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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현장 - 법의학과 과학수사, 최신 이론편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이용완.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해(2005년) 국내 뺑소니 사고는 1만4653건. 이로 인한 사망자 370명, 부상자 2만2349명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6.9%를 차지한다."(서울경찰청 자료참고)
최근 국내에서는 뺑소니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차량에 특수 장치를 넣는 것을 검토 중이다. 차량의 등록정보가 들어있는 구슬이 담긴 통을 차량의 전면부에 부착, 충돌하는 순간 통 안에 있던 구슬들이 튕겨져 나가면서 현장에 증거를 남긴다는 것.
사고를 낸 운전자가 눈에 보이는 구슬을 주워 갈 수도 있지만, 사고 상황이나 구슬의 특성상 튕겨져 나간 구슬을 운전자가 현장에서 모두 수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따라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이 장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이 장치를 도입할 경우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든다는 반대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어쨌거나 이 특수 장치가 도입되면 뺑소니로 인한 억울한 죽음은 많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입의 향방이 주목된다.
뺑소니로 인한 사망도 엄연한 살인이다. <살인의 현장>에서 만나는 뺑소니 현장에 가보자.
뺑소니? 어림도 없어!
어떤 범죄든 범인들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뺑소니도 마찬가지다. 뺑소니 사고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과 과학자는 뺑소니차가 남긴 흔적을 최대한 찾아낸다. 현장과는 다른 흙이나 충돌하는 순간 깨진 범퍼나 라이트조각 등이 훌륭한 단서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법의학자들은 현장에서 가져 온 단서를 다각도로 분석, 추정. 결과에 따라 범위를 좁히고 좁혀 범인에게까지 닿게 되는 것.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범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엄연한 살인, 때문에 이들은 아주 치밀하게 분석하고 추정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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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man&Books |
사진 속의 이 사람은 박스테이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이 사람이 투명 스카치테이프를 뚫어지게 보면서 찾고 있는 것은 범인이 남긴 흔적이다. 차끼리 충돌, 그 충격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면 차체에서도 어떤 단서를 찾아낼 것이다.
이때, 범인을 밝혀 줄 단서는 깨진 라이트 조각처럼 클 필요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마침표(.)하나 만큼 작아도 뺑소니 운전자를 찾아내는 증거로 충분하니까.
"최근에는 중성자 활성화 분석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 분석법은 표본을 훼손하지 않는다. 마침표(.)보다 작은 파편에서 70여개의 구성성분을 밝혀낼 수 있으며 특히 분광 분석법으로 추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조각도 얼마든지 분석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유리뿐 아니라 금속, 페인트, 섬유 조직등도 분석해낼 수 있다"-뺑소니 편 중에서마침표 하나만큼 작은 조각에서 70가지의 성분을?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미라 상태의 사체일지라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과 사망 시기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체와 살인의 현장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죽음의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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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man&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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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man&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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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지문관련 내용에 실린 사진 중 일부다. 지문은 범인을 잡는 중요한 단서라는 것쯤이야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 범인들은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다. 장갑에는 지문이 절대 남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벗었던 장갑을 버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유유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 두 사진 중, 아래 사진처럼 요즘은 장갑에 남아있는, 보이지 않는 지문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자기력붓이 있다(위 사진 오른쪽) 그리고 예전에는 지문판별을 위해 많은 기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불과 몇 초 만에 컴퓨터가 어떤 지문이든 판독해낸다.(위 사진 왼쪽 아래)
그럼, 범인이 장갑을 다른 은밀한 장소에 버리는 경우는? 그럼 이제 법의학자들은 피해자의 몸에 닿은 충격의 강도로 지문의 기본 형태를 찾아 범인을 추적해 낼지도 모른다.(위 사진 왼쪽 위는 인간의 기본 지문 8가지 형태. 지문분류체계를 확립한 사람은 '에드워드 헨리')
<살인의 현장>은 이처럼 나름의 추정을 해보면서 읽으면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열쇠역할을 하는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최신이론을 심도있게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법의학이 아우르고 있는 미생물학, 곤충학, 생화학, 물리학 등을 포괄했고, 범인을 잡는 단서로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지문이나 혈액 등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법의학의 특수 분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나아가 특수한 분야 전반의 역사, 기원 및 수사 기법들이 실제 살인사건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모든 설명은 살인 현장을 담은 수백여 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과학이나 생물학 등에 관심없는 독자라도 흥미를 느낄 듯.
또한, 가공의 살인 사건을 제시, 마치 독자가 범죄현장에 있는 듯, 머리카락 한 올, 지문의 일부분, 식물의 씨앗 하나, 작은 페인트 조각하나로 범인을 추적해 가는 수사과정을 생생히 느끼도록 구성하여 독자들은 과학수사의 세계를 맘껏 넘나들며 체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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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uman&Book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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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에서도 머리카락 주인의 DNA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대형컴퓨터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지문감식과 DNA 감식을 할 수 있고 총포관련 증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 했다. 그리고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몇 주가 소요됐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몇 분 만에 결과를 얻는다. 컴퓨터 하드드라이버에 저장된 자료를 지워버렸다 해도 얼마든지 복원, 이런 사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과학기술 발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서문에서<살인의 현장>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믄 소재의 책이다. 내용도 워낙 많고 화보도 풍성, 법의학과 과학수사 관련 정보나 현장 이야기도 워낙 자세하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이 어지간한 추리소설 몇 권과 맞먹었다. 때문에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틈틈이 읽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모두 읽은 책인데도 다 읽었다고 손에서 놓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살인사건과 살인현장에 대한 호기심만이 아닌 지적 호기심까지 무한대로 채울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그간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놀라움이 끝이 없는, 만나 온 책 중 가장 황홀한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파일들로 가득한 이 책의 특징은 이렇다.
▲업그레이드 된 법의학의 최신 이론 수록 ▲법의학 발전에 기여한 획기적인 실험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충격적인 사진 자료 ▲살인의 현장을 철저히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감 ▲CSI(미국 과학수사대 혹은 미국의 과학수사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살인 사건의 모든 과학수사기법을 리얼하게 소개 ▲O.J.심슨 사건과 같이 실제 중요한 살인사건의 사례로 들려주는 자세한 설명-책 뒤표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