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 1
아베 쓰카사 지음, 안병수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밥맛을 잃었다 싶으면 어머니는 양조간장(지방에 따라 맛나니 간장, 왜간장)과 참기름으로 밥을 비벼주곤 하셨는데 그 맛이 얼마나 맛있던지. 이 달짝지근한 맛에 입맛 없는 시늉을 얼마나 했던가!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을 읽으면서 내가 어릴 때 어머니가 아끼던 간장과 미원, 사카린 병이 놓여있던 찬장을 생각하였다. 조금만 들어가도 맛이 많이 달라지는 조미료가 어떤 건강물질처럼 상징되기도 했건만, 책을 통하여 식품첨가물의 세계와 가공식품의 이면을 속속들이 알게 되면서 여간 씁쓸한 것이 아니다.

양조(산분해)간장의 원료는 탈지대두이다. 우리들이 예사로 먹는 양조간장이 탈지대두와 첨가물의 절묘한 배합임을 아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혹시 나처럼 콩의 또 다른 표기가 탈지대두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없을까? 거의 매일 양조간장을 먹지만, 양조간장의 주원료인 탈지대두가 무엇인지 단 한 번도 알아볼 생각조차 안한 이 무관심이라니!(읽는 내내 부끄러웠다)

식품가공재료는 그다지 상관없다! '미다스 손 첨가물'이 있으니까!

간장의 구수한 맛을 내는 것은 단백질의 분해산물인 아미노산. 따라서 단백질만 있으면 아미노산을 만들고 모조간장을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다. 탈지대두는 기름을 짜고 남은 콩 찌꺼기. 버려도 그만인 콩 찌꺼기니 값도 당연히 싼데 어떻게 간장을 만들어? 탈지대두만으로는 간장의 맛과 고유의 색을 내기 힘든데 진짜 간장을 흉내 내는 방법은 없을까?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미다스의 손 첨가물이 해결해주니까. 조미료인 글루타민산나트륨으로 맛을 내고 감미료를 살짝 넣어 단맛을 보탠다. 상큼한 맛을 주기 위해 산미료를 넣고 걸쭉한 느낌이 들게 하기위해 증점제를 넣는다. 색은 캬라멜색소로 해결하고 보존료를 넣어 보존기간을 늘려준다. 여기에 마지막으로 자연 숙성간장을 넣어주면 맛이 더욱 그럴듯 해진다. 공정은 다르지만 외관은 그럴듯하다. 발효를 시켜 만든 간장이 1년 이상 걸리는데 반해, 이 간장은 길어봤자 1개월이면 충분하다.
-책 속에서.


가정이나 횟집에서 흔하게 먹는 양조(산분해)간장이 첨가물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런데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을 통하여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의 실태를 보면 양조간장은 차라리 양반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충격적이다. 설마 그런 재료들로? 그렇게나 많은 첨가물들이 정말? 적나라한 실체에 아득해진다고 할까?

재료가 무엇이든, 먹을 수 있든 없든, 썩어가는 재료도 첨가물만 적절히 더해지면 멀쩡한 음식으로 둔갑하는 사실에 망연자실해졌다. 재료가 무엇이든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없다. 식품첨가물이 보기 좋게 해결해주니까. 그래서 저자는 첨가물을 무엇이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다스손'에 비유한다. 첨가물의 능력을 조금만 볼까?

흐물흐물, 까맣게 변색한 명란젓을 첨가물 수조에 하룻밤만 담그면 탱글탱글, 아기피부처럼 뽀얗게 살아난다? 허옇게 변색해버린 무에 첨가물만 잘 배합하면 오독오독 씹는 맛까지 일품인 단무지로 변신한다? 공업용으로만 쓰일 수 있는 고기에 첨가물을 넣고 겔을 넣어 무게를 늘리면 고급 햄이나 미트볼 재료로 변신한다? 다 썩어가는 생선살이 담백한 어묵으로 변신?

어디 이뿐이랴. 라면스프, 커피 크림, 육수, 이런 저런 절임식품들, 편의점의 샌드위치나 삼각 김밥, 어묵 등 우리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먹던 이 음식들에 더해지는 첨가물들, 심지어는 주방에서 가장 유용하게 쓰는 식염, 즉 소금에까지 첨가물은 낱낱이 침투하고 있었다. 이것이 수십 종의 첨가물로 뒤범벅된 가공식품의 실태였다.

