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끝내 서로를 놓지 않았다
박정헌 지음 / 열림원 / 200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과 사람사이에는 끈이 있다 그 끈이 우리를 살게 한다."

국내외 산악계에서 '센놈'으로 소문난 박정헌과 산악계의 떠오르는 샛별 최강식의 사투의 등반기를 담은 책이 나왔다. 그리 오래지 않는 기억 속에서 어느 날 뉴스를 통하여 놀라움으로 만났던 산악인 박정헌과 최강식.

책에 대한 소개 글을 쓰기 전에 우선 먼저 적고 싶은 것은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좀 더 다른 방향으로 삶의 역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을 밝힌다.

좋은 책이니 또 누군가든 읽어 보길 권하는 사람이나 어떤 경로로든 박정헌의 이야기를 읽는 사람은 그나마 행복한 순간을 살고 있는 게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험난한 삶의 길에 있어 책 한권 쥘 수 없이 힘든 사람들이 그나마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드라마든, 다큐로든 다시 엮어져 가급적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 죽음을 넘나들며 죽음의 그 순간에 생명의 끈을, 사람으로서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 돌아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들에게 전해져 힘든 상황을 극복해내는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그들을 살렸으면 좋겠다.

"우리의 이야기는 죽음의 지대에서 살아 돌아온 극적인 생환에 관한 휴먼 다큐멘터리도, 자연에 도전했던 인간의 끝없는 모험도 아니다. 다만 한 인간이 먼 길을 돌아 찾아 낸 진정한 사랑과 소박한 행복에 관한 아주 낮은 이야기다 - <서문 중에서 네팔 카트만두에서 부족한 손으로 박정헌>

"그러나 우리들의 동행은 끝나지 않았다…. 함께 등반을 간다는 건 이미 서로의 생명을 함께 나누기로 결심하는 것과 같다. 천길 낭떠러지 빙벽에서 자일로 서로의 몸을 연결하여 자일파티가 될 때 두 사람의 생명은 하나가 된다. 호흡도 하나가 되고 동작도 하나가 된다. 따라서 우리는 함께 죽음을 경험하고 함께 사투를 벌여 살아난 동지이자 형제이다. 사선을 함께 넘어 온 강식과 나의 동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리에겐 앞으로 인생이라는 함께 헤쳐가야 할 험난한 여로가 남아 있기에….<본문 중에서>"


산악인 박정헌의 이야기는 이미 세간에 알려졌다. 뉴스를 통하여 우리는 그의 사투를 이미 접했었다. 산을 좋아하고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지금도 산을 오르는 사람들에게 박정헌은 진정한 코리아 웨이요. 그래도 산을 올라야 하는 목적 없는 목적이며 이유일 것이다.

<나의 두 다리와 너의 두 눈>이란 제목의 1부는 히말라야의 또 한 곳 촐라체 북벽에 매달려 사흘 만에 정상을 밟았지만, 하산하는 과정에서 빙하에 빠지고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지경에서 극적으로 살아 난 십 여 일간의 기록이다.

한편의 사람들은 절망 앞에서 또 다른 삶의 희망으로 죽음을 택하는데 박정헌과 그의 후배 최강식은 살아야한다고, 살려달라고 생명에 매달린다. 이들이 매달리는 절박한 이유는 또한 자일파티로 함께 나눈 서로에 대한 생명, 그 살려냄이기도 하다. 흔히들 인명은 재천이라고 하나 이들이 보여주는 살기위한 사투는 결코 인명은 재천만이 아님을, 우리들 생명은 각자의 몫이고 우리가 주체라는 걸 보여주는 위대한 승리라고 하면 너무 통속적일까.

<아직 엄지손가락이 남았다>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2부는 구조된 이후 이야기다. 1부에 비하여 긴박함이 없지만, 박정헌의 인생깊이를 진솔히 느낄 수 있는 글들이다. 그가 어떻게 산과 인연이 닿았는지, 그가 개척해낸 코리안 웨이며 봉우리 이야기, 그리고 병원에서 손가락 8개를 절단하기까지….

