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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을 꼬박 그림에 대해 생각해보는 일이란 어쩐지 근사해 보인다. 그림 보는 것이 좋아서 미술관에 찾아가고 눈에 담는 일, <목요일의 그림>은 작가가 일년 매주마다 그림을 보고 자신의 일상과 어울려 빚어낸 글이다.

특별한 날, 어느 계절을 지나가는 날, 감정이 이끈 어떤 그림들에 대해서, 현실과 그림 속 세상의 어떤 고리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들을 선사한다. <목요일의 그림>을 읽으면서 계절과 함께 지나가는 휴식의 선물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의 감성으로 이야기하는 동물 이야기는 과연 어떨까? 시인 권혁웅이 주변과 상상의 동물에 이르는 자그마치 오백여 동물의 눈과 귀가 되어 우리가 전혀 상상치 못한 이야기들을 전해 준다.

<꼬리 치는 당신>은 동물의 마음을 읽어내는 시인의 세심한 사랑의 시선, 그리고 무엇보다 참신함과 재치있는 시선으로 생각지 못한 다른 세상의 문을 열어주는 시도가 무척 흥미로워 보인다.

 

 

 

 

 

 

 

 

 

<로마인 이야기> <십자군 이야기>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일본의 역사학자 시오노 나나미의 십오년간의 에세이를 묶은 <생각의 궤적>이다.

작가의 평소 역사의식은 물론이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과 작가로서 임하는 태도, 철학 등이 여러 매체에 실린 것을 묶어내었다. 원로 학자로서 어떤 삶을 앞으로 이어갈지도 주목하면서 차분한 겨울을 나고 싶다. 

 

 

 

 

 

 

 

 <다시 태어나다>는 작가 수전 손택의 14살인 1947년 부터 서른이 되던 1963년 그년의 청춘에 관한 일기이다. 그의 아들에 의해 공개된 이 책은 사랑의 열병을 가득 안고 괴로워 했던 수전손택의 치부와도 같은 기록이다. 가족에게도 알려지지 않았다가 그녀가 죽기 직전에 아들에게야 고백한 그런 일기라고 한다. 태우거나 없애지 않고 이마저 고백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역시 젊은 날의 기록이어서 성적인 욕망과 동시에 지적인 열망이 그녀를 가득 메우고 있었던 듯 싶다. 한 작가의 솔직하고 비밀스런 이야기들을 엿보고 싶어진다.

 

 

 

 

 

 

요조는 요조숙녀의 요조가 아니라 <인간실격>의 요조라는 걸 많이 강조한다. 감수성이 참 예민하고 노래 역시 과연 요조다운 구석이 있어서 그녀를 마냥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녀만의 낮고 슬픈 감정선을 따라 듣는 것이 좋고 자분하게 말을 걸어오는 것 같은 음성은 어느 계절에나 듣기 좋다.

가사만 봐도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알 것 같아서 이번 에세이 또한 그녀만의 유머 가득한 시선, 솔직하고 곧은 수줍음을 다시 웃으며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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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수업 - 잘 물든 단풍은 봄꽃보다 아름답다
법륜 지음, 유근택 그림 / 휴(休)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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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가다가 어렵고 힘들고 궁금해질 때 우리는 누군가에게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내 얘기를 좀 들어주세요. 나를 진짜 어떡하면 좋죠, 계속 가야할까요? 울어도 되나요? 나는 괜찮은 건가요?'  

 

