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 -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
전영우 지음 / 청년사 / 2006년 4월
평점 :
절판


이라크전 등으로 반미의 목소리가 높다지만 아메리카 드림을 꿈꾸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 것도 사실이다.

기회와 평등의 나라 미국? 글쎄 정말 그럴까? 많은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동경인 미국의 자본주의 그 실체는 무엇일까? 미국 사회를 이루고 있는 보편적인 사고방식은 무엇이며 미국의 문화를 이루는 본질적인 요소들은 무엇일까? 미국의 자본주의가 원하고 미국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미국의 문화와 미국을 이루고 있는 것들이 늘 궁금하던 터였다.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텔레비전의 광고를 통하여 미국의 사회와, 문화 그 진면목을 제대로 살펴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하고 있다. 대중문화는 가장 많은 사회구성원의 목소리를 담고 있으며 대중문화를 이끄는 매체 중에서 텔레비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높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하여 늘 막연하였던 미국의 실체를 유감없이 보게 되었다.

미국문화의 복합적인 요소들을 제법 많이 알게 되었다는 생각인데, 그렇다면 <광고, 상품, 쇼핑의 노예들>은 어떤 책일까?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여섯 장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장 ‘사람으로 태어나 소비자로 자란다’는 어린이들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치열한 광고 마케팅과 이를 둘러싼 사회 여론이나 사회단체들의 대립이 소개된다. 그리고 미국의 어린이들은 자본주의를 어떻게 배우면서 자라나는지를 자세히 소개한다. 또한 돈이 개입하는 사교육의 실태와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학벌주의에 대해서도 소개, 날카롭게 비판한다.

미국의 어린이들은 평균 잡아 1년에 4만회 이상의 광고에 노출된다고 한다. 그야말로 광고의 융단폭격 속에서 광고를 먹으며 성장하다가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아이들에게 광고는 생활의 일부일 뿐. 미국의 부모들은 광고와 쇼핑에 지나치게 노출된 아이들의 현실을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본주의를 이끌어 갈 미래의 재원으로 자본주의적인 사고방식을 독려하고 일찌감치 돈의 가치와 쓰임새 등을 가르친다.

그러다보니 점점 갈수록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광고는 늘고 있는 추세. 지금 현재 상품구매자이면서 미래의 확실한 상품구매자인 어린이들이야말로 광고주로선 놓칠 수 없는 안정된 대상일 것이다. 이런 어른들의 자본주의 논리에 아이들의 본질과 순수한 동심은 멍들어 간다. 사람으로서 삶의 본질과 가치관을 배우기 전에 광고를 통한 자본주의를 확실하게 배우는 아이들에게서 자본주의의 부작용이 날로 심각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아예 한 술 더 떠서 드러내놓고 아이들을 광고의 수단으로 이용한다. 예를 들어 선생님들이 나서서 특정상품의 홍보지를 나누어 준 다음, 구매실적에 따라 등수를 매기고 등수대로 현금성 상품을 지급한다. 그야말로 아무런 자각도 없이 광고로 얼룩진 교육이요, 돈이 깊숙하게 관여하는 그들의 교육인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무엇보다 소비를 먼저 배우는 아이들에게 '돈이 삶의 최고'라는 생각은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사교육은 없고 공교육이 살아 있는 나라? 그리하여 부모들이 교육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 가난한 집안의 수재에게 전액 장학금을 지급하는 나라? 우리나라처럼 입시지옥을 거치지 않고서도 재능을 살린 교육을 받아 안정된 직장에서 능력만큼의 보수를 받을 수 있는 나라? 높은 학구열로 늦은 밤까지 공부에 몰두하는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나라? 학벌과 인맥보다는 개인의 능력이 인정받는 나라? 글쎄 과연 그럴까?

