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금 현재 내가 타고 다니는 차는 2013년에 미국에 왔을 때 시아버님이 사주신 차다. 그때 우리는 한국에서 허둥지둥 오기도 했지만, 한국의 비싼 바이올린 레슨비에 내 모든 수입과 남편의 수입까지 들어가고 있던 상태라 저금한 돈도 없고, 말 그대로 땡전 몇 푼이나 있을까? 싶은 정도였으니까. 다행히 시아버님은 다른 미국 사람들과 달리 자식들에게 뭐해주시는 걸 좋아하시는 분이셨다. 나는 그래서 지금 타고 다니는 차를 그만 타고 새로운 차를 사야지 하는 생각을 한 것은 벌써 3년 정도가 되는데도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타고 다니고 있다.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다른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일하는 병원이 차로 7분 정도면 가는 곳이라서 굳이 새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또 다른 이유는, 해든이가 내년이면 운전 퍼밋을 받게 될 테니까 이왕 아직까지 새 차를 안 샀으니까 1년 더 참을까? 이렇게 계속 미루고 있었다. 


마침 엔군이가 자기가 번 돈으로 차를 사고 그 차를 가지고 먼 길을 운전해서 온 것을 보니까 나도 차를 살까? 싶게 마음이 움직여서 엔군이 떠나던 아침에 이 얘기 저 얘기 하다가, "엄마도 차를 살까 봐."라고 했더니 엄마도 새 차 사라고 부추긴다. 그러면서 무슨 차를 사고 싶냐고 물어 온다. <갯마을 차차차> 때문에 이트론 미러를 장착한 아우디가 계속 머릿속에 남에 있어서 그런가, 내가 "아우디?"라고 했더니 엔군이 바로 그런다. 누가 훔쳐가면 어떻게 하냐고. 더구나 그 전 날 괴한들이 어떤 사람의 뒤를 쫓아가서 그 사람이 차에서 내리기 전에 총으로 위협하는 장면이 앞 집 씨씨티비에 담겨서 뉴스에 나온 적도 있고, 다른 것도 나온 적이 있어서 나처럼 걱정 잘 하는 엔군의 입에서 나올 만한 말이었다는.ㅋㅋㅋ


우리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남편이 옆에서 그런다. "도둑하는 거 너무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바로 딱 이렇게 한국말로. 그 순간 엔군과 나는 얼음땡!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리고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며, '음,, 아닌데,,'라는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막 웃었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엔군보다 한국말 더 열심히 공부했지만, 언어는 역시 타고나거나 감각으로 느끼는 것인가?? 엔군이 한국어를 잘 못하지는 않아도 잘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도 안 하지만, '도둑한다'는 말이 어색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것이다. 


남편에게 도둑한다고 안 사용한다고 얘기해 주면서 '도둑질한다'나 '도적질한다'라고 사용하는 거라고 하니까 굉장히 억울한 표정. 그러면서 그러면 한국말로 steal이 뭐냐고. '도둑질하다'라고 얘기해 줬는데 남편 포기하지 않고 계속 질문. 그럼 '~질하다'라는 다른 예를 들어보란다. 뭐가 있지? 생각이 안 나는 거다. 그래서 함께 네이버를 찾아보니까 '질하다'는 동사로 '질탕하게 놀다'의 뜻이라네. 그래서 대강 '~질하다.'는 의미가 안 좋은 행동을 하는 의미 같은 거로 이해하라고 얘기했다. 남편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푸는 듯한 표정. 음,, 미안해, 사실 나도 한국어 잘 몰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2. 방금 집에서 나왔다. 오늘은 아침에 잠을 못 자고 오후 3시가 넘어서 잠을 잤다. 새로운 폰 때문에 생긴 일인데 누군가 내게 전화를 했을 때 보이스 메일을 남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들이 보이스 메일을 안 남기는 줄 알았다. 왔다는 표시가 뜬 적이 없어서. 그런데 어제 내가 자는 동안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받지 못했기 때문에 궁금해서 슈퍼바이저에게 전화를 했더니 낮에 일하는 슈퍼바이저가 자기에게 남긴 메세지가 없다며 너에게도 남기지 않았으면 중요한 일이 아닐 거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는 그래서 안 남겼겠거니 했는데, 아침에 자려고 침대에 누워서 다시 그 말이 생각이 나서, 병원에 전화를 했는데 다들 바쁜지 전화를 안 받는 거다. 메시지를 남길까 하다가 전화를 끊고 내 전화기를 봤다. 그리고 보이스메일을 눌렀더니 셋업 하라는 메시지가 뜨는 거다! 비밀번호 설정. 뭐지? 하고 해봤더니 메세지는 계속 왔는데 내가 셋업을 안 해서 내 전화기 알림에는 안 뜬 것이었다!! 넘 놀래서 어제 온 메시지를 들어보니까 내 NIHSS 수료증의 만기가 오늘이니까 오늘까지 수료증 병원에 제출하라고. 하아~. 자려고 하다가 벌떡 일어나서 씻고 옷 챙겨 입고 수료증 프린트해서 가져갔다. 갔다가 친한 의사샘 만나서 수다떨고 점심 사주신다고 해서 얻어 먹고 또 수다. 그리고 집에 오면서 코스트코에 들러서 물이랑 해든이 쥬스랑 사가지고 온 후에 잤다. 어쨌든 오늘도 운이 좋게 넘어갔다. 휴


3. 집을 나서면서 자동차 열쇠를 집는데 열쇠 놓는 테이블을 시어머니가 크리스마스로 장식했는데 정말 선물인지 아니면 설정인지 모를 책 포장이 있어서 찍었다. 우리 시어머니 작은 것 하나도 이렇게 세심하시다.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한마디로 깜찍하시다는. 저 포장 속에 있는 것이 그냥 책일지 아니면 누군가 받게 될 선물일지 넘 궁금하다.ㅋㅋ


그렇게 사진을 찍고 나오니 늘 주차하는 집 맞은편에 내 차가 안 보였다. 내가 늦게 일어나니까 남편이 차를 드라이브 웨이에 주차를 한 것이다. (우리 집 앞이라도 밤 12시가 넘으면 벌금 내야 하는 곳.ㅠㅠ) 그래서 드라이브웨이로 가면서 어제 우리 집 정문 사진에는 안 보였던 엔군이가 열심히 지붕에 올라가서 달았던 다른 리스가 보여서 엔군 생각하며 찍어봤다. 

