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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의 추리책방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모든 미스터리 팬들의 영원한 친구로부터"
글로 밥 벌어 먹는 사람들을 제외하고서도 압도적인 독서량과 그에 따른 해박한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은 많다. 충성도 높은 독자들이 즐비한 추리소설이나 SF 등의 장르소설 역시 전문가 수준의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박식한 독자들 사이에서 명성을 떨친 사람 중에 가장 이상한 케이스가 알라디너 물만두 님이다. 물만두 님의 리뷰들을 읽어 보면 소위 ‘명 리뷰어’라고 알려진 사람들의 박식하고 심도 있는 해설과는 달리 편안하고 부드러운 느낌에 사로잡힌다. 찻집에서 친구와 마주앉아 책 이야기를 나눌 때의 기분이다. 이거 너무 좋아, 하면서 눈을 반짝이는 독서광 친구가 떠오른다. 추리소설 리뷰를 읽으면서 흐뭇함과 위안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감상문을 조용히 쌓아 올린 성실한 친구가 우리 곁에 있었다.

그리고 이런 글이 천 개가 넘게 작성되었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친근함은 업적이 된다. 이 책이 괜찮은가 하고 뒤져보면 십중팔구는 ‘또 그 친구’가 조근조근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그 글들이 더 업데이트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으로도 충분하다. 만약 걸작이 영원하다면 그 모든 좋은 책들에 따뜻한 진심을 남긴 친구 역시 함께 영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물만두 님과 일면식이 없더라도 괜찮다. 책을 읽는 사람들은 글이 벗이 될 수 있음을 아니까. 물만두 님 서평의 정수를 모은 이 책은 걸작 추리소설을 찾아가게끔 도와주는 가이드 북이며, 동시에 현명하고도 마음 따뜻한 친구가 기다리는 집이다. 그러니 이 땅의 추리소설 팬들은 숱한 고난 속에서도 복될지어다. 우리는 언제든 페이지를 펼쳐 찾아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최고의 파트너를 얻었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물만두의 방대한 독서량과 그 안에서 재단되던 비평은 모든 작가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제나 가장 먼저 맞이하는 것은 편안한 미소였다. 물만두에게는 그 무엇에 앞서 작가와 작품을 향한 따듯하고 애정 어린 시선이 있었다. 독설과 자폐적 담론들이 멋스럽게 보이는 기형의 시대다. 그러기에 그 미소가 참 보고 싶다.(이은,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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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
우치다 타츠루,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 갈라파고스

"세상에 가장 필요한 데다 재미있기까지 한 마르크스 이야기"
우선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는 제목을 보고 80년대를 떠올리지 말길 바란다. 그때는 이런 말 안 해도 다들 읽을 때였으니 말이다. 물론 그때 마르크스를 독파하던 선배들 대부분은 혁명가가 아닌 생활인으로 살아간다. 그렇다고 마르크스 읽기의 필요와 효과가 사라진 걸까? 이 책은 일본에서 기획되었지만 앞선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청년에게 마르크스를 읽자고 강변하는 까닭은 삶과 사회에서 마주하는 문제 해결을 위한 ‘성숙한 인간’의 교육에 이만큼 적절한 텍스트는 없기 때문이다. 마르크스의 혁명 기획을 실천(혹은 실현)하느냐의 문제 이전에 공동체의 온전한 삶을 고민하는 단계에서 그를 읽는다면 갇힌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각과 관점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 책이 필요한 까닭을 설명했으니, 이번에는 이 책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살펴보자. 작년 <푸코, 바르트, 레비스트로스, 라캉, 쉽게 읽기>로 맛깔난 글쓰기를 보여준 우치다 타츠루는 동료 이사카와 야스히로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마르크스의 주요 저작을 훑는다. <공산당 선언>, <경제학-철학 수고>, <독일 이데올로기> 등 젊은 시절 마르크스의 저작을 다루는데, 이시카와 선생이 책의 핵심 내용을 모범생처럼 차근차근 읽어주면, 공부는 열심히 안 하는데 성적은 잘 나올 듯한 밉상 캐릭터 우치다 선생이 등장해 텍스트를 휘저으며 새로운 해석을 덧붙인다. 그래서 이 책은 마르크스의 ‘마’자만 아는 사람이 읽으면 마르크스가 엄청 재미나고 유쾌한 텍스트라 '오해'하고 겁없이 마르크스 사상의 알맹이에 도전하게 만들 게 분명하다.

자, 무릇 청년이라면 마르크스를 읽을 것이요, 청년 아닌 자도 마르크스를 읽는다면 청년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을지니. 만국의 청년이여, 단결하라!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마르크스를 읽고 있으면 스스로의 사고 틀(갇혀 있는 ‘우리’에 비유해도 좋겠지요)이 외부의 충격으로 덜컹 흔들려서 우리 벽에 균열이 생기고 철창이 휘어지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우리 벽에 금이 가고 먼지가 풀풀 나면서 철창이 휘어지고 삐걱거려야 비로소 ‘나는 우리 속에 있었구나!’ 하는 것을 깨닫게 되는 법이죠. 마르크스가 나를 우리 밖으로 꺼내주는 것이 아닙니다. 마르크스는 내가 우리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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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 8.0

"남들은 읽지 않았으면..."
세계적인 MBA 와튼스쿨에서 가장 비싼 강의의 주인공,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교수가 자신의 강의 내용을 책으로 냈다. 그의 강의는 입학 시 주어지는 포인트를 걸고 수업을 경매하는 와튼의 독특한 시스템 안에서 13년 연속 최고 인기 강의의 명예를 차지한 전설의 명강의다. 와튼 뿐 아니라 세계 100대 기업 중 절반을 컨설팅 해주는 그의 이 엄청나게 대단할 것 같은 책은 그러나 절대 큰 것을 말하지 않는다.