엄지손가락만 남기고 손가락 여덟개가 잘려나간 손을 가진 그는 그래도 말한다. "인간에게 절망이란 없다"고. 한국인 최초로 안나푸르나 봉을 개척하였으며, K2를 비롯한 수많은 봉우리의 정상에 섰던 그에게 잘라낸 손가락 8개는 이젠 등반을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후배 최강식도 사고 직전까지 산악계가 기대하는 유망주였지만 이제는 그 길을 가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촐라체에서의 생환은 박정헌에게 한편으로는 너무 크고 소중한 것들을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촐라체의 꿈을 꾼다. 히말라야에서의 봉사를 꿈꾼다.

1부의 긴박한 사투 못지않게 2부와 후기 편에서 진정한 산악인 박정헌을 만날 수 있다. 산을 통하여 깊어지고 넓어진 아름답고 거룩한 한사람을 만날 수 있다. 그는 그의 꿈을 말한다. 히말라야는 등정이 아닌 학습의 장소로서 만나 질 곳이라고, 제대로 된 산행 안내 등을 통하여 히말라야를 일반인들도 누구나 밟을 수 있도록 그 학습의 장을 만들어 보겠다고,

"높은 산을 정복하겠다는 욕심은 인간의 자만이다. 산은 인간이 자신을 한없이 낮출 때만 비로소 정상을 허락한다. 내 목표는 지구상의 고봉을 정복 하는 게 아니었다. 나의 꿈은 지구상의 모든 봉우리에서 신의 위대함을 만나는 것이었다. - <본문 중에서>

이 책은 왜 하필 위험을 자초하며 산을, 그것도 외국에 까지 비행기를 타고 나가서 오르려 하는지 한편으로 의아했던 사람들에게 진정한 산악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평소에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사는 것이 힘든 상황에 처한 사람들에게, 삶이 무디어졌다는 생각으로 하루하루가 권태로운 사람들에게, 위험을 자초하며 암벽을 타는 사람들을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무엇보다 삶이 아름답길 원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쉽게 놓지 못하는 '끈'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목마른 시절에 뜨거운 감동이다.

진정한 산악인, 박정헌과 그의 후배 최강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김훈이 들려주는 말을 일부 덧붙여보며….

"…그가 길 없는 수직의 벽을 비벼 몸으로 길을 열때, 달팽이가 지나간 자리처럼 인간의 축축한 액즙이 바위에 묻어 있다가 이내 사라진다. 길은 거기에 몸을 갈아 바칠 때만 길이다. 끈은 그 길 없는 세상을 건너가는 인간의 길이다.

히말라야 촐라체 북벽에서 후배 최강식은 크레바스에 떨어졌다. 최강식의 몸무게 78킬로그램은 박정헌의 몸무게 70킬로그램과 근으로 연결되어 허공에 걸렸다. 몸무게가 거꾸로 였다면 얼마나 좋았으랴! 끈이 몸과 몸을 연결해서 부서진 몸이 매달린 몸을 당겨 올리고 마음은 몸의 고통을 감당한다. 마음의 길은 몸의 길과 합쳐져서 끈의 길로 이어지고, 죽지 않은 두 몸뚱이는 암벽과 허공에서 버둥거린다. 그 끈이 왜 아름다운지를 나는 안다. 그때 박정헌의 마음속에서 '자일을 끊어버리자….'는 번민이 요동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끈은 인간의 끈으로써 아름답다

그들은 살아서 돌아 왔고 박정헌은 동상으로 썩은 손가락 여덟개를 잘라냈다. 이제 박정헌은 장비를 쥘 수 없고 수직 벽을 오를 수 없지만,그의 길은 끈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세상으로 이어지고 있다" - <자전거 레이셔 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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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가?
미쓰토미 도시로 지음, 이상술 옮김 / 해나무 / 2005년 2월
평점 :
절판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 위로를 주고, 기뻐하는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며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용기를 주고, 오만한 사람을 돌아보게 하며, 증오에 찬 사람을 달래려 할 때 음악보다 효과적인 것이 과연 어디 있을까?<마르틴 루터-음악에 대한 찬사>

음악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음악은 정말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은 어떤 원리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걸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기에? 이 책은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이야기들을 여러 방향에서 들려준다. 음악 이야기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니라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쉬운 내용들이다.

