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탐험 킹피셔 지식 탐험 시리즈 3
마이크 골드스미스 지음, 이승숙 옮김, 방효충 감수 / 스콜라(위즈덤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품절


아리랑 2호 발사-우주탐험, 결코 먼 꿈이 아니다

2006년 7월 28일 발사된 아리랑 2호는, 지구 685㎞의 궤도에서 지상에 있는 자동차를 식별해낼 수 있는 1m급 해상도 광학 카메라를 탑재했다고 한다. 1m급 해상도는 지구상의 가로 세로 1m의 물체를 화상에서 한 개의 점으로 표시, 한강변을 지나는 차가 승용차인지 봉고차인지까지 식별이 가능하다.

발사 한 달 후인 8월 29일 시험 촬영하여 보내온 백두산 천지 사진은 물밑까지 들여다 보일만큼 화질도 뛰어나고 선명했다. 백두산 부근에서 관광버스에 오르는 사람들의 행렬, 백두산의 식물분포, 화산 이후 굳어진 암반까지 뚜렷하게 촬영이 가능하다고 하니 놀랍다.

아리랑 2호와 같은 고해상도 위성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위성 보유국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일본, 이스라엘 등 5-6개국. 아리랑 2호는 2007년 초부터 하루에 14차례 지구 주변을 돌면서 지구촌 구석구석을 촬영, 위성영상을 제작, 판매할 것이라는 뉴스도 이어 나왔다. 이로 인한 예상 수익은 3년간 총 5400만 달러.

점점 갈수록 인공위성의 쓰임새는 커지고 있다. 요즘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네비게이션(DMB)도 모두 인공위성덕분이고,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경기 중계도 인공위성 덕분이다. 이것뿐일까? 국토개발, 재해 및 환경 감시, 자원탐사 등 활용가치가 무척 높다. 그야말로 천문학적으로!

우주인들은 어떻게 잘까? 무얼 먹지? 급한 볼일은 어떻게 해결하지?

아리랑 2호 발사장면과 아리랑 2호가 보내온 사진을 텔레비전을 통하여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인공위성에 대하여 좀 더 알고 싶었다.(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었지만) 인공위성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인공위성 하나 쏘아 올리는 값이 천문학적이라는 것과 소수점 이하의 오차도 있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정도? 마침 눈에 띈 킹피셔 지식시리즈 <우주탐험>.

솔직히, 우주탐험에 대한 뉴스를 볼 때마다 궁금한 것이 참 많았다. 인공위성의 종류에는 어떤 것들이?(우리나라만 해도 우리별, 무궁화, 아리랑) 우주인들은 잠을 어떻게 자고 어떤 음식을 먹을까? 우주인이 될 수 있는 자격은? 블랙홀은 정말 있을까? 우주 정거장은 과연 가능할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도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발사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우주인을 꿈꾸지 않아도 늘 궁금하던 것들. 우주인들은 어떻게 잠을 자고 어떤 음식들을 먹을까?

우주인들은 선실을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물건에 부딪치지 않기 위해 선실 적당한 곳에 붙어 있는 특수침낭 속에 들어가 잠을 잔다고 한다. 그럼 이들이 먹는 음식은 어떨까?

어떤 우주 음식은 바짝 말려서 먹기 직전에 물을 넣는 것도 있고, 데워 먹어야 하는 음식, 그대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모든 음료는 빨대로 먹어야 하며 선실에 음식부스러기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절대 조심해야 한다고.

먹고 자는 것, 그럼 급한 볼 일은 어떻게? 이것도 무척 궁금했는데 책 속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없어서 궁금함은 여전히 남고 말았다. 그럼 우주인들은 어떤 하루를 보낼까?

우주인들은 우선 자기들이 맡은 임무를 임무시간표에 맞추어 하는데, 이들이 하는 일은 과학실험, 행성탐사, 인공위성 쏘아올리기,인공위성을 찾거나 고치는 등. 현재 지구인들이 단 한 번도 탐사하지 않은 위성은 명왕성 뿐이라고 한다.

그리고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서는 몸이 많이 약해지기 때문에 매일 운동하는 것이 우주인들에게는 무척 소중하다고 한다. 그리고 하루에 몇 시간 동안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무중력을 즐기면서 지구를 내려다보는 재미를 즐기기도 한다고.

그럼 우주선이 발사하는 순간의 느낌은 어떨까?

