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
전영우 지음 / 청년사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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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라크전 등으로 반미의 목소리가 높다지만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회와 평등의 나라 미국? 글쎄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동경인 미국의 자본주의 그 실체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은 무엇이며 미국의 문화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들은 무엇일까? 미국의 자본주의가 원하고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와 미국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늘 궁금하던 터였다.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를 통하여 미국의 사회와, 문화 그 진면목을 제대로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가장 많은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대중문화를 이끄는 매체 중에서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늘 막연하였던 미국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게 되었다.

미국문화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어떤 책일까?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장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는 어린이들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치열한 광고 마케팅과 이를 둘러싼 사회 여론이나 사회단체들의 대립이 소개된다. 그리고 미국의 어린이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배우면서 자라나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또한 돈이 개입하는 사교육의 실태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학벌주의에 대해서도 소개,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평균 잡아 1년에 4만회 이상의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광고의 융단폭격 속에서 광고를 먹으며 성장하다가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아이들에게 광고는 생활의 일부일 뿐. 미국의 부모들은 광고와 쇼핑에 지나치게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갈 미래의 재원으로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독려하고 일찌감치 돈의 가치와 쓰임새 등을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점점 갈수록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고는 늘고 있는 추세. 지금 현재 상품구매자이면서 미래의 확실한 상품구매자인 어린이들이야말로 광고주로선 놓칠 수 없는 안정된 대상일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자본주의 논리에 아이들의 본질과 순수한 동심은 멍들어 간다.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과 가치관을 배우기 전에 광고를 통한 자본주의를 확실하게 배우는 아이들에게서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드러내놓고 아이들을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 나서서 특정상품의 홍보지를 나누어 준 다음, 구매실적에 따라 등수를 매기고 등수대로 현금성 상품을 지급한다. 그야말로 아무런 자각도 없이 광고로 얼룩진 교육이요, 돈이 깊숙하게 관여하는 그들의 교육인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소비를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돈이 삶의 최고'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사교육은 없고 공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 그리하여 부모들이 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가난한 집안의 수재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나라? 우리나라처럼 입시지옥을 거치지 않고서도 재능을 살린 교육을 받아 안정된 직장에서 능력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높은 학구열로 늦은 밤까지 공부에 몰두하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 학벌과 인맥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인정받는 나라? 글쎄 과연 그럴까?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모습이지만 저자는 "천만에!"라고 말하는 듯 확실한 실례로 조목조목 미국의 실체를 설명한다. 물론 막연한 주장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유학하면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적나라한 실체 앞에 놀라게 되는데, 우리들이 그간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들은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미국의 쇼맨십의 성공결과인 것이다.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하여 소수에게 기회와 평등을 주어 그럴싸하게 포장한 다음 세계에 홍보한 전략이랄까?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배우면서 돈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살아갈까? 전망 좋고 넓은 전원주택에서 행복하게 웃음 짓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 가정, 고급차로 치장된 미국의 중산층은 사실은 카드빚으로 상징되는 할부와 연체와의 싸움이란 이면을 가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 파산자로 몰리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미국의 중산층. 그런데 미국의 광고주들은 이것마저 철저하게 광고로 활용한다. 대단한 미국의 광고다.

여하간 미국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광고를 통하여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회다. 광고를 통하여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인 것이다. 그들은 장려한대로 소비를 즐긴다. 그러나 늘 파산의 위험에 긴장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인 것이다.“쇼핑은 달되 그 열매는 쓰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무엇을 원하고 얻어야 할까?

이 책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광고 실태를 다루면서 미국의 이율배반을 자주 소개한다. 민주주의 원칙과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그럼에도 정반대의 현상이 TV에 버젓이 나오는가 하면, 그것이 논란이 되면 교묘하게 또 다른 기법으로 광고하는 등의 미국의 이율배반적인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이란 부제에 걸맞게 미국사회의 구석구석, 미국인들의 사고방식 면면을 광고를 통해 파헤쳐 뜯어보는 책이다.

나머지 장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광고 수법과 실제사례들을 소개한다. 자본주의의 꽃, 미국의 다양한 광고 기법을 보면 한마디로 악랄하고 인간성이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국과 미국인을 알려는 순수한 의도의 사람들 외에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미국의 다양한 광고실체다.