음악이야기니까, 악기로 표현하면 클래식피아노 쪽 보다는 전자피아노쯤이나 통기타 정도 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글쓴이는 음악을 전문으로 공부한 사람이며, 현재에도 방송, 영화 음반프로듀싱, 저술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음악에 대한 본질이나 진화, 성격, 발전 등을 뮤지션이나 특별한 장르를 통하여 들려주기도 한다. 또한 각 나라마다 독자적인 모습으로 발전하는 음악에 대하여 그 나라만의 지리적 특성이나 기후, 생활습관과 연관 지어 설명해주는 부분은 썩 공감이 간다.

음악과 인간과의 생활에서의 밀접을 이렇게 말한다.

바로크음악이나 모차르트의 음악을 젖소에게 들려주면 젖이 더 많이 나온다, 간장이나 술은 발효 속도가 더 빨라진다. 빵이나 된장을 만들 때 거치는 발효과정에는 단백질 합성이 동반되는데, 이때 발생하는 분자의 진동과 공명하는 음악을 들려주면 합성을 촉진시킬 수 있다.공명은 촉진으로, 억제는 소멸로 이어진다. 이런 원리를 암세포에 역으로 적용하면 암세포를 소멸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음악에 대한 아주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창한 기대보다는 음악을 좋아하는 순수한 펜으로서 읽어보길 권한다. 세상의 잡다한 호기심에 늘 끌리는 사람으로서 우선 가볍게 읽어 본다면 무언가 큰 걸 기대했을 때보다 더 많은걸 얻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딱 부러지고 명쾌하게 제시하지 못한 채 대부분의 질문을 매듭짓고 말지만, 막연하였던 음악의 모습이 어느 정도는 그 실체를 드러낸다고 할까.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는 건지. 우리는 음악에 왜 마약처럼 빨려 드는지, 나는 왜 음악을 들으려 하는지, 음악에 일생을 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들이 일생을 걸만큼 매력 있는 존재 음악이 대체 무엇이라? 요즘 세간에 분분한 저작권으로 한편 걱정되면서도 우리가 공유하고 싶고 나누고 싶어 몸살 나는 음악이 과연 무엇일까, 이런 식의 다만 순수한 호기심만으로 읽어 보길.

사실 음악이 왜 인간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지는 인간이 왜 살아야 하는지의 질문처럼 애매하며 각자에게 맡길 몫이라는 생각이다. 음악은 어쨌건 각자에게 스미는 정도나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이 정도만이라도 음악에 대한 무언가를 낱낱이 알려 줄 수 있다는 것에, 또한 다시 음악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기회를 남겨주는 걸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나 역시도 이 책을 읽는 과정에서 "어? 그랬나? 몰랐네" 하였던 부분은 신디사이저에 관한 이야기다. 혹시 미처 책을 읽지 않을 사람에게 잠깐 소개한다.

요즘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음악은 진짜 악기로 만들어진 음악이 아니다. 우리는 매일 텔레비전이나 라디오 카세트에서 여러 가지 음악을 듣는다. 광고든 드라마든 뉴스든 음악이 없는 프로그램은 없다. 우리가 매일 같이 듣고 있는 모두 진짜 악기로 연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음악은 당연히 악기와 목소리로 하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나이든 사람들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십대나 이십대 또는 그보다 조금 더 나이 먹은 사람들도 지금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음악이 신디사이저, 샘플러 등의 전자악기로 만들어 진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우리는 거의 24시간 내내 디지털 음악을 듣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본문 중에서>

글쓴이가 말하는 것처럼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 음악과 이미 한 몸이다. 아니 내 몸 스스로가 음악적인 요소다. 우리는 단 한순간도 음악을 떠나 살 수 없는 그런 존재다. 악기를 들고 연주하지 않는다고 하여, 목소리를 통하여 노래 부르지 않는다고 하여 음악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손가락이 자판을 칠 때 소리가 나는 것처럼 모든 주변의 것들이 내 몸이 이미 음악적 요소이기 때문이다. 자, 그렇다면 음악이란 존재를 너무 막연하게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와 늘 함께하는 것으로 접근해보기라도 하자.

