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still looking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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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 스툴을 두 개쯤 가져다 놓았으면 싶다. 밤을 어깨에 이고 서면 멀리 산과 산 사이를 흘러 다가오는 금빛 헤드라이트 물결과 채 달아나지 못한 빛으로 희붐하게 젖은 도시의 이마가 보인다. 하나는 내가 앉고 하나는 침묵을 앉혀 나란히 빛의 요란을 응시하는 것. 하루라는 문장의 온점으로 쓰기에 맞춤한 정경이 늘 거기 그대로 있어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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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이 어머니가 반찬을 보내 주셨다. 스뎅 김치통 하나 분량은 넘어 보이는 김치가 세 개의 동그란 통에 나눠 담겼고, 이외에도 각종 마른반찬과 소세지 볶음, 어묵 볶음 같은 것들이 함께 왔다. 三이네 반찬은 늘 삼삼하다. 어묵은 간장과 물엿을 조금 넣어 다시 볶았고, 소세지는 케첩과 고추장으로 그렇게 했다. 혼자 살며 계속 느끼는 건데, 반찬으로 배가 아니라 냉장고를 채울 때, 그때야말로 뭔가 진짜로 배가 부르다는 기분이다. 요즘 둘이 살 때보다 오히려 더 잘 챙겨 먹어서, 돼룩돼룩 살이 오르고 있다. 1의 자리에서 반올림하면 앞자리가 바뀌는 체중이 되었다. 딱 한 달 만에. 내 배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3D는 아니었는데. 아, 여름이라도 끝나줘서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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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쩐지 섹스에 대해 관심이 가서 그런 제목을 단 책을 자꾸 뒤진다. 하여간, 나이 처먹고 주책이야. 그것도 운동 잘하면 좋다던데, 운동이나 해서 배나 집어넣지, 좀…….
--- 읽은 ---
144. 거꾸로 섹스
이금정 지음 / 시그마북스 / 2016
거꾸로 섹스하는 방법이 궁금하여 이 책을 들춰볼 사람들에 대한 걱정을 저자 역시 하고있는 듯. 제목은 <거꾸로 섹스>지만 실체는 <똑바로 섹스>에 가깝다. 섹스는 똑바로 알고 해야 신납니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시고, 요렇게 조렇게도 해보세요. 우와! 헤헤…….
클리토리스의 구조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는데 좀 충격적이어서 아마 이 지식은 복습 없이도 평생 갈듯. 걔가 글쎄, 눈으로 볼 수 있는 만큼이 전체가 아니었다는 사실. 그리고 실제 전체 구조는 라프라스를 빼닮았으며, 우리는 그동안 라프라스의 동글동글한 머리 부분만을 가지고, 그러니까, 음, 이렇게 저렇게 영차영차, 음, 아무튼 최선을 다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프라스 – 물/얼음타입 포켓몬
145. 1년만 닥치고 영어
모토야마 가쓰히로 지음 / 이지현 옮김 / 다산북스 / 2017
1년만과 닥치고와 영어, 셋 다 어렵다. syo에게는 1년이 10년 같고 닥치는 건 세상 힘들다. 영어는 말해 뭣해. 될놈될이고 나는 언제까지나 한 마리의 아임빠인땡큐앤유일 뿐. 1년과 닥침을 잘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여, 화이팅!
146.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
원제는 Memory Man. 유치하다. 제목 빨 없이도 오직 내실만으로 미 본토를 초토화시킨 다음, 살짝 폼 나는 제목으로 갈아입고 한반도에 상륙. 우리나라에서 ‘메모리 맨’이라든가 ‘기억남’ 따위의 제목을 달고 시작했다면 아마 지금의 절반쯤을 팔고 말았을지도. 어떤 책인가 하면,
전도가 유망한 것까지는 아니었어도 노력으로 재능의 고랑을 메우며 용맹정진하던 젊은 미식축구 선수 에이머스 데커는, 첫 번째 프로 리그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막강한 태클에 당해 두 번쯤 지옥 문턱에 발을 댔다 뗐다 한 결과,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로 다시 태어났다. 사기 같은 기억력을 이용해 경찰로 전업, 역시 사기 같은 기억력으로 보란 듯 승승장구를 거듭한다. 모든 게 다 괜찮았다. 어느 날 집으로 돌아와 갖가지 방식으로 죽어 있는 처남, 아내, 어린 딸의 처참한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그의 인생은 거기서 또 한 번 끝났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아무것도 잊을 수가 없다는 말과 같기 때문에. 그는 모든 것을 잃고 상심에 빠진 돼지 부랑자가 되어 쓰레기 같은 인생을 연명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와 일하던 동료 경찰이 찾아와 가족을 죽였다는 남자가 자수했다는 소식을 전한다. 경찰서에 잠입, 자수한 남자와 대화를 나눠보니, 아, 까먹는 게 일절 없는 내 머리로 아무리 생각해도 얘는 아니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그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재미있음.
147. 한나 아렌트의 정치 강의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
뭐 하나 제대로 아는 게 없는 syo 입에서 나오는 말이니 당연히 모르고 하는 소리지만, 한나 아렌트는 비교적 쉽다. 칸트나 헤겔은 쉽다 쉽다 하는 입문서를 봐도 뭔 어쩌자는 건지 도통 모르겠거나, 겨우 알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면 저자가 후려친 것만 핥아놓고 맛집 찾았다고 설레발을 쳐놓은 것이거나, 뭐 그러기 십상이었다. 그런데 아렌트는 개론서로도 꽤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는 정치철학자다. 그리고 필수선행과목이 없다. 그녀가 15세에 칸트를 섭렵했다지만 그 두 배를 넘게 산 나는 그녀를 읽기 위해 칸트를 읽어둘 필요가 딱히 없고, 그녀가 하이데거와 야스퍼스에게 철학을 배웠다지만, 원숭이에게 철학을 배우기 시작한 나는 그녀를 읽기 위해 하 선생과 야 선생을 경유할 필요가 딱히 없다(물론 알아서 나쁠 건 없다). 사상가 자체가 이렇게 친절한 특성을 지니고 있을 때 노나는 건 독자다. 왜냐하면 그를 다룬 개론서들이 웬만하면 잘 읽히고 어지간하면 함량이 충만하기 때문에. 이 책을 포함해 아렌트 개론서를 여러 권 읽어봤지만 나쁜 건 하나도 없었다. 문제는 그저 회독 수를 늘리는 것뿐.
이 책을 읽다 보면, 아렌트의 주저를 직접 읽어도 되겠구나 싶어진다. 이런 느낌을 주는 개론서는 생각보다 흔하지 않다. 있었어도 알고보면 착각이었고…….
--- 읽는 ---
페미니즘 : 교차하는 관점들 / 로즈마리 퍼트넘 통 외
한 권으로 읽는 칸트 / 이정일
여름의 빌라 / 백수린
새의 얼굴 / 윤제림
스트로베리 나이트 / 혼다 데쓰야
책 Chaeg 2020. 9 / (주)책(월간지) 편집부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 레몬심리
문명과 혐오 / 데릭 젠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