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장과 노마님이 앞쪽 정찬실에서 8시에 아침을 먹던 시절에 그들 가족은 하얀 식탁보가 깔린 기다란 테이블에 서로 마주 앉아 본때 있는 집안 출신들이 쓰는 발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오믈렛을, 아니면 귀퉁이에 크림을 곁들인 훈제 쇠고기를 얹은 토스트를, 또는 소금에 절인 고등어와 삶은 감자를 먹었다. 딸기나 그레이프프루트가 식탁에 올라오기도 했다.

노마님은 봉투가 불룩할 정도로 긴 편지를 써서 동부의 친척들에게 보냈다. 친척들은 그런 편지를 받으면 종종 궁금해했다. 그들 부부는 대체 왜 서부로 갔을까. 소를 보면 헤러퍼드종인지 쇼트혼종인지도 구분할 줄 모르는, 승마도 사냥도 하지 않는, 그저 조촐한 의식만 정성껏 행하는 그들이.

로즈는 몰래 잔에다 술을 따르는 남편의 모습을 목격했다. 놀라서 어쩔 줄 모르는 조니의 눈빛은 벌거벗은 것처럼 연약해 보였다. 입을 열었을 때, 그는 말을 더듬었다. 말을 더듬는 남편을 보며 로즈는 깜짝 놀랐다. 술을 마신다는 이유로 자신이 남편을 비난한 적은 그때껏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피터는 불안이 사람의 머리를 둘로 쪼개기도 한다는 것을 자기 아버지의 책에서 읽은 모양이었다.

매일 아침 로즈는 점심 식사 자리를 어떻게 견딜지 걱정했고, 매일 점심을 먹고 나서는 저녁 식사 자리를 걱정했다. 필과 함께 테이블 앞에 앉을 생각 때문에, 그의 침묵과 그의 상스러움, 머리를 긁고 코를 킁킁대는 그의 버릇, 자신을 무시하고 조지에게만 말을 거는 그의 무례 때문에 괴로워하면서. 의자를 테이블에서 끌어당기고 다리를 등받이 너머로 넘겨서 앉는 필의 모습은 머리에 너무나 깊이 새겨져 지워지지 않았다. 쇠고기를 ‘소 살덩이’로 부르는 그의 말버릇 또한. 만약 이 터무니없는 두통의 원인이 그것이라면, 이 고통의 끝은 어디일까?

어떻게든, 로즈는 필과 대화를 해야 했다. 잘 지내고 싶다는 뜻을 다시 전하고 그를 이해시켜야 했다. 결국에는 그도 인간이었으므로. 필도 인간이지 않은가?

필의 호의가 있으면 로즈는 그의 헝클어진 머리도, 그에게서 풍기는 묘한 냄새도, 의자를 뒤로 당기고 등받이 위로 다리를 넘겨 앉는 버릇도, 로즈가 피아노를 칠 때 밴조를 따라 치는 괴상한 습관도 ? 그리고 무엇보다 ? 좀처럼 씻는 법이 없는 그의 두 손도 모두 흔쾌히 못 본 척할 작정이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고기는 오로지 쇠고기뿐이라고.

로즈는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바치는 아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 미래를 위해 아들이 하는 일련의 행동 또한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남자가 어머니 말을 고분고분 잘 들으면 나중에 뭐가 되겠어요?"

로즈가 술기운 덕분에 느끼는 차분한 기분은 감미로울 정도였다.

테이블에 먼저 앉든 기다리든 뭐가 중요하겠는가? 그러나 온 세상이 거기에 달려 있었다. 그토록 사소한 일이 결정적인 것처럼 보이다니 로즈의 삶은, 또 조지와 피터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돼 버린 걸까? 나날의 삶이 너무나 뻔하다 보니 로즈는 다음 날 무슨 드레스를 입을지 고민하며 밤을 보내곤 했다.

후식은 ‘암브로시아’라는 기묘한 이름이 붙은 음식이었다. 얇게 저민 오렌지 위에다 잘게 썰어 상자에 담아 파는 코코넛 과육을 뿌린 것이었다.

차분한 기분과 불안한 기분이 왔다가 물러가는 방식은 신기하기만 했다.

로즈는 의지와 능력 사이의 공백 속에서 질식할 것만 같았고, 쓸쓸함에 산산이 부서지는 것만 같았다.

필은 충성심에 마음이 움직였고, 감동하다 못해 목이 멘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필의 한 가지 특징은 젠체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는 인정할 만한 상대는 인정했다. 언제나 그랬기에, 그는 남에게 솔직하게 자기 속을 터놓은 적이 한 번도 없는 이들에게서 신뢰를 얻었다.

짐승의 분뇨를 치우던 이에게 자랑스러운 자식을 상으로 안겨 주는 것이 또한 운명이지 않던가!

그러나 필이 아는 운명은 교만한 자를 벌하고 꿈꾸는 자의 희망을 박살 냈다.

지독히도 엄격한 도덕률을 지녔기에, 필은 그 방면에서 자신보다 불행한 이들을 비난하는 일이 드물었다.

필은 자신의 재주 있는 손으로 만든 작품을 돈 때문에 팔아넘기지는 않겠다는 그의 결기를 높이 샀다.

돈을 깔보고 시간을 귀히 여기는 태도는 그가 교도소에서 얻은 또 다른 교훈이었다. 브롱코 헨리도 그런 식으로 죽음을 깔보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바로 그 태도를 통하여 범상한 인간들의 무리로부터 스스로를 갈라놓았다.

그러나 소년에게는 필이 높이 사는 점이 하나 있었다. 열린 천막 앞을 지나가며 기묘한 방식으로 조롱을 당하는 동안에도 소년은 결코 걸음을 멈추지도, 쭈뼛거리지도 않았던 것이다. 소년은 아예 어떤 소리도 못 들은 양 태연하게 걸어갔고, 자신을 구경하며 히죽거리는 남자들 앞을 다 지나간 후에는 고개를 들고 버드나무의 지저분한 둥우리를 올려다보았으며, 그 속에서 아직 몸도 못 가누고 꼼지락거리는 새끼 까치들이 지지배배 지저귀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머니의 입 모양 때문에 피터는 불안해졌다. 바람에 흔들리는 풀잎이 생각나서였다.

자신에게도 한때는 독자성이라는 것이 있었다고. 자기 이름이 붙은 책상이, 외투 보관실에는 자기 번호가 붙은 옷걸이가, 출석부에는 자기 이름이 적힌 칸이, 운동장의 그네와 그 너머의 널빤지 울타리가 보이는 교실 창밖 풍경이, 자신에게도 있었다고.