"일단 로켓에 불이 붙으면, 왕복 우주선이 증기구름과 함께 불꼬리에 휩싸여 위로 날아오르지요. 우주선을 타고 가면 흔들리고 시끄러워요. 머리가 헬맷 안에서 마구 움직이고, 몸은 의자에서 튀어 오르지요. 로켓이 포효하는 소리 너머로 들리는 헤드세트의 목소리도 거의 들을 수 없답니다."-미국최초의 여성 우주인 샐리 라이드

발사되는 순간 '붕!' 뜨면서 하늘을 나는 기분이 될 줄 알았는데 의외다. 책속에는 샐리 라이드가 자신의 우주탐험 경험을 토대로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햐!", 아이들과 신나게 우주탐험을 떠나 보자구요!

"햐!" 이 책을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끊임없이 튀어 나오던 감탄이다. 우주탐험에 대한 모든 것, 이렇게 신기하다니! 우주도 신기하고 이런 우주를 발견, 탐험하는 지구인들도 대단하다는 찬사가 끝없이 나왔다. 게다가 책까지 특별한 편집을 하고 있어서 여간 흥미로운 게 아니다.

킹피셔 지식탐험시리즈 <우주탐험>은 그림책 형식(사진)을 빌린 우주탐험에 대한 백과사전이라는 말이 맞겠다. 페이지마다 이제까지 쉽게 볼 수 없었던 인공위성과 행성들의 표면 등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귀한 사진들이 풍성하여서 보는 재미가 쏠쏠. 생각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렵던 우주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책읽기를 계속 탐험해나가도록 특수한 장치를 책에 가득 넣었다. 드문드문 투명 페이지를 넣거나 구멍을 넣기도 했다. 투명 페이지에는 앞 페이지와 다음 페이지에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설명, 투명 페이지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우주인이 옷을 입은 겉모습이 되기도 하고 우주복의 특수한 장치가 보이기도 한다.

특히 4페이지를 연결한 1미터에 이르는 우주왕복선 발사 순간에 대한 설명은, 카운트다운 10초, 9초...3초...1초 꽝! 하는 발사음이 들리는 듯, 현장에서 발사의 순간을 지켜보는 듯 생생하다.

사실 그동안 인공위성이니, 우주 정거장이니 이런 국제적인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인공위성과 우주에 대한 궁금한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만으로도 복잡하고 어려웠다. 태양계도 마찬가지.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하여 우주에 대한 참 많은 것들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서점에 가는 길에 책을 찾아 펼쳐보는 순간 우주탐험에 대한 꿈이 시작될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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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현장 - 법의학과 과학수사, 최신 이론편
브라이언 이니스 지음, 이용완.이경식 옮김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해(2005년) 국내 뺑소니 사고는 1만4653건. 이로 인한 사망자 370명, 부상자 2만2349명으로 전체 교통사고의 6.9%를 차지한다."(서울경찰청 자료참고)

최근 국내에서는 뺑소니로 인한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차량에 특수 장치를 넣는 것을 검토 중이다. 차량의 등록정보가 들어있는 구슬이 담긴 통을 차량의 전면부에 부착, 충돌하는 순간 통 안에 있던 구슬들이 튕겨져 나가면서 현장에 증거를 남긴다는 것.

사고를 낸 운전자가 눈에 보이는 구슬을 주워 갈 수도 있지만, 사고 상황이나 구슬의 특성상 튕겨져 나간 구슬을 운전자가 현장에서 모두 수거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따라서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이 장치를 도입하자는 의견이다.

하지만, 생산되는 모든 차량에 이 장치를 도입할 경우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든다는 반대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어쨌거나 이 특수 장치가 도입되면 뺑소니로 인한 억울한 죽음은 많이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입의 향방이 주목된다.

뺑소니로 인한 사망도 엄연한 살인이다. <살인의 현장>에서 만나는 뺑소니 현장에 가보자.

뺑소니? 어림도 없어!

어떤 범죄든 범인들은 반드시 흔적을 남긴다. 뺑소니도 마찬가지다. 뺑소니 사고 현장에 도착한 수사관과 과학자는 뺑소니차가 남긴 흔적을 최대한 찾아낸다. 현장과는 다른 흙이나 충돌하는 순간 깨진 범퍼나 라이트조각 등이 훌륭한 단서가 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법의학자들은 현장에서 가져 온 단서를 다각도로 분석, 추정. 결과에 따라 범위를 좁히고 좁혀 범인에게까지 닿게 되는 것. 하지만 무고한 사람이 범죄를 뒤집어쓰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것도 엄연한 살인, 때문에 이들은 아주 치밀하게 분석하고 추정해낸다.

