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 소비사회를 사는 현대인의 정경
박정자 지음 / 기파랑(기파랑에크리)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루이비통을 들고 프라다를 입고 페라가모를 신고 여름휴가로 해외여행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는 누구인가?사실 우리가 명품을 좋아하는 것은 그 이상을 욕망하기 때문이다."
 
머리말에서 만난 저자의 머리말 한 줄이다.
 
글쎄 그럴까? 사실 난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명품을 단 한번도 열광한 적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머리말부터 그다지 마음에 들어 오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으려고 했던 것은, 이른바 명품족들의 명품에 대한,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명품을 향한 그 욕망과 심리를 알고 싶어서였다.
 
이 책은 현대사회의 소비위주 문화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인문학자의 소비를 통한 세상읽기다.
 
저자는 현대 사회의 가장 큰 욕망이자 상업문화의 주인공인 사치란 놈을 해부하기 위해 다양한 매스를 손에 답고 있다. 그렇지만 통쾌하고 속시원하게 소비란 놈의 속을 온전히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저자는 명품을 향하여 수없는 욕망을 꿈꾸지만 한편으로 다른 사람이 가진 명품에 대해 손가락질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다소 어렵고 복잡한 문장으로 설명하고 있다. 얼마든지 쉽게 쓸 수 있는데도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만을 쓰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현대사회의 소비위주문화를 진단,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다양한 팝아트나 광고에 대한 설명도 끌어들이고 있다. 아울러 광고를 위해 소비되고 상품화되는 인간의 육체에 대해서도 냉정한 위로를 보내면서, 광고와 소비촉진제로 인간의 육체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싸늘한 시선으로 비웃고 있는 듯했다.그러나 이 역시 그다지 공감은 느낄 수 없는 시선이었다.
 
책을 참 심드렁하게 읽다가 책의 목차에서 그나마 흥미롭게 발견한 것은, 오늘날 유행과 소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옷과 소비의 주체이면서 소비를 촉진하고 유혹하는 매체로 거침없이 희생당하는 육체에 대한 이야기들.
 
무척 흥미로울 것 같아서 펼쳤지만 내용에 공감을 여전히 느낄 수 없었다. 어떤 행사에서 무료로 주는 로고가 새겨진 단체 티셔츠에 입이 벌어지는 나와는 너무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키워드만을 저자는 제시하고 있었기때문이다.
 
로빈슨 크루소의 사치. 무인도에 혼자 표류하게 된 로빈슨이 용감무쌍하게 삶을 일구어 간다고 어린시절에 감탄하면서 읽었었는데 저자는 로빈슨의 용감한 삶에서 사치를 찾고 있다. 아무래도 지나치게 흥미위주의 제목같고 저자의 지나친 억지같다.
 
몇 년 전에 텔레비전에서 지나친 근검인들 이야기만 다룬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들은 물 한대야로 온 식구가 세수를 마친다든가. 물 한컵으로 온 식구가 양치를 하기도 한다고 소개했었다. 그들의 사는 방식이나 가치관이 무척 어리석다고 생각했었다.
 
지나친 근검절약을 위해  다른 생산적인 활동을 방해받기 때문이다. 그들은 또 다른 물질의 노예라고 생각했다, 이 책에서 질리도록 만났던 소비의 주체들도 물질적인 노예인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저자의 이런 주장은 아무래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 저자와 출판사에는 좀 미안한 이야기지만 이 책은 내가 가장 지루하게 읽은 책이다.
 
그러나 좋은 책의 기준은 없다. 누군가든 단 한사람이라도 공감을 느끼며 읽는 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책이 되 것이다. 저자의 시선과 제시하는 키워드에 나는 공감을 느끼지 못했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깊은 공감을 반드시 할만한 그런 소재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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