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이들이 떠나고 난 나대로 바빴다. 시험이 있어서 이틀 동안 열공하고  수요일엔 시험을 봤다. 그럭저럭 봤다. 시험이 끝나고 원래 맘먹고 있던 대로 <대전 아트 시네마>로 영화를 보러 갔다. 치니님의 페이퍼를 보고 꼭 보리라 다짐했던 홍상수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처음 가보는 영화관이라 헤맸는데 근처에서 물어봐도 그 영화관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더운날 땀 삐질삐질 흘리며"이래도 그 영화를 꼭 볼거냐?"라고 자문했지만 대전에서 상영하는 곳이 그곳 한 군데라서 오늘 안보면 DVD로 봐야할 것 같아서 물어물어 찾아갔다. 내가 영화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12시 30분경,,,,그런데 그 영화는 저녁 7시에 시작한다는 거다!!!그곳은 주차 하기도 불편한 곳이라 차도 가지고 가지 않았고, 지하철은 우리집까지 가지도 않고 버스나 택시를 타야하는데 버스는 돌고 돌아 집까지 가려면 한시간은 가야할거고, 아니면 택시인데 택시비가 만원 정도 나올걸 생가하니 암담했다. 작정하고 나온거 꼭 봐야했다. 그런데 마침 거기선 평소와 다르게 영화를 5편이나 상영하는거다!   

많아야 3편정도 상영했는데 그날은 11시에 이미 -그녀들의 방-을 상영한 상태였다. 영화의 포스터만으로도 보고싶어지게 만든 영화. 저 뻘건 목도리는 아무에게나 어울리지 않는데,,,라는 생각과 함께.

 

 

 

 

 

  

그리고 1시에 하는 영화가 -히말라야, 바람이 머무는곳-이었다. 7000원을 내고 봤다. 영화관은 옛날 영화관이었는지 의자도 옛날 불편한 의자였고 의자와 의자 사이가 넘 비좁았다. 하지만 영화관엔 나 혼자 뿐이여서 앞 의자에 다리를 걸치고 거의 눕다시피해서 영화를 봤다. 오랫만에 보는 최민식이 반가왔다. 영화가 전달하려는 의미는 잘 알겠지만 어딘지 공허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에 3시에 시작한 영화는  -보트-였다. 하정우와 츠마부시 사토시가 열연한 영화다. 역시 영화관엔 나 혼자였다! 호불호가 나뉠것 같은 이 영화는 내겐 좋았다. -추격자-라는 영화를 보지 못해서 하정우가 출연한 영화는 이 -보트-가 처음인데 영화에서 사토시의 한국어 발음을 잘 알아듣지 못해 그렇지 영화는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였다. 한국 영화의 미래가 밝다는 느낌이 팍 들었다. 

 

 

 

 

 그 다음 5시에 상영한 건 다큐인데 제목이 특이했던 -3xFTM-이었다.  요즘 -워낭소리-니 -치즈와 구더기-같은 다큐들이 관심을 많이 끄는 것 같은데 이 영화는 세 성전환남성(FTM) 종우, 무지, 명진의 이야기였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꺼렸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다큐가 많이 만들어져서 소외받은 사람들에 대한 이해가 커졌으면 좋겠다. 대통령이 왜 이영화는 안보셨는지..에헴    아참,,,영화관엔 한 커플과 나를 포함해서 3명의 여자가 함께 봤다.  

 

 

 

 

드디어 7시!! 원래 보려고 했던 홍상수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다.  치니님의 페이퍼를 읽고 너무 궁금했더랬는데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관엔 한 커플과 나를 포함한 4명의 여자들이 있었다. 남자와 같이 온 여자 커플은 그 많은 자리 나두고 바로 내 뒤에 앉았는데 남자는 몇번 재밌다고 껄껄 웃고 그러는데 여자는 재미없다고 투덜대고 재미없는게 왜 이리 오래하냐고 또 투덜,,,정말 짜증났지만 그 여자가 왜 그러는지 잘 알지도 못하는 나는 그냥 다 이해하기로 했다. 영화 관람 요금은 7000원씩,,,웃자는 말로 이렇게 영화를 많이 보는데 할인은 안해주냐고 하니까 아가씨가 사뭇 딱딱한 어조로 그런건 없다고 했는데 사실 난 영화관에 사람들이 거의 없는게 걱정이 돼서 깍기는 커녕 후원금을 주고 싶었다. 영화관엔 회원제가 있다고 한다. 대전에 사시는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 이 곳에 많이 가서 이곳이 문을 닫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영화가 끝나고 난 거의 20분을 기다려 버스를 40분정도 타고서 집에 왔다. 그리곤 남편이 만들어 놓고 다 먹지 못하고 남은 파스타샐러드를 먹고 잤다.
 