다이아몬드 교수의 원하는 것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철저한 방법론들은 기존에 소개 되었던 설득이나 말하기, 협상 관련 전문서 등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특별한 상황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경우에서든지 통하는 이 협상법은 강경하고 위압적으로 나가야 한다거나 친절하고 유연해야 한다는 특정 태도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일상에서 인식하고, 생각하고, 느끼며 살아가는 자연스러운 생활방식에 기반을 둘 뿐이다. 이는 맞선을 강요하는 부모님을 설득시킬 때나 파업을 끝내고 싶을 때, 입사 면접에 합격하고 싶을 때, 심지어 아이들이 불평 없이 저녁마다 이를 닦게 할 때 조차 도움을 줄 것이다. 기본적인 개념과 이론을 알려주고, 이를 실제로 활용한 학생들의 예로 입증하는 형식을 취하는 서술 방식이 책을 더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교수는 책의 첫 머리에 "책으로만 읽지 말고 당장 밖으로 나가 실행하라! 그렇지 않으면 내 값비싼 강의를 한 권의 책값으로 산 보람이 없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읽고 나면 알 수 있다. 아주 충분히, 강조할 만하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추천사: "어떻게 하라는 얘기도 없이 올바른 자세만 강조하는 변죽만 울리는 책이 아니다. 마땅히 취해야 할 태도가 아닌 일상의 생활방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은, 성과를 내는 협상을 위해 바로 써먹을 수 있는 엣지 있는 'Powerful App'이다. - 류랑도 (<제대로 시켜라> 저자)


펜실베이니아 로스쿨과 와튼스쿨에서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강의는 전설로 불릴 만큼 수강 경쟁이 치열하다. 내가 4만 달러의 학비를 내고도 간신히 이 수업을 들었던 것에 비하면, 책 한 권으로 교수님의 강의를 접할 수 있는 독자들은 정말 행복한 것이다. 책 속 전략과 협상 도구가 실생활에서 얼마나 유용한지를 깨닫는 순간, 입에서 탄성이 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 Mike. S (펜실베니아 로스쿨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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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 4
김진명 지음 / 새움

"고구려 역사 최대의 위기! 고국원왕 이야기"
김진명의 <고구려>가 다른 시대를 조명한다. 50만 부 이상이 판매된 김진명의 고구려, 미천왕편 이야기를 잇는 고국원왕의 이야기. . 근초고왕과의 전투, 그리고 전사로 기록되어 있는 역사 속 고국원왕의 시기는 참담함의 연속이었다. 김진명 특유의 속도감 있는 문체는 고국원왕의 실체적 진실에 소설적 재미를 덧붙였다. 스펙터클한 전투신과 명확한 캐릭터의 충돌 등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낙랑을 정복한 미천왕 을불의 두 아들, 사유와 무. 형 사유는 성격이 온순하고 동생 무는 활달하여 둘의 성격은 크게 달랐다. 모든 사람이 후계자는 무라고 생각했지만 을불의 선택은 사유. 칼을 이기는 것은 칼뿐만이 아니라고 말하는 고국원왕, 다른 어떤 왕보다 백성들을 생각했던 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4,5권 두 권으로 고국원왕의 이야기는 완간될 예정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그렇다면 제가 평생 모용선비에 남아 백성들에게 싸워서 얻는 것보다 서로 주고받는 게 더 오래간다는 것을 설득하겠습니다.”
“평생? 고구려의 태자란 놈이 왜 나의 백성을 가르친단 말이냐?”
“그것이 바로 고구려의 백성을 위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군주의 임무는 백성을 평안히 살게 하는 것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제가 고구려에 있으나 여기 극성에 있으나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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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라 정봉주
정봉주 지음 / 왕의서재

"나꼼수 유일의 정치인, 정봉주가 전하는 유쾌한 희망"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 열풍의 주역 정봉주. 출연자 모두가 놀랄 만한 변화를 겪었지만 아마 정봉주만큼 삶의 지형이 달라진 사람은 없을 듯하다. 끈 떨어진 전직 국회의원, 지난 국회 때 BBK 저격수라 불리며 당찬 초선의원으로 누구보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지만 그로 인해 징역 1년이라는 실형을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풍전등화의 정치 생명. 그런 정봉주가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일약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전국구 정치인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번 책은 나꼼수 현상에 대한 정봉주 개인의 소회와 사회적 분석에 더불어, 현 정권과 한국 정치의 현재를 평가하고 대선을 중심으로 한 2012년 정치를 전망하는 내용이다. 물론 분석과 전망의 바탕에는 정봉주라는 한 사람이 정치인으로 성장하며 겪은 아픔과 고뇌, 이를 견뎌내고 넘어선 특유의 쾌활함, 어느덧 18대 대통령이라 사인을 해주는 끝 모를 자신감이 깊게 배어 있다. 단군 이래 최초를 지향하는 정치인 정봉주의 치명적인 매력 그리고 그가 제안하는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자.
 - 인문 MD 박태근

