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비 신부가 바깥세상에 나가는 문제를 제기했다면 그녀는 자기 인생의 성격과 신조가 이미 정해졌다고 대답했을 것이다.

기다린다, 그녀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기다리면서 믿음을 유지한다. 모든 방은 깨끗하게 청소해두었다. 모든 의자, 모든 탁자, 모든 장식품은 기억하는 그대로였다. 가득 채운 여름 꽃병, 벌, 층계와 층계참을 딛는 걸음, 방과 조약돌 깔린 마당과 자갈밭을 가로지르는 발걸음이 그녀가 내놓은 것이었다. 그녀는 외롭지 않았다. 가끔 외로움을 기억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아, 하지만 저는 행복해요." 신부가 물었다면 그녀는 그렇게 안심시켜주었을 것이다. "아주 행복해요, 정말로."

그녀의 스물한 살 생일에도 신부로부터, 그의 부인으로부터, 설리번 씨로부터 또 선물이 왔다. 나중에 그녀는 따뜻한 저녁 햇볕을 받으며 사과 과수원에 누워 다른 세대 사람들이 남기고 간 소설을 또 한 권 읽었다. 스물한 살의 루시 골트에게 세상은 그 정도로, 네더필드13에 가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부인은 거의 모든 면에서 그와 대조를 이루었다. 급속히 붙는 살을 부주의하게 방치한 그녀는 자신에게 너그러웠고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지도 않았는데, 그녀의 너그러운 성정은 몸의 풍만함과 태도에 반영되어 있었다.

두 아들이 게으르다는 것도 걱정하지 않았다. 걱정은 남편의 분야다, 그녀는 말버릇처럼 그렇게 말하여 걱정이 그가 즐기는 일임을 은근히 암시했다.

라이알 씨는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했고 부인은 그 바닥에 깔린 감정적 의미를 제시했다.

루시 골트는 그해 여름내 아름다웠다. 무늬 없는 하얀 드레스를 입은 그녀는 아름다웠고 햇빛이 그녀의 보석 없는 귀걸이의 은색 점들에 걸려 반짝거렸다. 그 아이 어머니의 귀걸이였을 거다, 라이알 부인은 그렇게 말했다. 어쩌면 드레스도. 결국 서둘러 떠나게 되면서 남기고 간 거다.

레이프는 가끔 혹시라도 실수를 하여 루시 골트의 미소 전에 곧잘 찾아오던 엄숙한 눈길을, 허벅지 위에서 손을 맞잡고 대리석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던 모습을 묘사할까 봐 자신의 입을 경계했다.

"또 잘못 들게, 레이프. 내 간절히 원하는데, 또 잘못 들라고. 자기 세대 사람하고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처녀와 좀 어울려주기를 간절히 바라네.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지 않은 채로 내버려두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 정말로 간절히 바라. 다시 그 쓸쓸한 집에 가게나, 레이프."

내리긋기와 둥근 고리, 흐름과 필체에 관한 모든 지침을 따르는 묘하게 완벽해 보이는 글씨로 쓴 루시 골트의 편지가 마침내 도착했다. 레이프가 아주 은밀하게 품어온 그 이름은 편지의 다른 단어들과 마찬가지로 비스듬하게 기울어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로도 이 이름을 확인했을 때의 힘을 포착할 수는 없다. 레이프는 확신했다.

나중에 연병장에서 이 신병은 외따로 서 있었다. 그는 주위의 임시 막사, 변소, 핸드볼 코트를 둘러싼 높은 담, 구석에서 어슬렁거리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그는 어떤 소식을 전해주어도 아무 말 하지 않는 쪽을 택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런 과묵함은 때로는 헨리의 생각의 흐름을 반영하기도 했고, 때로는 그가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을 감추기도 했다.

"편한 대로 하는 녀석이군."
"아, 착한 젊은이예요."
"나는 그런지 모르겠는데."
브리짓은 이런 의견 충돌을 더 밀고 나갈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 대신 그녀는 말했다.
"차 마실 때 또 벌집을 가져오래요."

그녀가 그 말을 했을 때 레이프는 그녀를 루시라고 생각했다. 함께 있는 동안 처음 있는 일이었다.루시 골트, 그는 그렇게 적힌 것을 보았다. 그녀가 쓴 대로였다. 다른 어떤 이름도 그렇게 딱 맞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터였다.

"내가 책을 센 게 이상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요, 전혀."
그는 그녀가 세는 상상을 했다. 손가락이 책꽂이 선반을 따라 책등에서 책등으로 옮겨 가고 그런 뒤에 아래 선반에서 다시 시작하고. 지난번에 왔을 때는 집 안까지 초대받지 못했다. 오늘은 방을 보게 될지 궁금했고 보게 되기를 바랐다.

헨리는 천천히 자리를 떴다. 자동차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나니 기분이 나아졌다. 그는 뒤에서 이야기되는 것에 귀 기울였다. 대화가 더듬더듬 편치 않게 이어지고 있었다. 청년은 일찍 온 것을 사과하고 괜찮다는 답을 들었다.

별나게 들렸으리라. 책 4027권을 세다니. 하지만 이상해 보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왔네." 헨리는 부엌에서, 그 말을 했을 때 자신이 기뻐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아내는 기뻐하고 있음을 느꼈다.

"뭐든 잘 돌본 걸 보면 기분이 좋지요. 나는 2륜마차가 제대로 굴러가게 손봅니다. 두어 해 전에는 그 사냥개 마차20에 칠까지 해주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흔들흔들해요."

그녀는 책에 대해 말한 것을 후회했다. 그 이야기를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냥 《허영의 시장》 이야기만 할 생각이었다, 어쩌면 윌리엄 메이크피스 새커리21라는 이름으로 그의 관심을 끄는 데까지는 나아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메이크피스라는 이름은 킬데어라는 이름만큼이나 특이했고 그녀는 그 이름의 리듬이 좋았기 때문이다.

또 자신의 경험이 그가 사랑한다고 믿고 있는 여자에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일과 비교하면 하잘것없다는 것도 잘 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런 공감도 사랑의 일부였으며 좋아하는 마음만큼이나 부드러웠다.

그녀는 그 말을 할 생각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양심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었다. 그것은 낯선 사람에게는 재미없는 이야기였고, 그녀가 너무 많은 것을 말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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