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les Away - Blues Lawyer
어젯밤 늦게까지 프레이야 님의 책 [화영시경]에
몰입돼서 읽고 있는데 전화기에서 알림이 계속 울렸다. 궁금한 걸 참지 못하고 확인을 해보니 1월 6일부터 시작되는 겨울학기 Gerontology 담당 교수님이 미리 학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거라며 syllabus부터 시작해서 막 뭔가를 올리는 거다.
그 교수님의 수업은 이번이 3번째인데 매번 과제 등을 밤에 올려서 사람 마음을 더 불안하게 하는데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다. 불평이 하고 싶어서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친한 친구 그룹 톡 방에 "야, 이교수 또 시작이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더니 다들 줄줄이 교수님 흉을 본다.ㅎㅎ
그 교수는 작년에 우리를 가르치면서 박사 학위를 받은 터라 사실 우리에게는 힘든 수업이었다. 자신의 박사학위에 전념하느라 수업 진행에 일관성이 없을 뿐 아니라 syllabus에 올라온 사항이 맞는 것이 거의 없어서 수업 전날 자정이 다 되어 메일이 오고 그랬었다. 그러니 수업을 미리 준비하고 싶어도 불가능. 진도도 잘 빼지 못해서 시험을 온라인으로 본 적도 두 번이나 된다. 아무튼 내가 젤로 못마땅해하는 교수라서 겨우 6주이긴 하지만 이 겨울학기를 어떻게 버티나 고민이 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런데 좀 아까 syllabus 를 살펴보니 박사 학위를 받은 뒤라 그런지 뭔가 달라 보인다. 6주 동안 우리를 달달 볶을 예정인 것 같다.ㅠㅠ 그래도 아직 수업이 시작하려면 일주일 정도 남았으니 미리 낙담하지 말자.
[화영시경]에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너무 많지만 계속 참고 있다. 너무 이쁜 책에 흠집을 내는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나는 책을 읽을 때 밑줄을 그으면서 읽게 되었다. 교과서는 하이라이트를 쳐가면서 읽는데 아마도 그 이유는 늘 시간에 쫓기다보니 이 책을 언제 또 읽겠어? 뭐 그런 생각에서 밑줄을 긋고 하이라이트를 사용해 가면서 책을 읽게 되었지만, 그렇게 하면 한 번에 두 가지 행동을 하는 거라서 머릿속에 머무는 시간이 줄을 긋지 않고 읽는 것보다 좀 오래 가는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은 예뻐서 줄을 안 긋는 이유도 있고, 다시 읽고 싶어서 지금 안 긋고 있다. 두 번째 읽으면서 줄을 그으려고.
내가 제자리에 머물기는커녕 앞이 깜깜한데 프레이야 님은 휘황 찬란한 빛을 들고 저만치 앞서가고 계신 것 같다. 글이 더 성숙해지고, 스마트하고, 깊어졌다. 멋지다. 프레이야 님의 4번째 책은 어떤 모습을 하고 나올지 벌써 기대가 된다. 2년마다 책을 내고 계시니 앞으로 2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내가 네이버 블로그에 가입을 한 이유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간호사들과 교류하기 위해서 였는데 내가 네이버에 가입하도록 자극을 주었던 분이 더이상 네이버의 블로그를 사용하지 않고 인스타그람을 사용하겠다는 글을 예전에 올렸다. 그 이후로 나는 네이버에 글을,,, 1개 올렸다. lol 하지만 가끔 들어가서 다른 간호사들과 이웃들이 올린 글을 보고 온다. 풀타임으로 간호사 생활을 하면서 석사나 박사 과정을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가을학기가 끝나서 그런지 다들 자신들이 어떤 성적을 받았는지 올린다. 대부분 all A!!! 정말 한국 사람들은 대단한 것 같다. 다들 공부도 잘하고 부지런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려는 열망이 대단하다. 그런 사람들의 글을 읽으면 자극을 받게 된다. 문제는 자극을 받고 끝이라는 점. lol 하지만 뭣보다 자극을 받고 목표를 세우고 실천할 에너지가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변명처럼 들리기도 하는데 이제는 소홀했던 가족들과 잘 지내는 것이 내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해졌다고 할까? 해든이가 벌써 12살이 되었는데 3년 동안 아이와 거의 지내지를 못했다. 공부한답시고. 남편이 어떻게 아이에게 엄마가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지를 설명했는지 모르지만 내 책임을 유예하고 있다는 느낌.
어제 한국마트에 가서 내일 먹을 불고기 거리를 사면서 해든이가 좋아하는 설렁탕집에 들러서 남편과 해든이는 설렁탕을 먹고 나는 육개장을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해든이를 좋아하는 여자아이에 대해서 물어보니 묵비권을 행사하겠단다. 학교에서 이미 소문이 나서 다른 친구들이 "너도 그 여자아이를 좋아하냐"는 질문을 계속 한다면서 대답하고 싶지 않단다. 그래도 알고 싶어서 계속 물어보니까 남편이 아들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라고 한마디.ㅎㅎㅎ 이제 해든이는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할 정도로 컸다. 그런데 그 아이의 엄마인 나는 해든이 학년의 엄마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엄마란다.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학교에서 survey같은 걸 했는데 6학년 학생들 엄마 중 가장 나이가 어린 엄마는 30살이라고 하니 18살이나 17살에 엄마가 된 것이다. 두둥~ 41살에 엄마가 되어 53세인 나는 가장 나이가 많은 엄마. 늙은 걸 알면서도 "나 정말 너무 늙었네. 내가 공식적으로 가장 늙은 엄마라니"라고 했더니 가만히 우리의 대화를 듣고 있던 남편 왈, "그래도 너가 가장 젊어 보이는 엄마일 거야."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행히도 남편은 여전히 팔불출이다.
어쨌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어디로 가야 할 길이 멀다고 하는 건지;;;),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자꾸 주문을 건다. 눈앞의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다른 사람들 앞에서 걸어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어제 시어머니, 그리고 시어머니의 친구분 텔라 아주머니와 함께 새로 나온 Little Women을 봤다. 잘 만든 영화이다. 특히 나는 결말이 좋았다. 그리고 그동안 조의 남자친구를 뺏어간 것 같은 에이미를 많이 싫어했었는데(사실 에이미 때문에 이 영화 보는 것도 주저할 정도로;;;;), 이 영화를 보면서 이해가 되었다. 아니 내가 나이 먹어 이해가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