바로 우리집 파이어 플레이스 위에 있는 침니!ㅋㅋㅋ 

엔군 없으면 남펴니가 올라갔겠지만, 엔군이 와서 저렇게 달아주고 가니까 넘 좋다. 이제는 20년 키웠으니 부려먹을 시간.^^;;;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아이들이 커서 이렇게 대신 어려운(?) 일을 해주니까 감회가 새롭다. 


도둑하다는 말을 사용하는 남편은 곤히 잠들었을 것이고 나는 여기서 학기말 시험공부를 하다가 아침에 해든이 도시락 싸러 집에 가서 도시락 싸주고, 씻고 자야지. 그렇게 나의 리추얼은 온고잉.


4. 땡스기빙 이후로 계속 크리스마스 음악만 듣고 있는 내가 들은 음악 중 하나를 또 올린다.

Bee Gees - First of May


When I was small and Christmas trees were tall

We used to love while others used to play

Don't ask me why but time has passed us by

Someone else moved in from far away

Now we are tall and Christmas trees are small

And you don't ask the time of day

But you and I our love will never die

But guess we'll cry come first of May

The Apple tree that grew for you and me

I watched the apples falling one by one

And I recall the moment of them all

The day I kissed your cheek and you were gone

Now we are tall and Christmas trees are small

And you don't ask the time of day

But you and I our love will never die

But guess we'll cry come first of May

When I was small and Christmas trees were tall

Do do do do do do do do do

Don't ask me why but time has passed us by

Someone else moved in from far away


5. 다락방님이 올려주신 김겨울씨의 유튭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책 발견!

책 안 사기로 굳건히 결심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흑

그래도 안 살 거야,,, 대신 한국에 가게 되면 꼭 사야지.

책이 영상으로 보니까 넘 이쁘고, 음악 이야기고,,, 내가 어떻게 버텨.ㅠㅠ


그리고 이 책도

이 책은 이북으로도 나왔지만, 페이지 하나하나 넘기며 읽고 싶다.

프야님이 둘째 딸 사주셨다는데 그 딸이 좋다고 했다니까 분명 괜찮은 거야. 

음악은 나에게 거의 모든 것,,,은 아니지만, 버금가는.^^;;


마지막으로 어제 정혜윤이라는 이름 때문에 발견한 이 책.

작은데 라운드 코너인데다 연두색(?)으로 칠해진 페이지등도 이쁘고.

하아~~, 한국 요즘 왜 이렇게 책을 잘 만드는 건가요???ㅠㅠ

다 사고 싶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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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01 18: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도둑하다‘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고 좋은데요? ㅋ 포장속에 있는게 라로님을 위한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라로님의 하루는 정말 다이나믹한거 같아요. 활동력이 확 느껴집니다~!

라로 2021-12-02 16:20   좋아요 3 | URL
제 하루는 늘 다이나믹 하네요. ㅋㅋㅋ 제 선물은 아닌 것 같고 아무래도 설정 같아요. 아니면 본인을 위한? 뭐든 귀여운 아이디어!! ㅎㅎㅎ

mini74 2021-12-01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편분, 라로님 마음을 도둑하다 ㅎㅎㅎ bts팬들이 사랑해를 보라해 하듯 남편분만의 사전으로 ㅎㅎ 저도 새파랑님 글처럼 어색하지 않고 뭔가 좋은데요 ~~

라로 2021-12-02 16:21   좋아요 3 | URL
ㅋㅋㅋ 도둑하는 남편 덕분에 즐겁게 살고 있어유~~~. ㅎㅎㅎ 도둑하다…자꾸 사용하니까 그런 것도 같아요. ㅎㅎㅎ

바람돌이 2021-12-02 0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듣는 비지스 음악도 좋고 영상도 좋고요. 라로님 집 크리스마스 장식은 감동이구요. ^^
전 큰 딸을 달달 볶아서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2월에 운전면허 따게 했거든요. 제차 운전해서 동생좀 데릴러 보낼려고.... 아 근데 보험료가 진짜 미칩니다. 제 보험료가 자차까지 해서 70만원 정도인데 만 25세 이하 아이 하나 보험 추가하는데 250만원을 더 내야 하더군요. 그냥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딸래미는 장롱면허!! 미국은 좀 다를까요? ㅠ.ㅠ

라로 2021-12-02 16:24   좋아요 2 | URL
비지스 우리때는 자주 들었는데 그죠???
여긴 보험회사 마다 다른데 일년에 한 200만원 선인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긴 차가 필요하고 아들이 자기 돈으로 낸다고 하지만 제가 반 정도 도와주고 하니까 뭐…ㅎㅎㅎ 장롱 면허 25세 넘으면 다시 꺼내서 꼭 사용허길!!! 운전은 날개를 다는 일이라고(한국 사정은 좀 다르지만) 이 아짐 강력하게 외칩미다!!! ㅎㅎㅎ
진정한 자유부인 바람돌이님 넘 부럽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