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아빠의 사랑 스케치
박광무 지음 / 지식더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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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시를 앞둔 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나타나 뜬금없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겠다고 고집한다면?

<가출 아빠의 사랑 스케치>에서 만난 저자 아들 정규이야기다. 공부를 죽어라 싫어하는 아이였기에 다른 아이들보다 더 숨 막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미국에만 가면 인생이 술술 풀릴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로선 나름대로 그럴 이유가 있었겠지만 부모로선 화가 나고 황당한 건 당연할 것이다.

당장 머리를 원래대로 돌리던지, 머리 색깔만 달라졌는데도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는지 인천공항에 가서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호통을 쳤다고. 그러나 그 아버지의 그 아들은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머리색깔이 달라졌지만 탑승이 가능하다'는 확인서를 받아들고 4시간 만에 나타날 만큼 팽팽하게 맞섰다.

"그 아들에 그 아비였습니다. 자기 멋만 한껏 내려는 아들이나 그걸 용납하지 못하고 아비만의 생각과 규범의 틀 안에 꽁꽁 묶어두려고 한 것이나 피장파장이었습니다. 두 고집사이에는 언제나 충돌과 긴장이 연출되기 일쑤였습니다. 불속에 타오르는 푸른 대나무가 쩍쩍 갈라지며 터져 나오는 소리처럼 큰 소리가 나고 파국으로 치닫는 상황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 책 속에서

그러나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책 속의 글 기준) 그는 대학 1년생으로 "공부할 시간이 모자라 놀 여가가 없다"며 한 번씩 쉬어가면서 공부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모른 척 하고 있는 아들이다. 그간 이 부자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무엇이 아버지와 아들의 그토록 팽팽하던 긴장의 관계를 부드럽게 풀어 이렇게 끈끈한 부자간으로 밀착 시킨 걸까?

사춘기 자녀들에게 잔소리가 먹히나요?

"내 딴에는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이 많았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함이 있더군요. 그것을 극복하는 것이 급선무였습니다. 우선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이 사랑의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사랑의 두 번째 단계, 그 다음은 아이들의 생각에 나의 주파수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서로 대화가 통하게 되고 이해가 되었고 신뢰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부모 자식 간의 사랑을 회복하는 '정석'이었습니다"- 책 속에서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기획단장인 박광무씨가 이 책의 저자. 결혼 17년 만에 용감하게 가출 하여 그 대가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 간의 사랑을 찾아낸 주인공이다.

저자는 지난해(2005년) 미국 미주리대 주립대 객원 연구원으로 1년간 미국에 머무르게 되는데 아내를 한국에 두고 사춘기에 접어 든 아이 둘만 데리고 미국으로 가게 된다. 자신의 일만이 아니라 교회 등의 일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는 이 아빠는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손수 준비하고 등교시키는 등의 아내가 하던 일을 모두 하면서 아이들을 뒷바라지를 한다. 아버지로서 빳빳하게만 세우던 권위로부터 가출을 감행한 것.

미국에 가기 전 저자는 새벽에 집을 나가 밤늦게 돌아오는 한국의 전형적인 직장인 아빠였다. 그렇다보니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대화할 시간이 없었고 그래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으로만 아이들을 대하고 판단했다. 아빠라는 권위만을 빳빳하게 세우면서. 이런 날이 반복되다보니 아이들과의 관계는 늘 겉돌았고 사춘기 아들과는 갈등도 적지 않았던 것.

흔히, 부모자식 간에 문제가 생기면 부모라는 완고한 권위에 절망한 아이들이 가출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평범한 모습이다. 그러나 저자는 결혼 17년 동안 근엄하고 완고하게 지켜오던 가장으로서의 자리를 미국행과 더불어 과감하게 버리고 용감하게 가출해버리고 만다. 그 용기 있는 가출 이야기가 이 책의 내용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아이들과의 갈등을 극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 등을 소박하고 자세하게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신변적인 글로만 머문다거나 개인의 여행기, 미국 생활 체험기가 아니다. 아빠와 자녀 간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자 깊은 신앙고백 에세이다.