오늘부터는 <대전 아트 시네마>에선 -그녀들의 방-과 -3xFTM-과 더불어 -어떤 개인날-, 장례식의 멤버-그리고 -제불찰씨 이야기-가 상영한다. 어떤 개인날은 내일 부산에서 프레이야님, 만치님, 그리고 순오기님과 함께 볼꺼다. 그리고 나머지 영화는 <대전 아트 시네마>에서 봐야지,,,,, 

어제인 목요일엔 -거북이 달린다-를 봤다. 물론 나혼자. 넘넘넘 재밌었다. 영화관에서 예고편을 봤을 땐 그렇구 그런 시시한 영화지만 김윤석이라는 배우 때문에 보고 싶은데 내용이 뻔한것 같아서 DVD로나 봐야지 했는데 무스탕님의 리뷰를 읽고 봤다. 정말 정말 살아있는 배우다,,,내 말은 그의 연기는 연기가 아니라 진짜같다는 말.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첨 보구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타짜-에서도 역시 실망시키지 않더니,,,그의 별명은 카멜레온이다,,앞으로. 

그리고 내일은 아까 말한대로 부산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할거다,,,지금까지 당신이 없는 날,난 이러구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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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09-06-27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고, 영화를 4편이나 보신거에요? 저는 언젠가 켄로치 감독의 영화특별전인가를 보러 갔는데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달랑 한편 보고는 심신이 피폐해져서 순대국을 허겁지겁 퍼 넣은적 있어요. 혼자 계시는 시간들을 야무지게 잘 즐기시네요. 매일매일이 기대됩니다.

라로 2009-06-28 20:2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엉뚱한 면이 있어서 가끔 대책이 없어요,,,ㅎㅎㅎ
님의 글을 보니 다음에 허기지면 꼭 순대국을 먹게 될것 같아요,ㅎㅎㅎ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이라니,,,제목부터 심상치 않은걸요!!!

프레이야 2009-06-27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힛~ 제가 본 거랑 많이 겹쳐요.^^
낼 어서 보고싶다요~

라로 2009-06-28 20:27   좋아요 0 | URL
어제 너무 고생 많이 하셨어요,,,또 보고싶네요...

치니 2009-06-27 2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옴팡지게 '그들이 없는 날들'을 즐기고 계십니다요.
하루에 4편이라니, 저질 체력인 저는 상상조차 못할 일.
제 페이퍼 보고 보러가셨는데 재미없었으면 어쩔 뻔 했어요(읽으면서 땀 삐질^-^;;)
나비님이 보셨다는 영화들 중에서는 <보트>가 조금, 안 보신 영화로는 <그녀들의 방>이 땡기네요.
<추격자>는 무서워서 안 봤으니, <거북이 달린다>도 왠지 기대를 안하고 있는데 이렇게 말씀하시니 또 봐볼까 싶기도 하고.
그나저나 부산에서 재미난 모임이 있군요! 히야 ~ 만남 후기 써주세요, 기대됩니다. ^-^

라로 2009-06-28 20:29   좋아요 0 | URL
ㅎㅎㅎ재밌었어요~.ㅎㅎㅎ뒤에 앉은 여자만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그녀들의 방은 저도 못봤어요,,,그런데 이번주에도 상영을 하네요, 대전에서. 가서 봐야할듯요,,,거북이 달린다,,정말 재미있었는데 글쎄요,,^^;;;뭔가를 추천하기 자신없어하는 이 소심함이라니,,,ㅋㅋㅋ

순오기 2009-06-28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 패이퍼를 못 보고 부산에서 만난 바람에 뭔소리 했었다누...
그들이 없는 날~~ 부산앞바다에 발도 담갔으니 무얼 더 바라겠어요.ㅋㅋ
우리들의 해피데이 후기 올려야지요.^^

라로 2009-06-28 20:3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아직 다들 해피데이 후기를 안올리셨네요~.ㅎㅎ
그럼 가장 한가한 제가 먼저 올려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