ⓒ Human&Books
사진 속의 이 사람은 박스테이프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옷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다. 이 사람이 투명 스카치테이프를 뚫어지게 보면서 찾고 있는 것은 범인이 남긴 흔적이다. 차끼리 충돌, 그 충격으로 사망자가 생겼다면 차체에서도 어떤 단서를 찾아낼 것이다.

이때, 범인을 밝혀 줄 단서는 깨진 라이트 조각처럼 클 필요도 없다. 어지간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마침표(.)하나 만큼 작아도 뺑소니 운전자를 찾아내는 증거로 충분하니까.

"최근에는 중성자 활성화 분석법을 자주 사용한다. 이 분석법은 표본을 훼손하지 않는다. 마침표(.)보다 작은 파편에서 70여개의 구성성분을 밝혀낼 수 있으며 특히 분광 분석법으로 추적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조각도 얼마든지 분석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유리뿐 아니라 금속, 페인트, 섬유 조직등도 분석해낼 수 있다"-뺑소니 편 중에서

마침표 하나만큼 작은 조각에서 70가지의 성분을? 참으로 놀랍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미라 상태의 사체일지라도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과 사망 시기를 추정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체와 살인의 현장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죽음의 드라마!

ⓒ Human&Books

ⓒ Human&Books
위 사진은 지문관련 내용에 실린 사진 중 일부다. 지문은 범인을 잡는 중요한 단서라는 것쯤이야 어린아이들도 알고 있을 정도. 범인들은 지문을 남기지 않으려고 장갑을 끼는 경우가 많다. 장갑에는 지문이 절대 남지 않을 테니까! 그래서 범인은 범행을 저지르는 동안 벗었던 장갑을 버리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면서 유유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대단히 어리석은 일(?). 두 사진 중, 아래 사진처럼 요즘은 장갑에 남아있는, 보이지 않는 지문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자기력붓이 있다(위 사진 오른쪽) 그리고 예전에는 지문판별을 위해 많은 기간이 소요됐지만 지금은 불과 몇 초 만에 컴퓨터가 어떤 지문이든 판독해낸다.(위 사진 왼쪽 아래)

그럼, 범인이 장갑을 다른 은밀한 장소에 버리는 경우는? 그럼 이제 법의학자들은 피해자의 몸에 닿은 충격의 강도로 지문의 기본 형태를 찾아 범인을 추적해 낼지도 모른다.(위 사진 왼쪽 위는 인간의 기본 지문 8가지 형태. 지문분류체계를 확립한 사람은 '에드워드 헨리')

<살인의 현장>은 이처럼 나름의 추정을 해보면서 읽으면 살인사건이 일어난 현장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범죄사건을 해결하는데 중요한 열쇠역할을 하는 법의학과 과학수사의 최신이론을 심도있게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현대 법의학이 아우르고 있는 미생물학, 곤충학, 생화학, 물리학 등을 포괄했고, 범인을 잡는 단서로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지문이나 혈액 등은 물론,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법의학의 특수 분야들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다.

나아가 특수한 분야 전반의 역사, 기원 및 수사 기법들이 실제 살인사건에 어떻게 적용되었는지를 설명한다. 모든 설명은 살인 현장을 담은 수백여 장의 컬러사진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서 과학이나 생물학 등에 관심없는 독자라도 흥미를 느낄 듯.

또한, 가공의 살인 사건을 제시, 마치 독자가 범죄현장에 있는 듯, 머리카락 한 올, 지문의 일부분, 식물의 씨앗 하나, 작은 페인트 조각하나로 범인을 추적해 가는 수사과정을 생생히 느끼도록 구성하여 독자들은 과학수사의 세계를 맘껏 넘나들며 체험할 수 있다.