추천사: 역대 어느 정치가가 이토록 잘난 척을 하면서 이토록 귀여움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헌신, 겸손 그리고 열정! 나는 책을 든 순간부터 단숨에 끝까지 읽어나가며 영영 우리에게 사라져버린 줄만 알았던 희망이 다시 돌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봉주가 뛰는 동안에는, 우리가 그를 뛸 수 있게 해주는 동안에는, 그리고 그가 옳은 길로 뛰어가도록 우리가 그를 채찍질하는 동안에는, 결코 사라지지 않고 점점 자라날 그 희망이!(공지영,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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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없는 이야기
최규석 지음 / 사계절

"최규석의 우화, 지금까지 내가 속은 거야?"
한진중공업 사태, 비정규직 문제, 한미 FTA. 세상을 지배한다는 1%와 그 바깥 99%에 관한 이야기가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최규석의 우화집 <지금은 없는 이야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틀을 우화를 통해 보여준다. 약자들간에도 서로 연대하지 못하고 우위에 서려는 개인의 불편한 욕망을 꼬집기도 하고, 우리가 직면한 사회문제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결할 것인지에 관한 작은 실마리를 전해주기도 한다.

완성도 있는 다채로운 그림과 임팩트 있는 마무리. 까칠한 시선으로 바라본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천히 여러 번 읽는다. 각 이야기마다 결말의 여운에 여러 번 손이 멈춘다. 니체의 말대로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도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괴물의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 본다면, 그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 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내가 발 딛고 있는 이 세상에 관한, 지금은 없는 이 이야기를 주목해야 할 이유다. - 청소년 MD 김효선

작가의 말: 세상은, 불평불만 하지 말고 알아서 살아남으라고 말하는 이야기들로 차고 넘친다. 그래도 예전에는 삶의 고통을 견디는 굳건한 의지, 앙다문 이빨 정도는 허용해줬지만 요즘에는 그조차 허락되지 않는다. 요새 떠도는 이야기들에 따르면 고통조차 웃으며 견뎌야 한다. 아니 애초에 고통을 고통으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고통을 고통이라 여기는 부정적 태도를 갖는 순간 우주의 에너지는 당신을 못 보고 지나칠 것이다. 그리고 성공과 실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오직 개인에게 있다. 치즈가 갑자기 사라지면 왜 치즈가 사라졌는지, 누가 갖고 갔는지 고민하지 말고 재빨리 다른 치즈를 찾아 나서야 하고, 아무리 고난을 웃음으로 긍정하며 극복해도 인생이 잘 안 풀린다면 그건 당신의 긍정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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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 사람 혁명
신동준 지음 / 한국경제신문

"사람이 답이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해 널리 읽히는 <삼국지>의 많은 인물 중에서도 '난세의 간웅' 조조는 위기 때면 재조명을 받는다. CEO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그에 대한 현재의 인식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흔히 유비 같은 상사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고, 후에 유비 같은 상사가 될 것이라 말하지만 실상 조조 같은 상사와 일하고 있으며 결국 조조 같은 인재가 상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전작 <후흑학>으로 고전과 자기계발 메시지를 접목해 성공적으로 제시했던 저자가 '조조'와 '인재'라는 키워드로 돌아왔다. 이 책은 조조와 관련한 많은 일화와 리더십 가운데서도 인재 활용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구성했다. 인재를 알아보는 비상한 안목과 그들의 마음을 얻는 조조만의 묘수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풀어낸 점이 돋보인다. 누구와 함께하느냐가 결국 어떤 성공을 이룰 수 있는지를 말한다. 전투에 지고도 전쟁에서 이기는 조조의 사람 경영법은 치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에게 성공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경제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예부터 하늘의 명을 받은 천자나 왕조를 부흥시킨 제왕들은 천하를 통치할 때 모두 현인군자들의 도움을 받았다. 인재는 스스로 찾아오지 않는다. 기다려서는 안 된다. 다스리는 자가 적극적으로 찾아나서야 한다. 천하에 큰 뜻을 품고도 기회를 만나지 못해 위수(渭水)에서 낚시질이나 하는 현자가 어찌 없겠는가? 재능을 갖추고도 드러나지 않아 위무지(魏無知)의 천거를 받지 못한 자가 어찌 없겠는가? 초야에 묻혀 있는 자일지라도 오직 능력만 있으면 천거하도록 하라. 내가 그들을 친히 임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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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동시집 차령이 뽀뽀
고은 지음, 이억배 그림, 안선재(안토니 수사) 옮김 / 바우솔

"시인 고은이 어린이에게 전하는 사랑의 시"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의 한 사람, '고은'이 어린이를 위해 쓴 유일한 동시집. 자연의 싱그러운 생명력과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빛나는 감정들이 33편의 작품에 담겨 있다. 한편 한편 읽어내려가는 동안 저도 모르게 웃음 짓게 만드는 고운 감성의 시편들이다. 아이들 특유의 호기심이 어여쁘고, 자연이 주는 신비로운 순간들에 자못 감탄하게 된다. 날카롭게 감성을 자극하는 상상력 또한 이번 동시집을 읽는 재미. 여러 작품 속 주인공이기도 한 '차령이'는 고은 시인의 실제 딸 이름이기도 하다. 동시와 정겹게 짝을 이루는 삽화는 수많은 그림책으로 사랑받아온 작가 이억배의 작품. 또 2011판 차령이 뽀뽀에서 새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은 세계의 독자들과 함께 읽기 위한 영문 번역이다. <만인보> 등을 번역한 안선재 교수와 시인의 반려자인 이상화 중앙대 영문과 교수가 함께 우리말로 옮겼다. - 어린이 MD 이승혜