로즈는 자기가 받은 별표와 밸런타인 선물로 자랑하고 싶었던 걸까, 자신이…… 예뻤다고? 그렇다면 대화를 이끄는 수법치고는 너무나 징그럽지 않은가, 상대가 어쩔 수 없이 내놓은 반응이 ‘그때도 예뻤을 거 아니에요.’라니!

로즈는 옷을 쓸모없고 나약한 인간으로 변해 가는 자신을 가리기 위한 의상이자 변장 도구이자 가면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로즈는 다른 사람이 믿어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못했다. 아무것도 아니었다. 로즈는 오로지 다른 사람이 믿어 주는 모습으로만 살 수 있었다.

뚱뚱한 꼬맹이의 눈이 게슴츠레해졌다. 머릿속의 뚱뚱한 욕심 주머니가 씰룩거리며 계산을 하는 기색이 훤히 보였다.

그 사람은 나한테 배짱만 있으면 못할 일이 없다는 걸 가르쳐 줬어, 배짱하고 끈기만 있으면. 그러니까 조급증은 아주 비싼 값을 치러야 하는 재화인 거야, 피트. 그 사람은 나한테 눈을 쓰는 법도 가르쳐 줬어.

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아일랜드 억양으로 말하곤 했다. 그가 아일랜드계 이민자들을 좋아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용기를, 그들의 무식함을.

부디 바라건대(사람은 무언가 믿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그 일은 운명이 아니었을까?

일꾼들은, 그 떠돌이들, 집 없는 방랑자들은, 여성을 좋은 여자와 나쁜 여자라는 두 부류로 나누어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보기에 나쁜 여자는 짐승보다 나은 취급을 받을 자격이 없었고, 그래서 짐승과 마찬가지로 써먹고 버렸다.

아아, 하지만 좋은 여자는! 좋은 여자는 순수했고, 섹스하고는 무관했고, 하느님처럼 신성했다. 좋은 여자는 누이나 어머니, 어린 시절 눈길만 받아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던 첫사랑 같은 이들이었다. 여행 가방에 고이 챙겨 다니는 그 좋은 여자들의 초상화와 사진은 일꾼들에게 성화(聖?)이자 제단이었다.

"당신은 아무 잘못도 없으니까요, 특히 이번 일에선,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어요. 사람은 저마다 다르게 태어나서 생긴 대로 살다가, 운명이 부를 때가 되면 가는 거니까요."

"상냥함이란!" 노마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걸 빼면 세상에 남는 게 뭐가 있을까요?"
"아무것도 없지. 정말로."

간호사에게도 말했다시피 의사가 보기에 배양체를 보내어 분석하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나 다름없었다.

이제 로즈는 구원받았으므로. 이는 피터 아버지의 희생 덕분이었고, 피터 스스로가 아버지의 묵직한 검은 책에서 얻은 지식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저지른 어떤 희생 덕분이었다. 이제 그 개는 죽었다.

피터는 탄저병 ? 그 일대에서 쓰는 말로는 ‘검은다리병’ ? 이 인수 공통 전염병이며, 감염되어 죽은 동물의 가죽을 사람이 취급할 경우에는, 베이거나 찢어진 피부를 통해 탄저균이 사람 몸속의 혈류로 확실히 침투한다는 것을 알았다. 가령 손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장갑도 끼지 않고서 탄저병에 걸려 죽은 소의 가죽으로 밧줄을 땋거나 할 때처럼.

오래전에 헤어진 누나에게서 물려받은 땅에 집을 지었는데 다름 아닌 『누나가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를 통해 영원한 생명을 얻은 그 누나였다.

그는 자료 조사는 거의 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 경험과 기억과 상상에 의지하여 글을 쓴다고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 지역 사람들은 푸른 가을 지평선의 아지랑이와 막막하게 펼쳐진 초원을 도무지 이해가 안 갈 만큼 사랑하고, 봄철의 폭풍과 타는 듯한 가뭄에 맞서 기꺼이 스스로의 힘을 시험한다.

눈부신 묘사가 촘촘히 박혀 있는 이 소설은 등장인물의 내면세계를 능란하게 그려 내는 새비지의 솜씨를 일찌감치 보여 주며 특히 여성 인물들을 드물게 깊이 이해하고 다루고 있다.

서부의 풍경에 대한 애타는 그리움과 연민으로 물든 이 소설을 읽다 보면 비좁은 동부의 공간 속에 갇힌 새비지가 자신이 태어난 땅을 재창조한 데에는 비단 글쓰기뿐 아니라 사적인 이유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땅의 삶은 인간에게 전부를 바치도록 요구하고, 남김없이 앗아 간다.

저는 오래전부터 풍경이 인간을 빚어낸다고 믿었습니다.

그 형상을 못 보는 이들은 지성과 통찰력이 부족하다. 필에게는 스스로가 지닌 그 능력이 곧 남달리 예리한 감성의 증거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균형 관계가 어느 정도는 들어맞지만, 두 인물 모두 그보다는 훨씬 더 복잡하다.

그 계획은 뼛속 깊이 오싹하며, 가학적이고 잔인한 필이 꾸민 어떤 음모보다도 무시무시하다. 피터는 이미 필하고는 급이 다르기 때문이다.

작가가 자신의 글감 주머니에 제아무리 특출한 소재를 지녔다 한들, 그 자투리 소재들을 한 땀 한 땀 꿰매어 고전적이고 힘이 넘치는 이야기를 지어서 독자의 상상 속에 어떤 장소와 사건을 영원토록 새겨 놓는 것은 아예 차원이 다른 일이다. 새비지는 거장의 솜씨로 혐오스러운 남자에 관한 어린 시절의 기억으로부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강렬하고 사악하다고 할 만한 인물을 창조했다.

『파워 오브 도그』를 처음 펼친 독자 한 명 한 명이 필 버뱅크의 통쾌하고도 무시무시한 최후 앞에서 숨이 턱 막힐 때마다, 자라서 토머스 새비지가 되는 그 아이는 자기 어머니의 숙적을 제거한 가공의 인물 피터 고든만큼이나 확실하게 그 남자를 다시 죽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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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리오 트럭의 운전대는 높이도 경사도 로즈가 잡기에는 애매했다. 남들에게 ? 버뱅크 부인으로서 ? 어떤 모습을 보일지, 즉 몸을 펴고 꼿꼿이 앉아 운전대 위로 앞을 볼지, 아니면 몸을 숙이고 운전대 사이로 앞을 볼지 결정하기가 힘들었다.