첨가물 박사였던 저자가 고백하듯 들려주는 첨가물과 가공식품의 빛과 그림자

"업계 최고의 첨가물 실력자였던 내가 회사를 그만 둔 이유는 나도 내 가족 구성원도 소비자였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베 쓰카사.


이 책의 저자는 맛보는 것만으로도 어떤 첨가물들이 몇 가지 들어갔는지를 그 자리에서 알아낼 만큼 일본식품계에서 유명한 첨가물 박사. 1500여 가지의 첨가물을 꿰뚫고 있는 첨가물의 전설적인 존재였다. 어느 날 딸의 생일상에 오른 미트볼을 맛있게 먹는 자신의 아이들을 보며 큰 충격을 받는다. 그것은 식용으로 도저히 쓸 수 없는 고기에 자신이 제시한 첨가물들을 이용해 맛있는 미트볼로 변신시킨 자신의 작품이었던 것. 가공 방법을 아는 사람이라면 도저히 먹을 수 없는 그런 쓰레기 음식을 자신의 아이들이 맛있다고 먹고 있었던 것이다.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첨가물>은 첨가물의 실태와 가공식품의 이면을 낱낱이 고발하지만 단순한 이론, 주장의 고발과는 다르다. 자기 자신의 첨가물 마케팅 경험을 바탕으로 뼈아프게 고백, 진지하게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깊다.

또한, 식품첨가물에서 멀어질 수 있는 건강한 실천방법과, 소비자로서 제대로 된 실질적인 권리를 찾아가는 방법 등 현실적인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일괄표시의 허점, 어머니 손맛이라고 알고 있는 음식 속의 첨가물, 무염, 무첨가 식품들에 대한 현명한 판단, 폭탄 세일, '하나 더' 증정세일의 유통 속에 숨은 이야기 등 주부로서, 소비자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첨가물의 빛과 그림자, 소비자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첨가물 문제가 불거질 때면 우리는 늘 업체는 가해자고 소비자는 피해자라는 시각으로 식품회사들을 몰아붙인다. 그러나 소비자도 첨가물을 지지하고 있다는 현실은 무엇을 의미할까. 첨가물 문제에 돋보기를 대보면 소비자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의외로 쉽게 찾을 수도 있다. 소비자가 지지했기에 첨가물 만능사회가 도래했다면, 반대로 지지를 접을 경우 그 물질들은 저절로 퇴출될 터이기 때문이다. 식품소비자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동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은 잘못된 식문화를 바꾸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책 속에서.


우리들의 생활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는 것들은 무엇을 막론하고 빛과 그림자가 공존한다. 따라서 빛이든 그림자든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먹을거리의 빛과 그림자는 여간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식품첨가물과 가공식품의 빛과 그림자는 무엇일까? 시간을 절약해주고 편하고 손쉬운 것이 빛이라면 첨가물의 독성이 그 그림자.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할 것인가. 첨가물에 안주할 것인가. '그런 책 보면 세상에 먹을 것 하나도 없어!'라며 무관심으로 흘려버리고 말 것인가. 빛과 그림자? 어떻게 바라보고 선택할 것인가! 저자는 이 책을 왜 썼을까? 우리들은 일상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 것인가!

<인간이 만든 위대한 속임수 식품첨가물>은 우리 몸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물질로 잘 알려진 식품첨가물과 식품첨가물이 들어간 가공식품의 세계를 가장 속 시원히 알려준 책이었다. 아무런 의심 없이 사서 쓰던 간장이나 조미료들, 우선 편하자고 사먹던 가공식품들, 세일 제품이 턱없이 싼 이유를 단 한번도 의심 없이 행운처럼 사서 먹던 햄. 이 책을 읽는 내내 목에 걸린 듯 따끔거렸지만 이제라도 알게 되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얼마 전 <내 아이를 해치는 달콤한 유혹 과자>와 <추적 60>분에 출연하여 과자가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로,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던 안병수씨가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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