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리즈 위더스푼이 출연한 Home Again을 보고 새벽에 잠이들어 이제 일어났다. 아무도 일어나라고 깨우는 사람이 없어서, 남편이 알아서 아이들 도시락 싸주고 학교 보내줘서, 고맙다.
영화보고 늦게 일어나기를 그동안 얼마나 고대했는데. ㅎㅎㅎㅎ
영화는 좀 실망. 시간이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제 해든이를 컵스카우트 미팅에 데려다 주면서 뒤에 앉은 녀석과 대화를 했는데 이제는 아이가 아니고 소년이라는 것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아이도 자기의 앞날을 생각한다는 것이, 그것을 생각하니 인간은 부모로인해 태어나지만 부모 없이도 잘 살 수 있도록 유전인자에 프로그램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컵스카우트 하는 곳이 집에서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처음 아이와 차를 타고 달릴때는 비가 오고 있었지만, 일기 예보의 예측대로 7시가 되고 있어서 그런가 힘이 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비 얘기를 했는데, 아이가 우산은 정말 훌륭한 발명품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성비를 머리에 얼굴에 맞지 않을 수 있게 해주는 우산은 훌륭(녀석은 awesome이라고 했지만 엄마가 훌륭하다고 마음대로 바꿈) 하다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그럼 너는 어떤 발명(?)을 하고 싶니? 그랬더니 자기는 자전거를 타면 그 에너지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것을 발명하고 싶단다.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이 자동으로 흘러 나오면 너무 좋을 것 같단다. 자기는 음악을 너무 좋아하니까. 하지만 컴퓨터 칩이나 그런 것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순전히 페달만 밟아서 생성되는 음악.
내가 그렇게 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그냥 아이파드에서 이어폰 꽂으며 음악 들으면서 자전거 타면 되잖아. 그랬더니, 운전을 하거나 모토 싸이클을 타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이어폰을 끼는 건 위험해요. 그거 불법일지도 몰라요. 엄마는 자동차 타고 가면서 이어폰으로 음악 듣다가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해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요?
생각해보니 아이 말이 맞는 것 같다. 차를 타고가면 차 안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는데 내가 자전거를 타지않으니 자전거 타는 사람들은 어떻게 음악을 들을지 생각을 못했네.
그리고 해든이와 남편이 하려고 하는 게임 비지니스에 관한 얘기를 했다. 남편은 어제 열심히 자기네(해든이와 남편의)회사 로고를 디자인했다. 회사 이름은 해든이가 제안했다. 아이는 이름 짓는 것에 좀 재능이 있는 듯. 어쨌든 아빠의 로고가 마음에 드냐고 하니까, 자기는 아빠의 아이디어는 언제나 훌륭(여기서도 awesome 이라고ㅎㅎㅎ) 하다고 하면서 아빠에 대한 100%지지를 보낸다.
그리고 도착해서 아이는 모임에 들어가고 나는 차 안에서 When Breath Becomes Air의 마지막 부분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의 모임은 한시간이라 알람을 맞춰놨었다. 알람이 울려서 어렵게 책을 손에서 놓고 아이를 데리러 갔다. 아이는 두번째로 일찍 나와서 우리는 손을 다정하게 잡고서 차로 왔다. 차를 타고 아이에게 뭘 배웠는지 물어보니 오늘같은 응급 상황(비가 많이 와서 대피하는 사람들도 있었다)이 되면 어떻게 자신과 가족, 더 나아가 이웃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얘기했단다. 배운 것을 얘기해 주면서 응급상황이 오기 전에 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해요, 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얘기 저얘기를 하면서 오는데 지금 왜 자기는 ‘ordinary joe’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는지 기억은 안 나는데 암튼 내가 왜? 평범한 게 좋은 거야. 자기는 그래도 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단다. Ordinary Joe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뜻의 catchphrase 이다.
평범해지지 말라는 얘기를 한 적도 없는데 혼자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에 좀 놀랐다. 사실 딸은 첫아이라 잘 되라고 딸에게 책도 많이 읽히고 시간도 많이 투자했지만 큰아들부터는 삶이 호락호락 하지 않아 숙제를 봐줄 시간도 거의 없어 아들들은 방목으로 키워서 뭐가 되라, 뭐 해라 이런 얘기는 커녕 숙제도 봐줄 수 없었다. 지금도 내공부에 바빠서 아이들은 안중에 없고. 그런데 아이는 성큼 저만치 자라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 같다.
암튼 나는 그래서 너는 이미 특별해. 뭔가 특별한 사람이 되려고 하기 보다는 지금 너가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하면 좋을 것 같다고 했더니 엄마가 보기에 자기가 뭘 좋아하는 것 같냐고 한다. 나는 사실 운전에 집중하느라 아이 얘기를 건성으로 듣고 있는 중이었다는.
나는 아이 말을 받아서 “너가 좋아하는 것을 얘기해봐”, 했더니, 너무 웃기게 말을 했는데 한국어로 말하기가 어렵네. ㅎㅎㅎㅎ
한국어로 아이가 말한 것으로 옮기면 의미가 달리지는 듯. 암튼 아이는 “Why?라고 하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말하면 엄마는 그것을 듣고 거기에서 정보를 얻어 엄마의 의견을 말하려고요?” 뭐 그 비슷하게 말했는데 암튼 나는 너무 웃겨서 막 웃다가 집에 도착했다.
아무튼 아직도 궁금하다. 아이는 왜 평범하지 않고 싶어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