아놨길래, 혹시 우리나라에도 에드가 모랭 같은 이가 있으려나 해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못 따라가도 한참 못 따라갔다. 총론을 쓰려면 통찰력이 탁월하든가, 에세이를 쓰려면 글을 잘 쓰든가. 그래도 우리나라 압네 하는 지식인 글 중에 아주 나쁜 편은 아니었지만 <구체적인 지식.정보>에서 나온 내용을 찾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탄탄한 자료로 뒷받침되는 그런 주장 아니고 나오는대로 <인간 복제는 안 된다. 문명의 충돌보다는 문명의 대화를 해야 한다>라고 선언하는 거라면 누군들 못 하랴.

게다가 갑자기 유교타령은. 생명윤리의 바탕을 유교에서 찾자고? 글쎄. 유교야말로 저자가 목청 높여 비판했던 <인간 중심의 세계관> 아닌가? 영 별로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트 리들리의 붉은 여왕
매트 리들리 지음, 김윤택 옮김 / 김영사 / 200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게놈>과 <이타적 유전자>를 통해 국내에서도 탁월한 과학저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 리들리가 性선택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성격과 행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학습이냐, 본능이냐. 저자의 주장은 두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의 공통점은? 유전자 과신론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건, 그들을 <차별>해야 된다는 얘기랑은 다르다. <실재하는 차이>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교육>과 <환경>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리들리의 주장대로 <인정>하고 맞닥뜨리는 쪽이 낫지 않을까.

난 리들리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명쾌한 설명. 낙관적이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전공자가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과학맹신론과, 과학낙관론은 엄연히 다르다. 리들리는, 리처드 르원틴이나 스티븐 제이 굴드처럼 '인간 복제 이뤄지면 큰일난다'는 식으로 겁주는 대신 <인간을 위한 과학기술의 발전>을 옹호한다는 점에서 과학낙관론자에 해당된다. 미리부터 겁내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현실 무시한채 과학의 발전을 겁내기보다는, 과학의 성과들이 공정하고 생태지향적으로 쓰일 수 있도록 감시하면서 사회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지 않겠는가.

이 책에서 얘기하는 <성의 유전학> 역시 같은 맥락에서 봐야할 것 같다. 유전자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지식들을 <유전자 결정론>이나 <성차별적 주장> 혹은 <신 우생학>으로 평가절하하지 말고, 그 정보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 여자와 남자는 분명 다르고, 그 차이점은 우리 유전자가 지난 수백만년 동안 형성해온 역사적 과정의 일환이다. 남아선호 역시, 역사적 맥락과 함께 <유전적 맥락>을 갖고 있다. 우리의 본능은, 더 좋게 나아지기 위해 있다는 것이라는 인용구가 머리에 남는다.

리들리의 전작에서도 그랬듯이, 과학사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한 장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