음악도 다른 어떤 것들처럼 각자 느끼는 만큼 느껴지고 감동을 주듯 이 책의 내용 또한 아주 흥미롭게 많은 걸 얻어 내거나, 생각보다 실망이네라며 중간에 덮고 말아 버리거나 이다. 끝까지 듣고도 일부러 찾아 듣고 또 다시 듣고 그러고도 모자라서 오토리버스 선택하여 몇 번이고 듣기를 되풀이 하고, 반면에 도입부부터 듣기가 그저 그런 곡도 있듯이 이 책도 나에게는 그랬다. 제목이 주는 거창한 호기심에 잔득 기대를 하고 정신없이 읽다가 두껍지 않은 책임에도 지루해져 읽기를 포기해버렸다. 그러나 며칠 후에 우연히 집어 들었는데, 아뿔싸 영화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페이지에서 그만 내 시간들을 차용해주고 말았다.

성장과 치유, 위안과 희망의 언어 음악, 이 기적 같은 '소리의 진동'은 어디서 와서 어떤 과정을 거쳐 그 마법의 힘을 발휘하는 걸까? 음 자체는 공기의 진동 일뿐이다 이 진동이 고막과 내이신경을 거쳐 대뇌피질에 있는 청각영역에 도달하면, 사소한 공기의 진동에 불과한 소리들이 별안간 경이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음악은 인간에게 슬픔과 기쁨 두려움 용기를 선사하고 식품의 발효와 살아 있는 것들의 성장을 촉진시키는가하면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한다. 언어와 시공을 초월하는 이 마법 같은 소리를 통해 인류는, 찰나의 빅뱅이 그렇듯 몇 만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 마음과 기억을 함께 나눈다.<본문 중에서>

책 속에서 세계적으로 유명한 존 바에즈 나 듀크 앨링턴 같은 뮤지션들의 음악에 대한 찬사도 자주 보이는데 듀크 앨링턴의 찬사가 좋아 옮겨 보며 음악을 다시 묻는다. 음악은 왜 인간을 행복하게 할까?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졌다, 그러나 나의 여왕만은 남아 있다. 그녀는 아름답고 다정하다. 세련되고 기품이 있다. 그 목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 지지 않는다. 나이는 1만 살. 미래만큼 이나 모던하고 매일 태어나는 여성. 그녀는 누구를 위한 조연도 아니다. 그렇다, 음악이야말로 나의 여왕이다.<듀크 앨링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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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선물
피터 켈더 지음, 홍신자 옮김 / 파라북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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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당신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고 싶다면 이 책을 당신에게 선물하십시오"-홍신자

2050년쯤이면 인간의 수명은 150세까지 가능하다는 뉴스를 최근에 들은 적이 있다. 또한 앞날을 가상적인 세계로 서술한 이야기들에는 이제 인간의 탄생까지도 과학이 주관할 수도 있으며, 예를 들어 교통사고 같은 불시의 사고에 몸의 일부분을 손상당해도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그러나 얼마 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 성과를 보면 오직 신만이 관장하였던 우리의 생명이 이제는 또 다른 인간에 의해 그 수명을 달리하며 경우에 따라 변화도 얼마든지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질병이나 늙음, 죽음은 운명처럼 받아 들여야만 하는 그런 절대적인 것만은 아닌 것이다.

과학의 힘으로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인간의 몸 구석 구석을 해부하는 눈부신 발전 그 한편에는 전통적이며 가장 원시적이랄 수 있는 방법으로 진정한 삶의 길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아주 오래된 선물>은 말하자면 요가수행에 관한 책이다. 어느 날 신비롭게 펼쳐 많은 문명인들에게 공개 되었던 티베트 라마들로부터 전해지는 요가 수행법은 이제 우리의 생활에 깊숙이 실천되고 있다.

요즘을 웰빙시대라고 한다. 웰빙이라는 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지 못해도 아이들에게까지 이제 더 이상 낯선 단어가 아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에도 붙는 이름이 웰빙이요. 운동기구에도 웰빙이 붙으며 속옷에까지 주저 없이 붙는 웰빙은 이제 그야말로 인기인이다.

