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작이 모든 게 순조로이 진행되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면, 다른 한편으로는 그 없이도 세상이 잘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에 위안을 느꼈다. 그리고 사실 이미 위안을 얻었다

정확하고 깔끔한 체호프의 작품들은 우리를 어떤 별개의 시간에 어떤 가정의 한 구석으로 초대하는데, 그곳에서 적나라한 인간 조건이 갑자기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나게 되죠. 무척 가슴 아프게 말입니다.

톨스토이가 있어요. 당신은 『전쟁과 평화』보다 시야와 범위가 더 큰 작품을 생각해낼 수 있나요? 배경이 응접실에서 전장으로, 다시 전장에서 응접실로 능란하게 옮아가는 작품을 생각해낼 수 있어요? 어떤 식으로 개인들이 역사에 의해 형성되고, 역사가 개인들에 의해 형성되는지를 그토록 철저히 탐구한 작품을 생각해낼 수 있느냐 말입니다. 내가 감히 말하건대, 앞으로도 문학의 알파와 오메가인 이들 두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작가는 없을 겁니다.

"젊은 여성이 상심해서 죽는 건 소설에서만 나오는 얘기예요, 찰스. 누이는 성홍열로 죽었어요."

그러나 타국 대신자기 나라로 추방하면 삶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 왜냐하면 자국 추방은?시베리아로 보내든 ‘6대 도시 금지’형에 처하든 간에?자기 나라에 대한 사랑이 시간의 흐름에 부식되어 흐릿해지거나 시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푸시킨 문학 애호가, 알렉산드르의 옹호자, 눈에 띄는 모든 베갯잇에 수를 놓았던 이, 너무 고운 마음씨로 너무 짧은 삶을 살다 간 옐레나를 위하여."

역사란 등받이가 높은 의자에 편안하게 앉아서 기념이 될 만한 사건들을 짚어보는 일이다.

받는 사람 칸에는 백작의 성과 이름이 고스란히?무심한 듯 단정하고 비교적 쓸쓸하며 가끔은 시비를 거는 듯한 필체로?쓰여 있었다.

수줍음과 기쁨이 있는 마리나의 수선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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