진정 마음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면, 극한 범죄를 일으키는 사이코패스도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는 누군가도 극단적 상황만은 모면할 수 있다란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사람은 외로워서, 힘든 삶에 대한 지침을 위로받고 싶어서 자신을 괴롭히고 가장 가까운 사람을 덩달아 힘들게 만드는 모양이다. 사람은 누구나 혼자지만, 그렇다고 평생 혼자서 썩 잘 살아갈 수 있으리란 기대는 아무래도 힘든 것이다. 마음의 근심이 생기면 혼자 어떻게든 덜어 낼 방도를 찾게 되겠지만, 이도 힘들어지면 고통에 얼얼해져서 그만 다른 타인에게 고백이라도 해야 내일을 살 수 있는 게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쉽게 고민을 이야기하고 들어준 사람에게 어떤 조언이나 충고 따위를 듣는 것을 잘 융화해서 덜어내는 타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이는 웬만해선 속 말을 하지 않고 어떻게든 혼자 이겨내 보려는 타입도 있다. 내 경우는 이 두 가지 경우를 함께 가지고 있는 매우 애매한 경우다. 비교적 가볍고 해결점이 보이는 고민들은 잘 털어놓고 상의하는 편이지만, 깊은 고민이 생기고 막막할수록 혼자 앓고 만다. 그래서 고민이 한번 생기면 오래가는 편이고, 그만큼 오래 견뎌내야 한다. 이렇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면 사실 사람에 대한 큰 신뢰감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주위 사람을 얕보는 말 같아서 뭣하지만, 사실 남의 고민에 어떤 깊은 관여 없이는 그다지 근사한 조언자로서의 역할은 꽤 힘든 것 같다는게 나의 지론이다. 물론 인간에 대한 불신이 있다면 이를 아는 이상 상대방에게 이 이상의 것을 기대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을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이미 크게 상심하고 있는 아슬한 마음에 상대방의 기대 이하의 반응이라도 겹쳐진다면 아마 크게 나락으로 밀쳐지는 기분을 맛볼 것이 아닌가. 나는 다만 이를 피하고 싶을 뿐이다. 이런 이유로 나는 사람들에게 깊은 고민일수록 고백하는 법이 별로 없었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람을 너무 불신하고 미워하는 사람 같아 보인다. 사실 이 말을 하려던게 아니라, 깊이 자신을 돌아볼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들었고 별 기대는 안한다는 소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곧잘 누군가의 고민 상담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편이지만, 이 노릇도 거의 동조해주거나 다독여주는 손길 정도로의 온도만 전하려고 한다. 물론 거의 희망을 주려는 말을 애써 하는 편이지만 썩 내키지 않을 때는 입을 닫는 경우가 더 많다. 괜한 희망을 주지 않으려는 본연의 비관주의가 자꾸 머리를 내밀기 때문일지.

어쨌든, 누군가에게 깊은 동감을 하고 조언을 하는 일은 매우 심사숙고할 일이고, 아무나 하기란 힘든 일은 것만은 확실하다. 확실히 듣고 싶은 말을 해주는 일이라거나, 충고를 하게 될 지라도 진심으로 전해지는 따스함이라는 건 전제되야 하는 일이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대게는 터득하는 삶의 지혜나 방편들이 쌓이게 되고, 좀 더 나아보이는 길로 방향을 이끌어주게 마련이다. 위로를 해준다라는 건 그리 거창한 일도 자격이 필요하지도 않은 일같지만 분명한 건 한마디의 말이라도 위로가 되어야 한다라는건 자명하다.

그리고 이 ‘위로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에게보다 자기 자신에게 더 발휘되는 사람이라야 등식이 성립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의 마음을 잘 읽고, 고민하고, 생각해내고, 치유하고, 단련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잘 해낸 건강한 사람들 말이다. 자신을 위한 삶을 오로지 수행으로서 걸어가는 수행자들의 삶은 그래서 참 특별해 보인다.

 

 

 

 

 

<인생수업>에서 전하는 법륜스님의 세상의 모든 고민을 바라보는 눈은 참으로 면면이 솔직하고, 날카롭다. 그것이 들려줄 이에게 옳지만 이상적인 말에 지나지 않다 하더라도 궁극의 혜안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흔적은 이미 상대방으로 하여금 진심의 치유를 해준다.