위층으로 올라간 로즈는 아무도 안 사는 듯 깔끔한 아들의 방에 들어서며 형용하기 힘든 두려움에 사로잡혔고, 그 두려움의 근원 또한 짐작이 가지 않았다. 사람이 안 사는 것 같은 이 방의 분위기는 뭘까? 남자애 방이라면 마땅히 어질러져 있어야 하는데! 혹시 아이 아버지의 책들 때문일까? 그 책들은 조니를 떠올리게 하는 고통스러운 단서이자, 조니가 실패자였다는 판결문이었다.

로즈는 피터의 깔끔한 성격이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이제는 그 성격이 아들을 위험에 빠뜨릴 것처럼 보였다. 아들이 살짝 혀 짧은 소리를 내는 것을 리즈는 가슴이 아플 만큼 잘 알았다. 그 발음과 깔끔한 성격을 필은 대번에 조롱할 것이 뻔했고, 그러면 너무나 기분이 상한 아들이 헌든의 이 살풍경한 방으로 돌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터가 이 방에서 행복하게만 지낸다면, 그날이 올 때까지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데 그날이란 뭘까? 미래를 내다볼 능력이 없는 로즈는 법원 앞 계단에 모여 있던 남자들이 자신을 돌아보았을 때와 똑같은 뒷맛을 느꼈다.

그 책장은 조지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를 읽기 시작한 후로는 열린 적이 없었다. 필은 그 책장이 조지의 인생을 보여 주는 작은 우주 같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동생의 삶은 대체로 그가 읽은 것으로 이루어졌다. 자기 의견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시피 한 삶이었다.

남들은 보고도 놓치는 것을 잡아내는 그의 놀라운 능력을, 그의 가공할 인내심을.

한 해가 지나자 조지는 오두막에 흥미를 잃었고(뭐든 싫증을 잘 내는 편이었으므로) 필만 그곳을 찾아 헤엄을 치면서 이따금 물에 비친 자신의 벗은 몸에 묘한 감동을 느끼곤 했다.

실은 그 공터 자체가 신성한 수풀이 되었고, 헤엄을 치던 물구덩이는 목욕재계를 하는 장소가 되었다. 오로지 그곳에서만 필은 옷을 다 벗고 몸을 씻었다. 그곳은 소중한 장소였기에 결코 다른 인간이 발을 들여 더럽히게 해서는 안 되었다. 다행히도 그곳의 통행로는 버드나무 수풀 속으로 난 외길뿐이었는데, 수풀이 하도 무성해서 허리를 숙이고 기어가야 했다. 세상천지에서 오로지 이곳만이 필의 자리였다. 그 까닭을 굳이 물을 필요가 있을까? 다 큰 어른이 된 지금도 그는 이곳을 떠날 때면 어김없이 천진해지고 순수해진 기분에 젖었다. 그곳에서 스스로와 짧은 성찬식을 마치고 나면 그의 발걸음은 더 가벼워졌고, 휘파람 소리는 아이가 부는 것처럼 신이 났다.

그해 여름 개울가에서 알몸이 되어 물에 들어가 목욕할 준비를 하던 필이, 까치도 아니고 산토끼도 아닌 어떤 것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듣고 돌아섰는데 눈앞에 ‘낸시 아가씨’가 서 있었을 때 느꼈을 격분을. 그 소년은 사슴처럼 우아하게 서서, 눈 또한 사슴처럼 커다랗게 뜨고 있다가, 필이 자신을 향해 돌아서자 사슴처럼 날렵하게 달아나 무성한 수풀 속으로 뛰어들었다. 필은 냉큼 허리를 굽히고 셔츠를 집어서 벌거벗은 몸을 가렸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가만히 바라보았다. 소년이 서 있던 자리를, 이 성스러운 공간에 뚫린 너덜너덜한 구멍을, 그 추한 공백을. 필이 받은 충격은 분노로 변했고, 그의 목소리는 개울물 소리를 뚫고 또렷하게 울려 퍼졌다. "꺼져." 그가 외쳤다. "여기서 당장 꺼져, 이 개 같은 새끼야."

인디언이 백인만큼 술이 세지 않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에드워드는 아이에게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성장의 양식이자 꿈의 실마리였으므로.

에드워드는 어린 아들에게 진실을 가르쳐 주었다. 그가 아버지에게서 들은 진실, 천둥은 하늘에 사는 들소의 말발굽 소리이고 번개는 그 들소의 눈에 번득이는 빛이라는 진실을.

세상에는 그렇게 알지 못하는 채로 기억하는 것들도 있었다.

"그래도 봐,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애가 이렇게 잘 자잖아." 에드워드 나포가 지적했다.

"엄마 걱정은 안 해도 돼. 바빠서 정신이 없을 거야. 소도 돌봐야 하고."
아이는 터덜터덜 걸으면서도 눈은 앞쪽을 똑바로 향했다. "엄마 생각 안 했어요. 산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에드워드도 같은 것을 생각했다. 그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던 산을, 산자락을 기어오르듯 자란 짙은 숲과 여름에도 눈으로 덮인 수목 한계선을

에드워드는 아들이 마멋을 명중시켜 쓰러뜨렸을 때 가슴이 뿌듯했고, 그 마멋과 양파를 넣어 끓인 스튜를 먹을 때에는 배도 뿌듯했다.

아내는 묘하게 포부가 큰 여성이었다.

뭘 판다는 생각을 하면 뜨거운 손에 뺨을 맞은 것처럼 얼굴에 피가 쏠렸다. 그는 물건을 팔아 이득을 취하는 것은 여자의 일, 긍지라는 것이 없다시피 하고 그것이 필요하지도 않은 이들의 일이라고 생각했다.

상자에 든 장갑은 어찌 보면 보험이었고, 그 덕분에 그는 남들이 탄 자동차가 쏜살같이 옆으로 달려갈 때에도 주눅 들지 않고 허리를 편 채 꼿꼿이 앉았다.

그 생생한 아름다움을 아들이 먼저 발견하다니, 이 얼마나 온당한가. 무언가 보는 것은 젊은이의 일이고 늙은이는 떠드는 일을 도맡는다는 것을, 에드워드는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의 장모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착한 노인이었다.