ⓒ Human&Books
"사건현장에 떨어진 머리카락 한 올에서도 머리카락 주인의 DNA특성을 찾아낼 수 있다. 대형컴퓨터에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지문감식과 DNA 감식을 할 수 있고 총포관련 증거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은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불가능 했다. 그리고 가능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를 확인하기까지 몇 주가 소요됐다. 하지만 지금은 불과 몇 분 만에 결과를 얻는다. 컴퓨터 하드드라이버에 저장된 자료를 지워버렸다 해도 얼마든지 복원, 이런 사례들은 현재 진행 중인 과학기술 발전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서문에서

<살인의 현장>은 국내에서는 보기 드믄 소재의 책이다. 내용도 워낙 많고 화보도 풍성, 법의학과 과학수사 관련 정보나 현장 이야기도 워낙 자세하다. 그러다 보니 책 한 권이 어지간한 추리소설 몇 권과 맞먹었다. 때문에 이 책을 몇 달에 걸쳐 틈틈이 읽었다.

그러나 책을 읽는 동안 단 한 번도 지루하지 않았다. 아니 모두 읽은 책인데도 다 읽었다고 손에서 놓지 못하고 처음부터 다시 읽고 있다. 살인사건과 살인현장에 대한 호기심만이 아닌 지적 호기심까지 무한대로 채울 수 있는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그간 읽은 책 중 가장 재미있고 놀라움이 끝이 없는, 만나 온 책 중 가장 황홀한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로운 파일들로 가득한 이 책의 특징은 이렇다.

▲업그레이드 된 법의학의 최신 이론 수록 ▲법의학 발전에 기여한 획기적인 실험모습을 고스란히 담은 충격적인 사진 자료 ▲살인의 현장을 철저히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감 ▲CSI(미국 과학수사대 혹은 미국의 과학수사드라마)를 방불케 하는 살인 사건의 모든 과학수사기법을 리얼하게 소개 ▲O.J.심슨 사건과 같이 실제 중요한 살인사건의 사례로 들려주는 자세한 설명-책 뒤표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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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6-10-10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신문에 난 기사 보는 것 같아요!! ^^

필터 2006-10-10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한가위 잘 쇠셨지요?...^^
 
스케치 아프리카
김충원 지음 / 진선북카페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은 헤어질 날짜를 정해놓고 시작하는 연애와 같다.

아, 정녕 이렇게 끝내야 하는 것인가... 한숨을 내쉬어 보지만 비행기 티켓에 빨갛게 적혀 있는 숫자는 경고문처럼 귀향을 재촉한다. 배낭을 꺼내어 짐을 싼다. 가장 소중한 다섯 권의 스케치북과 에스키스 노트부터 챙기고... 아프리카를 반추해 본다. 훗날, 내가 다시 이곳을 찾았을 때도 아름다운 대자연의 싱그러움이 지금처럼 건재하기를 기원하며 스케치북을 접는다.
- 책 속에서


저자는 이처럼 아프리카 여행을 아쉽게 끝내고 있다.

'가장 소중한 다섯 권의 스케치북과 에스키스 노트부터 챙기고...' 이 부분을 읽으면서 다섯 권의 스케치북을 엿보고 싶다는 강한 호기심이 일었다. 스케치와 짧은 에세이로 아프리카를 만나면서, 스케치가 주는 특별한 느낌에 푹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스케치 아프리카>는 미술 교육가로 유명한 저자 김충원이 두 달 동안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화폭에 담은 아프리카에 대한 기록'이다. 아프리카의 원시적이고 건강한 생명, 아프리카의 야생 동물과 자연을 닮은 사람들의 모습을 크로키와 수채화로 만날 수 있다.

저자가 여행을 시작하는 곳은 아프리카 동쪽 탄자니아와 케냐에 걸쳐 있는 세렝게티 국립공원, 아루샤와 타랑기레 국립공원, 빅토리아 호수 주변 등이다.

얼룩말의 무늬는 사람의 지문처럼 저마다 다르다

작은 웅덩이에 목마른 얼룩말들이 모여들었다. 덩치가 큰 수컷은 망을 보며 힘이 약한 어린 말들과 암컷들에게 순서를 양보한다. 이들은 가장 자존심이 강한 야생마들이다. 특히 우두머리 수컷은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치타를 향해 누런 이를 드러내며 결사의 항전을 벌이기도 한다.