여기 모인 삶의 다양한 모습들, 그리고 그 삶으로 둘러싼 고난들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생각보다 잘 견뎌내고 있구나 하는 면을 새삼 생각해 보았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든 극복하려는 삶의 의지들이 남에게 고백한 작은 용기로 또다시 용기를 얻고, 희망을 맛보는 것일 테다. 인생을 더 잘살아 보려는 노력은 누구나 꿈꾸지만 자기 마음 속 근심으로부터 벗어나야 일일 진보도 있을 것이다. 법륜의 말처럼 자꾸만 벗어나려는 노력들을 왜 해야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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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노래
김중혁 지음 / 마음산책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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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혁 작가의 데뷔작 <펭귄 뉴스>를 읽고 나서 소문대로 거대한 신인이 나타났구나 싶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던 것은 무게감이나 비장함 없이도 좋은 문학일 수 있구나, 내 안에 있던 일말의 편견들을 걷어내준 소설이었다. 그것은 흡사 어떤 새로운 세기가 왔구나 싶은 감정을 심어 주었고, 발랄한 젊은 작가의 출현이 읽는 내내 설레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모르긴 몰라도 이 소설의 작가가 실제로도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다재다능한 사람일거란 기대가 들었다. 알면 알게 될 수록 김중혁이란 사람의 개인적인 호감도도 높아지고 참 매력이 많은 예술가라는 인상을 차기작들을 읽으면서도 계속해서 느끼게 되는 바였다.

김중혁 작가의 글쓰는 재주 외에 관심사는 어느 소설에서든 기발하게 드러났다. 평소 발명을 즐겨 상상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세상에 없는 미지의 세계를 그려내는 상상력은 실로 감탄스러웠다. 그 어떤 황당함에 놓여 있더라도 현실처럼 어울리게 펼쳐지는 소설 속 세상은 참으로 다채로웠다. 실제로 존재하지 못할 상황이 주어지더라도 그가 부리는 그럴듯한 세상에 놓이면 아지랑이가 몽실 피어나는 현실이 되고 근사한 판타지로 펼쳐지곤 했다. 그것은 그만이 펼쳐 낼 수 있는 세상의 발명이었다.

 

 

 

 

 

이번 에세이 <모든 게 노래>에서 작가는 자신의 부족함이 세상 사람들을 어떻게 위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이점이 어쩌면 그의 작품 세계의 핵심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작가로 살아가는 것에 어떤 자격이 있다면 자신이 부족한 사람일거라고 스스로 자문한 흔적들은 인간적이고 참 좋다어찌어찌해서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고 글을 쓰는 것에 여전한 물음표들을 안고 살아간다고 고백하는 것이 그의 글을 더욱 진실되고 빛나게 해준다. 그리하여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위로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전적으로 옳다.

 

 

 

아픔을 아프게 그려냄으로서 위로를 줄 수도 있고, 아니면 정반대의 삶으로 희망을 줄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자들의 아픔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발현되어 각자의 몫으로 치유되기 마련이다. 작가는 오랜 세월 여러 방면으로 삶의 방법들을 부딪치고 쌓아 오면서 그만의 글쓰기를 완성해 나가는 중인 듯하다. 그의 소설이 언제나 세상의 변방 어딘가를 떠돌게 하는 이국적인 매력을 지닌 것, 고임 보다는 떠돎에 대한 자유분방함을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깊이 묻혀 있던 소외의 감정같은 것이 해방되는 느낌이다. 이러한 식으로 세상이 생각보다는 더 재미있고, 전혀 지루하지 않은 세계라는 용기를 준다. 기발한 매력으로서 다른 창을 열어주는 환기의 노릇을 톡톡히 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게 노래>는 김중혁 작가가 오랜 시간 가슴을 뛰게 만든 나만의 플레이리스트를 모은 에세이다. 상황마다 무엇보다 계절마다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해주는 것도 물론 좋았지만, 그 시기를 겪어낸 소소한 일상과 추억들을 노래와 엮어 낸 것이 역시 그다운 일상을 만난 것 같아 반가웠다. 여느 작가의 글도 안그렇겠냐만, 김중혁 작가의 글은 특히나 평범한 듯 우리의 일상을 더듬어 주는 매력이 크다. 그의 글을 읽고 주변을 다시 돌아보면 새삼스러워 지는 것들이 참 많다. 

 

 

 

언제 어디에서든 찾게 되는 것이 책보다는 음악이라는 생각을 종종 해왔다. 음악을 듣는 일은 잠시 생각을 내려놓게 되는 ‘일시정지의 순간을 주고, ‘영원의 막연함을 사랑하게 만들어 준다. 그와 함께 흥얼거리게 되는 음악들을 찾아 들으면서, 나만의 시간을 좀 더 근사하게 꾸며줄 어떤 궁리에 대한 생각을 골몰해 보았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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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작가 이윤기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조금도 줄지 않은 것 같다. 하긴 이윤기체란 말이 있을 정도로 번역본과 자신의 창작물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많은 작품들로 대중들을 끊임없이 만나온 덕이 클 것이다. 

