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we hold on together - Diana Ross


남편의 큰 형이 한국에 온 건 지난주지만 우리가 만난 건 어제다.

남편은 어제 새벽 기차로 형이 묵고 있던 JW메리어트호텔로 갔고 형과 함께 호텔에서 준비한 아침을 먹고
남편이 선두가 되어 일행에게 서울 길 안내를 해 줬단다. ( ")
광화문, 인사동, 경복궁, 명동, 남대문,교보문고까지 흩고선 5시 50분쯤 KTX를 타고서 대전에 내려왔다.

(형은 책벌레인데 어디서 들었는지 교보문고가 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중 하나라면서 거기서 꼭 책을 사고 싶어해서
교보에 들렀는데 책을 트렁크 한가득 사서 왔다는, 가족들의 선물은 안 사고 말이지,;;;

나보다 교보문고에서 더 행복해하더라는 후문)


나는 토요일엔 과외가 몇 건이나 있는데다 학원 아이들 시험 준비 보충을 해 준다고
아침부터 나가 있어야 했다.

해든이를 돌보라고 기숙사에서 일찍 오라고 한 딸은 아파서 좀 늦는다고 했고
토요일마다 집에 있던 N군은 그날따라 예전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며
해든 이를 봐 줄 수 없다고 했다.
일이 좀 꼬이긴 했지만, 그래도 난관을 헤치고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N군은 내가 나간 아침 9시부터 첼로 연습을 하고 10시에 첼로 선생님께 개인지도를 받은 뒤
아픈 딸이 기운을 내서 11시까지 집에 온 덕분에 친구들을 만나러 나갈 수 있었다.
나는 학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과외를 하다가 한 군데를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내일 하겠다는 양해를 구하고서 형을 맞이할 음식준비에 필요한 것을 살 수 있었다.
그리고 역까지 나가서 형과 남편을 태우고 집에 와서 아이들과 함께 고깃집에 가서 푸짐하게 먹고
집에 온 뒤 각자 샤워를 하고선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아침 일찍 일어나 교회를 갔다. 교회에 마침 행사가 있어 점심이 준비되었다.

교회에서 점심을 먹자고 남편을 꼬셔서 다행이 점심 준비를 안 해도 되었다.(히힛)

그리고 집에 와서 어른들만 낮잠을 잤다.
낮잠을 잘 잔 뒤 남편과 형은 남편의 연구실을 구경하러 간다며 나갔고
나는 저녁을 맛있게 준비했다.

내가 준비한 메뉴는 레몬 연어 스테이크와 치킨 시저 샐러드에 삶은 채소를 곁들였다.
아, 음료수는 포도 주스와 콜라였는데 주스보다 콜라를 더 많이 마셨다.
디저트로는 간단하게 수박을 썰어서 내놨는데 다들 배부르다며 안 먹었다능, ㅠㅠ
그리고 나는 오늘 하겠다고 했던 과외를 하러 갔다 왔고
내가 열심히 돈을 벌고 있는 사이
남편, 형, 아이들은 남편이 요즘 개발 중에 있는 카드게임을 했다.
집에 와서 딸아이를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방금 들어왔더니 모두 잠들어 있다.


피곤한데 낮잠을 잔 덕분인지 지금은 쌩쌩하다.

다행히 형은 남편처럼 조용한 성격이 아니라 우리는 많은 얘기를 할 수 있었고 많은 얘기를 들었다.
우선 형은 한국에서 받은 인상이 아주 좋았나 보다.
세계적인 도시의 하나인 서울이 비교적 깨끗하고 안전한데 놀랐단다.
그리고 형이 만났던 대부분의 사람이 친절했고 열정적이었으며 영어를 잘해서 또 놀랐단다.
그래서 한국에 올 때 통역으로 온 사람이 가르쳐 준 한국 인사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이제는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그래도 내 가족을 만나면 한국말로 인사를 해주는 센스를 발휘하라고 했더니
'안녕하세요?'는 'hello' 에 비해 너무 길고 복잡하다며 포기하려는 눈치다.

형의 성격을 잘 알기에 더 이상 배우라고 하지 않았는데

조용히 우리 대화를 듣던 남편이 'onions on your sneakers' 를 빨리 말해보라고 한다.
오~~~형이 하니까 정말 '안녕하세요?' 비슷하게 들린다!!
형은 나 없이 남편과 함께 우리 가족을 만났을 때 '안녕하세요?'를 그럴듯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내일 남편과 형, 그리고 아이들이 떠나면
어제 받은 『솔로몬 왕의 고뇌』를 읽고 페이퍼든 리뷰든 당기는 것을 쓸 것이다.


멋진 리뷰를 쓰고 싶지만 그건,,,,글쎄.(넘 기대하지 마세요,,ㅠㅠ)
이 책을 내게 보내주시고 글을 써주길 바라신 분의 성의를 생각해서
가족이 없는 동안 열심히 읽고 진솔한 느낌을 쓰고 싶다.
허접한 글쓰기도 진정성이 느껴지면 이렇게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을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지금까지 내 글쓰기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앞으로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에밀 아자르, 아니 로맹 가리가 아니었다면
생각해 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형은 좀 잘생겼다. 내 친정엄마도 "형 같은 사람이랑 결혼하지?"라는 말을 했을 정도로,
오늘 교회에서도 다들 형 잘생겼다고 난리였다.__a
하지만 기죽지 마 남편, 네가 더 젊잖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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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6-25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굿모닝~ 뤼야님^^
재미있게 읽었어요. 늘 오색찬란한 일상을요^^
에밀 아자르의 마지막 작품, 저것도 퐁당 담아가요^^

라로 2012-06-25 23:21   좋아요 0 | URL
가끔은 먹구름,,,^^;;
제가 오색찬란하게 쓰는 거에요,,ㅋㅎㅎㅎ(한잔 했다는 증거,,이런 태도라니,,ㅎㅎㅎ)

가연 2012-06-25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발음을 해봤는데 저로서는 안녕하세요, 라고 이끌어 낼수가 없네요ㅠ 역시 제 발음이..

라로 2012-06-25 23:22   좋아요 0 | URL
좀 빨리 해야하더라구요,,^^;;
아주 비슷하게 들리는게 아니라(기대치가 낮아서리,,형에 대한,,^^;;)
최소한으로 비슷하게 들린거에요,,^^;;

BRINY 2012-06-2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뉴질랜드 출신 원어민선생님에게 시켜봐야겠습니다.

라로 2012-06-25 23:22   좋아요 0 | URL
어떄요???안녕하세요?처럼 들리던가요???궁금,,ㅎㅎㅎ

2012-06-25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5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moonnight 2012-06-26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잘생기신데다 책!벌!레! *_* 갑자기 팬심모드 발동되네요^^;
로맹 가리의 책은 두권밖에 안 읽었는데 너무 오래전이라 솔직이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래서 로맹 가리 책 좋다고 사람들이 그러면 저는 침묵-_-; 뤼야님 글 읽으니 저도 읽고 싶어져요. 리뷰 또는 페이퍼 기대할께요^^

라로 2012-06-26 10:01   좋아요 0 | URL
그런데 매우 뚱뚱합니다.^^;;
잘생겼지만 뚱뚱하니 좀 안습이에요,,,남편은 말랐거든요.
둘이 잘 섞어서 반으로 나누면 좋을텐데 말이에요,,ㅋㅎㅎㅎ
로맹가리는 다시 읽어보시길,,,저는 소설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로맹가리는 정말 탁월해요!!로맹가리의 책이 아니었다면 읽어보고 글을 쓰겠다는 말을 안 했어요!!
아무리 공짜 책이 좋더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