얼룩말의 줄무늬는 무엇 때문에 있는 것일까?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육식동물의 눈을 현혹시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실제로 얼룩말이 한데 뭉쳐 있으면 따로따로 보이지 않고 큰 덩어리로 보인다. 바다 속에 사는 물고기들 가운데도 같은 이유로 줄무늬를 가진 돔 종류가 많이 있다.
- 본문 중에서


언젠가 황학주 시인의 <아프리카>(생각의 나무)라는 여행 에세이에서 얼룩말의 무늬에 대해 뭉클한 감동을 느낀 적이 있다. 우리들의 눈에는 모두 같아 보이지만 사람의 지문이 모두 다른 것처럼 얼룩말의 무늬 역시 저마다 다르다고.

새끼를 낳은 어미는 한나절 내내 새끼 옆에 바짝 붙어 서서, 새끼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도록 시선을 막아 버린다. 그 대신 자신의 무늬만을 새끼에게 기억시킨다. 새끼는 이제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무리 중에서 어미의 무늬만을 찾아내 어미에게 의지할 것이다.

그리고 훗날, 약육강식의 광활한 초원에서 살아남아 어미가 된 얼룩말은, 제 새끼에게 제 무늬만을 기억 시키면서 위험한 맹수로부터 지켜주겠노라고 약속할 것이다. 우리들이 갓 태어난 아기에게 젖을 물리며 세상 그 어떤 비바람도 막아 주겠다고 가슴의 약속을 하는 것처럼.

아프리카만의 독특한 '무늬와 지문'을 스케치하다

"윌드비스트 떼는 계절에 따라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경을 넘어 먼 거리를 이동한다. 이동하는 동안 표범이나 사자의 공격을 받게 되면 이들은 일제히 한 방향으로 내닫는다. 암컷 가운데는 때때로 이동하는 중에 새끼를 낳기도 한다. 놀라운 사실은 갓 태어난 새끼도 2~3분이면 네 다리로 서고 잠시 후에는 어미와 같이 달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렝게티 평원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이 동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 본문 중에서


'누'라고도 불리는 월드비스트는 얼룩말에 섞여 산다. 이들처럼 대체적으로 연약한 동물들은 무리를 지어 살고, 제 무리만으로 약하다 싶으면 힘이 비슷한 다른 무리와 무리지어 산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한 아름다운 공존이다.

이 책은 스케치와 짧은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크로키로 만나는 동물, 수채화로 만나는 아프리카 초원의 모습,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과 이해가 특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야생동물들의 몸짓을 표현해낸 크로키와 평화롭고 담백한 스케치의 맛을 맘껏 느낄 수 있으리라.

예전에나 지금이나 아프리카의 생명들에게 가장 큰 적은 사람. 오래전에 '바첼사바나'라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얼룩말이 있었는데 130년 전에 절멸하고 말았다고 한다. 바첼사바나의 아름다움에 반한 유럽인들이 남획해 가죽으로 가공했기 때문이다.

이뿐일까. 인간의 하찮은 치장을 위해 죽어간 동물들은 수도 없이 많다. 아름다운 상아를 지녔다는 이유로 멸종한 코끼리. 뿔 때문에 사라진 코뿔소들. 독특한 무늬 때문에 멸종한 기린... 가장 용맹스럽고 아름다운 사자로 알려진 '바바리사자'는 원형경기장의 싸움꾼이 되어 인간에게 구경거리를 주는 대신 멸종했다.

이제 더 이상 아프리카의 동물들이 인간들의 하찮은 치장과 솔깃한 호기심에 희생당하지 않기를 책을 읽는 내내 간절히 바랬다.

우리들은 저마다의 독특한 무늬와 지문으로 살아간다. 아프리카도, 아프리카의 수많은 생명들도 우리들처럼 그들만의 독특한 무늬와 지문으로 살아간다. 우리들의 무늬와 지문에 그들을 길들이지 않는 것, 그들만의 독특한 무늬와 지문을 이해하고 바라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을 <스케치 아프리카>는 말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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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 먹고 맴맴 - 우리 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2
도래미 지음, 이우영 그림 / 애니북스 / 2006년 6월
평점 :
품절


"…햄만 먹지 말고 김치 좀 먹으라니까 기어코 안 먹었네!… 너처럼 김치나 야채는 안 먹고 인스턴트만 좋아하니까 감기가 잘 낫지 않는 거야…. 팍팍 씹어서 먹어, 좀! … 아~해! 어서! 어서 입 벌리지 못해!"