물론 이 책의 목적은 우리들에게 건강한 몸과 정신을 가능케 하는 것이지만 급작스럽게 다가온 웰빙 바람에 더불어 쉽게 씌어진 책은 아니다. 이미 1937년에 쓰여져서 전 세계적으로 200만부가 팔렸다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초판본이 발행된 이후 70여년 동안 이 책이 제시하는 대로 실천하여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았다는 생생한 체험담까지 싣고 있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한 다섯 가지이다. 나이를 먹는 만큼 뒷걸음치는 건강에 대해 우려해보았거나 요가, 다이어트에 관심을 두었던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서 분명히 보았음직한 동작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섯 가지 방법이 그간 보았던 그 어떤 방법이나 설명보다 유독 쉬워 보이는 것이 이 책의 매력 아닐까 싶다. 나아가 이 책이 주는 매력은 반드시 따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는 것이다.

'차크라'라는 단어가 다소 낯설지만, 브래드 포드 대령이 제시하는 다섯 가지 동작은 쉽다. 나이든 사람이나 몸의 한부분이 눈에 띄게 불편한 사람들까지 실천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먹기에 따라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그런 동작들이다. 이런 쉬운 방법이 정말 젊음의 샘을 가능케 할까 의문이 들만큼 쉬운 방법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을 허황된 것으로만 몰아붙일지도 모르겠는데 70여년 동안 200만이 넘는 독자들의 꾸준한 관심과 함께 이 동작을 실천한 사람들의 경험담이나 구도자의 춤꾼 홍신자의 말을 신뢰한다면 한번 믿어봄 직하지 않겠는가.

다섯 가지 동작 외에 한 종류의 음식을 적게 그리고 천천히 먹는 법이나 목소리를 통해 젊음을 유지하는 법, 초의식을 지배하는 법을 제시하는데, 다섯 가지 동작을 훑어본 후 이 부분에 이르러 믿음의 공감이 느껴졌다.

나의 직업상 손님들에게 물건에 대한 설명을 하느라 말을 많이 한 날은 몸에 느껴지는 피곤함이 극심했으며, 아이들에게 큰소리로 야단친 후에는 몸에서 무언가가 빠져 나가버린 듯한 현기증에 시달리기도 했지 않은가. 아마 이 부분에서 공감하는 독자들이 분명 많을 것이다.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갈구하여 영원을 꿈꾸지 않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고 가급적이면 아름답게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욕망이다. 브래드 포드 대령의 말처럼 인간의 몸과 마음은 가장 단순해질 때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힘을 발휘하게끔 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가고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영적인 힘은 늘 우리와 함께 하다가 불현듯 놀라운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요가의 다섯 가지 동작과 함께 내 몸이 말하는 메시지에 천천히, 조용히, 묵직하게 귀 기울여 보자.

1937년에 이 책의 오리지널 초판본을 발행했던 피터 켈더와 책 속 또 다른 주인공 브래드 포드 대령은 실존인물이다. 브래드 포드 대령은 히말라야를 오갔던 사람이며, 피터 켈더가 이 책을 쓰는 시기에 캘리포니아에서 실제로 만나던 사람이라고 한다.

사생활을 중시하는 피터 켈더가 자신이 그다지 알려지길 원하지 않으면서 브래드 포드 대령의 유익하고 소중한 메시지를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어서 둘 사이에 오고 간 대화를 기록할 뿐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여하간 피터 켈더는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젊고 건강하며 활기차게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들은 흔히 쉽게 이렇게 말한다. "밑져 보았자 본전." 그러나 밑져 보았자 본전의 그런 마음보다는 내 스스로를 사랑하고 있다면 그 방법의 하나로 이 책이 제시하는 동작이나 메시지에 주저 말고 접근해보자.

구도의 춤꾼 홍신자가 서문에서 밝히는 말은 이렇다.

