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왕릉 - 왕과 왕비가 잠들어 있는 곳, 신나는 교과서 체험학습 082
손민호 지음, 김순남 그림, 이이화 감수 / 해피북스(북키드)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무열왕릉, 천마총, 무용총, 김유신묘…. 초등학교 수학여행 때 갔던 곳이거나 교과서를 통하여 많이 들었던 무덤 이름들이다. 게다가 내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에 왕릉골이 있고 서오릉과 서삼릉, 공릉 등 수많은 왕릉들이 있다. 그런데 나는 정작 이 무덤들의 이름에 얽힌 내력도, 누구의 무덤인지도 모른다. 왕릉이 왜 중요한지도 몰랐다.

왕릉에 대한 상식이 없다보니 역사관련 책을 읽으면서 수도 없이 만나는 왕릉들이나 사극을 통하여 알게 되는 무덤 이름들이 잠깐 기억되다가 잊기 예사였다. 그다지 중요할까 싶건만, 최근 우리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체험학습으로 왕릉에 자주 가곤 하였다.

‘아이들 데리고 갈 곳이 그렇게 없나? 왕릉이 뭐 그리 중요하다고 어린아이들을 걸핏하면 왕릉에 데리고 가는데? 뭐 배울 것 있다고. 여기 저기 아이들 데리고 다닐 곳도 많은데….’

난 솔직히 이런 부끄러운 생각을 했다. 그런데 요즘 박물관에 자주 가면서 유물이 나온 무덤의 이름을 자주 접하게 되었고, 역사를 제대로 알기 위해선 왕릉에 대한 줄기를 간추려 볼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

이런 내력으로 <조선의 왕릉>이란 책을 찾아 들었는데, 왕릉에 대한 기본적이고 핵심적인 지식과 왕릉이 아우르고 있는 역사를 접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만족스러웠다.

무덤의 이름 어떻게? ‘능’은, ‘총’은 무엇? ‘고분’은?

<조선의 왕릉>은 조선왕실의 무덤에 관한 이야기다. 릉(능)은 무엇인가. 능에 묻힐 수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며 왕릉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왕실 무덤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무덤의 치장물(홍살문·무인석·정자각)들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조선의 왕릉은 어떤 의미일까 등이 주제다.

그렇다고 조선의 왕릉만이 주제는 아니다. 조선의 왕릉을 알자면 고구려나 백제, 신라 등의 무덤에 대해서도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다. 조선만 왕의 무덤을 능이라고 부른 것은 아니다. 우리가 비교적 어렸을 때부터 잘 알고 있는 무열왕릉이 백제 무열왕의 것이고 보면. 이처럼 자연스럽게 관계되는 이야기를 연결시켜 나가고 있어서 조선의 왕릉만이 아닌 우리나라 왕의 무덤들에 대한 전반전인 지식을 폭넓게 아울러 볼 수 있다.

사실 참 궁금했다. 어떤 무덤에는 ‘릉’을 붙이고, 어떤 무덤에는 ‘총’을 붙이는 것인지, 함부로 붙이지는 않을 것인데 그 기준이 무엇인지. 그리고 ‘릉’이나 ‘총’과는 달리 '고분'이라고 붙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고구려 백제 신라 고려 등도 왕의 무덤을 ‘능’이라 불렀다. 조선의 왕릉이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 붙여진 묘호(왕릉 이름)를 기록한 근거로 부른다면, 그 이전의 무덤들은 발굴당시 무덤의 사정과 많은 관계가 있다. 어떤 모습인가. 무엇이 나오는가에 의해 릉이 되고 총이 되고 고분이 된다.

발굴 당시에 어떤 왕이 묻혔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유물이 출토되면 무열왕릉처럼 ‘릉’을 붙인다. 그러나 왕의 무덤인 것은 추정되지만 누구의 무덤인지 밝혀지지 않으면 ‘총’을 붙인다. 물론 이때 그 무덤에서 나온 유물의 특성을 살려 이름을 붙인다. 천마도가 나와서 천마총, 무용도가 나와서 무용총, 각저총에서는 씨름도가 나왔다. 각저는 씨름을 뜻한다.

