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숙작가의 [인숙만필]을 검색하다 보니 고종석씨가 황인숙작가에 대해 쓴 글이 있어 읽어 봤다. 예전에 그의 책 [여자들]에서도 황인숙작가에 대한 글을 썼는데 그 글을 읽었을 때도 도대체 황인숙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길래 고종석씨가 이렇게 멋진 글을 쓰는 것일까 의아하면서 질투가 활화산처럼 부글거렸었다.
그때 읽었던 구절들을 찾아보면
⊙황인숙 언어의 발랄함은, 흔히, 세상의 비참에 대한 연민의 눅눅함으로 중화된다.
⊙약한것들을 섬기는 것은 황인숙에게 너무나 자연스런 삶의 양식이다.
⊙그 점에서 그녀는 피터 싱어를 닮았다.
⊙그러나 피터 싱어도 황인숙만큼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지는 못할 것이다.
⊙황인숙에게 그것은 '이론'이 아니라 '길'이기 때문이다.
⊙황인숙은 내 잘나빠진 휴머니즘의 저수지에 구멍을 내고, 좀더 넓은 사랑의 물로 그것을 채워주었다.
⊙또렷이 아는 것도 있다. 조용한 실천으로 스승 노릇을 하는 자랑스러운 친구가 내게 있다는 것.
고종석 [여자들] p274~275
인숙만필에서 고종석씨가 황인숙씨에 대해 쓴 이 글은 또 어떤가!!!더 하면 더했지,,,,
기품, 그래, 기품. 황인숙은 기품 있는 여자다.
기품이라는 말을 생각할 때, 내가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황인숙이다.그는 누구 앞에서도 움츠러드는 법이 없고, 누구 앞에서도 젠체하는 법이 없다. 움츠러들지 않는 것만이 아니라 젠체하지 않는 것도 내면의 견결한 자기긍정 없이는 힘들다. 그런 견결한 자기긍정을 내면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황인숙은 귀족이고 아씨다. (……)
황인숙의 눈물을 나는 몇 번 본 적 있는데, 그것이 자신을 위한 눈물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세상에 넘쳐나는 눈물의 상당량이 눈물을 흘리는 당사자를 위한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그리고 세상의 추함 가운데 하나가 자기연민이라는 데 생각이 미치면, 황인숙의 마음자리를 신뢰할 수 있을 것 같다. 황인숙 아씨는 그런 자기연민과는 아예 인연이 없는 것이다. - 고종석 [인숙만필-추천글]
자기 연민에 쌓여서 헤어나지 못하고, 견결한 자기부정을 내면화하고 있는 나는 이런 글을 읽으면 더 큰 자기연민과 부정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자기연민의 구덩이에서 빠져나오자. 작은 실천을 통해 자랑스러운 친구가 되고, 자기 긍정을 내면화하는 노력을 통해 기품있는 여자가 되자. 나도 진정 기품있는 아씨가 될 수 있을거다. 기품은 타고 나기도 하겠지만 만들어질 수도 있다고 믿는다.
책을 읽는 이유가 뭔가? 어제보다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이지 않은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