"과학과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 우리 인간의 가치관은 자꾸만 물질에 치우쳐가고 있다. 요사이 웰빙이라는 말이 새롭게 대두 되면서 사람들이 요가, 피트니스, 식이 요법, 명상 등을 찾기 시작한 것도 어쩌면 영혼의 삭막함에서 비롯된 목마름 때문인지 모른다. 그러므로 이 시점에 소개되는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의 삶을 바꿔 줄 특별한 선물이 될 것이다. … 인생에서 단 한번이라도 진정한 사랑을 경험했다면 이 책을 읽은 후 당신은 당신 자신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 세상에 알려진 지 60년이 지난 이 베스트셀러를 뒤늦게라도 접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옮긴이, 뉴욕에서 구도의 춤꾼 홍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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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2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터님, 저에요.덕분에 보관함에 또 한권의 책이 늘었습니다.
 
달팽이 - 지성자연사박물관 6
권오길.이준상 지음, / 지성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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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달팽이도 이빨이 있고, 이빨로 먹이를 먹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왜 한 번도 못했을까?

이 책을 통해 달팽이를 좀 더 알기 전까지 달팽이란, 그저 느릿느릿 기어 다니는 앙증스럽고 귀여운 생물일 뿐이었다. 무얼 먹긴 먹을 것인데, 잎사귀를 먹긴 먹었는데, “어떻게 먹었지?” 집에서 기르는 달팽이를 한 번씩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지성사 박물관 시리즈 중 한권이며 달팽이 박사 권오길의 달팽이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로 159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던 달팽이였다. 어린 시절 텃밭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산지에서 막 올라오자마자 팔게 되는 트럭에서 채소를 사면 배춧잎 따라 묻어 와서 간혹 보기도 하던 달팽이였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가 달팽이에 대하여 아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이 책을 통하여 달팽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우리에게 달팽이는 어떤 모습인가. 혹자들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바쁘다 바뻐!”로 무언가에 늘 쫓기는 듯 살다 시피 하는 현대인들에게 달팽이는 때론 작은 위안이다. 남들보다 좀 덜 가지더라도 느릿느릿 걸어가고 싶은 휴식과 여유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을 내놓는 글쓴이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달팽이는 무척이나 굼뜬 동물이다. 늘 무거운 짐을 등에 이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나 꾸준한지 모른다. 오죽하면 바다를 건너가겠는가.”<서문에서>

얼마 전에 우연히 달팽이 두 마리를 분양받아 키우는 중이다. 잠깐의 시간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그들은 참 신기하다. 오므리고 펴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저들의 몸속에 일반 생물체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하는 것들을 다 갖추긴 한 걸까 싶을 만큼 어찌 보면 참 단순하다. 그리고 달팽이의 짐(집)만은 버거운 무게보다는 늘 신기함이 더 앞서곤 한다.

저 집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자웅동체라고 배우긴 배웠는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수정을 할까? 언젠가 우리 집의 달팽이들도 새끼를 낳겠지? 달팽이는 어떤 원리로 기어 다닐까? 기어가는 자리에 남았던 분비물이 마르고 반짝 반짝 빛났는데 그것은 무엇일까? 추운겨울을 어떻게 넘길까? 팥알보다 작던 한 무더기의 달팽이 새끼, 대체 몇 마리를 낳는 걸까?

아주 조그맣고 앙증스런 달팽이에게, 어찌 보면 단순하기만 했던 달팽이인데, 이런 복잡한 생물학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달팽이에게도 이빨이 있다는 것도, 달팽이에게 섬유효소가 있어 신문지를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기어 다니는 원리와 이고 다니는 집의 줄무늬나 꼬임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집을 통하여 달팽이의 나이를 계산해보는 것, 잠을 자는 동안 집 입구에 하얀 막을 쳐버리는 것 등등 흥미롭다. 날카로운 칼날도 넘을 수 있는 달팽이라는 사실을 그저 신기롭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달팽이란 무엇인가로부터 달팽이의 생태를, 2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들 이야기다. 3부 달팽이와 인간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이야기를 읽으며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달팽이를 연구하여 인간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유익한 것을 만들어 내는 일도 좋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장 달팽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에서는 누구에게나 우쭐하며 말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달팽이는 왜 칼슘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뱀이나 개구리를 빼닮은 달팽이의 겨울잠이야기, 당근을 먹은 달팽이는 붉은색 똥을 싼다든지, 우리가 메일을 이용하며 무심코 보았던 골뱅이@의 역사까지, 충분한 알 거리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재밌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흥미로운 사실들은 알아가는 재미를 더 바짝 부추길 것이다.