그의 대표작이라면 역시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 <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는 그가 작가로 살아오면서 글에 대한 온 생각과 고심들을 엮어낸 39편의 에세이들이다. 조르바를 번역하면서 들었던 생각, 오류를 범했을 때의 솔직한 심경 등 글쓰기에 대한 그만의 철학이 담겨있다. 등단을 한 이래로 창작과 번역이라는 두 길을 걸어온 이윤기 인생에서 '쓰기'란 어떤 것이었을까, 언어와 맞싸워 온 치열한 글 이야기를 듣고 싶어 지는 신간이다.

 

 

 

 

 

 

 

 

 

 

그의 작품 <소설가의 각오>만 읽어 봐도 마루야마 겐지라는 작가의 간결함, 명료한 이미지가 각인되고 만다. 이 책 <인생 따위 엿이나 먹어라>라는 제목만 보고도 그가 세상으로 하여금 어떤 일침을 가하고 싶어지는 의도일지 얼핏 눈치를 챌 것 같다. 그는 어떤 흔한 위로나 꼰대처럼의 말을 쉽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인생을 개척하며 혼자 걸어가라는 의미로 이 책을 엮어 나간다.

국가와 가족, 친구, 동료 등 나를 구속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 이것들로 벗어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나게 되는 '자아찾기'에 대한 인생론이다. 조금은 과격할지라도 오롯이 혼자 걸어가라는 그만의 이야기를 듣게 될 모양이다.

 

 

 

 

 

 

 

황경신 작가의 글은 계절마다 한번 씩 생각이 나는 언제봐도 새롭고 반가웁다. 그리고 벌써 열일곱 번째 책이 나왔다. 전작 <생각이 나서> 이후 3년간의 이야기가 다시 새로운 얼굴을 하고 마주 앉게 한다.

작가의 언어는 언제나 차분하고, 깊은 골목 어딘가를 헤매게 만드는 저녁의 시간을 닮아 있다.

왠지 길을 잃어도 좋을, 안개가 자욱한 영원에 대해 말해주는 것일까. 밤 열한시, 그녀의 시간을 지나간 수많은 그림자와 기억들을 우리는 또 어떻게 머무르며 공감할 수 있을 지, 가을날의 밤 열한시를 기다리게 하는 책이다.

 

 

 

 

 

 

 

내게 정여울은 평론가로서 이름을 알고 있기 보다는 다양한 예술 전반에 대한 다각도의 해석과 평을 써온 작가라는 인상이 깊다. 연극이라던가 영화, 소설 등 비유할 수 있다면 혹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가능한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보는 혜안이 있는 작가라서 단지 평론가라는 테두리 안에 갇혀 두고 싶지 않다.

이번 신간 <잘 있지 말아요>는 '사랑'에 대한 궁극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서 배우처럼 여러 입장이 되어 본 각양각색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정여울만의 '사랑'에 대한 단상이 궁금해 진다.

 

 

 

 

 

 

 

 

얼핏 소개글만을 읽기에도 호기심이 충만해진다. 이 책은 건축가인 저자가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의 집에 직접 머물게 되면서 알게 되는 그 마다의 다양한 삶의 풍경을 풀어낸 책이다.

건축가로서 집을 짓는다는 행위에 대한 철학적인 구도적 행위로서 이 여행은 시작됐을 것, 집집마다 그 고유한 향기와 동선과 삶의 모습을 엿보게 되는 일이 그는 얼마나 즐거웠을까? 

과연 어떤 집에서 어떤 음식들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생각을 같이 공유하게 되었을지, 자못 '집'의 풍경이 기대되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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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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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자화상을 남기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졌지만, 인사동을 지날 때 거리 화가가 그려낸 초상화를 보고 있으면 하나 쯤 남겨도 좋을 것 같다. 아마 사진과는 다른 매력의 내모습을 기대하는 호기심 때문일 텐데, 분명 그림에서의 얼굴을 화가는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한 듯 싶다.

