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소풍
이경애 지음 / 대숲바람 / 200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들과 보람 있는 휴일을 보내고 싶어서 인터넷 정보를 기웃거려 보지만,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실속 있는 곳을 찾아내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의미 있는 행사나 박물관에서 아이들이 배울 것이 많다지만, 가뜩이나 딱딱하게 생각하는 박물관이고 보면 휴일마다 데리고 다니는 것도 또한 힘들다. 이름난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오고 가는 동안 많은 시간을 빼앗기다 보니 휴일 하루 일정으론 너무 빽빽하다… 그래도.

용케도 마땅한 곳을 찾아 떠나보지만, 아이들은 오고 가는 길 차 속에서 지루하고 갑갑하다고 투정부리고, 장거리 운전에 피곤만 겹쌓였다. 정신없이 하루를 보냈지만 막상 무엇을 보았는지 특별하게 남는 것도 없는데, "왜 갔을까? 그 집은 맛도 없으면서 왜 그리 비싸? 고생하면서 다시는 가는가 봐라" 따라붙는 원망이 이쯤 되면 휴식을 위하여 떠난 길이 오히려 스트레스만 달고 온 결과가 되고… 그래도.

'그래도...그래도 어디로든 가고 싶다. 아무리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방콕'(집에서 하루를 보내는 것)만이 휴일을 편안하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할 순 없잖아? 그래도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는 많이 다니고 많이 보는 경험이 중요한데 말이야. 부모가 뭐겠어. 좀 피곤해도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열심히 보여주고 알려주어야 하는 것 아니겠어? ...무슨 좋은 방법 없을까?

<즐거운 소풍>은 이런 고민들을 제대로 헤아려 만든 책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부담 없이 가볼 수 있는 즐겁고 유쾌하며 의미까지 톡톡한 절집 20곳을 소개하고 있다. 휴일 아침에 느긋하게 아이들 손을 잡고 나설 수 있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소풍 길, '번화한 서울 속에 이런 보물들이 있었나?' 싶을 만큼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을 찾아 나선 이야기들이다.

"다들 멋진 휴식을 찾아 저 멀리 떠나버린 주말, 가벼운 마음으로 온 가족이 전철을 타거나 혹은 시내버스를 타고 떠나보자. 그 교통수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불과 20~30여분만 느긋하게 걸어 올라가면 어느 심산유곡 못지않은 풍광 예쁜 절집들을 수도 없이 만날 수 있다. 바로 그 예쁜 절집들을 선사한 기특한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서울특별시다!...특히 이 책이 주 5일 근무 시대를 맞아놓고도 아이들을 위한 특별행사 마련에 쉬이 엄두를 못 내고 있는, 젊은 맞벌이 부부들에게 요긴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머리말에서

보물 같은 소풍, 보물처럼 예쁘고 남다른 절집들을 찾아서

휴일 몇 시간, 소풍 나간 곳에서 즐겁고 유쾌해져서 나오길 정말 잘했다고 말할 수 있는 곳은 어떤 곳들일까? 해는 저물기 시작하여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옷자락을 자꾸 잡아끌어 눌러 앉히려 드는 그런 곳들은 어디 일까? 소박하지만 맛난 절밥을 주는 곳들은 어디 어디?

시원하게 흘러내리는 물도 물이지만 갈 때마다 그 수가 늘어나는 전설의 돌탑이 거기 있다. 천 개의 탑 쌓기를 소원한 한 부부가 주말마다 찾아와 몰래 쌓아놓고 간다는 사연 있는 돌탑이 있다. 주변의 자연석을 이용하기 때문에 탑 하나가 완성될 때마다 골짜기의 모양이 바뀌고, 아무리 물이 불어나도 쓸려가거나 허물어지지 않아 신기한 소문들이 분분한데, 그 때문에 일부러 찾아와 확인하고 가는 팬클럽(?)까지 생겨났다. 전설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 같다.-삼천사 살아있는 전설의 돌탑

▲ 은평구 진관외동 삼천사 전설의 돌탑
ⓒ 하지권
북한산 삼천사는 고려시대에 조성된 마애여래불과 종형사리탑으로 유명한 곳. 버스에서 내려 삼천사를 향하여 가는 길은 세상의 변화와 무관하게 전형적인 농가도 보이는 곳이다. 계곡은 물도 많고 맑아서 깊다. 게다가 이처럼 살아 있는 전설까지 더해진 곳이다. 저자는 불교방송국 라디오 드라마인 <고승열전> <불교설화>의 작가답게 절집을 둘러싼 오랫동안 전해져 오는 전설과 살아 있는 전설까지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아울러 북촌생활사 박물관장인 저자는 문화사적인 해박한 지식들까지 술술 들려주고 있어서 아이들과 함께 가는 소풍 길에 들려 줄 이야기들도 많다. 서울에만도 500군데가 넘는 절이 있다는데 그 많은 절집 중에서 저자가 골라낸 천년사찰들, 언제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보물 같은 절집들이 새삼스럽게 반갑다.