달팽이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책 속 100여장의 사진들을 통하여 많은 종류의 달팽이를 만날 수 있다.특히 2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 편에서는 많은 종류의 달팽이 사진과 함께 종류가 다른 달팽이의 특성을 낱낱이 실었으며, 우리나라 특산의 달팽이들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가 100가지라고?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저 몇 가지의 종류에 불과할거라는 지극히 단순하게 보였던 달팽이 세계의 그 복잡하고 놀랄 수밖에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들. 주저하지 말고 만나보자.

달팽이 박사의 소신도 만나보자.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들보다 환경, 생태학적 자료가 적으며 그 활동도 미비하다고 한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도 남다른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의 씨앗이 되어 주는 분들에 대하여, 우리들의 작은 관심은 더 큰 꽃을 피우고 더 알찬 열매를 맺지 않을까.

자연, 생물에 관한 많은 저서로 흥미로운 사실을 쉽고 친숙하게 들려주는 달팽이 박사 권오길이 끝맺음한 말은 이렇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대부분 생물을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행기가 그렇고 배가 그렇다. 자연을 잘 관찰하면 그 속에 수많은 과학이 숨어 있다. 달팽이도 자연의 일부이니 이들을 잘 들여다보는 것도 곧 과학의 기본인 것이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그러나 관심을 가질 때만 신비로움이 보이는 법.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달팽이의 세상도 의외로 간단치가 않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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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이 보셔야 하는 리뷴데..알려 드릴까요?^^
 
뉴스 에스프레소
이정호 지음 / 이매진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그렇게 한평생 사는 거지 뭐. 다 알게 되면 세상 살맛이 그나마 어디 있겠어?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지. 속지 말아야 할 것 들 앞에 우선 귀찮다고 알면서 속아 준다는 것은 젊음이 아니지. 눈에 빤히 보이는데 제 몸 편하자고 대충 살아서 안 되는 것 아니겠어? 그럼 그다음 아이들은 또 어떻겠어. 자네들은 그러면 안 되지. 누구나 다 그러면 법도 모르는 것 들 세상천지게?" 어느 어르신의 뉴스에 대한 말이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뉴스의 진실. 그런데 뉴스 속에 진실은 과연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된 질문이다.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특종이라며 너나없이 보도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이 보도 하는 대로 믿었다. 더러는 미심쩍기도 했지만 순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다. 그래서 믿었는데 어느 날 또 그때 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언론은 다시 들썩 거렸다.

규명을 한다고 그들은 정신없이 떠들었고 숨겨 질 뻔했던 비화들을 세상에 쏟아냈지만 글쎄?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진실을 규명한다느니, 실체를 밝힌다느니 할 때까지 우리는 그게 진실인 줄 알았다. 그래도 우리들은 언론의 진실을 대부분 믿는 편이었다. 대부분 이러지 않는가.

