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가 내 중환자실 근무 마지막 주다. 오늘 일을 하고 좀 전에 집에 왔으니까 내일 일하고 토요일에 일하면 정들었던 중환자실과도 굿바이. 진짜 Goodbye....

Goodbye의 origin을 구글링 해 보니까 "God be with you!"를 줄여서16세기 후반에 사용했다고 나온다. 그렇구나. 내 중환자실 간호사 친구들 조만간 굿바이.

a parting이라는 것도 좋구나. Parting은 특별한 장소나 사람을 떠나는 행위라고 한다. 맞다. 나는 특정한 장소였던 중환자실을, 거기서 함께 일했던 중환자실 밤과 낮의 간호사들을 떠나 PACU에 곧 합류하게 된다. 


 낮의 중환자실로 옮긴지는 한 한 달이 된 것 같은데 일단 낮에 일하는 것이 훨씬 좋다. 체력적으로 덜 딸려서 그런 것도 물론 있지만, 일단 바쁘다. 바쁘니까 시간도 빨리 가고, 의사들이 계속 라운딩을 하니까 환자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요구할 수 있다. 밤처럼 발을 동동 구르면서 잠이 푹 들었을 의사가 전화해 주길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뿐 아니라 여기서 설명하긴 그렇지만, 그 이외에도 낮엔 더 많은 직원들이 일하니까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어쨌든 3번 남은 shifts 중에서 오늘 하나를 마쳤다. 그런데 내 환자를 맡기로 한 간호사가 안 왔다. staffing에 연락을 해서 A 간호사가 안 왔다고 하니까 차지 널스가 내 환자들을 다른 조치를 취하기 전까지 맡아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오늘의 차지 널스는 임시 차지 널스인 K였다. K는 우리 중환자실의 베스트 오브 더 베스트이다. 예전 A라는 남자 간호사와 함께 둘이 최고였는데 A가 다른 병원으로 옮겨간 이후로 K를 넘어설 수 있는 간호사는 없다. 


나와 함께 늘 밤에 일 한 K이기 때문에 내가 한 번도 인계를 한 적이 없는데 오늘 그녀에게 인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른 간호사들로부터 AI라는 별명을 받을 정도로 정확하고 거의 완벽하게 일을 하지만, 인간적인 면이 좀 부족하다. 사람들이 그녀가 너무 차갑다는 말을 하는데 나도 그녀가 늘 두려웠다. 그녀가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하지 않는데도 그녀에게 풍기는 느낌이 늘 서늘해서 그런가? 나는 그녀에게 인계를 하면서 좀 쫄았다. 내가 잘 하고 있는 것인지 너무 의식하게 되고, 그러니까 가뜩이나 5가 들어간 숫자 발음을 잘 못하는데 더 못하는 것 같고... 


휴, 그래도 일하면서 환자의 기록이나 의사들의 리포트를 잘 읽어두고 메모를 해둬서 그럭저럭 떨리는 마음을 잘 잡고 인계할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존재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주눅 들게 할 수 있고 작아지는 느낌이 들게 할 수 있다니. 좀 억울하기도 했지만, 내가 생겨먹은 것이 이러니 어쩔,,,, 어쨌든 앞으로 그녀에게 또 인계할 일이 생기지 않기만을...


그렇게 일을 끝내고 집에 오니까 너무 배고팠다. 정말 배고픈 건 아니데 막 허기지는 느낌.ㅎㅎㅎㅎ 먹는 것뿐 아니라 책도 막 더 사야 할 것 같은 이상한 허기짐. 아마도 K 앞에서 쫄다가 무사히 인계를 마치고 나니까 풀어져서 그런 것도 있을 것 같다.


암튼 알라딘에 들어와서 어떤 새 책이 나왔는지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니... 나는 정말 못 말리는 알라디너???