훈제 연어는 인디언이 좋아하는 것 가운데 드물게 백인도 좋아하는 것

조그맣게 괴발개발 쓴 글씨가 어린애 아니면 천치의 필적으로 보였는데 어느 쪽인지는 분간하기 힘들었다.

사랑아는 엄마
람포불을 켜노코 이그를 적꼬 있어요. 엄마, 카우보이로 사는 거는 점말 머쪄요.

그 애송이는 언변이 좋은 편이었다. "밤새 말을 타고 일했거든요." 그런 치들은 변명이 바닥나는 법이 없었다. 변치 않는 진리가 있다면 단 하나, 누구나 어떤 식으로든 변명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에드워드는 자신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었다. 남의 뜻에 따라 보호 구역으로 이주하여 곰팡이 핀 빵을 사 먹고 총도 지니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면, 그렇다면 자기 힘으로는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이제 그의 소원은 단 하나, 이 땅에서 그들의 이름이 존경을 받는다는 믿음, 닫힌 문을 여는 마법의 이름이라는 믿음을 아들이 간직하는 것이었다. 아니면 아들에게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지 말라던 제니의 경고가 옳았을까?

에드워드는 꼿꼿이 앉아 있는 아들을 돌아보았다. 모자가 흘러내려 눈만이 아니라 긍지까지 가릴까 봐 턱을 쏙 내밀고 앉아 있는 아들을. "아들하고 같이 야영을 며칠 할까 해서요. 저 애가 제 아들입니다, 저기 있는."

에드워드는 얼굴이 웃는 표정으로 너무 단단하게 굳어 버려서 다른 표정을 지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아버지와 아들은 산속으로 들어가 평생 거기서 살아야 했다. 둘이서, 둘이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어. 그러나 자유롭게, 전에 없이 자유롭게!

"그래도 산은 봤잖니. 내 아버지의 산을, 우리 둘이서 봤으니까."
아이의 모자가 흘러내려 이마를 가렸다.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단다. 너도 봤겠지만,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어머니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나한테도 바닷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고. 나도 그게 소원이었는데. 가끔은."
"소원이 있었군요."
"어, 나도 그 풍경을 다 보고 싶었어."
"당신한테 이런 이야기를 듣는 건 처음이에요."
"그럼, 전에는 해 본 적이 없지. 로즈, 전에는 내 얘기를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피터의 상상 속에서 조지가 빙그레 웃었다.

내 생각에 새아버지는 친아버지보다 좀 더 애써야 할 거 같아. 애쓰지도 않는 새아버지를 좋아할 애는 없을 테니까. 내가 그 애였으면 어떤 심정일지, 나도 알아.

어쩌면 증오의 유대인지도 몰랐지만, 피터가 아는 한 유대는 그 성질이 어떻든 쓸모가 있었다.

피터가 아는 사람들은 누구나 진실과 맞닥뜨렸을 때 그렇게 움찔했다.

"그 사람은 거실에 들어설 때 인사도 안 하잖아요. 찬바람을 몰고 들어와서는."

피터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얼마나 또렷이 들렸는지 말하려다가, 그 생각을 머릿속 한구석에 치워 두었다. 그의 세계에는 비밀이 필요했기에, 그는 비밀들을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

"그게, 어딘가 차가운 구석이 있어요. 나는요, 저 애를 사랑하지만어떻게 사랑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나는 사랑이 저 애한테 뭔가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저 애한테는 아무것도필요 없는 것 같아요. 저 애 아빠한테 그런 차가운 구석이 조금만 더 있었으면 더 성공했을 텐데."

내가 지금 설명하는 게 냉정함은 아닌 것 같아요. 무심함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아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어요. 존을 원망하는 것도 아니고요. 좋은 사람이었으니까요."

"아무튼, 내가 보기엔 산에서 야영을 하려고 했던 것 같아. 근데 인디언은 보호 구역을 떠나서 돌아다니면 안 되는데."
"왜 안 돼요?"
"돌아와서…… 음, 시끄럽게 구니까. 몇 명이 고향으로 돌아와서 시끄럽게 굴기 시작하면, 다들 자기네 옛 땅으로 돌아올 거 아니야. 와서 시끄럽게 굴겠지."

에드워드 나포는 그 여성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자그맣고 예쁘장한 여인, 소를 키우거나 요리를 하거나 장갑을 만드는 식으로 남자에게 보탬이 될 것 같지는 않은 여인이었다. 뭐랄까, 얼굴로 봐서는 여러 번의 겨울을 넘기기 힘들지 싶은 여인이었다. 조금이라도 혹독한 겨울이 이어진다면.

그리하여 에드워드가 늙은 말을 돌려세우는 동안 그의 어린 아들은 한껏 뿌듯한 표정으로 아버지를 보며, 모자를 고쳐 썼다.

필은 마지막 문을 열다가 손등을 조금 긁혔다. 피가 희미하게 비치는 정도의 상처였지만, 이는 사소한 짜증거리가 또 생길 거라는 경고였다. 필은 그런 사소한 짜증거리가 하나로 끝나지 않는 것을 살면서 익히 목격했다. 그리고 그 경고는 옳았다. 그는 머리 위로 구부정하니 늘어진 버들가지를 피하려고 안장 머리 위로 몸을 숙이고 갔지만, 가지 하나가 교묘하게 콧등을 가로로 때렸다. 그는 그 가지를 손으로 쥐고 꺾어 버렸다.

늙은 인디언은 필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은 채 냉큼 돌아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필의 말이 다가오는 소리를 틀림없이 들었을 텐데도. 어쩌면 그 늙은이는 피치 못할 사태를 마지막까지 미뤄 두고 싶었는지도 몰랐다. 세상에는 그런 인간들도 있었으므로.

바슈앤드롬

쌍안경을 감춰 놓는 것은 누군가 도둑질을 할 거라고 의심한다는 뜻이었는데 이는 조지가 이해할 수 없는 성질의 범죄였고, 조지는 그런 의심 때문에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쌍안경을 새로 사는 편이 더 마음이 편했다.

필은 화가 뻗칠 때면 누구 앞이든 가리지 않고 속에 있는 말을 다 쏟아냈다. 일꾼, 요리사, 가족, 손님, 친구까지. 조지는 어찌 보면 그의 방식이 옳다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속에 쌓아 두지 않고 터놓고 말하는 것이 옳다고. 그러나 입조심을 할 줄 모르는 성격을 필은 엄청난 이점으로 활용했다. 남들이 그의 입에서 폭죽처럼 터져 나올 끔찍한 진실을 두려워해서 그를 거스르기 전에 거듭 숙고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는 노인장과 노마님조차도.