용감한 가출아빠가 전하는 미국에서 만난 사람들

<가출아빠의 사랑스케치>에는 저자의 가정과 아이들 관련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1년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바라보는 우리 교포들의 생활이야기, 미국 가정에 입양되어 미국인으로 살아가는 한국인 입양아들 이야기, 한국인이 바라본 미국사회와 미국인들, 우리의 교육과 미국의 교육 등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나 역시 지난해부터 사춘기에 접어든 큰 아이와 시시때때로 해답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대로 잔소리와 큰 소리를 내면서 스트레스가 만만찮고 아이는 아이대로 힘든 모양이다.

사춘기적, 나도 너 못지않게 부모의 바람과는 딴 방향만 쳐다보고 오기로 질주할 때도 많았는데 왜 이해를 하지 못하는 걸까? 눈만 뜨면 다시 되풀이 되는 아이와의 전쟁으로 생각과 고민이 분분하던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사춘기 아이를 둔 부모로서 저자의 이야기들에 공감하면서 읽었다고 어제까지 이해할 수 없던 아이의 세계를 하루아침에 이해할 순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여전히 이해도 수긍도 해주지 못하는 아이의 세계. 그러나 저자의 용기 있는 가출은 대책 없이 되풀이 되던 잔소리와 큰소리를 잠시 미루고 숨고르기를 하면서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보아야겠다는 다짐의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다.

'자! 눈에 보이는 대로 잔소리하기 전에 호흡을 하고 아이를 이해하려고 먼저 해봐! 부모라는 권위와 자기 위주의 애정으로부터 가출을 하여 이성적으로 아이의 세계를 들여다 봐!'

솔직히 처음에는 이 책을 약간 거북스럽게 보았다. 교육열 높은 대한민국에 기러기 아빠와 고액과외가 많다지만 이 불경기에 번듯한 과외를 감히 생각조차 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저자의 '아이들과 함께 한 미국행'이 연구를 가장한 해외어학연수정도의 배부른 이야기 정도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어나가는 동안 한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맘껏 느꼈고 진정한 용기가 뭔지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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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 이야기
이기우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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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에 국내에서 처음 열린 미스코리아선발대회. 그런데 국내에서 미인대회를 처음으로 기획한 사람은 시인인 파인 김동환이라는데? 그것도 이때보다 훨씬 앞선 1930년에?

한국인이 가장 애창하는 가요이자 일제 강점기 '민족의 노래'로 불렸던 '눈물 젖은 두만강'의 실제 주인공은 조선공산당의 박헌영? 그렇다면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리운 내 님이여…"의 그 '내 님'이 바로 이정 박헌영?

책을 통하여 만나게 된 박헌영과 김동환은 잘 알려진 사람들. 이들을 통하여 다시 만나게 되는 미스코리아대회와 '눈물 젖은 두만강'은 아무래도 새삼스럽다.

<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이야기>는 주제부터가 매혹적이다. 격동의 시대 20세기에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사람들과, 본의 아니게 떠들썩한 사건의 주인공이 된 사람들. 그들의 숨은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격동기인 20세기를 떠들썩하게 하였던 매혹적인, 혹은 환멸스러운 그들은 누구누구? 어떤 사건들일까.

'눈물 젖은 두만강'의 '그리운 내 님'은 박헌영?

"눈을 뜬 채 등골이 뽑히고 산송장이 되어 옥문을 나섰으니, 그의 아내가 안은 것은 단지 남편의 잔해였다."

일제의 고문으로 반신불수가 되어 병보석으로 풀려난 박헌영을 두고 심훈(상록수)은 이렇게 탄식하고 있다. 매혹적이거나 환멸스럽거나! 그러나 '눈물 젖은 두만강의 주인공 박헌영'은 매혹도 환멸도 아닌 쓸쓸함과 아픔이다.

