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 지성자연사박물관 6
권오길.이준상 지음, / 지성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달팽이도 이빨이 있고, 이빨로 먹이를 먹을 것이라는 당연한 생각을 왜 한 번도 못했을까?

이 책을 통해 달팽이를 좀 더 알기 전까지 달팽이란, 그저 느릿느릿 기어 다니는 앙증스럽고 귀여운 생물일 뿐이었다. 무얼 먹긴 먹을 것인데, 잎사귀를 먹긴 먹었는데, “어떻게 먹었지?” 집에서 기르는 달팽이를 한 번씩 유심히 들여다보아도 도대체 알 수 없었다.

지성사 박물관 시리즈 중 한권이며 달팽이 박사 권오길의 달팽이에 관한 전문적인 이야기들로 159페이지의 얇은 책이다.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하던 달팽이였다. 어린 시절 텃밭에 가면 늘 볼 수 있는 것이었고, 산지에서 막 올라오자마자 팔게 되는 트럭에서 채소를 사면 배춧잎 따라 묻어 와서 간혹 보기도 하던 달팽이였다. 그럼에도 정작 우리가 달팽이에 대하여 아는 것은 어느 정도인가. 이 책을 통하여 달팽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우리에게 달팽이는 어떤 모습인가. 혹자들은 ‘느림의 미학’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바쁘다 바뻐!”로 무언가에 늘 쫓기는 듯 살다 시피 하는 현대인들에게 달팽이는 때론 작은 위안이다. 남들보다 좀 덜 가지더라도 느릿느릿 걸어가고 싶은 휴식과 여유를 생각하게 하는 그런 존재이기도 하다. 이 책을 내놓는 글쓴이의 서문은 이렇게 시작된다.

“달팽이는 무척이나 굼뜬 동물이다. 늘 무거운 짐을 등에 이고 느릿느릿 기어가는 모습을 볼 때면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그들은 얼마나 꾸준한지 모른다. 오죽하면 바다를 건너가겠는가.”<서문에서>

얼마 전에 우연히 달팽이 두 마리를 분양받아 키우는 중이다. 잠깐의 시간에 가만히 바라보고 있자면 그들은 참 신기하다. 오므리고 펴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움직이는 저들의 몸속에 일반 생물체가 기본적으로 갖추어야하는 것들을 다 갖추긴 한 걸까 싶을 만큼 어찌 보면 참 단순하다. 그리고 달팽이의 짐(집)만은 버거운 무게보다는 늘 신기함이 더 앞서곤 한다.

저 집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자웅동체라고 배우긴 배웠는데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수정을 할까? 언젠가 우리 집의 달팽이들도 새끼를 낳겠지? 달팽이는 어떤 원리로 기어 다닐까? 기어가는 자리에 남았던 분비물이 마르고 반짝 반짝 빛났는데 그것은 무엇일까? 추운겨울을 어떻게 넘길까? 팥알보다 작던 한 무더기의 달팽이 새끼, 대체 몇 마리를 낳는 걸까?

아주 조그맣고 앙증스런 달팽이에게, 어찌 보면 단순하기만 했던 달팽이인데, 이런 복잡한 생물학적인 특성이 있다는 것에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할 것이다. 달팽이에게도 이빨이 있다는 것도, 달팽이에게 섬유효소가 있어 신문지를 소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그리고 기어 다니는 원리와 이고 다니는 집의 줄무늬나 꼬임에 관한 이야기들. 또한 집을 통하여 달팽이의 나이를 계산해보는 것, 잠을 자는 동안 집 입구에 하얀 막을 쳐버리는 것 등등 흥미롭다. 날카로운 칼날도 넘을 수 있는 달팽이라는 사실을 그저 신기롭게 받아들일 뿐이다.


이 책은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에서는 달팽이란 무엇인가로부터 달팽이의 생태를, 2부에서는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들 이야기다. 3부 달팽이와 인간과의 관계를 알아보는 이야기를 읽으며 청소년들이나 아이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달팽이를 연구하여 인간의 생활에 절대적으로 유익한 것을 만들어 내는 일도 좋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장 달팽이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에서는 누구에게나 우쭐하며 말할 수 있는 정보를 접할 수 있다. 달팽이는 왜 칼슘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뱀이나 개구리를 빼닮은 달팽이의 겨울잠이야기, 당근을 먹은 달팽이는 붉은색 똥을 싼다든지, 우리가 메일을 이용하며 무심코 보았던 골뱅이@의 역사까지, 충분한 알 거리들이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재밌다. 어른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며, 흥미로운 사실들은 알아가는 재미를 더 바짝 부추길 것이다.

달팽이를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책 속 100여장의 사진들을 통하여 많은 종류의 달팽이를 만날 수 있다.특히 2부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 편에서는 많은 종류의 달팽이 사진과 함께 종류가 다른 달팽이의 특성을 낱낱이 실었으며, 우리나라 특산의 달팽이들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달팽이가 100가지라고? 얼마나 흥미로운가. 그저 몇 가지의 종류에 불과할거라는 지극히 단순하게 보였던 달팽이 세계의 그 복잡하고 놀랄 수밖에 없는 신비로운 이야기들. 주저하지 말고 만나보자.

달팽이 박사의 소신도 만나보자. 우리나라는 세계 어떤 나라들보다 환경, 생태학적 자료가 적으며 그 활동도 미비하다고 한다. 이런 척박한 현실에서도 남다른 소신과 열정을 가지고 한 분야의 씨앗이 되어 주는 분들에 대하여, 우리들의 작은 관심은 더 큰 꽃을 피우고 더 알찬 열매를 맺지 않을까.

자연, 생물에 관한 많은 저서로 흥미로운 사실을 쉽고 친숙하게 들려주는 달팽이 박사 권오길이 끝맺음한 말은 이렇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물건들이 대부분 생물을 모방한 것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비행기가 그렇고 배가 그렇다. 자연을 잘 관찰하면 그 속에 수많은 과학이 숨어 있다. 달팽이도 자연의 일부이니 이들을 잘 들여다보는 것도 곧 과학의 기본인 것이다. 자연은 참 신비롭다. 그러나 관심을 가질 때만 신비로움이 보이는 법.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인다고 하던가. 달팽이의 세상도 의외로 간단치가 않음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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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2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팽이님이 보셔야 하는 리뷴데..알려 드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