몰리님 덕분에 나도 시골집에 관심이 생겼고 하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늘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런가? 이 책 꼭 읽어보고 싶다. 5일은 도시에 살고 2일은 시골집에서 지내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정말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똭 알고 그것을 실천하는 거 보면 너무 부럽다.


나도 저런 시골집이 하나 있으면 좋겠다. 그럼 나는 금요일엔 시골집으로 퇴근합니다가 아니라 10월 한 달은 시골집에서 살아요,,, 뭐 그런 생활을 하고 싶구나.










이 책 칭찬하는 (극찬인가?) 글들이 자주 보인다. 그런데 아직 전자책으로는 안 나온 것 같다. 나는 사실 정희진 씨의 책은 좋지만 너무 강력하고 단호하게 글을 쓰니까 나처럼 흐리멍텅 한 사람이 읽기엔 좀 그래서 그녀의 전작을 겨우 2개 읽었고 하나는 집에 있지만 시작을 안 했다. 암튼, 어쨌든 전자책이 나오면 산다.










요즘 이다혜 작가의 <교토의 밤 산책자>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첫째는 8월 독보적 책 리스트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언젠가 꼼꼼하게 일본 여행, 뭐 이런 것을 꿈꾸며 읽고 있다. 이 책도 <교토의 밤 산책자>처럼 일본 여행하기 전에 읽고 싶다. 이런 책을 읽을 수록 자꾸자꾸 빨리 떠나고 싶어진다.

아직까지 내가 가장 가고 싶은 곳은 그러니까 대만도 아니고 유럽도 아니고 남미도 아니고 일본인 것 같다.









정세랑 작가의 책은 두 권을 이북으로 구입했는데 아직 읽은 것은 없다. 그녀의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도 늘 다른 책에 밀린다. 이유는 잘 모르지만, 나는 아무래도 소설에 완전 진심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그녀의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먼저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 그러니까 그녀의 책을 읽기 전에 읽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책이라고나 할까? 엽편소설집이라고 하니까 짧은 글을 그녀는 어떻게 쓰기 시작했는지 연구(?)는 아니라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생각. 









이렇게 4권의 전자책을 기다린다. 기다리다 안 나오면 종이책을 사야지. 


Unwritten Story - Joe Bourd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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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2-08-16 21: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지 사진보고 한국에 오신줄 알았어요^^
그곳에서 저런 집 지어놓고 살면 명소가 될듯요. 특이하고 재미있을듯요 ㅎㅎ

라로 2022-08-18 14:52   좋아요 1 | URL
저 이 댓글에 답글 달지 않았나요??? 왜 이 댓글에 답글 달았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까요???^^;;;
암튼 저런 집 짓고 살고 싶어요!! 여기다 지으면 재밌겠지만, 여긴 너무 삭막해요,,, 물이 너무 부족해요. 한국처럼 저렇게 시골스러운 분위기 하나도 안 나고 그럴 것 같아요.ㅠㅠ 한국에 작고 이쁜 집 하나 사고 싶네요.^^;;;

mini74 2022-08-17 18: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좀 우울할땐 알라딘 들어와서 추천책, 신가 검색하며 장바구니에 사부작이 담습니다. ㅎㅎ 좀 더 우울할땐 귀여운 필기구 구경도 하고~

라로 2022-08-18 14:53   좋아요 1 | URL
좀 더 우울할 땐 필기구!!!!! 맞아요!!! 그래서 작년에 제 만년필이 30배로 늘었다는 것은 안 비밀.ㅠㅠㅠㅠ
그러고 보니 우울할 때 주로 지름신이 강립하시는 것 같아요.ㅠㅠ

psyche 2022-08-31 0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렇게 오랫동안 북플에 안 왔었나요? 안 읽은 글이 엄청 밀려있네요

라로 2022-08-31 13:28   좋아요 0 | URL
그럼요!! 너무 뜸하셨죠!!! 이제 슬슬 동생분들 오신 이야기부터 아이들 학교로 돌아간 이야기 등등 하나 씩 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