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에스프레소
이정호 지음 / 이매진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그렇게 한평생 사는 거지 뭐. 다 알게 되면 세상 살맛이 그나마 어디 있겠어? 그래도 젊은 사람들은 그게 아니지. 속지 말아야 할 것 들 앞에 우선 귀찮다고 알면서 속아 준다는 것은 젊음이 아니지. 눈에 빤히 보이는데 제 몸 편하자고 대충 살아서 안 되는 것 아니겠어? 그럼 그다음 아이들은 또 어떻겠어. 자네들은 그러면 안 되지. 누구나 다 그러면 법도 모르는 것 들 세상천지게?" 어느 어르신의 뉴스에 대한 말이었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는 뉴스의 진실. 그런데 뉴스 속에 진실은 과연 있을까. 이 책을 읽는 동안 계속된 질문이다. 어느 날 사건은 터졌다. 특종이라며 너나없이 보도했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언론이 보도 하는 대로 믿었다. 더러는 미심쩍기도 했지만 순진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기에는 모든 것이 너무나 완벽했다. 그래서 믿었는데 어느 날 또 그때 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한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언론은 다시 들썩 거렸다.

규명을 한다고 그들은 정신없이 떠들었고 숨겨 질 뻔했던 비화들을 세상에 쏟아냈지만 글쎄? 다시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진실을 규명한다느니, 실체를 밝힌다느니 할 때까지 우리는 그게 진실인 줄 알았다. 그래도 우리들은 언론의 진실을 대부분 믿는 편이었다. 대부분 이러지 않는가.

이 책은 뉴스 다시보기다. 그냥 다시보기가 아니라 헤집어서 꼬집어가면서 다시 알아가기다. 지난해 보도 되었던 뉴스들을 다시 보며 우리가 반드시 알았으면 좋을 '새로운 뉴스들'을 다시 들려준다. 우리에게 보도 되었지만 우리가 미처 모른 채 보도자들이 전해 주는 대로 순진하게 받아 들였던 꺼리들에 상당히 예리한 시선으로 그 이면의 이야기들을 밝혀 들려주고 있다.

이 책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보도기관에 사기당한 씁쓸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혹자는 이미 지나간 것들을 굳이 들춰 낼 필요가 있는가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미 지나간 것은 놔두고 앞으로는 좀 더 잘하는…'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솔직히 이 책은 기분 좋게 읽어 진다기보다 무언가 계속 이어지는 씁쓸함을 주지만, 나는 가급이면 강한 줏대로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모든 사람에게 공평해야 할 언론마저 힘없는 사람들에게는 억울한 이 땅의 언론의 문제점을 낱낱이 밝혀주는 이 책은 통쾌하기 이를 데 없다. "어 ? 이사람 이렇게 씹어대도 살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 없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며 이 책을 읽을 순진한 독자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 이정호는 전직 언론에 몸담았던 예리한 눈매로 낱낱이 밝히고 꼬집어 댄다. 이런 사람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언론마저도 몸 사리기에 급급한데. 언론의 보도 하나면 영광의 자리에 멀쩡하게 서 있던 사람도 추락하고 마는 세상인데 그런 칼을 휘두르는 언론에게 당당히 대항해주는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그나마 썩 다행이지 않을까 싶다.

나의 멍청한 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CNN이 대단히 진보적인 언론인 줄만 알았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이 구호하는 돈이 정말 순수한 천사표 구호인 줄만 알고 있었다. 80만 원 짜리 초콜릿에 어이없었고 밸런타인 같은 무국적인 날에 우리는 현혹되지 말자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말만 하였지 지난해 겨울 어느 날 영양실조로 죽어간 5살짜리 아이는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다. 사회의 부조리한 것들에 분노만 무성했지 그에 합당한 논리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이제 뉴스를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기로 한다. 한번쯤 의문도 가져보고 다른 방향으로 다시 한 번 들추어 보기로 한다.