발굴 당시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만한 유물이 나오면 ‘릉(능)’이 되고 누구의 무덤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유물이 나오면 ‘총’이 된다. 그렇다면 고분은? 역사학적으로 중요한 무덤이지만 보편적인 유물만 나오고 누구의 무덤인지를 알 수 있는 확실한 유물이 나오지 않으면 고분, 고분이 모여 있으면 고분군이 된다.

이 책은 이런 설명부터 해주고 있다. 이렇듯 조선의 왕릉만이 아닌 우리나라 무덤에 대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가 왕릉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라면 두 번째 이야기는 앞장에서 배운 왕릉에 대한 전체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직접 왕릉을 찾아가 확인해보는 형태다.

선릉에 직접 찾아가 체험해보는 것. 선릉의 홍살문과 참도, 무덤을 지키고 있는 무인석, 제사를 지내는 정자각 등을 보면서 왕릉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본다. 이런 것을 토대로 현장답사일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법, 학년별 교과서별로 연결된 현장 학습장소나 박물관 등을 소개하고 있는 알찬 부록이다.

조선의 왕릉? 아이들이 자칫 딱딱해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왕릉을 둘러싼 재미있는 이야기로 아이들을 역사 속으로 흥미진진하게 이끌고 있다. 이 책은 현직 초등학교 선생님 400명이 추천한 시리즈 중 한 권으로 알찬 체험학습 길잡이다. 사극을 보면서 다소 낯설었던 역사에 대한 상식과 용어들도 틈틈이 실었다.

갈비집 간판에 능 이름이 많은 이유는?

'갈비 집 간판에 능 이름이 많은 이유는? 이런 이야기도 있었다. 자주 접하면서도 궁금해 하지 않고 예사로 그런가보다 했는데, 갈비집 간판에는 뜻밖에도 조선의 사회풍습, 법까지 함께 들어 있었다. 이렇게 왕릉은 우리들의 생활과 별개라고 생각하고 살았음에도 지금 우리의 생활과 이어지고 있었다.

역사와 왕릉에 관심 없어 하는 아이에게 이런 질문을 슬쩍 흘려보는 것은 어떨까? 또 어떤 이야기들이 있을까?

△무덤 하나 만드는데 5개월, 5개월 동안 시체는 어떻게 처리하고 보관했을까? △왕릉은 몇 m까지 파내려 갔으며 동원된 인원은 모두 몇 명일까? △모든 왕실의 무덤은 모두 왕릉일까? △무덤에 붙이는 원은 무엇일까? △병풍석이나 무인석을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신에 90여벌의 옷을 입힌다고? △600년 동안 단 한 번도 마른 적 없이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는 건원릉의 특별한 사연은?

당시의 국가 위상이나 풍습에 따라, 왕의 업적이나 신분에 따라 무덤은 달라졌다. 따라서 왕릉을 알면 역사를 알 수 있다. 아이들이 역사를 폭넓고 깊이 있게, 제대로 알려면 왕릉과 제대로 만나야 한다. 교과서를 통하여 활자의 지식만 배운다든지, 식물도감 한 권을 외우는 것보다 직접 나가서 만나보고 경험하는 것, 꽃 한 송이 바라보고 만져보는 것이 더 생생하고 확실한 교육이 될 것이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모든 체험은 인성을 올바르게 형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책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우리의 역사와 왕릉을 알아 가는데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몇 번을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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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06-23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님, 리뷰 당선되신 거 축하드립니다. ^^

emhy311 2006-06-29 0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에 되신것 축하 드립니다.

필터 2006-07-05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emhy311님...낯선 제게 축하인가 나누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인사가 늦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