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코로나 환자들이 좀 줄었다. 매스컴에서 줄었다고 해도 뭐 설마?했는데 정말 느껴진다!! 그렇다고 중환자실에 환자가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병실은 꽉 찼다 (그동안 코로나 환자만 보는 것이 쉽지는 않았는데). 다양한 환자를 경험해야 하는데 같은 병의 환자들을 계속 만나게 되니까 겨우 3개월 일했는데도 점점 내가 지치고 있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그런데 지난주부터 약간 다양한 환자들을 보게 되어 의학적인 지식이 늘어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어 좋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3개월 동안 하루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없을 정도로 간호라는 직업은 얼마나 다이나믹 한지!! 나처럼 실증 잘 내는 사람에겐 잘 맞는 직업인 것 같다. 안 그랬으면 지금쯤 그만 둘 생각을 하고 있었을텐데. 하하
51살인 남자 환자가 있었다. 보기 드물게 잘생기고 젊은 환자였다.(평균 중환자실 환자의 연령을 봤을 때) 키도 그렇고 몸매도 그렇고 얼굴도 그렇고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이 환자는 코로나 환자가 아니라 Liver failure로 입원한 사람이다. (한글로 병명을 잘 모르는데 검색하기는 귀찮아서) 처음 응급실에 왔을 때는 코로나와 증상이 너무 비슷해서 코로나 검사를 3번이나 받았다는 기록이 있었다.
이 환자가 Liver failure에다가 결국 Encephalopathy까지 되어서 젊은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altered mental state이 되었고 기관삽입까지 하게 되었다. 결국 multi organ failure까지 되어 매번 간호할 때마다 점점 안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무척 안타까왔는데 죽었다고 한다. 어제 일하러 갔더니 그의 병실이 다른 환자를 받기 위해서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다. 한 번도 아니라 세 번이나 간호를 해서 그런가 좀 슬펐다. 이제는 내가 간호하던 환자들이 죽었다고 해도 처음처럼 마음이 너무 아파서 힘들거나 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여전히 슬프다. 더구나 살만큼 살았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아닌 젊은 사람들이 죽으면 더욱 더.
다들 어떤 사연을 갖고 중환자실로 오게 되는지 모르지만, 환자들을 간호 하다보면 그 사람들의 사연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중환자실의 환자들은 다른 유닛의 환자들보다 더 오래 머물거나 죽어서 나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어제 간호한 환자 중에 한 명은 52살의 여자 환자였다. 위에서 언급한 51세의 남자 환자와 비슷한 증상으로 입원한 사람인데 기록을 보니 2월 3일에 입원을 했다고 나온다. 그녀에 대한 리포트를 낮에 간호하던 간호사에게 받고 환자를 보러 병실로 들어갔는데 깜짝 놀랐다. 52살로 안 보이고 82살로 보여서! 내가 그녀가 52살이라는 것이 안 믿어진다고 하니까 그 간호사도 내 말이 맞다며 맞장구를 쳤다.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것인가? 그런 생각이 모처럼 들 정도였다.
이렇게 젊어서 중환자실에 온 사람들의 병력을 보면 젊어서 자신의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특별히 마약을 하거나 (두 사람 다 마약을 한 사람들이었다), 술을 많이 마시거나, 담배를 많이 피거나, 고기 위주의 식사를 하는 사람들. 오래 살고 싶지 않더라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고 싶다면 지금부터 건강을 위한 좋은 습관을 들이자. 현장에서 많은 환자들(이라고 해봤자 고작 3개월 정도이지만) 간호하며 절실히 느끼는 점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조그만 습관이 정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을 다시 강조하고 싶다. 오래 살지 않아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떤 습관이 나에게 좋은 습관일지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그 답을 찾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