책속에서: 

사랑

사랑이 뭐냐고 네가 물었지
책 속에서
사랑이라는 말 보고
사랑이 뭐냐고 네가 물었지

아가 사랑이란
이렇게 함께 걸어가는 거란다
멀리 떠나가면
보고 싶은 것
그것이 사랑이란다
아프면
어디 아파?
어디 아파?
걱정하는 것
그것이 사랑이란다
아이 사랑 참 좋아

네가 말했지
사랑 좋아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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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장편소설. 범죄 스릴러, 유머집, 역사 패러디가 뒤섞여 있다. 유머는 이 작품의 주제인 동시에 화법이며 형식이다. 확실히 베르베르의 소설 중에서 그 구성이 가볍고 날랜 축에 속한다. 베르베르가 최근 들어 진지하고 엄숙한 세계를 그리는 쪽에 더 집중했던 것으로 볼 때, 이 작품은 다소 의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반가운데, 베르베르가 힘을 뺀 상태에서 장난기를 섞었을 때 보다 좋은 결과물을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개미>의 전반부, <절대적이고 상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타나토노트>의 전반부 등에서 반짝이던 순간들.

이야기는 한 코미디언의 의문사에서 시작된다. 프랑스인에게 가장 사랑받는 개그맨 다리우스가 분장실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분장실은 문이 안으로 잠겨 있었고 침입의 흔적조차 없다. 유일한 단서는 그가 사망하기 직전 폭소를 터뜨렸다는 것뿐. 경찰은 과로로 인한 돌연사로 단정 짓고 수사를 종결하지만, 그 죽음 뒤에 놓인 의문을 추적하는 두 기자는 코미디언 다리우스의 실체, 웃음 산업과 유머를 둘러싼 음모, 그리고 역사의 배후에 감춰져 있던 거대한 비밀 조직에 다가간다. 이 웃음의 음모론은 그 자체가 농담인지 아니면 씁쓸한 풍자인지 헷갈린다. 그 미묘한, 웃는 게 웃는 건지 아닌지 애매한 상황이야말로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 소설 MD 최원호

작가의 말: 모든 영적인 존재가 도달해야 할 목표는 <해탈의 웃음>입니다. 이 웃음은 세상과 자기 자신이 보잘것없음을 깨달은 연후에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세상사와 오욕칠정 위로 표표히 더 있을 때 나옵니다. 그때부터 만물은 환희의 원천이 됩니다. 이 웃음은 궁극적인 깨달음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2011년 9월 29일 파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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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문재인, 김인회 지음 / 오월의봄

"검찰개혁은 민주사회의 필요충분조건"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참여정부 사법개혁위원으로 활동한 김인회 교수가 참여정부 검찰개혁의 의의와 한계를 되짚는다. 평검사와의 대화, 역대 최고의 파격 인사라 평가받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 임명을 떠올려보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초기부터 검찰개혁에 힘을 기울였음을 알 수 있다. 필연인지 우연인지 알 수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검찰 조사 과정에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은 참여정부 사법개혁에 관여한 주요 인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그들의 기획이 무엇이었고 계획은 어떠했는지를 살피고, 검찰개혁이 부딪힌 벽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를 넘어설 방법은 없는지 생각한다. 검찰공화국이라 불릴 정도로 집중된 권력, 끊이지 않고 터져나오는 검찰 비리와 정재계 유착, 무리한 수사 끝에 나온 무죄 판결 등을 떠올리면 굳이 일제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문제가 무엇인지 쉽게 드러난다. 상황 인식, 목표 설정, 실행 의지가 모두 강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참여정부 시절 검찰개혁은 절반의 성공에 그쳤고, 그마저도 정권이 바뀐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는 것. 다행히 이 책의 저자들은 집필 과정을 통해 당시 한계가 무엇이었는지 차분하게 분석하고, 개혁을 완수할 새로운 계획들을 차곡차곡 정리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일종의 검찰개혁 로드맵인 셈이다. 그런데 이게 왜 중요하냐고?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검찰이 제대로 서야 그것이 곧 민주사회이기 때문이다. - 인문 MD 박태근

추천의 글: 비교법적으로 유례없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한국 검찰의 권력 행사는 항상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노무현 정부는 사상 최초로 검찰개혁을 시도했으나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공저자는 당시 검찰개혁을 추진하던 핵심 인사들로 다시 검찰개혁을 말한다. ‘검찰공화국’에 눌린 ‘민주공화국’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믿는 이들의 일독을 권한다. 생생한 경험과 증언이 있기에 학문적 의미도 크다.(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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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왔다 + To Cats 박스 세트
스노우캣 지음 / 모요사

"스노우캣과 나옹이, 6년 만에 다시 돌아오다"
스노우캣과, 그의 삶의 동반자 아메리칸 숏헤어 나옹이가 다시 돌아왔다. 양손 가득 2권의 책, 신작 <고양이가 왔다>와 새롭게 단장한 <To Cats>를 들고. 나옹과의 일상을 그림과 사진으로 담은 첫 번째 책 <To Cats>는 2005년에 처음 출간된 책으로, 프랑스, 일본, 대만, 이탈리아에서도 번역.출간되었다. 두 번째 책 <고양이가 왔다>는 지난 5년 동안 뉴욕에서 나옹과 함께 보낸 시간들을 담은 것이다.