루이스 부인은 자신이 ‘하늘의 영원한 집’이라 부르는 곳에서 남편과 재회하기를 꿈꾸었으나 홑몸으로 그날을 기다리는 사이에 어느새 독설과 비관과 섬뜩한 격언의 보따리로 변하고 말았다.
"맛 좋은 과일도 먹고 나면 금세 잊어버리지요." 루이스 부인은 뜬금없이 그런 말을 했다.

"우리가 앞날을 내다볼 수만 있다면, 아무리 깊은 강도 그렇게 깊지는 않겠지요."

운전에 서툰 트랙터 기사가 그만 트랙터 삽날로 그 관을 깨뜨렸을 때, 관 속에 누운 시신의 머리카락은 죽은 후에도 계속 자라서 기다래진 상태였다.

"내가 보기엔 너희 아버지 생각이 옳아. 한번 그런 습관이 들면 나중에는 사는 게 끝도 없이 피곤해질 테니까. 습관이란 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만들어지잖아."

롤라는 매주 아버지에게 편지를 썼고, 로즈는 그 애 아버지가 한 번도 답장을 보내지 않아 걱정하다가 결국 이렇게 물었다. "아버지한테서 답장은 자주 오니?"
"에이, 안 와요. 아버지는 글쓰기를 배운 적이 없거든요. 읽기도 거의 못해요. 편지는 동생들이 읽어 드려요. 그치만 어머니는 책도 많이 읽고 글도 잘 썼어요."
"그럼 넌 어머니한테서 읽고 쓰기를 배웠겠구나?"
"그럼요, 당연하죠. 학교에 들어가기도 전에 다 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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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 콘 카르네

그녀는 아름다움 속에 걸었다. 피터는 전에 아버지의 책에서 읽었던 구절을 떠올렸다. 그녀는 아름다움 속에 걸었다, 밤이 그러하듯이.

벽난로 위에 걸린 노마님의 초상화는 보스턴 출신 특유의 점잖은 표정으로 거실을 굽어보았으며, 로즈가 어디를 가든 놓치지 않고 그녀를 주시했다.

로즈라니, 무슨 그딴 이름이! 어느 집 요리사나 하면 딱 어울릴 이름이었다.

외톨이는 원래 갈 만한 데가 별로 없어.

로즈가 몸을 뻗어 조지에게 키스를 했고, 조지는 얼굴이 빨개졌다. 멋진 날, 참으로 멋진 날이 아닌가! 소풍을, 그러니까, 겨울의 한복판에서 소풍을 즐기고, 이제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사랑스러운 여성과 키스를 하다니

사람에게 조그마한 인내심만 있어도 정말로 신기하고 멋진 일들이 일어났다.

피터는 무엇이든 제자리가 아닌 곳에는 놓지 않았고 물건을 잃어버리지도 않았으며, 지각도 하지 않고 뭘 깜박하는 법도 없었다.

체스에는 운이라는 게 없어요. 기술이 다예요.

어쩌면, 어쩌면 조니 고든은 못난 사람 대접을 받았는데 버뱅크 집안은, 아무것도 궁하지 않은 그들은 더 잘난 사람으로 대접받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조니 고든의 아내에게는 아무도 랍스터 통조림을 권하지 않았고, 다른 손님을 제쳐 두고 먼저 응대해 주지도 않았다.

로즈는 조지가 말을 할 때마다 그가 더 좋아졌다. 말을 꺼내기 어려워하는 조지의 모습을 보면 말주변이 없다는 소리를 들으며 자란 게 아닐까 의심스러웠다.(그랬을 공산이 아주 컸다.) 상대의 마음에 드는 말을 생각해 내려고 저렇게까지 애를 쓰다니!

로즈는 소풍 장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어떤 것을 자신들이 지나쳐 버렸다는 느낌에 오싹해지는 한편으로, 달빛 속에 어렴풋이 보일 목장 저택이, 온통 통나무로 만들어진 그 거대한 집이 가까워진다는 생각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았다.

하녀들은 매춘부들이 그렇듯이 남쪽의 소농 집안이나 작은 목장 출신이었다. 그곳의 땅은 토질이 형편없는 염기성 땅, 흙먼지 땅, 회전초와 엉겅퀴의 땅이었다. 그 땅에서 태어난 뚱하고 시무룩하고 머리가 잘 안 돌아가는 여자애들은 자기 운명을 혐오했고 자기 아버지를 혐오했으며, 스스로가 덜어야 할 입 하나라는 사실도 혐오했다. 혐오할 것은 그것 말고도 많았다.

어이없는 실수가 연거푸 터지고 건너뛴 음이 빵 부스러기처럼 떨어지는 연주를 들으며, 쾌감에 젖었다.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로즈의 연주를 더 훌륭하게 따라 하는 것과 다름없는 효과가 있었다.

필은 스스로를 동정하는 인간들을 혐오했다.

로즈는 고별사를 낭독하는 졸업생 대표가 아니었고 송별사를 낭독하는 재학생 대표도 아닌, 그런 영예하고는 애초에 거리가 먼 학생이었다. 수학 시간에는 꼿꼿이 앉아 삼각형과 사다리꼴을 반듯하게 그리고 깨알 같은 글씨로 필기도 열심히 했지만, 사실 기하라는 과목을 이해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졸업식 행사 안내장에는 로즈의 이름도 올라 있었다. 외따로 떨어진 곳에.

꽃꽂이: 미스 로즈 윌슨

네 아버지가 졸업식 안내장을 더 받을 수 있냐고 물어보더라. 네 이름이 나온 안내장 말이야. 돈을 내야 하면 얼마든지 내겠다는데, 돈을 받고 팔지는 않겠지, 설마."
"그럼요, 더 달라고 하면 줄 거예요. 그리고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뭐. 꽃꽂이 정도는."
"무슨 소리! 대단한 일이 아니면 왜 네 이름이 안내장에 실려 있는데? 젊은 여성이 하는 일 중에 그보다 훌륭한 건 없을 거다. 요즘은 셔츠에 단추 하나 제대로 못 다는 아가씨들도 많아."
"나중에 네 딸한테도 보여 주면 좋잖니." 어머니가 말했다.