몇 년 전, 박헌영의 저작물이 정리되어 9권의 책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었다. 이전까지 박헌영은 내게 한사람의 공산주의자일 뿐. 반공교육을 받은 내게 저자가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항일의 상징이 결코 될 수 없던 터였다.

혹자들에게는 빨갱이란 이데올로기를 뒤집어쓰고 기억되다가 최근에야 재조명되고 있는 그는, 1930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눈물 젖은 두만강'이란 노래로 자신의 온 삶을 바친 민족과 함께 하고 있었던 것.

눈물 젖은 두만강이란 노래가 나 올만큼 드라마틱한 박헌영의 삶은 어땠으며 노래에 담겨진 사연은 그의 삶 어느 부분일까? 글은 비록 짧지만 눈물 젖은 두만강에 얽힌 박헌영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그런데 이 곡이 음반으로 취입된 1930년에 시인 김동환이 기획한 미인대회는 아무래도 썩 달갑지가 않다. 그것도 몇 몇 문인들끼리 함께 발행 중이던 <삼천리>가 방정환의 <별건곤>을 따라잡는 목적으로 기획된 미인대회란다.

일제치하인데도 눈요깃거리 삼천리는 불티나게 팔렸다나! 그러니 삼천리가 별건곤을 누르는 목적은 손쉽게 달성된 것. 역사 속 에피소드로만 웃어넘기기에는 아무래도 마뜩찮다.

수많은 친일과 수많은 반일. 수많은 친공과 수많은 반공… 여전히 명확하지 못한 우리의 아픈 이 숙제는 언제 모두 해낼 수 있을 것인지를 물어 본 1930년의 두 사건이었다.

재미와 흥미로 읽는 20세기 인물이야기, 그러나 따끔한 충고

재미와 흥미를 우선하면서 만났지만 결국 이렇게 무거운 물음표를 던질 수밖에 없던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었다. 재미있게 읽어 나가다가 환멸스러운 사람들을 아프게 꼬집고 있는 저자의 날카로운 글들을 자주 만나기 때문이었다.

맥도널드 한국상륙 사건을 통하여 식품의 제국주의를 고발하는 '맥크레이지(McCrazy)' 란 글은 맥도널드의 어마어마한 매출의 지극한 공로자이자 희생자인 우리 스스로의 의식을 따끔거려가면서 읽어야 할 글이었다.

1988년 3월 29일 압구정에 1호점을 연 맥도널드의 첫해 매출은 19억. 2000년 2300억. "억!"하면서 아까워죽겠다고 속상해야 하는 액수다. 저자는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어찌해야 하는가? 저널리스트 에릭 슐로서는 저서 '패스트푸드의 제국'에서 제안한다. "찾지 않으면 된다! 먹지 않으면 된다!" 어쩌면 의미 있는 변화를 향한 첫걸음은 너무나 쉬운지도 모른다. 그래도 정 햄버거가 당긴다면 음유시인 딜런 토머스의 시구를 음미하라. 그 달콤한 밤 속으로 들어가지 마라.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 책 속에서

두곰두곰 생각해볼 이야기다. 이만하면 저자의 의도는 뚜렷해진다. 독자들은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 가면서 매혹적인 인물에게는 아낌없는 박수를! 환멸스런 그들은 가차 이 꼬집어 줄 것! 무엇보다 우리들이 스스로 책임지고 기록해야 하는 우리들의 21세기, 우리 자신들의 역사를 위하여!

책읽기에 흠뻑 빠져들었지만 아쉬움이 남는 책

지극히 매혹적이든, 지극히 환멸스럽든 저자가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들은 매혹적인 주제인 것은 틀림없다. 유명한 역사 인물들의 사생활을 보는 즐거움이라니!

그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이면을 훔쳐 볼 수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책이다. 아울러 정리되지 않고 분분하여 어수선하였던 역사상식을 정리해보기에도 좋았던 짧고 명쾌한, 핵심을 잘 추려내 주고 있는 이야기들이었다.

