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시험이라 공부 좀 하고 자려고 했더니 눈꺼풀이 떠지지 않을 정도로 피곤하다. 어젯밤 12시가 넘어 wordle 한 후에 잠이 들었는데 새벽 3시쯤 눈이 떠졌다. 그 이후로 눈을 감고 잠을 자려고 무던히 노력했지만 허사였고 2시간 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 샤워를 하고 준비해서 병원에 도착하니까 오전 5시 45분이었다. 옷 갈아입고 클락인 하고 6시부터 일을 했는데 오늘은 수술이 별로 없는 날이었다. 원래 7건이었는데 나중에 2건이 추가되어 총 9건. 결국 나는 오후 4시 30분에 병원을 나와서 냉면을 먹으러 간 다음에 파리바게뜨에 가서 먹을 것을 사 오고, 마트에 들러서 나랑 친한 의사가 좋아하는 보리 과자와 참 크래커를 잔뜩 사가지고 왔다. 사무실에서 공부를 하려고 했더니 눈이 안 떠져서 커피와 디저트를 먹었더니 이젠 배가 불러서 졸리다. 하아~~~


그래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내 goal statement를 생각하고 있다. DNP가 되고 싶은 이유, 목적 뭐 이런 거 생각 안 해봤는데 뭐라고 할까? 나는 왜 DNP가 되고 싶은 것인가? 며칠 전에 파사데나 수술실에 갔을 때 PA인 K가 왔다. K에게 너는 PA 스쿨에 신청할 때 goal statement 뭐라고 썼니?라고 물어보니까 자기는 빈민국의 아이들 중에 언청이라고 불렸던 구순구개열로 태어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고 썼다고 한다. 


미국에서도 구순구개열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지만, 여기는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하니까 그렇게 태어나는 사람들이 없어 보이지만, 유명한 배우 호아킨 피닉스도 구순구개열 수술을 한 자국이 선명히 보인다. 그러고 보니 홍금보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이희준 배우도 수술 자국이 살짝 보인다. 어쨌든 그 친구는 그걸 goal statement로 써서 냈는데 PA 학교를 졸업하고 아프리카로 가려고 했는데 코비드가 발발해서 아직까지 의료시술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 친구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분명한 목표가 있는데,,,, 나는? 나도 사실 없는 건 아닌데 너무 평범하다. 그렇다면 평범한 것이라도 멋지게 표현을 해서 써내야 하는데 그럴 능력이 없으니,,, 이럴 때 글 잘 쓰는 사람들이 너무 부럽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책을 더 열심히 읽고 따라 해야지. 역시 따라 하는 것은 나의 힘!

















전영애 선생의 책은 말할 것도 없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소방관의 선택>이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 그녀가 쓴 책을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우리 뇌가 어떻게 반응(?) 하는지에 대한 글이 있다. 위험에 반응하는 우리의 뇌. 나는 간호사를 하면서 소방관처럼 거시적인 위험에 직면한 적은 없지만, 그녀가 쓰고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너무 잘 느껴진다. 불이 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것처럼 환자의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면 걷잡기 힘들다. 증상에 따른 대응 알고리듬이 있기는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너무 많기 때문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우선시 된다. 그런 것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경험이 중요하다. 그래서 병원에서 경력이 오래된 사람을 고용하려고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나는 PACU에서 경력이 가장 짧은 사람이다. 우리 디렉터가 나에 대한 좋은 얘기를 많이 들어서 경력 미달(2년 이상이 되어야 PACU에 신청할 자격이 된다)이지만 뽑아줬다. 나는 경력은 없지만, 어떤 예감이 잘 맞는 것 같다. 환자가 나빠지는 상태의 냄새를 맡는다고 하면 이상하지만, 나빠지는 걸 잘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건 아마도 관심에서 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랑이 아니고 내가 경력이 부족하니까 환자들 곁을 다른 간호사들 보다 열심히 지키고 살피는데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런 걸 쓰려고 하냐면 그건 아니고, 나는 비만 인구에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쓸까? 뭐 일단은 그런 생각인데, 그게 너무 뜬구름 잡는 것 같은 이야기인 것도 같다. 그러니까 마약을 퇴치하자 같은... 머리가 좀 좋아서 거미줄처럼 생각이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아직 준비가 안 되어 그런 것이겠지? 역시 결론은 따라 하는 것도 책을 더 많이 열심히 읽어야 한다는 것.


구순구개열 하니까 내 뒤에 앉던 중학교 동창 B가 생각난다. 얼굴은 갸름하게 이쁘게 생겼었는데 구순구개열이라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고 늘 죄인인 것처럼 지내던 아이. 그래도 지금 생각하니 아주 용기 있는 아이였다는 생각이 든다. 나였다면 학교를 안 다녔을 텐데. 지금 그 아이는 누구의 엄마가 되어 있을 수도 있는데 수술은 했을까? 행복하게 잘 살고 있으면 좋겠다. 


Ed Sheeran & Justin Bieber - I Don't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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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yche 2022-11-01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라로 2022-11-03 12:04   좋아요 0 | URL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