꽃, 꽃, 목소리, 그리고 꽃. 로즈는 궁금했다. 남들도 자신처럼 그렇게 여린 추억에 매달리는지, 희미한 형상과 흐린 목소리 속에서 헤매는지. 그런데 왜일까? 스스로가 가엾어서?
왜냐하면 요즘 들어 로즈가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기분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예술이란 본디 시시한 것들을 배치하는 일이 아니던가? 세잔의 작품은 선과 색이 다였고, 쇼팽의 음악은 소리였으며, 향수는 계산된 냄새이고 바삭거리는 리넨은 본디 아마실이 아니던가?

전에는 사람들이 별걸 다 했구나. 그래, 난 이 꽃꽂이란 게 마음에 쏙 들어. 우리 어머니는 이런 거 절대 못했을걸. 어머니는 책 읽기를 좋아하셨어, 항상 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온갖 것들에 관해 이야기해 주셨지.

필은 자기 가족을 굼뜨고 거치적거리는 얼간이와 응원자와 몽상꾼으로 여겼고 필을 제외하면, 그들은 실제로 그런 존재였다.

노마님의 시선을 느낀 조지는 옷 위에 가운을 걸쳤는데 이는 노마님이 그의 어머니였기 때문이었고, 그가 결코 애정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버뱅크 부인이 자신이 읽은 책과 신문 기사를 화제로 삼으면 그들은 굳은 미소로 답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책도 신문도 읽지 않기 때문이었다.

학력이 짧은 그들은 대화를 위험한 것으로 여겼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전부가 아니며 결혼 또한 그저 같은 집에 함께 사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넌지시 일깨웠고, 거실에 있는 모든 부부는 그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딱딱한 표정으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 앉아 있은들, 서로를 아무리 소 닭 보듯 한들 마찬가지였다. 세상이 분명 그들의 죄를 의심하고 있었다. 마음 편히 얘기할 만하면서도 상상력이나 고등 교육이 필요하지 않은 화젯거리는 드물었다. 최근에 들은 같은 업계 사람들의 부고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 오래 머물렀다. 마지막으로 앓던 병의 이름과 와병 생활의 기간, 유언, 임종, 마지막 식사, 유족의 슬픔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날씨는 여러 면에서 적절한 화제였기에 일단 날씨 이야기가 나오면 반응은 거의 열광적이었다.

저마다 급격한 기온 변화나 습도, 비, 눈, 진눈깨비, 지나간 바람과 앞으로 불 바람의 속도 등에 관하여 제 나름의 견해를 밝히고 한숨을 돌렸다. 날씨에 관한 이야깃거리가 바닥나면 사람들은 하녀가 정찬실 문 앞의 종을 울리며 만찬을 알릴 때까지 우두커니 앉아 있곤 했다.

늙은 버뱅크 부부는 핑거볼이나 개인용 버터 접시 같은 것으로 손님을 당황케 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조지는 처음으로 장식장의 문을 열고 줄지어 늘어선 술병을 바라보았을 때 묘한 해방감에 젖었다.

노인장은 자기 큰아들 필과 마찬가지로 짧은 머리에 대개는 도전적인 태도를 보이는 여성들을 못마땅하게 여겼고 술을 마시는 여성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시대의 분위기를 거스를 수는 없다 보니 여성 손님에게 오렌지 블로섬이라는 칵테일을 대접하곤 했다.

로즈는 주지사 부인을 흘깃 보고는 베일처럼 드리운 미소 아래의 권태와 피로와 짜증을 눈치챘다.

하숙집이든 아니든 이 귀한 물건들의 주인은 이제 여기 있는 이 여자였고, 이 여자 남편은 피어스애로 세단을 살지 말지 얘기하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자기 기분이 내키는 대로. 아니, 그보다는이 여자의 기분대로.

이 여자는 자나 깨나 시험을 치르는 기분으로, 맡은 배역을 연기하며, 언젠가는 벗겨지고 말 가면을 쓰고 살아야 하는 처지였다.

그 웃음 또한 어질러져 있는 은제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부유함을 태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였으므로.

피아노의 마지막 음은 곧 그들이 일어서서 작별 인사를 해도 된다는 신호였으므로. 그가 깨달은 바에 따르면 그 신호는 종종 마지막 커피 한 잔이었고, 가끔은 카드 게임의 마지막 싹쓸이였으며, 끈질기게 울리는 전화 벨소리일 때도 있었다.

혹시라도 바깥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지 모르는 조지에게 지금 하는 짓을 들키기 싫어서가 아니라, 필이 쓰지 않은 식기를 치우는 소리 때문에 새로운 갈등이 시작될지도 몰라서였다. 로즈는 이튿날 아침에 그 식기들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하루 동안의 야단법석이 머릿속을 헤엄치듯 떠돌다가 어둠을 배경으로 꼴을 갖추고 점점 선명해졌다.

조지가 남부끄럽잖은 상대와 결혼했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 분명 전남편인 조니를 조금은 생각해서 한 말이었다. 그것은 해묵은 딜레마였다. 두 번 결혼한 사람이 빠지는 딜레마. 그래서 신학자들은 그러한 양심의 가책을 덜어 주고자 천국에는 결혼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했다. "미안하다는 말은 가슴속에나 간직하도록 해, 너희 둘 다."

한참을 오는 동안 주지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사람들이 서로 즐겁게 지내려다가, 또는 그저 의사소통을 하려다가 저지르는 엄청난 실수들에 관해 생각했다

사람들이 그저 지루함을 잊을 목적으로, 또는 이익을 취하려고 모인다는 믿음이었다.

다른 여자한테 기발하다는 말을 듣고 싶어 할 여자는 없어요. 차라리 사납다는 말을 듣는 게 낫지.

필은 원래부터 외국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데다 농사꾼이라면 딱 질색이었다.

"그 망할 놈들은 ‘미합중국’이라는 말도 제대로 할 줄 몰라." 필이 곁에서 말을 타고 가던 애송이 카우보이에게 한 말이었다. 필은 열혈 애국자였다.

발정 난 암소가 다른 암소의 꽁무니에서 내려오자 황소가 그 암컷 옆에 붙어 주둥이를 킁킁댔다. 암컷이 수줍은 척 달아났지만 수컷은 재빨리 뒤쫓아 가서 올라탄 다음, 표적을 명중시키고 허리를 구부렸다. 암컷은 수컷의 육중한 몸에 눌려 휘청거리다가, 일을 끝낸 수컷이 물러나자 등을 구부린 채 비틀비틀 무리로 돌아갔다.

그는 남자들이 고작 여자 엉덩이에 정신이 팔려 자기 인생을 결딴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기 인생뿐 아니라 다른 모두의 인생까지.