<매혹과 환멸의 20세기 인물이야기>를 통하여 한 시대를 풍미하거나 쥐고 흔들었던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그것도 그들의 비장의 무기인 핵심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아마 언제든, 몇 번이든 생각나는 인물을 다시 만나보기 위해 책을 펼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아쉽다. 언제든 필요할 때마다 펼쳐 보고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사건과 인물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도록 색인을 부록으로 넣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을. 목차라도 도움이 될 것이건만 본문 글씨보다 작은 크기의 글씨라니! 그래서 더더욱 아쉬울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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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요리 천재 산해와 진미 -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3
윤기현 지음, 이봉기 그림 / 애니북스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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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를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려주는 만화 <꼬마 요리천재 산해와 진미>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요리사가 꿈인 초등학교 5학년 산해. 타고난 미각을 가진 산해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친구 진미가 고민을 털어 놓는다. 얼마 전에 이웃에 개업한 패밀리 레스토랑 때문에 할아버지네 한식당에 손님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

자신이 도울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산해는 방학 때만 한식당에서 일하기로 한다. 산해의 독특하고 젊은 감각이 담긴 음식은 조용하던 한식당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러자 손님을 빼앗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손님들 앞에서 요리대결을 해보자'고 제의해온다. 젊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에 자신이 있다는 패스트푸드 패밀리 레스토랑.

퀴퀴한 청국장, 입속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패스트푸드를 깔아뭉개다

"자 대결!" "엉? 그런데 산해야. 냄새가 그렇게 심한 청국장으로 달콤하여 입안에서 살살 녹는 패스트푸드와 어떻게 대결하겠다는 거야?"

패스트푸드 맛에 빠지기 쉬운 나이인 산해가 자신 있게 내놓은 음식은 뜻밖에도 '청국장 냉국수'.

청국장 고유의 퀴퀴한 냄새를 재치 있게 없애고 더위를 물리쳐 줄 냉국수로 멋지게 변신시킨 것이다. 산해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 청국장을 이용하여 패밀리 레스토랑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버렸다. 이후 요리천재로 소문나면서 이런저런 요리대회에 초대받게 된다.

만화 속 산해가 이런저런 요리대회에서 선보여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요리는 '청국장 냉국수' 외에 '고추장 소스 불고기' '김치 쌈밥과 불고기' '산채정식' 등이다. 여기에다 우리 고유의 음식인 비빔밥까지 있다.

냉국수, 불고기, 쌈밥, 비빔밥은 흔하게 먹어오던 우리 전통 음식들. 왠지 요즘 시대엔 걸맞지 않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산해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 음식들을 새롭게 변신시켜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세계인들에게 알린다.

'청국장 냉국수' 나도 만들고 싶어라

만화 속에 나온 요리들을 보면 주부인 나도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최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은 청국장을 이용한 여름철 별미 '청국장 냉국수'에 우선 구미가 한껏 당긴다. 청국장 냉국수뿐만 아니라 고추장 소스 불고기도 개운하고 맛있을 것 같다. 그래서 아이들 만화지만 어른인 나도 충분히 공감하면서 흡족하게 읽었다.

지금과 같은 정보화 시대를 예견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에서 세계의 음식문화가 제3의 맛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예측하였다. 소금의 맛, 양념의 맛에 이어 그가 예언한 제3의 맛은 발효의 맛.

이런 추세와 함께 발효식품의 가치를 재발견해내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어디에선 우리나라 김치를 세계 5대 건강식품으로 선정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러나 정작 우리의 밥상, 우리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어떤가!

우리 아이들, 우수한 우리전통음식으로 실속 있고 단단하게 키우자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쌀 소비 감소추세로 1인당 연간 소비량이 한 가마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발표했다. 손쉽고 간편한 인스턴트식품과 패스트푸드에 우리 쌀과 음식들이 밀려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깊이 고민해볼 문제다.

패스트푸드 원조국인 미국이나 영국, 호주 등 선진국에서는 패스트푸드와 탄산음료를 학교에서 추방하기로 결정했다. 그들은 주장한다.