대체적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미국의 모습이지만 저자는 "천만에!"라고 말하는 듯 확실한 실례로 조목조목 미국의 실체를 설명한다. 물론 막연한 주장이 아닌, 미국에서 직접 유학하면서 얻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미국의 적나라한 실체 앞에 놀라게 되는데, 우리들이 그간 알고 있던 미국의 모습들은 그럴싸하게 보이기 위한 미국의 쇼맨십의 성공결과인 것이다. 좋은 이미지 구축을 위하여 소수에게 기회와 평등을 주어 그럴싸하게 포장한 다음 세계에 홍보한 전략이랄까?

이처럼 어렸을 때부터 철저하게 자본주의를 배우면서 돈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어떤 미래를 살아갈까? 전망 좋고 넓은 전원주택에서 행복하게 웃음 짓고 있는 미국의 중산층 가정, 고급차로 치장된 미국의 중산층은 사실은 카드빚으로 상징되는 할부와 연체와의 싸움이란 이면을 가지고 있다. 자칫 잘못하면 한순간 파산자로 몰리는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미국의 중산층. 그런데 미국의 광고주들은 이것마저 철저하게 광고로 활용한다. 대단한 미국의 광고다.

여하간 미국은 소비가 미덕이라고 광고를 통하여 끊임없이 부추기는 사회다. 광고를 통하여 쇼핑의 노예로 살아가는 대다수의 미국인들인 것이다. 그들은 장려한대로 소비를 즐긴다. 그러나 늘 파산의 위험에 긴장하면서 살아가는 그들인 것이다.“쇼핑은 달되 그 열매는 쓰다.”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무엇을 원하고 얻어야 할까?

이 책은 전체적으로 미국의 광고 실태를 다루면서 미국의 이율배반을 자주 소개한다. 민주주의 원칙과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를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그럼에도 정반대의 현상이 TV에 버젓이 나오는가 하면, 그것이 논란이 되면 교묘하게 또 다른 기법으로 광고하는 등의 미국의 이율배반적인 실태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그야말로 미국인들이 원하는 것이란 부제에 걸맞게 미국사회의 구석구석, 미국인들의 사고방식 면면을 광고를 통해 파헤쳐 뜯어보는 책이다.

나머지 장에서는 미국의 다양한 광고 수법과 실제사례들을 소개한다. 자본주의의 꽃, 미국의 다양한 광고 기법을 보면 한마디로 악랄하고 인간성이 철저하게 무시된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국과 미국인을 알려는 순수한 의도의 사람들 외에 광고나 마케팅에 관심 두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미국의 다양한 광고실체다.

모든 이야기들은 미국에서 생활한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우리에게도 알려졌던 사례들을 근거로 하고 있어서 그만큼 설득력 있다.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을까?

“쇼핑은 달되 열매는 쓰다. 인생을 즐겨라, 소비가 미덕이다. 돈벌이가 되면 9.11테러도 판다. 돈을 많이 버는 능력과 소비하는 능력만이 성공적인 삶을 결정한다. 돈이 된다면 광고의 부작용까지 다시 광고로 교묘하게 이용하라. 사회적으로 논란이 거칠수록 성공한 마케팅이다. 미국사회에서 가장 금기시되는 성과 인종차별, 빈부격차 등도 철저하게 마케팅에 사용한다. 여성도 상품을 사는 상품에 불과할 뿐이다. 광고가 소비자를 감시하는 시대다. 깎아내려야 이긴다. 비교 광고를 해라.

이 책은 저자가 문화일보에 1년간 연재하였던 칼럼 ‘지구촌광고'를 토대로 하고 있다.

미국인들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들은 이 책을 통하여,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우리들은 미국의 실체를 보면서 무엇을 원해야 할까?

“어차피 우리는 선진국에 비해 후발주자이다. 하지만 지금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도 불과 200년 전에는 약소국 이었다. 국가 내의 헤게모니의 변화와 함께 국제사회의 헤게모니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후발주자여서 불리한 면도 있지만, 후발 주자이기 때문에 선발주자의 시행착오와 성공전략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는 유리한 면도 있다.”
-책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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