가족 중에 말을 섞지 않고 지내는 식구가 있는 집은 분명 많았다. 그러나 이는 웬만큼 살아 봐야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식구에게 기대를 접을 줄도 알 만큼, 불쾌한 점을 받아들이고 장단점을 합산하여 나머지를 취하는 법도 터득할 만큼 나이를 먹은 후에.

아들에게 자신이 존중받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어머니가 있을까? 세상의 어떤 어머니가, 어른들은 대처하는 법을 이미 배운 혼돈으로부터 자기 자식을 지키고 싶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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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단편집 1
켄 리우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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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는 이 책에 있는 단편들을 하나로 묶는 주제가 ‘초월‘이라고 했지만, 나는 ‘사랑‘으로 읽었다. 타인의 삶을 통해서 내 삶을 뒤돌아 보고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다. 절대 음감과 기술을 지닌 유망주의 등장처럼 앞으로 켄 리우의 활동이 무척 기대된다. 이제야 그를 알아보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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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4-21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라로님 백자평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

라로 2022-04-23 21:22   좋아요 1 | URL
앗! 이런 과분한 칭찬을!! 감사합니다, 미니님!!^^
 

남을 갈구는 것이야말로 필에게는 사는 낙이 아니던가!

사내들은 주문서의 빈칸을 채우느라 쩔쩔맸다. 떡 벌어진 어깨를 어린애처럼 움츠리고 연필 꽁무니를 입에 물고 잘근거리며, 제 눈에도 괴발개발인 글씨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하며, 주문품의 무게를 계산하고 받을 곳의 우편번호를 찾느라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결국 포기하고 한숨지으며 글쓰기와 셈에 더 밝은 동료에게 그 고역을 떠넘기는 경우도 잦았는데, 개중에는 고등학교를 문턱이나마 밟은 이가 있어서 부모나 그리운 누이 앞으로 보내는 편지도 남들 대신 써 주곤 했다.

그러나 주문서가 우편물로 변하는 일은 얼마나 신기했던가. 어쩌면 새 장갑과 시내에 나들이 갈 때 신을 새 구두, 축음기에 얹을 레코드판, 바람이 산마루에서 내려온 늑대처럼 울부짖는 겨울밤에 외로움을 달래 줄 악기, 그런 것들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소포가 시애틀이나 포틀랜드에서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시간은 또 얼마나 흐뭇하고 애가 탔던가.

일꾼들은 필을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뿌듯했지만, 코르셋과 속옷 바람인 요염한 여자 모델의 사진에 정신이 팔린 것까지 들키기는 싫었기에 그와 말을 주고받는 틈을 타 슬그머니 카탈로그를 덮었다

"필은 선생 같은 사람은 한 쉰 번쯤 너끈히 샀다가 팔았다가 할 양반이오, 이 협곡 일대에서는 자기 동생 빼고 아무라도 그렇게 할걸. 나는 필이 우리 가게 의자에 앉는 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아주 어깨가 다 으쓱해."

필은 머리가 비상한 학생, 조지는 느리지만 꾸준한 학생이었다.

둘은 형제간에 드물지 않은 방식으로 사이좋게 지냈는데 키가 홀쭉하고 여윈 필은 한낮의 하늘처럼 파란 눈으로 저 멀리를 응시하다가 코앞의 땅을 살피고, 퉁퉁하고 우직한 조지는 퉁퉁하고 우직한 갈색 말을 타고 종종거리며 그 뒤를 따라가는 식이었다.

형제는 나란히 침낭을 깔고 누워 어둠 속에서 졸졸 흘러가는 시냇물 소리에 함께 귀를 기울였다. 폭이 어른 남자 한 걸음에도 못 미치는 그 시냇물이 바로 미주리강의 수원이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나 보면 서리가 내려 있었다.

형제는 요리사인 루이스 부인을 계속 고용했다. 본채 뒤편의 오두막집에 사는 부인은 짬을 내어 주인집을 대강 청소해 주었는데 비질을 한 번 할 때마다 불평을 한마디씩 구시렁거리는 식이었다.

어차피 형제는 지금도 마치 집 안을 돌아다니는 여성이 있는 양 뜨악할 정도로 점잖게 행동했다.

조지는 일주일에 한 번 목욕을 할 때 옷을 다 입은 채 욕실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물소리만 찰박찰박 낼 뿐 노래도 흥얼거리지 않고 조용히 목욕을 끝낸 후에는 다시 옷을 다 입고 욕실을 나섰지만, 더운 김이 고자질하듯 그의 뒤를 따랐다.

겨울에는 몇 달이나 씻지 않고 그냥 버텼다. 형제는 동기간에 벗은 몸을 보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밤에 옷을 벗을 때에는 반드시 먼저 전등불을 껐다. 그 골짜기의 모든 집을 통틀어 첫 번째로 단 전등불이었다.

오랜 습관을 버리는 일, 또는 자신의 신분을 잊어버리는 일은 쉽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았다.

무슨 어린애처럼, 조지는 동물이나 자연을 다룬 이야기에서 감동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타고난 재능을 조지와 나누어 가졌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불붙은 듯 열광하는 법이 결코 없는 조지, 비유를 들자면 불커녕 연기를 피우는 일도 드문 조지, 이제는 리오 트럭을 몰고 헌든에 가서 은행장을 만난 후에 슈거볼 카페에서 점심을 먹는 날도 고대하지 않는 동생 조지와 나누어 가졌으면 좋았을 거라고.

그는 계산된 침묵의 힘을 알았다.

"넌 예의를 갖추는 법부터 배워야 할 거다. 사랑이 뭔지는 까마득히 더 배워야 할 거고."

꿈은 이루어질 것이다.

요즘 애송이들은 당최 분수라는 것을 몰랐다.

무식한 인간일수록 필요 이상으로 꾸며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게 마련이었다.

아아, 영화배우 메리 픽퍼드처럼 다정하고 상냥하고 심지 굳은 여성을 만날 수만 있다면, 미소와 눈빛으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미스 픽퍼드, 그녀의 보조개와 눈길을 지닌 여성을!

조니는 자기가 갖다 준 제비꽃을 코트에 핀으로 다는 로즈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며,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그토록 애정을 담아 움직이는 손끝을 그때껏 본 적이 없었으므로.

조니는 로즈에 관해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었다. 로즈는 물러서는 법을 몰랐다! 어떤 놀이 기구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로즈는 롤러코스터를, 맙소사, 속이 뒤집히는 그 기구를 타고 나서 곧바로 바이킹에 올랐고, 그 기구의 흔들리는 운동에 익숙해지고 나서는 모든 놀이 기구를 한 바퀴 돌았다.