'패스트푸드는 아이들을 각종 성인병의 원인인 비만으로 이끌고 탄산음료는 성장에 필요한 칼슘 등을 과다하게 몸 밖으로 배출시킴으로써 아이들의 성장을 방해한다'

음식도 문화다. 우리의 음식이 세계인에게 인정받는 것처럼 우리 역시 다른 나라의 음식을 충분히 맛볼 수 있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 아이들에게 우리의 쌀과 우리의 전통음식이 주인공이 되어야지 변방으로 밀려나서야!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 음식에만 손이 가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대신 이처럼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는 책 한권 먼저 권해보는 것은 어떨까?

책 본문 틈틈이 실린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이야기'는 우리 음식 전반에 대한 상식이다. 우리 전통음식과 음식과 관련된 풍습을 아주 쉽게 설명해놓고 있다.

이 책은 우리 먹을거리의 우수성을 알리고 아이들의 건강을 지켜주는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일환으로 농림부와 농수산물 유통공사가 함께 기획한 책이다. 시리즈로 <아이들이 돼지로 변했어요> <고추 먹고 맴맴> <지구를 지키는 생명의 수호천사>가 있다.
2006-08-19 오전 12:2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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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생명
팀 플래너리 지음, 이한음 옮김, 피터 샤우텐 그림 / 지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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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억3500만 년 전, 북아메리카와 유럽이 붙어있을 때 도롱뇽 무리가 많이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5천만 년 전에 유럽과 북아메리카가 분리되면서 북 아메리카에서는 도롱뇽이 번성했지만 유럽에서는 단 한 종만 살아남게 된다.

유럽에서 살아남은 단 한 종은 1744년에 ‘바론 발바소르’에 의해 발견된 올름. 올름은 슬로베니아 산맥의 거대한 동굴을 피신처로 삼아 살고 있었는데, 모습이 너무 기이해 생물학자들은 장구한 세월을 살아온 공룡이라고 추정할 정도였다고 한다.

석회석 동굴 깊숙한 곳에서 은신하며 100년 동안 살아가는 분홍빛 양서류인 올름. 까마득한 연대를 살아 온 올름의 생명력이 놀랍다. <경이로운 생명>의 저자인 생물학자 ‘팀 플래너리’의 올름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는 이렇다.

"작은 유리병에 담긴 채 섭씨 6도로 유지되는 냉장고에 12년 동안 방치된 올름이 한 마리 있었다. 나중에 꺼내보니 그것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해부를 해보니 소화계가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올름은 100년을 산다고 한다. 동굴의 차가운 물에서 거의 먹지도 않고 살아가는 동물이니 그럴 법도 하다. 하지만 바깥에 비가 내릴 때 흐름만 약간 바뀌는, 밤도 낮도 없는 영원한 어둠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에게 백년, 즉 36,500일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피해야 할 적도 없으므로 거의 방해받지 않은 채 세월을 견디는 것일 뿐이다. 올름은 그저 멸종 대신 망각을 택한 것인지도 모르겠다.-책 속에서

상상을 초월한 다양한 형태의 진화, 그것은 생명의 경이로움

<경이로운 생명>은 현재 세계에 존재하는 가장 특이하고 경이로운 생물 97종을 소개한 책이다. 책을 통하여 만나는 생물들은 인간이 살 수 없는 극한의 환경에서 가장 충실하게 생존, 번식해온 것들.

각자 처한 극한의 환경에 따라 저마다 가장 독특하게 진화해 온 생물들이다 보니 생존전략상 가장 아름답거나 가장 보기 흉한 모습이다. 또한 가장 기이한 것들이다. 살아가는 방법도, 먹이 섭식이나 짝짓기 등도 이제까지 우리가 만나오던 생물들과는 전혀 다르다. 생물에 대한 우리의 상식과 상상을 우습게 깨뜨리고 있다고 할까? 하나하나 이렇게 다양하고 놀랍고 특이할 수 있을까 싶다.

