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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얼굴 - 어느 늙은 비평가의 문학 이야기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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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보편화 된 세상에서 자화상을 남기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어졌지만, 인사동을 지날 때 거리 화가가 그려낸 초상화를 보고 있으면 하나 쯤 남겨도 좋을 것 같다. 아마 사진과는 다른 매력의 내모습을 기대하는 호기심 때문일 텐데, 분명 그림에서의 얼굴을 화가는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궁금해지는 것도 당연한 듯 싶다.

사진은 나와 카메라 사이에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림은 일단 나를 본 화가의 눈’ 즉 3의 존재가 아주 커다랗게 존재하는 예술이다. 남이 본 나는 과연 어떤 특질로서 비춰지는가 이러한 재미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그림에는 단 한가지의 표정만을 담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물의 개성과 인상의 과장이 절묘하게 남겨진다. 그리는 사람의 기술적 의도가 그 인물의 개성과 버무려져 초상화의 매력을 드높여 준다.

 

 

옛날에는 돈과 권세가 있던 귀족, 양반들에게나 과시의 용도로서 혹은 후세에 남겨둘 목적으로 초상화가 남겨졌다고 하는데, 몇몇 작품들만 봐도 당시의 인물이 어떤 품성이었는지 어떤 위치의 사람이었을지 판가늠 되기도 한다. 물론 그리는 사람은 고객에게 칭찬을 들을 셈으로 미화하거나 과장해서 환경을 묘사해줄 수는 있겠으나 적어도 실제보다 낫게 그렸을 것을 감안 하더라도 작가가 포착해낸 인물의 개성은 고스란히 드러나는걸 알 수 있다.

성격이라던지, 상황, 시대, 이야기들이, 인물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 더불어, 화가의 숨은 의도 개성들이 읽혀진다. 초상화는 그 사람을 말해주는 응집된 결과물로서 그 모든 것이라고까지는 못하더라도 중요한 단면을 말해주는 중요한 단서라는 데는 틀림이 없을 것 같다.

 

 

 

만약 한 장의 그림처럼 서사가 담긴 그 무엇을 표현한 장르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언뜻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짧고 간결하지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충실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석자 ’의 개입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분석적인 측면에서 한 편의 비평글’이 떠오른. 초상화는 인물을 개성 있게 담아야 함은 물론이고 한 가지 표정 안에 숨어진 기질까지 담아야 하는 복합적인 작업이다. 그리고 문학 비평가는 작품이 가지는 가장 핵심적이고 특질적인 요소들을 끄집어내고 분석해내는 기술로서 초상화를 만들어내는 화가와 맞닿은 기질이 많아 보인다. 이 책 <작가의 얼굴>을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 바로 이것이었다.

 

 

 

이 책의 작가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신랄한 비평을 한 덕분인지 독일 내에서 유명세를 톡톡히 치르는 비평가라고 한다. 그런데 적어도 이 책에서 만큼은 날 선 분석적인 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주로 작가에 대한 사담과 적당의 찬사와 비판을 담고 있다. 물론 아무리 유명작가라도 부풀려진 면이 있다면 과감히 칼을 세우고 제대로 도려내야 더 좋았다라는 아낌없는 비평도 하고 있다. 그런대로 비평가로서의 자질을 면면이 보여주지만 대체로 그것은 수긍할 수 있을 만한 정도로 비춰진다. 그보다 이 책은 작가가 숙명적으로 수집하게 된 초상화’들로 하여금 여러 문호들의 이야기들의 묶어 본 책으로 보는 게 무방할 것 같다. 간추려진 인물들의 목록을 보다보면 무조건 찬미해도 모자랄 위대한 사람만을 담았구나 싶어지지만 그것도 아니었던게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었다.

 

 

어떤 경로로 수집을 하게 됐다던가, 작품세계는 어떻다던가 하는 비평가로서의 평이 주를 이루지만 흥미로운 점은 정작 초상화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안하는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 분석하고 그림의 어떤 점이 흥미롭다 하는 걸 말하는 대신(물론 미술 평론을 하자는 게 아니니까 그럴 만도 하지만) 독자들이 알지 못할 역사적인 배경지식을 소개하거나 자신만이 생각하는 비평을 쏟아내는 데 더욱 열중하는 글이다. 처음에는 이 부분이 다소 의아했지만 읽다보니, 잘 알지 못했던 작가 부분을 읽을 때 좀 더 자세히 설명을 들을 수 있으니 이해가 쉬웠고, 한 컷의 초상화만으로 작가나 작품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작가의 얼굴>을 읽다보면 그의 칼날이 결코 쉽게 재단하고 부려지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평론가라면 당연한 자질인지도 모르지만, 참 뻔하지 않은 해석을 내놓고 작품 이면의 세상을 들추어낼 줄 아는 진면모를 가진 비평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렇게 많은 작가들의 배경을 알고 분석할 수 있었을까 존경심이 일기도 하다가, 종래에는 그에게 그나마 초상화를 모으는 취미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평가라는 직업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휘둘려 지는 펜이라는 칼날이 초상화라는 삶의 위트가 함께 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참으로 근사한 조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펜이 조금이라도 더 날서고 무뎌지는 걸 막을 수 있던 삶의 활력소는 한 장의 초상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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