이번에 처음 소개된 <고양이가 왔다>는 전작 보다 다양한 에피소드로 꾸며졌다. 두꺼워진 볼륨 만큼 풍성한 그림과 사진이 담겨 있어 보는 재미가 1권 보다 더 크다. 하지만, 6년 전의 나옹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1권도 놓칠 수 없다. 나이가 들어도 귀여움과 당당함은 여전한 나옹이, 나옹이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스노우캣. 때로는 나옹이가 스노우캣을 보살피기도 하고, 때로는 스노우캣이 나옹이를 보살피기도 하면서 알콩달콩 뉴욕생활을 함께했다. 그 둘의 좌충우돌 뉴욕 체류기를 그림과 사진과 에세이로 다채롭게 펼쳐냈다. 사람과 고양이가 어우러져 큰 웃음과 감동을 주는 이 책, 종합선물세트 같다. 세트 외, 각 권 구입도 가능하다. 
- 에세이 MD 송진경

스노우캣의 책들: <Snowcat in Paris 파리의 스노우캣>, <지우개>, <Snowcat in New York>, <Snowcat의 혼자 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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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터 2
네온비 지음, 캐러멜 그림 / 중앙북스

"손이 닿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면 그건 거짓말"
건강을 해치는 미신을 벗어나 철저한 정석 다이어트 법을 전수하는 본격 다이어트 웹툰. 재미뿐 아니라 심폐지구력을 늘려야 하는 이유, 트레이닝 중 식단 구성법, 걷기는 정말 살빼기에 효과적일까, 올바른 마운틴 클라이머 자세, 다이어트시 술자리 대처법 등 상세/세심한 정보도 담고 있다.

본의 아니게 '본바탕은 미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 25세 은행원 신수지. 1편에서 수지는 93kg의 고도비만에서 71kg까지 감량하는데 성공했다. 잠에서 깨면 머리가 띵하는 일도, 손발이 저리는 고통과는 안녕. 피곤도 덜할 뿐더러, 무엇보다 기쁜 일은 뱃살 때문에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발끝을 바라보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비만 상태인 수지는 더 많은 감량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트레이너 서찬희는 보다 강도 높은 감량 프로그램을 제공하지만, 수지 주변에는 정상적이지 않은 방법으로 살을 뺀 사람들의 유혹이 끊임 없이 이어진다. 그냥 굶으면 안될까, 심적 자학과 육체적 고통 가운데 선 수지는 또 한 번 위기에 빠지는데...

이야기의 다른 축은 수지의 몸속 나라에서 벌어지는 뇌, 지방, 근육 종족간의 각축전. 수지의 건강 다이어트 작전에 "이 나라는 그 동안 아무 탈 없이 뚱뚱했었는데!"를 외치는 지방들과 모처럼 영세한 환경에서 벗어나게 된 근육들 간의 일태 혈투를 그린다. - 만화 MD 김재욱

<다이어터>라는 제목이 나오기 전까지 이 책의 제목 후보: 
비만왕, 90kg, 자이언트, 수상한 동거인, 네 몸에게 사과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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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여인들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8년 만에 전하는 신경숙 소설집"
올해, 우리는 신경숙을 조금 다른 곳에서 만났다. 200만 부를 바라보고 있는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이자 아마존 닷컴에서 문학 픽션부분 올해의 책 베스트 10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Please Look after Mom>(링크 : http://foreign.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0307593916 )의 작가로. 지난 8년간 신경숙은 <리진>, <엄마를 부탁해>,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해왔다. 그 사이사이, 작가의 말대로 “내가 가장 침울 했을 때나 내적으로 혼란스러울 때” 씌어진 소설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8년 만에 만나는 소설집이다.

예민한 시선, 고요한 응시. 크지 않은 목소리로 또렷이 이야기한다. 세계로부터의 단절된 인물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풍경들을 소통시키는 이야기들. 소외된 존재들이 마지막으로 조우하는 삶의 신비와 절망의 극점에서 발견되는 구원의 빛이 담긴 일곱 편의 소설엔 사랑과 위로, 삶에 대한 깨달음이 함께한다.  작가가 바라는 대로 ‘슬픔에 빠진 사람들 곁에 오래도록’ 놓여 있을 책이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그래서 여기 일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거길 들렀다가 가요. 진짜 행복하더군요. 선생이 시도 읽어주고 어느 때는 소설가라고 하는 분이 와서 강연도 하고 책을 돌아가면서 읽는 낭독도 하고 그래요. 엊그제는 거기 선생님이 사람은 누구나 다 귀하다고…… 모두 똑같이 슬픔과 사랑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는 거라구 하니까 누군가 울었어요. 아휴, 사람들이 어찌나 진지하게 듣는지 그게 좀 문제 같아요. 웃기는 얘기를 할 적도 있는데 너무 진지하게 듣는다니까요. 실은 나도 그렇구요. 거기 있으면 이상하게 양식 걱정 몸 걱정이 스르르 풀려요. 책 속의 사람들은 근사한 사람들인 줄만 알았는데 어째 그리 걱정이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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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네 아이들의 소문난 수학공부법
이신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유아부터 고등까지 수학 학습 큰 그림 그리기"
‘수학공부법’이라 이름 붙은 이 책은 특이하다. 유아들은 무조건 놀고, 초등 저학년은 ‘수학’보다 ‘국어’와 ‘영어’에 주력하라고 한다. 선행학습과 학원도 ‘필요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성적보다 적성’을 주장하는 책도 아니다. 오히려 학년별·과정별 기본 전략, 집중 포인트, 추천 문제집까지 구체적이고 상세한 학습 로드맵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수학은 인생에서도, 학교에서도 정말 중요한 과목이다. 게다가 기본과 단계가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야 한다. 그러니까 이 책은 ‘무조건 선행학습’, ‘일단 학원’, ‘당장의 성적’만을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수학을 왜 공부하는가 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좀 더 큰 그림을 그려보라고 말한다. 내 아이에게 가장 맞는 공부법은 부모와 아이 스스로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좋은부모 MD 강미연