이 독특하고 경이로운 동물 중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것들도 많아 안타깝다. 장구한 세월, 극한의 환경에서도 당당히 살아온 이들이건만 이들 대부분은 인간의 눈에 띄면서 곧 멸종의 위험에 처하고 마는 것이다. 책 속에서 만난 흰우카리의 표정은 인간의 오만을 묵묵히 삭히는 듯 슬퍼 보인다.

<경이로운 생명>은 동물학자인 저자의 간결하지만 명확한 설명이 긴 글보다 훨씬 실감 있게 전해진다. 그림도 야생동물만을 그리는 화가가 생물마다 저마다 가지고 있는 특징을 포착하여 생동감 있고 매력 있게 표현하고 있어서 글과 조화를 잘 이룬다.

동물학자의 생태계에 대한 해박한 이야기, 사라져 가는 서식처에 대한 준엄한 경고가 날카롭다. 그럼에도 신기한 동물들 사진과 함께 재미있는 설명이 있어서 읽는 재미, 보는 재미, 느끼는 즐거움이 가득한 책이다.

세상에 정말 이런 동물들이? 오! 놀라워라!

암컷에 비해 아주 작은 ‘나무수염아귀수컷’은 암컷을 만나면 꽉 물고 결코 놓지 않는다. 아니 아예 몸속으로 파고들어 일생동안 오로지 암컷의 피를 통해 양분을 공급받는다. 그리고 수컷은 암컷이 요구할 때만 정자를 뿜어내는 ‘암컷의 고환’으로 살아간다.

가장 극한 상황에 종을 번식시킬 수 있는 가장 극단적인 방법은 오직 이것뿐이었을까?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독특한 진화는 장구한 세월 속에 어떻게 진행되어 왔을까? 아귀들은 왜 그렇게 흉한 몰골과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일까?

‘아이아이’와 ‘긴꼬리트리오크’는 나무에 구멍을 뚫는 벌레를 주식으로 살아간다. 그런데 기원이 전혀 다른 이들이 같은 먹이를 찾아 먹다보니 손, 이빨, 꼬리가 놀라울 정도로 서로 비슷한 형태로 진화했다. 또 같은 먹이를 주식으로 삼다 보니 포유류, 새, 바다동물이란 생태가 다름에도 비슷하게 진화해오고 있었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읽어나가면서 조금만 더 관심 두다보면 재미있는 추측까지 얼마든지 가능한 책이다.

이 경이로운 책은 생명-짧은 연대기, 자연환경, 먹이와 섭식, 특이한 서식지에 살거나 형태를 바꾸는 동물들 등 모두 일곱 부분으로 구분되어 있다. 이들의 세계가 저마다 놀랍지만 간략하게 몇 종만 소개해보면 이렇다.

▲자기 몸집에 비해 꼬리 깃털이 세상에서 가장 긴 흰긴꼬리풍조나 길이의 두 배가 넘는 기다란 눈썹을 갖고 있는 기드림풍조 등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조들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히말라야 고원을 어슬렁거리는, 설인(雪人)으로 불리는 황금납작코원숭이 ▲어둠의 심해를 누비는 은색 상어의 거대한 입 ▲조용하고 점잖지만 얼굴이 새빨갛기 때문에‘술 취한 영국인’이라 불리는 흰우카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유순한 딩기소 ▲어른 엄지손톱에 네 마리나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세상에서 가장 작은 양서류인 애기맹꽁이 ▲평생 잠을 자지 않는 인더스강의 돌고래 ▲앞발을 권투선수처럼 휘두르는 비단개미핥기 ▲깊은 해구에 사는 상상도 못할 여러 동물들...

소개되고 있는 97종의 생물들은 저마다 '가장 독특한' 자기만의 진화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통하여 소개되는 모든 동물은 생태적으로 공통되는 특징이 거의 없을 정도다. 이들이 가진 장구한 세월에 걸친 진화의 비밀, 그것들은 무엇일까? 책을 덮고서도 의문과 호기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책에서 만난 생물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자꾸 떠오른다.