모든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생활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에게도 알려졌던 사례들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그만큼 설득력 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쇼핑은 달되 열매는 쓰다. 인생을 즐겨라, 소비가 미덕이다. 돈벌이가 되면 9.11테러도 판다. 돈을 많이 버는 능력과 소비하는 능력만이 성공적인 삶을 결정한다. 돈이 된다면 광고의 부작용까지 다시 광고로 교묘하게 이용하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거칠수록 성공한 마케팅이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성과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도 철저하게 마케팅에 사용한다. 여성도 상품을 사는 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광고가 소비자를 감시하는 시대다. 깎아내려야 이긴다. 비교 광고를 해라.

이 책은 저자가 문화일보에 1년간 연재하였던 칼럼 ‘지구촌광고'를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들은 미국의 실체를 보면서 무엇을 원해야 할까?

“어차피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도 불과 200년 전에는 약소국 이었다. 국가 내의 헤게모니의 변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후발주자여서 불리한 면도 있지만,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와 성공전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유리한 면도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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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 - 한국의 대표 과학기술자 47인이 전하는 과학자의 길, 인간과과학 총서 23
한국과학문화재단 엮음 / 양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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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문명은 과학과 함께 발전해왔다. 사실 우리의 일상을 둘러보면 과학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다. 컴퓨터나 TV 같은 전기제품들은 물론 의약품, 옷, 집, 수많은 생필품들... 게다가 야생의 식물에서 인류에게 필요한 성분을 추출, 질병완치율까지 높이고 있는 실정 아닌가!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과학이다.

21세기를 불확실성의 시대, 불연속성과 다양성의 시대라고 말한다. 이런 때, 지식과 정보창출의 첨병역할을 하는 과학기술은 개인과 기업, 나아가 국가를 위한 가장 강력한 생존무기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과학기술에 인류가 의존하는 비중은 그만큼 커질 것이며 앞선 기술을 많이 보유할수록 경쟁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남보다 1초라도 앞선 기술과 특허, 이 모든 것들이 과학의 힘이요, 과학기술의 세계다. 따라서 과학기술을 지배하는 자가 미래를 지배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 과학은 딱딱하고 어렵다. 그래서 막연히 멀다. 정작 과학이 중요하고 미래가 달려있건만, 과학에 대한 어려움은 이공계를 기피하게 하고, 이는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만의 문제는 아니요, 우리보다 앞서가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런데 이들 선진국들은 이미 오랜 전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 들여 국가적 차원에서 다양한 정책을 모색,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여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과학기술인 47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이런 안타까운 현실에, 한국과학기술재단에서 의미 있는 책 한권을 기획하였다. 바로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이 그것이다. 과학의 대중화와 이공계에 대한 높은 관심과 많은 지망을 염원하며 펴낸 책이다.

"과학 기술부와 한국과학문화재단은 이공계 성공사례를 모아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과학이 얼마나 즐거운 학문이며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는 세계인지를 청소년과 일반국민에게 알려주자'는 취지로 기획되었고, 특히 '과학의 대중화'에 초점이 맞추어졌습니다. 사실 과학 대중화를 위해 과학자의 글쓰기만큼 효과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은 없을 것입니다-한국과학 문화재단 이사장 나도선"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과학기술인 47명. 분야도 다양하다. 이들은 수학, 물리, 화학, 생물학 등 과학의 기초학문은 물론 IT산업, 나노기술, 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기반으로 학계나 산업계뿐만이 아닌 정관계, 기업 CEO에서 활약하는 과학 기술인들이다.

"우연히 뛰어든 백신개발과 무료배포는 7년간 이어졌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밤잠을 쫓으며 바이러스 연구와 프로그래밍을 하고 학교로 가는 고된 일정이었다. 그러나 박사학위를 받고 군의관 복무를 마친 다음에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의학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의학에 몰두하는 것이 학생들에 대한 도리이고, 개인적으로도 세계적인 수준의 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는 컴퓨터 바이러스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두 달에 세 개정도라 혼자서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했는데 1994년 정도 되니 70여종으로 늘어나 더 이상은 파트타임으로(의대 조교를 하는 틈틈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고 말았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 책 속에서

우리에게 컴퓨터 의사로 잘 알려진 안철수는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의학, 둘 다 병행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쳤고 결국 평탄한 의대교수(의학박사) 대신 척박한 현실의 컴퓨터 의사를 택한다. 이 책에선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과의 특별한 이야기들은 물론, 국내 컴퓨터산업 및 보안업계를 외국의 공세로부터 지켜낼 수 있었던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빛나는 그들의 삶이 농축되어 있는 책

2005년 3월. 사상최고의 실적으로 창립 10주년을 마무리 한 뒤, 홀연히 대표직에서 물러나 미국 유학길에 오름으로서 세인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던 컴퓨터 의사 안철수. 이 책에선 국내 보안업계의 선구자로 불리는 '아름다운 한국인 안철수'를 만날 수 있다.