책속에서: 공포영화를 볼 때 무섭다고 눈을 꼭 감으면 더 무섭습니다. 반대로 눈을 크게 뜨고 똑바로 들여다보면 영화의 트릭이 보입니다. 수학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기본 개념은 옛날에 부모들이 배우던 수학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수학만 생각하면 머리부터 지끈거린다고, 아이와 싸우기 싫다고 피할 일이 아닙니다. 남들이 다 선행학습하고 심화학습까지 하니 불안한 마음에 수학 학원을 보낸다고 해서 아이의 실력이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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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
이현우 지음 / 자음과모음

"이제 지젝을 읽을 수 있다, 읽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라 불리는 슬라보예 지젝. 그는 10년 전 <실재의 사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로 9.11 이후 세계를 전망했다.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 체제의 균열은 최근 월가 시위를 통해 뒤늦게 다시 발견되었다. 마침 우리에게도 ‘실재의 사막’ 새 번역판이 찾아왔고, 때맞춰 (그의 사진을 블로그 아바타로 사용하는) 로쟈 이현우의 강독서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도 세상에 나왔다. 지젝이 '첫 10년의 교훈'이라 부른 현실과 미래를 곱씹어볼 좋은 기회다.

지젝을 대하는 한국 지식사회의 여러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지젝 읽기가 하나의 저항이며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과 존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선언으로 이어진다. '실재의 사막'을 꼼꼼하게 짚어가며 풀어내는 지젝 읽기의 묘미는 앞선 선언의 자유로움이 무엇인지 전해주고, 이를 읽어내는 과정에서 마주하게 되는 또 하나의 사막 한국 사회는 저항으로서의 지젝 읽기가 왜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지 깨닫게 한다. 오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한미FTA'는 미국이 마주했던 9.11에 다름 아닌 '실재의 사막'이 분명하다.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자신이 가진 게 많다고 믿는 '대한민국 1%'는 지젝을 읽을 필요가 없다. 자신이 세상을 너무도 잘 안다고 생각하는 '도인'들도 읽을 필요가 없다. '이대로!'가 생활 신념이자 정치적 신념인 위인들도 지젝을 읽을 필요가 없다. 읽을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대로는 곤란하다!'는 절박함에 더하여 '제대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까지 시달리며 뭔가 제대로 알고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분들은 한 번쯤 지젝을 읽으셔도 좋겠다. '현재의 나'에 별다른 집착을 갖고 잇지 않아서 언제든지 자신을 내던질 용의까지 갖추고 있다면 더없는 자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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킵 The Keep
제니퍼 이건 지음 / 문학동네

"열쇠가 당신을 가둘 것입니다"
포스트모더니즘 소설이 무너지고 마술적 리얼리즘의 바람이 지나가고 세기말의 환상-공포 소설들도 지지부진해진 지금, 고딕 소설은 ‘고딕 소설적인 특징’을 다른 소설에 빌려줄 뿐, 문자 그대로 살아남기는 더 이상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폐쇄적인 구조와 시스템에 인간이 완전히 압도당하는 고딕 소설의 체계는 점진하는 신자유주의적 세계에서 그 적합성을 더해가고만 있으며, 그 불씨인 <아서 고든 핌의 모험>이나 <오트란토 성> 같은 작품들이 도서관에 비치된 이상 고딕의 불꽃은 다시 타오를 것이다. 어둠과 불가해의 시대가 돌아올 것이다. 그 증거가 여기에 있다.

제니퍼 이건의 <킵>은 21세기형 고딕 소설이다. 설정의 급작스런 변환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화자의 어두운 이야기가 오래된 성의 미로 속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고딕 소설의 설정을 따르는 듯하지만, 주인공은 '무려' 위성안테나에 연결된 스마트폰과 인터넷을 가지고 있다. 모든 폐쇄를 단번에 해제할 수 있는 이 마법 무기를 가지고 미로 속으로 (본의 아니게) 뛰어 든 한 남자의 이야기는 그러나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진짜 갇힌 것은 누구인가? 네트워크야말로 거대한 미로는 아닌가? 누군가의 인생을 얽어맨 보이지 않는 체계야말로 진정한 악몽은 아닌가? 누가 갇힌 자이고 누가 자유를 상징하는가? 악몽은 겹쳐지고 서로가 서로를 부정하는 순간 아이러니가 창궐한다. 벽이 그를 해방시키고 열쇠가 그를 가둘 것이다. <킵>은 ‘탈출할 수 없는 성’이라는 고전 고딕 소설의 설정을 비웃는 독자들을 잡아끈다. 신세기에 맞추어 새로이 디자인된, 인생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미로는 그저 거니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당신도 한 번 들러 보시기 바란다. - 소설 MD 최원호