이 책을 처음 만날 때만 해도 동물 관련 다큐멘터리 등을 통하여 한두 번쯤 만난 적이 있는 이야기려니 했다. 그러나 전혀 아니었다. 평소 생물생태계에 관심을 많이 두던 나의 상식과 상상을 보기 좋게 깨뜨리는 이야기들이었다. 아이들과 다투면서 재미있게 읽은 책이기도 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끝없이 펼쳐지는 생명의 경이로움에 무엇에 홀린 듯 빠져들며 읽었다면 믿을까? 이 책은 순수한 즐거움은 물론 불가사의하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보석과 같은, 한 번 만나면 계속 펼쳐보고 싶은,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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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가스의 탄생 - 튀김옷을 입은 일본근대사
오카다 데쓰 지음, 정순분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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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튀겨져서 바삭 바삭 맛있는 돈가스처럼 맛있는 책 한 권을 읽게 되었다. 돈가스가 생겨나기까지의 60년 드라마를 적은 <돈가스의 탄생>이란 책이다.

우리의 식탁에도 오래 전에 보편화되어버린 돈가스는 언제, 어떻게, 어떤 과정을 통하여 탄생하였는가! <돈가스의 탄생>은 이 과정을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첫맛은 바삭하게 씹히는 세 겹의 튀김옷, 두 번째는 부드럽게 녹아드는 돼지고기 안심살, 그리고 입안을 개운하게 해주는 양배추 채의 산뜻함…’일식 돈가스를 이렇게 표현해보면 어떨까?

일본이 만들어 낸 양식의 왕자이자 대표적인 문화코드인 돈가스. 무엇보다 일본인을 잘 말해주고 있는 이 돈가스를 통하여 일본과 일본인을 알아보면 어떨까?

메이지유신은 요리유신?

서양요리를 먹으러 온 손님들은 나이프와 포크로 입안을 찔러 피투성이가 되는 악전고투를 벌이곤 했다. 고기조각을 나이프로 찍어서 함께 입안에 넣고 씹다가 빼는 바람에 입술을 베어 피를 보는 일도 있었다. 또 수프를 마시는 법도 몰라서 접시를 들고 된장국 마시듯 들이켰다가 가슴에서 무릎까지 온통 뜨거운 수프를 뒤집어쓰기도 했다. (책 속에서)

어떤 일본인은 낯선 음식인 서양요리를 먹으면서 치른 고충을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돈가스가 탄생하기 전, ‘근대화의 상징’인 서양요리를 먹기 위하여 일본인들이 감수했던 수많은 일화 중 하나다. 그래도 반드시 받아들여 흡수해야만 하는 서양의 문화, 즉 근대화였다.

그런데 서양요리의 주재료인 고기를 이렇게 먹을 수 있기까지 더 눈물겨운 과정을 거쳐 온 일본인들이었다.

1800년대 중반, 우리처럼 일본도 개국과 쇄국을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선다. 이때 메이지는 쇄국 대신 개국과 근대화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메이지 지도자들에게 고민이 생겼다. 서양인들에 비해 월등히 왜소한 자신들의 체격에 대한 열등감이었다. 서양인들을 까마득하게 올려보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메이지왕은 체력의 열등감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1200년 동안 유지되어오던 '육식금지령' 해제를 선포한다. 불교가 전해진 이후 ‘육식은 불경스럽다’는 이유로 덴무왕에 의해 675년에 내려진 육식금지령이었다. 메이지 때까지 1200년 동안 육식을 금지해오던 일본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대다수 국민들은 심하게 반발. 고기를 먹는 것만이 아니라 소를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타락하고 불경스러워진다는 미신이 지배적이었다. 이런 풍습으로 인해 1200년 동안 전혀 먹어 본적 없는 고기를 앞에 둔 일본인들은 당혹했고 사회 혼란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머잖아 육식을 둘러싼 혼란스러움은 점점 엷어진다. 그리고 맛있지만 이목이 두려워 숨어서 먹던 고기가 점차 서민의 식탁 중앙에 ‘쇠고기 전골’, ‘쇠고기 조림’등으로 올려 지게 된다.