김치가 맵다고 눈물이 글썽글썽하던 삼순이는, 엄마가 억지로 입에 넣어준 김치를 모두 토해내고 말았다. 이렇다보니 오늘도 삼순이 엄마의 잔소리는 끝이 없다. 삼식이와 삼순이가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추 먹고 맴맴>에 나오는 삼식, 삼순이는 이란성 쌍둥이로 초등학교 4학년이다. 요즘 우리 아이들이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좋아한다지만, 이 정도라면 아무래도 좀 지나친 것 같다. 하지만 삼순이네 밥상 풍경은 우리에게 결코 낯선 풍경이 아니다.

사실 많은 엄마의 고민이기도 하다. “햄만 먹지 말고 김치 좀 먹어라. 콩만 밥에서 골라내면 어떡해….” 이렇게 잔소리도 해보고 야단도 쳐보지만, 아니 삼순이 엄마처럼 입을 벌려 억지로 김치를 먹여 보지만 잠시 그때뿐.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삼식이와 삼순이를 패스트푸드 지뢰밭에서 구출해 내자!

삼순이 엄마, 아빠도 그래서 고민이 많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 앞에 재치 만점 세숫대야 도사와 애교 만점 처녀귀신이 나타나 우리 전통음식을 좋아하는 아이들로 만들어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글쎄? 그게 가능할까?

재치 만점 세숫대야 도사와 애교 만점 처녀귀신. 패스트푸드의 지뢰밭(?)에서 삼식이와 삼순이를 과연 구출해낼 수 있을까? 구출해 낸다면 그 방법은?

<고추 먹고 맴맴>은 ‘우리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농림부’와 ‘농수산물유통공사’에서 삼순이처럼 김치보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겨냥해 기획한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우리식탁 지키기 프로젝트 시리즈’ 첫 번째 책 <아이들이 돼지로 변했어요>(김미영)는 다래와 머루라는 주인공이 우리 농산물 나라를 파괴하는 흑마왕 일당과 싸우는 이야기.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책이다.

얼핏 보면 교훈성이 강한, 부모의 잔소리 같은 책이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형식에, 아이들이 좋아 할만한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이야기를 이끌어나가고 있다. 그 때문인지 초등학교 도서관 대출순위가 무척 높은 편이다. <고추 먹고 맴맴>도 같은 형식의 책이다.

세숫대야 도사와 처녀귀신이 삼식, 삼순이를 데리고 다니는 곳은 우리의 전통 음식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조상이 살던 과거, 전통음식을 먹으라고 잔소리하는 아빠의 몸속, 그리고 김치와 된장의 발효세계 등 그 속에서 몸에 유익한 발효균과 무해한 균들을 만난다.

책 내용은 김치와 된장을 싫어하는 삼식이와 삼순이가 세숫대야 도사와 처녀귀신을 따라다니면서 김치를 비롯한 우리 전통음식의 우수성을 알아간다는 단순한 설정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태어나면서 만났던 김치의 역사와 김치의 우수성을 쉽게 알려주는 책이다.

게다가 세숫대야 도사와 처녀귀신이란 흥미로운 캐릭터 때문인지 책을 읽은 아이들의 반응도 좋다.

“내 친구 ○○이는 김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급식시간마다 고민이 많은데 그 친구가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세숫대야 도사가 김치에 대해 쉽게 알려주어서 내용이 쏙쏙 들어와요.”
“된장만 먹고 명식(삼식이 사촌)이처럼 그렇게 키가 클 수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요!”
“벨기에에서는 시골의 작은 슈퍼에서도 우리 김치를 살 수 있대요.”
“엄마, 아빠가 김치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이라고 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아요.”
“김치에도 역사가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햄버거와 피자보다 김치와 된장을 더 많이 먹어야겠어요.”

- 고양시 덕양구 삼송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만난 아이들(2006년 9월)


삼식이와 삼순이처럼 김치를 못 먹는(안 먹는) 아이들에게 날마다 밥상에서 되풀이하던 잔소리 대신 이런 책을 권해주면 어떨까? 사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는 어른들도 쉽게 물리칠 수 없는 식품들이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들과 아이들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다.