안철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뿐이랴. 47인의 과학자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모두 감동스럽다. 이 들의 글속에는 소박하고 진실하게 털어 놓는 삶의 고뇌와 좌절, 가능성과 희망, 척박한 국내 과학 현실에서 과학자로서 삶을 성공적으로 이끈 빛나는 삶의 철학들이 농축되어 있다.

'나는 왜 과학을 선택했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평생을 후회 없이 과학자로 살고 있는가.'

47인의 저자들은 자신들의 속내를 아낌없이 보여주면서 고백하는 듯, 글을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적인 면모까지 보여준다. 또 청소년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구체적인 격려와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혹시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면 삶의 나침반 역할까지 충분히 해줄 수 있으리라. 그리고 과학을 좋아하는 청소년들에게는 과학자로서의 가능성과 자신감까지 심어주기에 충분하리라.

최근 몇 년 간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쉬운 과학'관련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어서 일정독자층까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과학. 그렇다면 이 어려운 과학을 몸소 이끌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하고 있는 주인공들의 속내 이야기,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같은 책을 읽어보는 것은 어떨까?

과학의 혜택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가 외면함에도 우리 주변에서 우리와 함께 늘 숨쉬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인 과학자가 많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인! 우리의 자랑>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대중을 위한 쉬운 과학'의 정수리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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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왕릉 -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곳,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082
손민호 지음, 김순남 그림, 이이화 감수 / 해피북스(북키드)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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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열왕릉, 천마총, 무용총, 김유신묘….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갔던 곳이거나 교과서를 통하여 많이 들었던 무덤 이름들이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왕릉골이 있고 서오릉과 서삼릉, 공릉 등 수많은 왕릉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 무덤들의 이름에 얽힌 내력도,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른다. 왕릉이 왜 중요한지도 몰랐다.

왕릉에 대한 상식이 없다보니 역사관련 책을 읽으면서 수도 없이 만나는 왕릉들이나 사극을 통하여 알게 되는 무덤 이름들이 잠깐 기억되다가 잊기 예사였다. 그다지 중요할까 싶건만, 최근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왕릉에 자주 가곤 하였다.

‘아이들 데리고 갈 곳이 그렇게 없나? 왕릉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어린아이들을 걸핏하면 왕릉에 데리고 가는데? 뭐 배울 것 있다고. 여기 저기 아이들 데리고 다닐 곳도 많은데….’

난 솔직히 이런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 박물관에 자주 가면서 유물이 나온 무덤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왕릉에 대한 줄기를 간추려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내력으로 <조선의 왕릉>이란 책을 찾아 들었는데, 왕릉에 대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지식과 왕릉이 아우르고 있는 역사를 접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무덤의 이름 어떻게? ‘능’은, ‘총’은 무엇? ‘고분’은?

<조선의 왕릉>은 조선왕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다. 릉(능)은 무엇인가. 능에 묻힐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왕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왕실 무덤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무덤의 치장물(홍살문·무인석·정자각)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선의 왕릉은 어떤 의미일까 등이 주제다.

그렇다고 조선의 왕릉만이 주제는 아니다. 조선의 왕릉을 알자면 고구려나 백제, 신라 등의 무덤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다. 조선만 왕의 무덤을 능이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는 무열왕릉이 백제 무열왕의 것이고 보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관계되는 이야기를 연결시켜 나가고 있어서 조선의 왕릉만이 아닌 우리나라 왕의 무덤들에 대한 전반전인 지식을 폭넓게 아울러 볼 수 있다.

사실 참 궁금했다. 어떤 무덤에는 ‘릉’을 붙이고, 어떤 무덤에는 ‘총’을 붙이는 것인지, 함부로 붙이지는 않을 것인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릉’이나 ‘총’과는 달리 '고분'이라고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등도 왕의 무덤을 ‘능’이라 불렀다. 조선의 왕릉이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묘호(왕릉 이름)를 기록한 근거로 부른다면, 그 이전의 무덤들은 발굴당시 무덤의 사정과 많은 관계가 있다. 어떤 모습인가. 무엇이 나오는가에 의해 릉이 되고 총이 되고 고분이 된다.