저자를 통하여 만나는 이 특별하고 예쁜 절집들은 관세음보살의 미소처럼 환하게 웃으며 새롭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간 내가 모르고 있어서 서울 속에 꼭꼭 숨어있었거나, 몇 번 가보았지만 역사적 지식이나 안목이 부족해서 대충 보고 말았던 것들이 이제는 시절인연이 닿아 볼 때가 되었노라! 며 활짝 펼쳐지고 있었다.

또 어떤 특별히 예쁜 절집들, 보물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을까?

▲관능과 상생의 꽃 능소화로 붉은 6~8월의 길상사. ▲계곡 가득 가을빛이 내려 앉아 가을에 가면 더 좋은 화계사. ▲한 폭의 단정한 수묵화 같은 절집 내원암 ▲호쾌한 남성미가 흐르는 망월사 ▲비범한 바위 108개가 온갖 동물 모양을 하고 있는 원통사 ▲텔레비전을 통하여 유명해진 해탈이가 살고 있는 불암사 ▲창건자도 지금의 주지스님도 모두 진관, 진관동의 원조가 되고 있는 천년 고찰 진관사 ▲산사음악회의 효시가 된 심곡암 ▲여섯 빛깔의 살아있는 전설 승가사 ▲가물 때나 장마 때나 늘 같은 양의 물이 나온다는 수암사▲걸어 올라가는 동안 생태학습까지 할 수 있는 길 맛 좋은 꽃 절 관음사...등

어떤 절집은 물맛이 좋아 속이 차갑도록 마셔보는 것도 좋고, 어떤 절집은 특별한 계절에 가면 더욱 좋다. 또 어떤 절집에선 절집과 어울리지 않는 능소화나 느티나무 등을 만나면서 특별한 전설을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마음속 고민을 모두 씻어내 줄 듯 물소리가 가슴 가득 넘쳐흐르는 곳도 있다. 그리고 어떤 절집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서 우리의 심미안까지 열어주기도 한다.

▲ 맑고 향기로운 선물, 길상사
ⓒ 하지권
"절집을 찾을 때, 그 아름다운 경관 찬탄만 하지 말고, 어째서 그곳이 그렇게 아름다운지, 어째서 그 아름다움이 그리도 오랜 동안 유지될 수 있었는지, 한번쯤 마음의 눈으로 찬찬히 들여다 보았으면 좋겠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갔을 때."-책 속에서

아름다운 절집,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마음들…. 이런 것들이 모여 즐거운 소풍 길. 월간지 <샘이 깊은 물>의 사진기자로 활동 중인 하지권의 사진들이 또한 돋보인다.

글 한 꼭지마다 전철과 버스를 이용하여 가는 길을 자세히 실었다. 그리고 그 절집에서 꼭 보아야 할 것(곳)과 이왕 나선 길에 둘러보면 좋을 주변까지 연결하여 소개하였다. 부록으로 사찰음식 연구가인 대안스님의 사찰음식조리법을 응용한 퓨전채식도시락 요리 20을 실었다. 일부러 장을 보지 않아도 냉장고에 흔하게 있는 재료들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 도시락들이어서 활용도도 높겠다. 가족들 중에 살찌는 고민이 있다면 길만 나서면 쉽게 살 수 있는 김밥대신에 준비해볼만 한 도시락 메뉴들이다.

'서울 속 보물 같은 예쁜 절집'이라고 하니 불자가 아닌 일반인들은 다소 거리를 둘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속에서 소개하고 있는 절집들은 서울 속 천년고찰들. 역사적으로 유명한 곳들이어서 일반인들에게도 꼭 가볼 필요가 있는 곳들이다. 서울의 고층빌딩 속에서 조금만 더 걸어 들어가면 마음까지 한적해지는 이곳들을 개발의 몸살 속에서 지켜낸 사람들의 보물 같은 마음까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얻을 것들이 참 많은 곳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