추천사: 
제니퍼 이건은 너무도 참신해 그 어느 장르에도 속하지 않는다. –뉴욕 타임스
제니퍼 이건은 보기 드물게 지적인 작가다. 옥중 수기부터 고딕 유령 이야기까지 장르와 클리셰를 전유해 전복시키는 쾌감을 선사한다. 매순간 아찔할 정도로 독창적인 작품. –워싱턴 포스트
환영을 본 것 같다. 극도로 사실적인 동시에 어두운 꿈 같은 소설.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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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양음악 순례
서경식 지음 / 창비

"저기, 음악이 홀로 걸어간다"
애초에 연재로 기획되었기 때문일까, 이 책과 형제처럼 보이는 <나의 서양미술 순례>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이번 서양음악 순례의 초반이 다소 밋밋하다고 느낄 수 있다. 글투가 변하지는 않았지만 그 특유의 ‘디아스포라의 시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작은 에피소드들의 나열처럼 시작된 책은 곧 궤도에 오른다.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고, 때로 몽상에 젖으며, 문득 멈춰서 지금 이 세계의 지난 역사를 되돌아본다. 재미있는 사실들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저 유명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와 친했기 때문에 진보적인 라 스칼라 극장 측과 마찰을 빚어 지휘자에서 낙마했다는 사실 같은 것들이다.

서경식 선생은 줄곧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나, 역사의 소용돌이 속을 살아 온 그의 삶은 이 세계의 역사와 현실을 끊임없이 호출하고 그 모두는 이내 글 속에서 섞여든다. 구성도 소재도 통일되지 않았으나 그의 ‘시선’이 짧은 글들을 한데 묶는다. 이 시선이야말로 숙명과도 같은 디아스포라의 눈길이며, 선생의 글을 읽으려는 독자들이 기대하던 바로 그것이겠다. 가혹한 운명에 음악으로 대항한 자들이 결국 부스러져버린 흔적을 바라보는 순간, 선생의 삶과 이 세계의 참혹한 역사와 독자들 속의 어떤 어둠이 서로의 경계를 허무는 순간들이 다가온다. 윤이상의 고향 통영에서, 모짜르트와 말러의 무덤 앞에서, 그리고 말러의 조카딸이자 비르케나우 강제수용소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였던 알마 로제의 일화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베르트의 인생 그 자체에서 음악은 운명과 뒤섞여 피할 수 없는 고통과 이해할 수 없는 비극으로 소급된다.

그래서, 그렇기 때문에 음악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소진상태였던 모짜르트는 어떻게 그 아름다운 클라리넷 협주곡을 써낼 수 있었는가? 슈베르트의 가곡들, 말러의 교향곡들, 저 아름다운 음악들은 어떻게 그 고난을 이겨내고 꽃피었는가? 선생은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다만 바라볼 뿐이다. 모조리 죽어 없어진 작곡가들이 남긴 아름다운 음악들이 홀로 살아 돌아다니는 모습을, 선생은 망연히 바라보고만 있다. 이 비극의 구렁텅이 위를 날개도 없이 떠 다니는 저것들은 대체 무엇인가? 침묵만이 그에 대답하며, 그 위로, 저기 음악이 홀로 걸어간다. - 예술 MD 최원호

최재천(변호사): 절망한 30대 청년이 길을 떠났다. 그것은 ‘서양미술 순례’였다. 그 청년은 30여년 뒤, 서양음악 순례자가 되어 돌아왔다. 이순일까. 그러나 여전히 그는 비관적이가. 서경식의 개인사와 가족사는 반도의 현대사다. 이 책에서 삶과 예술, 역사는 때로는 불협화음으로, 때로는 협화음으로 변주된다. 한참을 유쾌하게 이런저런 이야기 속에 실컷 빠져들다 지휘자가 지휘봉을 가만히 내려놓는 순간, 우리에게 울리는 그 명징한 울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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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랍어 시간
한강 지음 / 문학동네

"한강 소설, 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
여자는 말을 잃었다. 아이를 잃었고, 어머니를 잃었으니 말을 잃는 게 당연하다 상담가의 말에 여자는 말한다. 그렇게 간단할 수는 없다고. 오래 전에도 여자는 말을 잃었던 적이 있다. 그녀를 깨웠던 건 낯선 이국의 말. 여자는 이번에도 이미 저물어 죽은 언어가 된 희랍어를 택한다. 그리고 빛을 잃어가는 남자. 가족을 독일에 두고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희랍어를 가르친다. 말語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眼을 잃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 행간엔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정적인 의미들이 와글댄다.