발굴 당시에 어떤 왕이 묻혔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면 무열왕릉처럼 ‘릉’을 붙인다. 그러나 왕의 무덤인 것은 추정되지만 누구의 무덤인지 밝혀지지 않으면 ‘총’을 붙인다. 물론 이때 그 무덤에서 나온 유물의 특성을 살려 이름을 붙인다.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 무용도가 나와서 무용총, 각저총에서는 씨름도가 나왔다. 각저는 씨름을 뜻한다.

발굴 당시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만한 유물이 나오면 ‘릉(능)’이 되고 누구의 무덤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유물이 나오면 ‘총’이 된다. 그렇다면 고분은?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무덤이지만 보편적인 유물만 나오고 누구의 무덤인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유물이 나오지 않으면 고분, 고분이 모여 있으면 고분군이 된다.

이 책은 이런 설명부터 해주고 있다. 이렇듯 조선의 왕릉만이 아닌 우리나라 무덤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가 왕릉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라면 두 번째 이야기는 앞장에서 배운 왕릉에 대한 전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왕릉을 찾아가 확인해보는 형태다.

선릉에 직접 찾아가 체험해보는 것. 선릉의 홍살문과 참도, 무덤을 지키고 있는 무인석,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 등을 보면서 왕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이런 것을 토대로 현장답사일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 학년별 교과서별로 연결된 현장 학습장소나 박물관 등을 소개하고 있는 알찬 부록이다.

조선의 왕릉? 아이들이 자칫 딱딱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왕릉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역사 속으로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 400명이 추천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알찬 체험학습 길잡이다. 사극을 보면서 다소 낯설었던 역사에 대한 상식과 용어들도 틈틈이 실었다.

갈비집 간판에 능 이름이 많은 이유는?

'갈비 집 간판에 능 이름이 많은 이유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자주 접하면서도 궁금해 하지 않고 예사로 그런가보다 했는데, 갈비집 간판에는 뜻밖에도 조선의 사회풍습, 법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이렇게 왕릉은 우리들의 생활과 별개라고 생각하고 살았음에도 지금 우리의 생활과 이어지고 있었다.

역사와 왕릉에 관심 없어 하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슬쩍 흘려보는 것은 어떨까?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무덤 하나 만드는데 5개월, 5개월 동안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했을까? △왕릉은 몇 m까지 파내려 갔으며 동원된 인원은 모두 몇 명일까? △모든 왕실의 무덤은 모두 왕릉일까? △무덤에 붙이는 원은 무엇일까? △병풍석이나 무인석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신에 90여벌의 옷을 입힌다고? △600년 동안 단 한 번도 마른 적 없이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는 건원릉의 특별한 사연은?

당시의 국가 위상이나 풍습에 따라, 왕의 업적이나 신분에 따라 무덤은 달라졌다. 따라서 왕릉을 알면 역사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제대로 알려면 왕릉과 제대로 만나야 한다. 교과서를 통하여 활자의 지식만 배운다든지, 식물도감 한 권을 외우는 것보다 직접 나가서 만나보고 경험하는 것, 꽃 한 송이 바라보고 만져보는 것이 더 생생하고 확실한 교육이 될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모든 체험은 인성을 올바르게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우리의 역사와 왕릉을 알아 가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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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6-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님, 리뷰 당선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

emhy311 2006-06-29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에 되신것 축하 드립니다.

필터 2006-07-0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emhy311님...낯선 제게 축하인가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인사가 늦었습니다.
 
즐거운 소풍
이경애 지음 / 대숲바람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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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보람 있는 휴일을 보내고 싶어서 인터넷 정보를 기웃거려 보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실속 있는 곳을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의미 있는 행사나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배울 것이 많다지만, 가뜩이나 딱딱하게 생각하는 박물관이고 보면 휴일마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또한 힘들다. 이름난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오고 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휴일 하루 일정으론 너무 빽빽하다… 그래도.