솔직히,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대부분은 분노 할 것이다. 우리들의 눈을 가린 언론에, 이 땅의 언론에 분노하고 좀 더 의식화된 눈을 가지지 못한 자신에 대하여 분노 할 것이다. 가려진 진실들 앞에 왜곡된 사실들 앞에 그렇게 어이없고 사기당한 기분일 것이다. 그러나 계속 속아줄 순 없잖은가. 무국적의 우리 언론을 통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계속 합승할 수만은 없지 않겠는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읽기 전과는 의식이 이미 달라져 있음을 스스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사족인데, 다른 책을 검토하려고 서점에 갔다가 그 책 옆에 있는 이 책을 보았다. 당시 한 달 전에 막 신간이었던 이 책은 목차만 훑어보는 것으로도 충분히 호감 가는 책이었다. 처음부터 사려던 책 대신 이 책을 충동구매로 사게 된 만큼 정신없이 읽어나가다가 사회전반적인 문제에 두루 박식하며 의식 있는 내 친구를 생각하였다. 같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내 주리라. 알아야 할 세상꺼리를 당연히 같이 알아야 하리라. 그리하여 같이 분노하리라. 우리의 힘이 미약 하더라도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리라. 보내주겠다는 말에 자영업자인 친구는 요즘 장사하기 참 힘들어서 책 한줄 읽을 여가가 없다는 현실을 한숨으로 말했다. '가뜩이나 힘들다는데 이 분노를 선물해야만 하는가. 아니 그래도 알 것은 알아야 한다. 아니 알긴 알더라도 조금 지나 알게 하자.

언제는 눈 가리고 야옹 아니었던가? 우리가 언제는 뉴스를 곧이곧대로 믿고 살아 왔어? 진실이 아닌 줄 알고는 있었지만 논리적으로 들이대고 대놓고 욕할만한 지식적인 논리가 부족했지'의 생각들로 서점을 세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결국 이렇게 한 달이 지났고 이제야 비로소 내 친구를 위하여 보내 주어야한다는 마음을 굳혔다.

말하자면 이 책은 이렇다.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들은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동지애적인 친구와 함께 나누어 보다 보면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 우리가 알아야 하는 세상의 진실을 위하여 함께 생각해 보기에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언제까지 모르고 무심하게 지나가는 것보다는 좀 번거롭더라도 까다로운 생각을 꺼려하지 말자는 생각이다. 이 책의 목차만이라도 우선 훑어보길 권한다.

뉴스. 많은 사람들이 외면하고 싶어 하지만 문명 속에 사는 한 그래도 외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든 저렇게 든 외면 못하는 뉴스를 구경삼아 보는 것은 또한 어떨까? 우리가 원하지 않아도 왜곡된 진실을 진실인양 끌려 다녔던 뉴스를 방관하며 보는 재미도 이 책에는 있다. 뉴스를 받아들이면서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들을 짚어내며 알고 있으면 좋을 상식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접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세금제도를 짚어 보면서 제시해주는 핀란드의 세금 계산법은 참으로 공명정대하고 통쾌하다. 막연히 불만스러웠던 것들에 대하여 마땅히 주장할 목소리가 자신 없었거나 작았다면 부족했다면 저자가 들려주는 통쾌하고 신랄한 이야기를 흉내 내어 목소리 높여 봄직도 하다.

언제나 늘 그 자리에서 구태의연함을 답습하는 언론을 우리는 이제 믿을 수 없다. 그리하여 국민이 이제 언론인 세상이다. 언론은 공명정대해야하는데 언론마저 사회적 약자에게는 냉정하게 외면한다. 디지털의 놀라운 전파력으로 국민 스스로가 언론이 되어 목소리를 높이고 권리를 찾아야 한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적 바로 서지 못하고 언론마저 빌붙어 있는 꼴이라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언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합세하여 언론이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책의 저자 덕분에 당연한 주장을 아주 조금 목소리 높여 본다.

이 책은 이렇게 끝맺음 하고 있다.

"국민 대다수는 소득 1만 달러에 묶어두고, 지금도 소득 10만 달러가 넘는 10만 명 남짓한 부자들의 소득만 더 끌어올려 전 국민 평균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달성하자는 무서운 논리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깊이 공감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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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6-12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냐,,,길어요 길어....^^
내일 천천히 읽을 겁니다.

2005-06-1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