"배짱이 부족하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는 남자치고는, 고든 씨는 이 무서운 기구들을 다 돌 만큼 배짱 있는 분이세요!"
"어, 그게, 당신하고 같이 있으면 배짱이 넘치거든요."

곧 키스를 받으리라는 것을 아는 사람처럼 두 눈이 반짝이고 입술이 살짝 벌어진 그녀를 보며, 조니는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그가 느끼기에 자신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풀리든 간에, 로즈 없이는 완전치 않았다. 그런데 두려웠다. 그녀가 걱정돼서였을까, 아니면 스스로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가끔 예민함을 통제해야 해. 예민함은 위험을 초래하는 수가 있거든. 그게 의사가 되려는 사람한테 특별히 유용한 특성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네. 아쉽지만, 그게 현실이야."

‘조니’처럼 가벼운 이름을 지닌 사람을 누가 신용하겠는가. 세상의 조니들은 껄껄 웃고 엉엉 울며 인생을 겅중겅중 살아갔지만, 하나같이 겅중겅중 살 뿐이었다.

조니는 아들을 제 손으로 받았다. 그는 아내의 배 속에 깃든 복된 아들을 손수 세상으로 인도한 후에 아내와 함께 그 아들에게 약간 흐리멍덩한 느낌이 나는 피터라는 이름을 지어 주는 실수를 저질렀는데, 이는 로즈의 아버지 이름이 피터이기 때문이었다. 이로써 그 건장한 노인은 피트라는 애칭을 얻었다.

그의 아내는 하던 일이 뭐든 간에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그를 볼 때면 늘 웃는 표정이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올지 안 올지는 하늘만 아는 서부로.

어쩌면 나는, 진실을 마주할 힘이 없어서 문제인 게 아닐까?

아버지라. 조니는 속으로 생각했다. 맙소사, 얼마나 무거운 말인지. 얼마나 무거운 책임인지. 그렇게 생각하며 그림을 받아 들었다.

아들이 가고 나서 조니는 벽을 향해 돌아누웠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들도 다 알았던 것이다. 아니면 남에게서 들었거나. 그렇지 않고서야 무슨 까닭으로 선물을 가져다주겠는가? 제 아비를 동정할 생각이 아니라면?

이듬해 일 년 동안 조니는 술을 입에 대지 않았다. 더는 노래도 부르지 않았다. 얼굴은 살이 내려 수척해졌고 눈에는 관심을 바라는 빛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조니는 마을 뒤편의 산속에 왕진을 다녀왔다. 그곳에 사는 임신부에게서 사산된 아기를 받고 오는 길이었다.
운 좋은 아기야, 운도 좋지. 조니는 생각했다. 그 아기는 결코 좌절할 일도, 냉혹한 자연의 섭리 앞에 두려워 떨 일도 없었다. 약한 자가 강한 자에게 무너지는 그 섭리 앞에.

"아버지로서 이런 말을 입에 담으려니 기분이 이상하다는 뜻이야. 아마 내 아버지도 그러셨을 것 같다. 그래서 한 번도 입 밖에 내질 않으셨겠지. 하지만 난 딱 한 번은 말하고 싶구나. 무슨 말이냐면, 피터, 난…… 난 너를 사랑한단다."
피터는 잠시 아무 말도 없이, 커다란 두 눈으로 아버지를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창고 안을, 온 세상을 다 비출 것처럼 커다란 두 눈으로. 그러나 오른쪽 관자놀이에서는 벌레처럼 구불구불한 파란 핏줄이 살짝 움직였다. 피터가 입을 연 것은 조니가 돌아서서 광을 나서려 할 때였다. "아버지. 저도 아버지를 사랑해요."

남들이 하는 말을 절대로 마음에 담아 두지 마라.

남의 말을 아예 귀담아들을 줄 모르는 사람은…… 그런 사람은, 보통 모질게 자라서 모진 사람이 되게 마련이거든. 넌 상냥한 사람이 되어야 해, 상냥한 사람이. 넌 어쩌면 남들한테 큰 해를 입히는 사람이 될지도 몰라, 왜냐면 넌 강하니까. 너 상냥함이 뭔지 아니, 피터?"
"잘 모르겠어요, 아버지."
"그래, 그럼 가르쳐 주마. 상냥함이란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나 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앞길에 놓인 걸림돌을 치우려고 애쓰는 거란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닭을 잡는 것도 모두 피터의 몫이었는데 왜냐하면 로즈는 닭 잡는 광경을 아예, 차마, 도저히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닭을 잡을 때가 되면 로즈는 집 안으로 들어가 문과 창문을 닫고 노래를 부르다가 정 견디기 힘들면 소름 끼치는 꼬꼬댁 소리를 피해 귀까지 틀어막았고, 그러는 동안 피터는 말없이 이쪽에 있는 닭과 저쪽에 있는 닭을 닭장 구석으로 몰아갔다.

사람은 시대에 맞춰 살아야 하는 법이었다.

공공장소에서 담배를 피우는 여자는 못 할 짓이 없다는 것이 필의 지론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친한 사이였고 자신의 삶으로 상대의 삶을 더없이 보완해 주었다. 한쪽은 날씬하고 한쪽은 퉁퉁했으며, 한쪽은 영리하고 한쪽은 꾸준했다. 그렇게 일란성 쌍둥이 같은 사이였기에 필은 동생에게 솔직해질 수 없을 때 짜증이 났다. 왠지 갈피를 잃어버린 느낌에 화가 났다.

요즘 들어 조지는 하루 종일 뭔가 읽고 있어서 말을 붙이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필은 사람들이 단편 소설이나 동물에 관한 이야기, 추리 소설 따위를 왜 읽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동물은 동물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것보다 실제로 관찰하면서 더 잘 알게 되기 마련이었고, 추리는 그저 머릿속으로 추론해 보면 그만이었다.

필은 조지에게도 남다른 기술과 할 일이 있어서 ? 그런 것이 있다고 조지 스스로 느껴서 ?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필은 이내 침대에서 일어나 방 안에 똑바로 섰는데 이는 혹시 루이스 부인이 방까지 찾아와 저녁을 먹으라고 부를지도 몰라서였고, 누워 있는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서이기도 했다.

비록 깨치는 속도는 느렸지만, 조지는 한번 외운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자기 안에 간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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