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과외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 집어 든 책은 [책 한 권 들고 파리를 가다]이다.
이 책은 저자부터 매우 독특하다.
린다(林達)라고 하는데 한국식 발음은 림달이 되시겠지만, 중국식으로 '린다'로 발음하나?? 중국어를 몰라서.. 아니면 지금 미국에 살고 있다고 하니 영어식으로 변화를 준 것일까??? '린다'라니!! 林達이라는 한문이 버젓이 옆에 있는데 린다라고 써 놓은 것을 딱 보고 'a funny feeling'이 느껴졌다. 웃기다고도 할 수 없고 이상하다고도 할 수 없는 느낌. 이때의 느낌은 영어의 funny feeling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 듯하다. 어떻게 생각해요, 꽃양배추님????(이렇게 페이퍼에 대놓고 부르면 나오시려나???꽃양배추님 글 고프다요, 어서 나오라 오바)
내 이름도 저렇게 바꿔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이미 다 **로 알고 있는 내 이름을 바꾼다는 게 쉽지 않다. 이미 알라딘에서 여러 번 이름을 바꾸는 짓을 하면서 깨달은바.
각설하고 부부의 필명을 '린다'로 사용한다는 이 부부의 짧은 설명도 참 인상 깊었다.
"같은 중학교에 다녔고 문화혁명이 한창이던 1969년 농부로 일하다가 1978년 같이 대학에 입학하는 등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라고 한 줄로 요약해봤는데(사실 요약이라는 말이 우습다. 원래 글에서 몇 글자 뺏을 뿐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데 왜 그렇게 많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걸까?
'란다'라는 필명을 함께 사용하는 부부는 중학교 때부터 알고 지냈구나!!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커플이 바로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리고서 두 페이지를 넘기면 <일러두기>가 한 페이지나 차지한다.
번역 책들은 이렇게 일러두기를 해 놓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것을 알지만 이렇게 한 페이지나 해 놓다니!!
일러두기를 읽으면서 내가 태어나기 전에 하늘에서든 엄마 뱃속에서든 '앞으로의 네 인생은 이러이러할 것이니 이 점 만은 명심해라',,이러면서 일러두기를 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엉뚱한 생각.
하지만 그런 생각을 다시 지운다. 우리의 인생은 우리가 하는 선택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니 일러두기 같은 것 있으면 오히려 재미는 없겠구나.
일러두기를 다 읽고 목차를 본다.
그다음은 prologue인데 페이지 맨 위에 'Quatrevingt-Treize' 글이 적혀있다.
불어라는 것을 직감하고 구글 번역기를 사용해서 무슨 뜻인지를 알아본다.
Quatrevingt-Treize를 한국어로 번역하면 '구십 - 13' 이라고 나온다. 이게 뭐지??라고 1초 생각하고
"아! 린다라는 필명을 가진 중국인 부부가 빅토르 위고의 책 [93년]을 가지고 여행을 한 것을 말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다시 보지만 구십 - 13이라면 103이 되는 거 아닌가???
그런데 구글 번역기 바로 밑에 이런 글이 나온다.
Did you mean: Quatre Vingt-Treize
그래서 그걸 눌러보면 '여든 - 13'이라고 나온다.
그러면 93이 되는 거다. 그렇다면 후자를 사용하는 게 맞는 불어인 것 같은데 알라딘에서 빅토르위고의 [93년]을
검색해 보면 [93년]의 원작 제목이 [Quatrevingt-treize]이라고 나온다.
알라딘을 살짝 못 미더워 하면서 다시 그 제목을 구글에서 찾아본다.
역시 빅토르위고의 [93년]이라는 알라딘에 나와 있는 원제와 같다.
그런데 Quatre vingt-treize라고 구글에 검색해도 빅토르위고의 작품이 나온다.
'Quatre-vingt Treize'<←이렇게!!!
그래서 다시 단어를 나눠서 번역기에 돌려봤다.
Quatre-네(라고 나오는데 아마도 넷이라고 하는 것 같다.)
vingt-스물
Treize-십 삼세
Quatrevingt-여든
그러니까 구글 번역기가 오류를 범하는 때가 있다는 건가???
Quatrevingt-Treize나 Quatre vingt-Treize가 똑같이 93이여야 한다는.
왜냐하면 넷(Quatre)X스물(vingt)이나 여든(Quatrevingt)은 같으니까???ㅎㅎㅎ
하지만 이 결론은 불어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구글 검색과 알라딘 검색만을 토대로 내린 결론이라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불어를 전공하는 딸아이가 오면 물어봐야겠다는.
"다른 언어를 안다는 것은 또 다른 영혼을 갖게 되는 것이다."라고 누가 말했다. 누구지????노트에 적어놨는데 기억이 안 난다.
나중에 노트를 찾아봐야겠다. 아무튼, 불어를 모르니 그 단어를 이해하기 위해서 여러 단계를 거쳐야만 했다.
다른 언어를 아는 것은 또 다른 영혼을 갖기 이전에 책을 더 빨리 읽을 수 있게 해준다는 사실. ( ")
멋진 책을 앞에 놓고 야금야금 읽고 싶어서 더 뜸들인 것도 같다만 .님이 말씀하신 대로 "아주 잘 쓴 책"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는 속력을 내어 읽어내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으면 빅토르 위고의 [93년]을 찾아 읽게 되리라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겠지?!
이 부부가 파리를 여행하면서 들고 간 책이 바로 빅토르 위고의 [93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