용케도 마땅한 곳을 찾아 떠나보지만, 아이들은 오고 가는 길 차 속에서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투정부리고, 장거리 운전에 피곤만 겹쌓였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막상 무엇을 보았는지 특별하게 남는 것도 없는데, "왜 갔을까? 그 집은 맛도 없으면서 왜 그리 비싸? 고생하면서 다시는 가는가 봐라" 따라붙는 원망이 이쯤 되면 휴식을 위하여 떠난 길이 오히려 스트레스만 달고 온 결과가 되고… 그래도.

'그래도...그래도 어디로든 가고 싶다. 아무리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방콕'(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휴일을 편안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할 순 없잖아? 그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경험이 중요한데 말이야. 부모가 뭐겠어. 좀 피곤해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보여주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즐거운 소풍>은 이런 고민들을 제대로 헤아려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는 즐겁고 유쾌하며 의미까지 톡톡한 절집 20곳을 소개하고 있다. 휴일 아침에 느긋하게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설 수 있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소풍 길, '번화한 서울 속에 이런 보물들이 있었나?' 싶을 만큼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을 찾아 나선 이야기들이다.

"다들 멋진 휴식을 찾아 저 멀리 떠나버린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전철을 타거나 혹은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보자. 그 교통수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불과 20~30여분만 느긋하게 걸어 올라가면 어느 심산유곡 못지않은 풍광 예쁜 절집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바로 그 예쁜 절집들을 선사한 기특한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특별시다!...특히 이 책이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아놓고도 아이들을 위한 특별행사 마련에 쉬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요긴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머리말에서

보물 같은 소풍, 보물처럼 예쁘고 남다른 절집들을 찾아서

휴일 몇 시간, 소풍 나간 곳에서 즐겁고 유쾌해져서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들일까? 해는 저물기 시작하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옷자락을 자꾸 잡아끌어 눌러 앉히려 드는 그런 곳들은 어디 일까? 소박하지만 맛난 절밥을 주는 곳들은 어디 어디?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도 물이지만 갈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는 전설의 돌탑이 거기 있다. 천 개의 탑 쌓기를 소원한 한 부부가 주말마다 찾아와 몰래 쌓아놓고 간다는 사연 있는 돌탑이 있다. 주변의 자연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탑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골짜기의 모양이 바뀌고, 아무리 물이 불어나도 쓸려가거나 허물어지지 않아 신기한 소문들이 분분한데, 그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 확인하고 가는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삼천사 살아있는 전설의 돌탑

▲ 은평구 진관외동 삼천사 전설의 돌탑
ⓒ 하지권
북한산 삼천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마애여래불과 종형사리탑으로 유명한 곳. 버스에서 내려 삼천사를 향하여 가는 길은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전형적인 농가도 보이는 곳이다. 계곡은 물도 많고 맑아서 깊다. 게다가 이처럼 살아 있는 전설까지 더해진 곳이다. 저자는 불교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인 <고승열전> <불교설화>의 작가답게 절집을 둘러싼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전설과 살아 있는 전설까지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북촌생활사 박물관장인 저자는 문화사적인 해박한 지식들까지 술술 들려주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는 소풍 길에 들려 줄 이야기들도 많다. 서울에만도 500군데가 넘는 절이 있다는데 그 많은 절집 중에서 저자가 골라낸 천년사찰들,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 같은 절집들이 새삼스럽게 반갑다.

저자를 통하여 만나는 이 특별하고 예쁜 절집들은 관세음보살의 미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간 내가 모르고 있어서 서울 속에 꼭꼭 숨어있었거나, 몇 번 가보았지만 역사적 지식이나 안목이 부족해서 대충 보고 말았던 것들이 이제는 시절인연이 닿아 볼 때가 되었노라! 며 활짝 펼쳐지고 있었다.

또 어떤 특별히 예쁜 절집들, 보물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을까?

▲관능과 상생의 꽃 능소화로 붉은 6~8월의 길상사. ▲계곡 가득 가을빛이 내려 앉아 가을에 가면 더 좋은 화계사. ▲한 폭의 단정한 수묵화 같은 절집 내원암 ▲호쾌한 남성미가 흐르는 망월사 ▲비범한 바위 108개가 온갖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 원통사 ▲텔레비전을 통하여 유명해진 해탈이가 살고 있는 불암사 ▲창건자도 지금의 주지스님도 모두 진관, 진관동의 원조가 되고 있는 천년 고찰 진관사 ▲산사음악회의 효시가 된 심곡암 ▲여섯 빛깔의 살아있는 전설 승가사 ▲가물 때나 장마 때나 늘 같은 양의 물이 나온다는 수암사▲걸어 올라가는 동안 생태학습까지 할 수 있는 길 맛 좋은 꽃 절 관음사...등

어떤 절집은 물맛이 좋아 속이 차갑도록 마셔보는 것도 좋고, 어떤 절집은 특별한 계절에 가면 더욱 좋다. 또 어떤 절집에선 절집과 어울리지 않는 능소화나 느티나무 등을 만나면서 특별한 전설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속 고민을 모두 씻어내 줄 듯 물소리가 가슴 가득 넘쳐흐르는 곳도 있다. 그리고 어떤 절집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의 심미안까지 열어주기도 한다.

