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내에게 상처를 주는 것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녀의 만족한 모습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이렇게 고통이 많은데 왜 그녀는 아무런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것일까?

그들이 앉은 방은 거의 어두워졌지만 그는 불을 켜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는 데서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 불을 켠 것은 그녀였다. 그러자 그곳에 그녀의 행복한 얼굴이 있었다. 하루 중 이맘때면 가끔 그러듯이 밤색 머리는 풀어놓았다. 그는 그녀가 블라인드를 내리고 그의 곁에 앉으려고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며칠 뒤 대위는 일흔한 살에 접어들었으나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하고 싶기는 했다. 때로 인생에서 이정표로 여겨지기도 하는 것을 딸과 공유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날이 지나가면서 그런 마음은 스러져버렸다. 그는 딸을 위로할 수 없었고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나이 듦의 이정표보다 중요했다.

그녀는 의무감으로 그곳에 있는 것이었다. 그녀는 책을 읽었다. 그는 가는 여송연을 한 대 피우고 위스키를 조금 마셨다. 매일 저녁이 똑같았다.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좋겠다, 루시는 생각했다. 그녀는 지금 미첼스타운 동굴을 탐험하는 데 동의한 것을 후회했다.

루시는 묻지 않았다. 흥분으로 인한 떨림, 서늘하면서도 유쾌한 떨림이 온몸을 훑고 가며 살갗을 살며시 콕콕 찔러댔다. 달리 누가 그냥 안으로 걸어 들어오겠는가?

그것은, 그가 집에 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충격일 터였다. 그러나 그를 위해, 이미 결혼한 남자를 위해 옷을 차려입는 것은 더 큰 충격일 터였다. 그녀는 그 생각은,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는 그들이 어떻게 느낄까 하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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