이 책을 읽은 후 아이들과 함께 해볼 수 있는 이야기들은 ▲김치의 역사, 김치가 우리 몸에 왜 좋은가? ▲간에 좋은 갓김치? 종류별 김치들의 효능?▲된장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우리 몸에 왜 좋은가? ▲발효식품은 무엇? 종류는? 우리 몸에 좋은 이유 ▲우리 몸에 유익한 균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는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남기며 왜 멀리해야 하는가? ▲정크식품이란? ▲패스트푸드 대신 좋아해야 하는 채소와 과일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가? 등이다.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에 병든 아이의 처방전 <고추 먹고 맴맴>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를 ‘정크푸드(junk food)’라고 한다. 영양은 없고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쓰레기라는 뜻. 요즘에는 한 술 더 떠 지뢰밭에 비유하여 정크푸드의 위험성을 경고하기도 한다. 항생제와 식품첨가물이 다량으로 함유되었기 때문이다.

패스트푸드의 대표격인 한국맥도널드가 1988년 3월 압구정동에 1호점을 개점하던 그해 매출액은 19억원이었다. 그러나 2000년에는 2300억여원의 매출을 기록하였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에 우리의 건강을 담보하고 있는지 쉽게 가늠되는 수치다.

이런 식품들이 몸에 해롭다는 것이 속속 밝혀지면서 많은 방송매체가 보도를 했기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어떤 음식이 몸에 좋고 나쁜지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패스푸드만으로 주식을 삼는 어린이들이 많다. 청소년들도 마찬가지. 그 이유는 무엇일까?

패스트푸드와 인스턴트는 어른들도 쉽게 뿌리칠 수 없는 음식들이다.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아이들을 염려하고 잔소리하면서 우선 편한 마음에 인스턴트 일색의 밥상을 차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신도 패스트푸드의 맛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스스로 자신을 돌아볼 일이다.

<고추 먹고 맴맴>은 인스턴트와 패스트푸드로 병든 몸과 마음에 내릴 수 있는 처방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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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소비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정경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루이비통을 들고 프라다를 입고 페라가모를 신고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는 누구인가?사실 우리가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그 이상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만난 저자의 머리말 한 줄이다.
 
글쎄 그럴까? 사실 난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명품을 단 한번도 열광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머리말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고 했던 것은, 이른바 명품족들의 명품에 대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명품을 향한 그 욕망과 심리를 알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소비위주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문학자의 소비를 통한 세상읽기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욕망이자 상업문화의 주인공인 사치란 놈을 해부하기 위해 다양한 매스를 손에 답고 있다. 그렇지만 통쾌하고 속시원하게 소비란 놈의 속을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명품을 향하여 수없는 욕망을 꿈꾸지만 한편으로 다른 사람이 가진 명품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소 어렵고 복잡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얼마든지 쉽게 쓸 수 있는데도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만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소비위주문화를 진단,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다양한 팝아트나 광고에 대한 설명도 끌어들이고 있다. 아울러 광고를 위해 소비되고 상품화되는 인간의 육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위로를 보내면서, 광고와 소비촉진제로 인간의 육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싸늘한 시선으로 비웃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이 역시 그다지 공감은 느낄 수 없는 시선이었다.
 
책을 참 심드렁하게 읽다가 책의 목차에서 그나마 흥미롭게 발견한 것은, 오늘날 유행과 소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옷과 소비의 주체이면서 소비를 촉진하고 유혹하는 매체로 거침없이 희생당하는 육체에 대한 이야기들.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아서 펼쳤지만 내용에 공감을 여전히 느낄 수 없었다. 어떤 행사에서 무료로 주는 로고가 새겨진 단체 티셔츠에 입이 벌어지는 나와는 너무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키워드만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었기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무인도에 혼자 표류하게 된 로빈슨이 용감무쌍하게 삶을 일구어 간다고 어린시절에 감탄하면서 읽었었는데 저자는 로빈슨의 용감한 삶에서 사치를 찾고 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제목같고 저자의 지나친 억지같다.
 
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지나친 근검인들 이야기만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들은 물 한대야로 온 식구가 세수를 마친다든가. 물 한컵으로 온 식구가 양치를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었다. 그들의 사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무척 어리석다고 생각했었다.
 
지나친 근검절약을 위해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다른 물질의 노예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질리도록 만났던 소비의 주체들도 물질적인 노예인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주장은 아무래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저자와 출판사에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책은 내가 가장 지루하게 읽은 책이다.
 
그러나 좋은 책의 기준은 없다. 누군가든 단 한사람이라도 공감을 느끼며 읽는 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 되 것이다. 저자의 시선과 제시하는 키워드에 나는 공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공감을 반드시 할만한 그런 소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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