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제목은 다른 책에서 가져왔다. 혹시 내가 가져온 이 문장이 어느 책에서 가져온 것인지 아는 분이 계신다면 어느 분인지 알고 싶다. 이유는 저 문장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바로 에밀 아자르의 책 <자기 앞의 생>을 무척 좋아하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로자 아줌마가 모모 때문에 울자 모모는 인간 안에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내포되어 있다고 하면서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울게 돼 있는 것이다. 인간을 만드신 분은 체면 같은 게 없음이 분명하다.  p.91
 
   
고 생각한다. 작년부터 내 안에 있는 눈물 붙박이장이 열렸는지 나도 종종 눈물 바람이다. 다행인 건 체면을 차릴 수 있게 나 혼자 있을 때 주로 그랬다는 것.
시간이 해결해 준다고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슬픈 일도 없는데. 그냥 마음이 폭신폭신해져서 그런 것도 같다. 붙박이장이든 수도꼭지든 단속을 잘해야겠다.



<자기 앞의 생>에 빨간 색연필과 연필로 밑줄을 그어가며 무서운 속도로 읽어 준 후,
나는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읽고 있다. 절반은 자동차 정비소에 차를 맡기고서 읽었다. 오늘이 월요일이라는 개념 없이(애들이 방학이다 보니 요일 개념이 없다는,,ㅠㅠ) 자동차를 맡기고 근처의 도서관에서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을 야무진 계획을 세웠었다. 정비기사 아저씨께 문제를 설명하고 쏟아지는 비를 맞고서, 더구나 신발은 쪼리.ㅠㅠ, 도서관 앞에 도착하니 오늘은 정기 휴일!ㅠㅠ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책 읽을 수 있는 곳을 찾아 헤매다가 파리바케트가 눈에 띄어 들어가 따뜻한 아메리카노와 빵을 두 가지나 시켜서 냠냠 먹으며 책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책 보다 먼저 읽었던 <리딩으로 리드하라>가 떠올랐다. 내가 많은 책을 읽어 본게 아니라서 뭐라 말하긴 그렇고,,,

우리는 내 생일인 8월 3일부터 휴가를 떠나려고 한다.
휴가지를 놓고 남편과 대화를 하는데 내가 지명을 말할 때마다 먹는 것에 대해서 말을 했나보다.
언제 가봤던 그곳에서 뭘 먹었는데 우리 다시 거기가서 그거 먹자,,,머 이런식으로다.
그랬더니 남편이 섭섭하다는 말투로 "너는 생각하는 곳이 다 먹는 것과 연관이 있구나. 나는 생각나는 곳이 다 너와 연관이 있는데."그런다. 옛날 같았으면 들은척도 안 했을텐데 나도 나이가 들어가는지 하하하 웃으면서 얼버무렸다. 나라는 사람은 정말 남을 헤아리는게 부족한가 보다. ㅠㅠ
세네카는 "너는 무엇을 먹고 마실까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고 했는데 깊이 새겨들어야 하겠다.
그래서 그런가 친구가 없?:(


독서는 친구가 있는 사람이건 친구가 없는 사람이건 평생 동안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고미숙씨를 흉내내어 말해 본다..
고미숙씨가 인용한 연암의 글도 다시 인용하면서.

선비가 하루만 글을 읽지 아니하면 얼굴이 단아하지 못하고, 말씨가 단아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몸을 가누지 못하고 두려워하면서 마음을 붙일 곳이 없게 된다. 장기 두고 바둑 두고 술 마시고 하는 것이 애초에 어찌 즐거워서 했겠는가?  -  <연암집>



다행이다. 책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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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1-08-02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이에요~ 책읽는 나비님과 친구여서,
그리고 우리가 만나서 먹었던 맛난 음식도 기억하고 있어서~ 하하하

에밀 아자르는 우리 고딩때 '회색노우트'로 만났고, 그 다음엔 <가면의 생>이 인기였어요.
우리큰딸에게 읽으라고 <자기 앞의 생>도 재작년에가 샀는데~ 반가워요!!^6

라로 2011-08-02 01:36   좋아요 0 | URL
언니 서재에 있다 왔는데~~~~.^^
우리가 만나서 먹었던 음식은 다 기억 못해요~~~.ㅎㅎㅎㅎ
맛있는 거만 기억하는 이눔의 간사함,,,헤헤헤

저도 <자기 앞의 생>은 불어판으로 딸아이 사 줄까 생각 중이에요.
아이가 아직은 어려서 창녀니 롤라 아줌마 같은 사람에 대한 것을 읽으면 어떻게 생각할까 몰라서 고민 중.

pjy 2011-08-02 14: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는 무엇을 먹고 마실까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까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전 세네카랑 친하지 않으니, 나비님의 주옥같은 말씀으로 알겠습니다^^

라로 2011-08-08 00:10   좋아요 0 | URL
오랫만이세요!! 잘 지내시지요?? 교또여행은 즐거우셨나요???넘 일찍 물어보나요???ㅎㅎㅎ
제가 그동안 뜸 했잖아요~~~.ㅎㅎ

마녀고양이 2011-08-02 2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쯤 휴가 떠나셔서, 어떤 맛난 음식을 가족들과 드시고 계실까요?

언니, 이거 틀림없이 염장 페이퍼예요, 옆지기님의 로맨틱함을 과시하는... ㅋㅋ.
우리 신랑은 어림도 없는데, 저런 멋진 대사. 세실 언니의 염장에 이어 나비 언니까지. 엉엉.

<자기 앞의 생>은 저도 굉장히 인상깊게 읽었어요. 옆에서 홀긋 저를 바라보는군요, 그 책이~

라로 2011-08-08 00:12   좋아요 0 | URL
맛난거 많이는 못 먹고 영덕게를 먹었는데 영덕에 사시는 분 말씀이 영뎍게는 5월 말이면 다 끝이라 지금 먹는 게는 수입품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맛이 밍숭맹숭했다는,,ㅠㅠ

저희 옆지기가 좀 이상해졌어요!!! 40이 되더니 갑자기 애정공세가,,ㅋㅎㅎ

<자기 앞의 생>은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열심히 독서 하시는 마고님~.^^

프레이야 2011-08-03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몇 개인지 모를 울나비님^^
'자기앞의 생'과 '호모쿵푸스' 찌찌뽕 ~
우리 평생공부 즐겁게 놀이삼아 하고 갈 수 있을까나요..

라로 2011-08-08 00:13   좋아요 0 | URL
몸은 분명 한개인데 일을 잘 벌이는게,,ㅎㅎㅎ
우리 평생 공부를 놀이처럼 즐겁게 해요~~~~.^^
오늘은 <하우스키필> 다 읽었어요!!
다 읽고 났더니 촉촉해지는거에요,,,그런데 비가 오네요,,^^

2011-08-08 09: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4 0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8-08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