▲ 맑고 향기로운 선물, 길상사
ⓒ 하지권
"절집을 찾을 때, 그 아름다운 경관 찬탄만 하지 말고, 어째서 그곳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어째서 그 아름다움이 그리도 오랜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 한번쯤 마음의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책 속에서

아름다운 절집,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마음들…. 이런 것들이 모여 즐거운 소풍 길. 월간지 <샘이 깊은 물>의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하지권의 사진들이 또한 돋보인다.

글 한 꼭지마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가는 길을 자세히 실었다. 그리고 그 절집에서 꼭 보아야 할 것(곳)과 이왕 나선 길에 둘러보면 좋을 주변까지 연결하여 소개하였다. 부록으로 사찰음식 연구가인 대안스님의 사찰음식조리법을 응용한 퓨전채식도시락 요리 20을 실었다. 일부러 장을 보지 않아도 냉장고에 흔하게 있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도시락들이어서 활용도도 높겠다. 가족들 중에 살찌는 고민이 있다면 길만 나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김밥대신에 준비해볼만 한 도시락 메뉴들이다.

'서울 속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이라고 하니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다소 거리를 둘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절집들은 서울 속 천년고찰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들이어서 일반인들에게도 꼭 가볼 필요가 있는 곳들이다. 서울의 고층빌딩 속에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마음까지 한적해지는 이곳들을 개발의 몸살 속에서 지켜낸 사람들의 보물 같은 마음까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얻을 것들이 참 많은 곳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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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밥맛을 잃었다 싶으면 어머니는 양조간장(지방에 따라 맛나니 간장, 왜간장)과 참기름으로 밥을 비벼주곤 하셨는데 그 맛이 얼마나 맛있던지. 이 달짝지근한 맛에 입맛 없는 시늉을 얼마나 했던가!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을 읽으면서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아끼던 간장과 미원, 사카린 병이 놓여있던 찬장을 생각하였다. 조금만 들어가도 맛이 많이 달라지는 조미료가 어떤 건강물질처럼 상징되기도 했건만, 책을 통하여 식품첨가물의 세계와 가공식품의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양조(산분해)간장의 원료는 탈지대두이다. 우리들이 예사로 먹는 양조간장이 탈지대두와 첨가물의 절묘한 배합임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혹시 나처럼 콩의 또 다른 표기가 탈지대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을까? 거의 매일 양조간장을 먹지만, 양조간장의 주원료인 탈지대두가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알아볼 생각조차 안한 이 무관심이라니!(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식품가공재료는 그다지 상관없다! '미다스 손 첨가물'이 있으니까!

간장의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은 단백질의 분해산물인 아미노산. 따라서 단백질만 있으면 아미노산을 만들고 모조간장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탈지대두는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 버려도 그만인 콩 찌꺼기니 값도 당연히 싼데 어떻게 간장을 만들어? 탈지대두만으로는 간장의 맛과 고유의 색을 내기 힘든데 진짜 간장을 흉내 내는 방법은 없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미다스의 손 첨가물이 해결해주니까. 조미료인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맛을 내고 감미료를 살짝 넣어 단맛을 보탠다.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산미료를 넣고 걸쭉한 느낌이 들게 하기위해 증점제를 넣는다. 색은 캬라멜색소로 해결하고 보존료를 넣어 보존기간을 늘려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자연 숙성간장을 넣어주면 맛이 더욱 그럴듯 해진다. 공정은 다르지만 외관은 그럴듯하다. 발효를 시켜 만든 간장이 1년 이상 걸리는데 반해, 이 간장은 길어봤자 1개월이면 충분하다.
-책 속에서.