이 책은 뉴스 다시보기다. 그냥 다시보기가 아니라 헤집어서 꼬집어가면서 다시 알아가기다. 지난해 보도 되었던 뉴스들을 다시 보며 우리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을 '새로운 뉴스들'을 다시 들려준다. 우리에게 보도 되었지만 우리가 미처 모른 채 보도자들이 전해 주는 대로 순진하게 받아 들였던 꺼리들에 상당히 예리한 시선으로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밝혀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보도기관에 사기당한 씁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이미 지나간 것들을 굳이 들춰 낼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것은 놔두고 앞으로는 좀 더 잘하는…'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 책은 기분 좋게 읽어 진다기보다 무언가 계속 이어지는 씁쓸함을 주지만, 나는 가급이면 강한 줏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할 언론마저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이 땅의 언론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주는 이 책은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어 ? 이사람 이렇게 씹어대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 없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을 순진한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이정호는 전직 언론에 몸담았던 예리한 눈매로 낱낱이 밝히고 꼬집어 댄다. 이런 사람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언론마저도 몸 사리기에 급급한데. 언론의 보도 하나면 영광의 자리에 멀쩡하게 서 있던 사람도 추락하고 마는 세상인데 그런 칼을 휘두르는 언론에게 당당히 대항해주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썩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멍청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CNN이 대단히 진보적인 언론인 줄만 알았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구호하는 돈이 정말 순수한 천사표 구호인 줄만 알고 있었다. 80만 원 짜리 초콜릿에 어이없었고 밸런타인 같은 무국적인 날에 우리는 현혹되지 말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하였지 지난해 겨울 어느 날 영양실조로 죽어간 5살짜리 아이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에 분노만 무성했지 그에 합당한 논리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이제 뉴스를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다. 한번쯤 의문도 가져보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들추어 보기로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분노 할 것이다. 우리들의 눈을 가린 언론에, 이 땅의 언론에 분노하고 좀 더 의식화된 눈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하여 분노 할 것이다. 가려진 진실들 앞에 왜곡된 사실들 앞에 그렇게 어이없고 사기당한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 속아줄 순 없잖은가. 무국적의 우리 언론을 통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계속 합승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읽기 전과는 의식이 이미 달라져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족인데, 다른 책을 검토하려고 서점에 갔다가 그 책 옆에 있는 이 책을 보았다. 당시 한 달 전에 막 신간이었던 이 책은 목차만 훑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호감 가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사려던 책 대신 이 책을 충동구매로 사게 된 만큼 정신없이 읽어나가다가 사회전반적인 문제에 두루 박식하며 의식 있는 내 친구를 생각하였다. 같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내 주리라. 알아야 할 세상꺼리를 당연히 같이 알아야 하리라. 그리하여 같이 분노하리라. 우리의 힘이 미약 하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리라. 보내주겠다는 말에 자영업자인 친구는 요즘 장사하기 참 힘들어서 책 한줄 읽을 여가가 없다는 현실을 한숨으로 말했다. '가뜩이나 힘들다는데 이 분노를 선물해야만 하는가. 아니 그래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아니 알긴 알더라도 조금 지나 알게 하자.

언제는 눈 가리고 야옹 아니었던가? 우리가 언제는 뉴스를 곧이곧대로 믿고 살아 왔어? 진실이 아닌 줄 알고는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들이대고 대놓고 욕할만한 지식적인 논리가 부족했지'의 생각들로 서점을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결국 이렇게 한 달이 지났고 이제야 비로소 내 친구를 위하여 보내 주어야한다는 마음을 굳혔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이렇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지애적인 친구와 함께 나누어 보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우리가 알아야 하는 세상의 진실을 위하여 함께 생각해 보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보다는 좀 번거롭더라도 까다로운 생각을 꺼려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이 책의 목차만이라도 우선 훑어보길 권한다.

뉴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문명 속에 사는 한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든 저렇게 든 외면 못하는 뉴스를 구경삼아 보는 것은 또한 어떨까?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왜곡된 진실을 진실인양 끌려 다녔던 뉴스를 방관하며 보는 재미도 이 책에는 있다. 뉴스를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짚어내며 알고 있으면 좋을 상식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세금제도를 짚어 보면서 제시해주는 핀란드의 세금 계산법은 참으로 공명정대하고 통쾌하다. 막연히 불만스러웠던 것들에 대하여 마땅히 주장할 목소리가 자신 없었거나 작았다면 부족했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통쾌하고 신랄한 이야기를 흉내 내어 목소리 높여 봄직도 하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구태의연함을 답습하는 언론을 우리는 이제 믿을 수 없다. 그리하여 국민이 이제 언론인 세상이다. 언론은 공명정대해야하는데 언론마저 사회적 약자에게는 냉정하게 외면한다. 디지털의 놀라운 전파력으로 국민 스스로가 언론이 되어 목소리를 높이고 권리를 찾아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적 바로 서지 못하고 언론마저 빌붙어 있는 꼴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언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합세하여 언론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의 저자 덕분에 당연한 주장을 아주 조금 목소리 높여 본다.

이 책은 이렇게 끝맺음 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소득 1만 달러에 묶어두고, 지금도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10만 명 남짓한 부자들의 소득만 더 끌어올려 전 국민 평균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자는 무서운 논리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깊이 공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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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길어요 길어....^^
내일 천천히 읽을 겁니다.

2005-06-1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