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베인 핀네는 한숨을 쉬었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칼을 무서워할까? 칼은 인류 최초의 도구고 인간은 250만 년에 걸쳐 칼에 익숙해졌는데도, 여전히 어떤 인간들은 인류가 나무에서 내려올 수 있게 해준 이 고마운 도구의 미덕을 이해하지 못한다. 사냥, 집, 농사, 음식, 방어. 칼은 생명을 앗아갔지만 그만큼 새 생명을 창조했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잃는 법. 이걸 이해하고 인류가 이뤄낸 결과와 그 기원을 수용한 자들만이 칼을 사랑할 수 있었다. 공포와 사랑. 역시나 동전의 양면이다.

그리고 무서웠다. 다행히도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 채로, 불행히도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고 그는 원래 이렇게 행복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라켈을 잃어버릴까 봐 무서웠다. 라켈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데 왜 지난밤 꿈에서는 그녀에게서 도망쳤을까?

좋은 사진이다. 같은 사진을 수많은 사람이 소유한다는 점, 집에 온 손님 중에 몇이 그 사진이 좋은 사진이 아니라서가 아니라 이케아에서 샀다는 이유로 깔볼 수 있다는 점만 거슬리지 않는다면야 이런 액자를 걸어도 괜찮지 않나?

그는 주로 진지함과 재미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잡은 문양이 있는 넥타이를 골랐다.

스톨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맨해튼 사진 옆 책장을 보았다. "소설이군."
"네, 저도 봤어요." 해리가 말했다. 스톨레는 살인자들은 책을 읽지 않거나 읽더라도 논픽션만 읽는다는 가설을 세운 사람이다.

"외상을 입은 유형의 살인자에게는 앞의 일곱 가지 유형처럼 어떤 규정된 성격이 없어. 이 마지막 유형에서, 아니, 이 유형에서만 디킨스나 발자크를 읽는 살인자를 만날 수 있지."

"체념이라기보다는 겁먹은 사람처럼 들려요. 자백은 체념의 한 형태잖아요. 자백하고 나면 겁먹을 게 없어야죠."

옷장도 열어봤다. 아내 옷이 커다란 옷장 네 칸을 차지한 데 비해 남편 옷은 한 곳에 몰려 있었다. 속 깊은 남편. 딸 방에는 더 밝은 색상 벽지에 직사각형들이 있었다. 사춘기에 붙인 포스터를 열아홉이 된 최근에야 떼어내고 남은 흔적 같았다. 벽에 작은 사진 한 장이 붙어 있었다. 리켄배커 전기기타를 목에 맨 청년의 사진이었다.

그는 그녀의 웃음소리가 좋았다. 그녀의 목소리만큼 깊지 않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처럼 밝고 경쾌한 웃음소리.

해리는 자기도 알코올의존자였다면서 파티에서 콜라를 마시는 걸 보고 짐작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날 밤 그를 취하게 하는 건 그녀의 웃음이라고, 낭랑하고 진실하고 해맑은 그 웃음이라고, 오로지 그 웃음소리를 듣기 위해 기꺼이 그의 민낯을 드러내는 말들, 멍청한 말들을 하고 싶었던 거라고까지는 말하지 않았다.

지난 일요일에 올레그와 라켈과 셋이서 소풍을 갔다. 그러다 라켈의 손을 잡았다. 그러는 게 자연스러워서. 한참 후 라켈이 손을 뺐다. 올레그가 엄마의 새 친구와 테트리스 게임을 할 때 라켈이 음울하게 바라보는 눈길에서 해리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았다. 그녀가 떠나온 사람과 비슷한 알코올의존자가 지금 그녀 집에서 그녀의 아들과 같이 앉아 있다는 생각. 그래서 해리는 그가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증명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가 몇 차례 무너지기도 했고, 서로 잠시 거리를 두거나 헤어지기도 했지만, 그들은 늘 서로에게 돌아갈 길을 찾았다. 서로에게서 웃음을 발견했으므로. 사랑, 절대적 사랑. 평생 한 번이라도 그들만의 배타적인 사랑을 경험하면, 그리고 서로 주고받는 관계라면, 엄청난 행운으로 생각해야 하는 그런 사랑이었다.

다시 그 길로 돌아갈 수 있을까? 차를 몰고 가파르고 구불구불하고 험한 길을 따라 라켈에게 가서 다시 그를 소개할 수 있을까? 그녀가 만난 적 없는 남자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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