가정이나 횟집에서 흔하게 먹는 양조(산분해)간장이 첨가물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을 통하여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의 실태를 보면 양조간장은 차라리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충격적이다. 설마 그런 재료들로? 그렇게나 많은 첨가물들이 정말? 적나라한 실체에 아득해진다고 할까?

재료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든 없든, 썩어가는 재료도 첨가물만 적절히 더해지면 멀쩡한 음식으로 둔갑하는 사실에 망연자실해졌다. 재료가 무엇이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식품첨가물이 보기 좋게 해결해주니까. 그래서 저자는 첨가물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다스손'에 비유한다. 첨가물의 능력을 조금만 볼까?

흐물흐물, 까맣게 변색한 명란젓을 첨가물 수조에 하룻밤만 담그면 탱글탱글, 아기피부처럼 뽀얗게 살아난다? 허옇게 변색해버린 무에 첨가물만 잘 배합하면 오독오독 씹는 맛까지 일품인 단무지로 변신한다? 공업용으로만 쓰일 수 있는 고기에 첨가물을 넣고 겔을 넣어 무게를 늘리면 고급 햄이나 미트볼 재료로 변신한다? 다 썩어가는 생선살이 담백한 어묵으로 변신?

어디 이뿐이랴. 라면스프, 커피 크림, 육수, 이런 저런 절임식품들, 편의점의 샌드위치나 삼각 김밥, 어묵 등 우리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이 음식들에 더해지는 첨가물들, 심지어는 주방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는 식염, 즉 소금에까지 첨가물은 낱낱이 침투하고 있었다. 이것이 수십 종의 첨가물로 뒤범벅된 가공식품의 실태였다.

첨가물 박사였던 저자가 고백하듯 들려주는 첨가물과 가공식품의 빛과 그림자

"업계 최고의 첨가물 실력자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나도 내 가족 구성원도 소비자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베 쓰카사.


이 책의 저자는 맛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첨가물들이 몇 가지 들어갔는지를 그 자리에서 알아낼 만큼 일본식품계에서 유명한 첨가물 박사. 1500여 가지의 첨가물을 꿰뚫고 있는 첨가물의 전설적인 존재였다. 어느 날 딸의 생일상에 오른 미트볼을 맛있게 먹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식용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고기에 자신이 제시한 첨가물들을 이용해 맛있는 미트볼로 변신시킨 자신의 작품이었던 것. 가공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그런 쓰레기 음식을 자신의 아이들이 맛있다고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은 첨가물의 실태와 가공식품의 이면을 낱낱이 고발하지만 단순한 이론, 주장의 고발과는 다르다. 자기 자신의 첨가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뼈아프게 고백, 진지하게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깊다.

또한, 식품첨가물에서 멀어질 수 있는 건강한 실천방법과, 소비자로서 제대로 된 실질적인 권리를 찾아가는 방법 등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일괄표시의 허점, 어머니 손맛이라고 알고 있는 음식 속의 첨가물, 무염, 무첨가 식품들에 대한 현명한 판단, 폭탄 세일, '하나 더' 증정세일의 유통 속에 숨은 이야기 등 주부로서, 소비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첨가물의 빛과 그림자, 소비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첨가물 문제가 불거질 때면 우리는 늘 업체는 가해자고 소비자는 피해자라는 시각으로 식품회사들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소비자도 첨가물을 지지하고 있다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첨가물 문제에 돋보기를 대보면 소비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지지했기에 첨가물 만능사회가 도래했다면, 반대로 지지를 접을 경우 그 물질들은 저절로 퇴출될 터이기 때문이다. 식품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잘못된 식문화를 바꾸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책 속에서.


우리들의 생활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것들은 무엇을 막론하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따라서 빛이든 그림자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빛과 그림자는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 시간을 절약해주고 편하고 손쉬운 것이 빛이라면 첨가물의 독성이 그 그림자.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 첨가물에 안주할 것인가. '그런 책 보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어!'라며 무관심으로 흘려버리고 말 것인가. 빛과 그림자?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우리들은 일상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잘 알려진 식품첨가물과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의 세계를 가장 속 시원히 알려준 책이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사서 쓰던 간장이나 조미료들, 우선 편하자고 사먹던 가공식품들, 세일 제품이 턱없이 싼 이유를 단 한번도 의심 없이 행운처럼 사서 먹던 햄. 이 책을 읽는 내내 목에 걸린 듯 따끔거렸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과자>와 <추적 60>분에 출연하여 과자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안병수씨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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