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야님께서 생일 선물로 보내 주신 <이반 일리히> 를 밑줄을 그어가며 읽다가(거의 다 읽어 간다.)
다시 읽을 생각을 하면서도 끝까지 읽는 게 너무 아쉬워 다른 책을 집어 들었다.
바로 필립 로스의 <울분>을 읽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moonlight님께서 생일 선물로 보내주시겠다던 책 두 권이 도착해서 읽던 울분을 잠시 내려놓고 <jumping the scratch>를 다 읽었다. 다행히 책이 두껍지 않아 가능. 우연한 일치(?)는 과장된 말이지만 울분과 jumping the scratch는 약간 비슷한 부분을 발견했다. 주인공 Jamie의 담임인 Miller선생님은 Jamie가 다니는 학교에 초청 작가로 방문한 Arthur에게 Jamie가 아버지가 없는 결손 가정의 아이라면서 Jamie에 대해 그것만 알아도 그 아이가 어떤 아이란 것을 알았을 거란 말투로 말한다.
그런데 울분에도 비슷한 얘기가 있다.
주인공인 마커스는 아버지 때문에 집을 떠나 멀리 떨어진 오하이오의 작은 대학 와인스버그로 학교를 옮긴다. 그곳에서 처음 만난(아직 중간도 다 읽지 못한 관계로 마커스가 올리비아말고 또 다른 여자를 만나는 지 아닌 지 모르지만) 올리비아란 여자와 첫 관계에서 그녀가 자신의 그곳을 빨아 준것에 충격을 받고는 그여자의 부모가 이혼했기 때문에 처음 데이트에서 그렇게 적극적(?)인 행동을 했다고 혼자 굳게 믿는다.

"내가 해달라고 하지도 않았어. 해달라고 말할 꿈이라도 꿨겠어? 그애를 잘 알지도 못하는데. 그런데 빨아준 거야. 그런일 들어본 적 있어?
"아니." 엘윈이 대답했다.
"그애 부모가 이혼을 해서 그런 거야."
그러자 엘윈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중략)
"그애가 너한테 그렇게 얘기해?" 엘윈이 물었다.
"그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 그냥 내가 추측하는 거야. 그애는 그냥 해줬어. 내가 그애 손을 내 바지로 끌었더니, 자기가 알아서, 내가 더 어쩌지도 않았는데, 지퍼를 내리고 꺼내서 해줬어."(중략)
"그애는 전에도 해봤을거야." 내가 엘윈한테 말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 엘윈이 대답했다.
"그걸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렇겠네."
"그애를 다시 봐야 할지 모르겠어."
"너한테 달렸지." 엘윈은 마무리하듯 그렇게 말했다.(중략)    

p. 69~71


어디부터 옮겨 적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두 책을 읽으면서 좀 충격을 받았다. 두 상황이 나에게 일어난다면 나 역시 밀러 선생님이나 마커스처럼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을까 하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이다. 두렵다.
아무튼...

결손가정의 아이로 자신 스스로를 유폐 상태에 처할 수밖에 없어 그 누구의 눈에도 띄고 싶어 하지 않고 그 누구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지 않는 Jamie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치유의 방법을 알려준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동화 작가와 친구 (알라딘 소갯글) 덕분에 Jamie는 "jump the scratch in his own life"를 할 수 있게 된다. 브라보~.

Jamie의 내면 깊숙이 감춰져 있던 고통을 꺼내어 놓고 밝혀가는 과정에서 성장과 글쓰기의 치유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치유하는 글쓰기>의 저자  박미라씨도 우리에게 ‘자가치유’에 대한 믿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답은 자기 안에 있고, 그것을 종이 위에 발설하고 직면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치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죽도록 미운 당신에게 쓰는 편지부터 핵심가치를 찾아 떠나는 여행까지, 직접 글을 쓸 때마다 얼룩졌던 내면의 상처는 조금씩 극복되고, 우리의 마음은 조금 더 튼튼해진다."고.

사실 어떤 글도 쓸 기분은 아니었는데 <jumping the scratch>를 읽으면서 다시 글을 쓰게 되었다. 자가 치유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갖고서.

이 책을 내 생일 선물로 보내주신 다정한 moonlight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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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1-08-19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용기를 가지고 슬퍼하지 않도록 한다.

치니 2011-08-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책 전체를 읽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혼 가정에서 자라면 입으로 하는 데 적극적이다, 이거는 편견이라고 하기에도 무리일 만큼, 너무 jumping 하는데요? ^-^; 작가가 주인공이 편견 가득한 인물이라는 걸 나타내려고 저런 장면을 썼다면 말여요.
글쓰기는 일단은 누구나 조금씩 배설의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 같아요. 배설 이후의 승화를 어떻게 잘 해내냐에 따라 그 글이 읽을 만한가 아닌가가 결정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이유야 어쨌든 나비 언니가 글 자주 써주셨음 좋겠다, 뭐 그런 말! :)

라로 2011-08-20 06:12   좋아요 0 | URL
늘 중요한 순간에 위로의 댓글을 달아주는 치니의 센스!!^^
고마와~~.

nada 2011-08-19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 심한(그리고 슬픈) 비약이긴 하지만..
본인의 자유의지와 상관없이 갖게 된 결핍, 특히 성장기의 결핍은 자기도 모르게 세상에 저자세를 취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저 부분을 쓴 작가의 관찰력이 뛰어나다고 느꼈어요.
저 아이가 정말 이혼 때문에 저런 '적극적인' 성향을 갖게 된 거라면,
그건 적극적인 게 아니라 오히려 타인에게 다가가고 인정받는 것에 소극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네요.
그냥 쉽고 거친 방법을 택해버리는 거...
그러고 보면, 작가는 참 잔인한 사람들이에요.
남의 상처를 후벼파서 찬란한 태양 아래 까발려 놓으니.

라로 2011-08-20 06:14   좋아요 0 | URL

이런 공개 댓글 좋아해요!!>.<
이 페이퍼에 댓글 하나도 안 달리면 그럴것 같았는데
치니님과 꽃양배추님의 댓글이라니 제가 복도 많지!!!^^

2011-08-21 23: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19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0 06: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0 18: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0 2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1 2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21 2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1-08-20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거의 다 읽어가는 지점에서 다른 책 펼치는 거 저랑 같아요.
뭔가 다 읽어버리고나면 아쉬운 것 같기도 하고 뭐 이런저런 이유에서요.ㅋㅋ
오늘아침 제법 선선해요. 8월 중순 넘어가면 살갗에 닿는 바람이 어찌 이리 달라지는지
늘 놀라워요. 그렇게 가고 또 오고.

라로 2011-08-20 20:51   좋아요 0 | URL
보내주신 <이반 일리히>는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좋아요!!!!>.<
아껴서 읽으려고 하는데도 너무 빨리 읽히는 거에요!!ㅜㅜ
그래서 제동을 걸었죠!! 처음 읽는 거랑 두 번째 읽는 거랑 느낌이 다르잖아요~~~~,^^

오늘 아침은 정말 선선하더라구요. 지금은 찬 바람이 부는 것 같아요. 부산도 그런가요?? 9월에 부산 해운대 가서 수영하려고 했더니 계획을 취소해야 할까요??ㅎㅎㅎ
그러게요, 그렇게 가고 또 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