<채식주의자>, <내 여자의 열매>, <바람이 분다, 가라>의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시적인 문장과 압축된 언어가 그 여자의 침묵과 그 남자의 빛을 아름답게 그려낸다. 주어와 태를 결정하지 않고는 한 단어도 내뱉을 수 없는 희랍어처럼, 소설은 망설이고 조심스럽다. 예민한 기척과 절제된 언어, 아무도 알지 못하는 이미 죽은 말을 배우며 이들은 더듬더듬 서로를 스친다. 진실로 아름다운 소설, 오래 읽을수록 그 의미가 은은하게 빛난다. - 소설 MD 김효선

책속에서: 네가 나를 처음으로 껴안았을 때, 그 몸짓에 어린, 간절한, 숨길 수 없는 욕망을 느꼈을 때, 소름끼칠 만큼 명확하게 나는 깨달았던 것 같아.
인간의 몸은 슬픈 것이라는 걸. 오목한 곳, 부드러운 곳, 상처입기 쉬운 곳으로 가득한 인간의 몸은. 팔뚝은. 겨드랑이는. 가슴은. 샅은. 누군가를 껴안도록, 껴안고 싶어지도록 태어난 그 몸은.
그 시절이 지나가기 전에 너를, 단 한 번이라도 으스러지게 마주 껴안았어야 했는데.
그것이 결코 나를 해치지 않았을 텐데.
나는 끝내 무너지지도, 죽지도 않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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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카페에서 시 읽기
김용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김용규의 철학카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푹신한 의자에 앉아 달콤한 라떼 한 잔 놓고 이런저런 책을 뒤적이다 설핏 잠에 빠져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인테리어가 멋지진 않지만 세상의 모든 지혜를 품은 듯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는 주인 아저씨가 있는, 오늘 신문에 올라온 얘기부터 어제 본 드라마, 요즘 읽는 소설, 읽다가 덮어둔 먼지 쌓인 철학책까지, 두런두런 수다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내린 어스름에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따뜻한 방바닥에 몸을 뉘이면 그제서야 고단한 삶에 위로와 용기가 되었음을 문득 깨닫게 하는 그곳, ‘김용규의 철학카페’를 소개합니다.

5년 전 개업할 때는 <철학카페에서 문학읽기>였는데, 오랜만에 들러보니 가게 이름을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로 바꿨더군요. 조심스레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저씨는 안 계시고, 시와 함께 그려진 멋진 그림들이 반갑게 맞아주네요. 학창시절 시화전을 떠올리며 잠시 머뭇거리던 차에 어느새 나타난 아저씨가 어깨를 두드립니다. 조금 두꺼워진 안경알과 꽤 늘어난 뱃살을 빼면 여전한 모습이네요. 묻기도 전에 바뀐 가게 이름을 말씀하시는데, 시를 읽다 보니 어느새 시인이 되었다는 꿈 같은 이야기를 천역덕스럽게 하시는 모습이 반갑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 아저씨 <일 포스티노>에서 네루다 역할을 맡은 필립 느와레를 빼닮았습니다.

이런저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아저씨는 시, 시인, 은유, 상징을 읊조리며 제가 고민하는 연애와 사랑 문제의 해결책부터 소비사회와 위험사회로 치닫는 세계’적’ 문제까지 줄줄이 풀어내시더군요. ‘시와 삶과 철학의 기적 같은 해후’라는 홍보 문구가 허언이 아니었습니다. 시에서 세계를 발견한 경이에서 세계를 시에 담아보자는,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옮겨간 아저씨의 삶이 이 카페에, 함께 나눈 이야기에 그리고 제 가슴에 새겨지는 기분 좋은 날이었습니다. 기쁜 마음에, 그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저만의 비밀 장소 '김용규의 철학카페'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참, 개업 기념으로 아저씨가 직접 고른 시 29편을 담은 예쁜 시집 '철학카페가 사랑한 시'를 준다네요. 서두르세요. 
- 인문 MD 박태근

책속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철학카페의 관심은 철학 이론을 도구 삼아 작품을 해석함으로써 드러나는 우리의 갈 길을 찾자는 데 있습니다. 폴 리쾨르가 갈파했듯이, 하나의 작품을 해석한다는 것은 그것을 통해 자신의 새로운 ‘존재가능성’을 찾는 일입니다. ‘텍스트 앞에서의 자기 이해’를 얻는 것이지요. 그것은 텍스트를 향해 자신의 고유하고 한정된 이해 능력을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 앞에 겸허히 나서는 일입니다. 그럼으로써 텍스트에서 더 넓어진 자기를 얻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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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마법
정선혜, 서영우 지음 / 21세기북스

"정말 딱 10분이면 된다"
누구나 저마다의 꿈을 꾼다. 그 꿈을 위해 촘촘히 목표를 세우기도, 굳은 결심을 하기도 한다. 매년 매달 매일, 언제나 분명하게 시작하지만 끝은 보이지 않는다.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저마다의 노력은 이렇게 셀 수도 없이 조용하게 사라진다. 그 굳었던 결심과 마음가짐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결국 쉽게 무너지기 때문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매일은 우리의 시작할 때의 꿈과 의지를 어느새 의미 없게 만들어버린다. 이 책은 우리도 모르는 사이 흘라가고 있는 이런 일상의 순간과 순간이 모이는 시간에 주목한다. 저자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만들 수 있는 시간이자 10년 뒤 나를 뒤바꿀 시간이기도 한 '10분'을 제안한다. 나를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을 하고 그것을 흘러가는 시간에 저절로 맡기는 것이다. 실제로 10분의 노력을 쌓아 자신의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저자의 경험담과 깨달음이 녹아 있다. 특히 10분이라는 시간의 가치와 활용을 소설 형식으로 쉽게 풀어 쓴 점이 매력적이다. - 경영 MD 채선욱

책속에서: "그래, 이제 좀 알겠니? 달리의 이 그림을 잘 기억해. 이 늘어진 시간들은 너의 화려한 과거 모습일 수도 있고, 너의 아픈 기억 속의 모습일 수도 있어. 어쨌거나 이미 기억 어딘가에서 녹아버리고 있는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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