사진은 나와 카메라 사이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은 일단 나를 본 화가의 눈’ 즉 3의 존재가 아주 커다랗게 존재하는 예술이다. 남이 본 나는 과연 어떤 특질로서 비춰지는가 이러한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림에는 단 한가지의 표정만을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물의 개성과 인상의 과장이 절묘하게 남겨진다. 그리는 사람의 기술적 의도가 그 인물의 개성과 버무려져 초상화의 매력을 드높여 준다.

 

 

옛날에는 돈과 권세가 있던 귀족, 양반들에게나 과시의 용도로서 혹은 후세에 남겨둘 목적으로 초상화가 남겨졌다고 하는데, 몇몇 작품들만 봐도 당시의 인물이 어떤 품성이었는지 어떤 위치의 사람이었을지 판가늠 되기도 한다. 물론 그리는 사람은 고객에게 칭찬을 들을 셈으로 미화하거나 과장해서 환경을 묘사해줄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실제보다 낫게 그렸을 것을 감안 하더라도 작가가 포착해낸 인물의 개성은 고스란히 드러나는걸 알 수 있다.

성격이라던지, 상황, 시대, 이야기들이, 인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더불어, 화가의 숨은 의도 개성들이 읽혀진다. 초상화는 그 사람을 말해주는 응집된 결과물로서 그 모든 것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중요한 단면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라는 데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만약 한 장의 그림처럼 서사가 담긴 그 무엇을 표현한 장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언뜻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짧고 간결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실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석자 ’의 개입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분석적인 측면에서 한 편의 비평글’이 떠오른. 초상화는 인물을 개성 있게 담아야 함은 물론이고 한 가지 표정 안에 숨어진 기질까지 담아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문학 비평가는 작품이 가지는 가장 핵심적이고 특질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내고 분석해내는 기술로서 초상화를 만들어내는 화가와 맞닿은 기질이 많아 보인다. 이 책 <작가의 얼굴>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책의 작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신랄한 비평을 한 덕분인지 독일 내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비평가라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이 책에서 만큼은 날 선 분석적인 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주로 작가에 대한 사담과 적당의 찬사와 비판을 담고 있다. 물론 아무리 유명작가라도 부풀려진 면이 있다면 과감히 칼을 세우고 제대로 도려내야 더 좋았다라는 아낌없는 비평도 하고 있다. 그런대로 비평가로서의 자질을 면면이 보여주지만 대체로 그것은 수긍할 수 있을 만한 정도로 비춰진다. 그보다 이 책은 작가가 숙명적으로 수집하게 된 초상화’들로 하여금 여러 문호들의 이야기들의 묶어 본 책으로 보는 게 무방할 것 같다. 간추려진 인물들의 목록을 보다보면 무조건 찬미해도 모자랄 위대한 사람만을 담았구나 싶어지지만 그것도 아니었던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었다.

 

 

어떤 경로로 수집을 하게 됐다던가, 작품세계는 어떻다던가 하는 비평가로서의 평이 주를 이루지만 흥미로운 점은 정작 초상화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안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림의 어떤 점이 흥미롭다 하는 걸 말하는 대신(물론 미술 평론을 하자는 게 아니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독자들이 알지 못할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소개하거나 자신만이 생각하는 비평을 쏟아내는 데 더욱 열중하는 글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다소 의아했지만 읽다보니, 잘 알지 못했던 작가 부분을 읽을 때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이해가 쉬웠고, 한 컷의 초상화만으로 작가나 작품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작가의 얼굴>을 읽다보면 그의 칼날이 결코 쉽게 재단하고 부려지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론가라면 당연한 자질인지도 모르지만, 참 뻔하지 않은 해석을 내놓고 작품 이면의 세상을 들추어낼 줄 아는 진면모를 가진 비평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배경을 알고 분석할 수 있었을까 존경심이 일기도 하다가, 종래에는 그에게 그나마 초상화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평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휘둘려 지는 펜이라는 칼날이 초상화라는 삶의 위트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참으로 근사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펜이 조금이라도 더 날서고 무뎌지는 걸 막을 수 있던 삶의 활력소는 한 장의 초상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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