이때부터 일본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고기 요리들이 탄생한다. 재빠른 일본인들 중 시대에 부응하는 요리로 많은 돈을 버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한 가지 음식을 집중적으로 연구·개발하는 장인들이 생겨난다. 일본의 요리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우리에게 ‘정치유신’으로만 알려진 ‘메이지 유신’은 사실은 ‘요리유신’이기도 했던 것.

드디어 돈가스가 탄생하게 된다. 수많은 ‘메이지 요리유신’ 요리들 중에서 카레라이스, 고로케, 단팥빵, 돈가스가 단연 돋보였으며 그 중심에는 단연 돈가스가 있었다. 서양문화를 흡수하여 근대화를 이루고 싶었던 일본인들이 고민 끝에 허용할 수밖에 없었던 육식, 서양요리의 주재료인 고기가 놀랍게 진화하고 만 것이다. 고기가 돈가스로 진화한 과정을 보자.

"육식권장→ 쇠고기에서 닭고기로, 그리고 돼지고기로→ 얇은 고기에서 두꺼운 고기로→ 유럽식의 빵가루에서 일본식의 알갱이가 큰 빵가루로→ 기름을 두르고 부치는 것에서 기름 속에 넣어 튀기는 딥프라이로→ 접시에 돈가스만 담다가 서양 야채인 양배추 채를 곁들이는 형태로→ 튀긴 고기를 미리 썰어 접시에 담아 손님에게 내는 것→ 일본식 우스터소스를 듬뿍 끼얹는→ 나이프나 포크가 아닌 젓가락으로→ 밥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일식으로."(책 속에서)

전쟁의 원동력이 된 돈가스와 단팥빵?

<돈가스의 탄생>은 돈가스 60년 드라마를 다룬 이야기다. 외국 음식을 흡수하고 동화하기 위해 집념을 보인 일본의 음식문화를 자세하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우리와 함께 급박한 세계정세에 놓였던 일본이 외국문화를 흡수하여 세계로 뻗어 가는 발판이 무엇인지를 잘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했다.

‘튀김옷을 입은 일본 근대사’란 부제가 붙었다. 부제처럼 이 책은 돈가스를 통하여 알 수 있는 일본의 근대사다. 우리에게 정치유신으로만 알려진 메이지유신이 어떤 과정으로 근대화에 성공하였고 무모하게 아시아 침략을 꿈꾸었는지 그 이면의 역사까지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돈가스. 일본인인 저자가 들려주는 돈가스의 어원을 눈여겨보자.

돈가스가 인기를 얻은 데는 그 이름이 '가스' 즉 '가쓰勝'로 '적을 이긴다テキ(敵)に勝つ'는 의미가 들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금도 고교 야구선수, 수험생, 운동선수 등은 '스테이크(ステ-キ, 적이라는 말의 데키テキ와 스테이크의 데-키テ-キ가 음이 비슷한 것에 따른 언어유희-옮긴이)'와 '돈가스'를 나눠 먹으며 필승을 다짐한다. 그리고 시험 철이 되면 수험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돈가스 도시락이나 돈가스 샌드위치를 먹고 시험에 임한다. (책 속에서)

우리가 이 책을 통하여 돈가스의 탄생 못지않게 주목해야 하는 것은 단팥빵 속에 숨어있는 일본의 전쟁 역사다. 고기가 돈가스로 탄생하기까지 60년이나 걸렸고, 사회적인 혼란까지 거듭되었지만 빵은 아무런 충돌도 없이 순식간에, 도리어 일본인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면서 단팥빵으로 활짝 열매를 맺었다. 오늘 우리가 먹고 있는 단팥빵의 원조다.

순식간에 꽃을 피운 단팥빵의 비밀은 무엇일까? 단팥빵의 역사 속에 숨어 있는 아시아 침략의 역사? 돈가스와 단팥빵과 일본이 벌인 무모한 전쟁은 어떤 관계일까?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재미라면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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