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게 하지 마라 식물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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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쉬는데도 쉬고 싶다. 슬럼프 올 때가 되긴 했지.
비트라는 붉은 식물체가 있다. 이를 갈아 마시면, 소변도 좀 붉어진다. 인터넷에는 혈뇨인줄 알고 깜짝 놀라서 병원에 갔다가 범인이 비트라는 사실을 의사 면전에서야 깨닫고 얼굴빛이 비트가 되서 돌아온 사연이 좀 있다.
검색부터 해 봐서 다행이다.
2
산과 바다 그리고 이야기 3
경京에서 해 뜨는 방향으로 일만 사천삼백 리를 가면 ‘산 없이 이어지는 끝’의 초입에 닿는다. 끝의 끝까지 줄기를 따라 열일곱 산이 차례로 섰다. 산과 산 사이에 작은 평야가 여럿 놓였으니, 그 가운데 누룩 없이 술을 빚고 음식에 당을 넣지 않는 마을이 있다. 어떤 이는 네 번째 산과 다섯 번째 산 사이 평야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열 번째 산과 열한 번째 산 사이 평야라 한다. 열셋과 열넷 사이라 하는 이도 있다. 다녀온 이들마다 말이 다르다. 마을의 이름을 푸는 말들 또한 분분하다. 겨울이면 나그네의 발이 멎는다 하여 冬止라 하는 이가 있고, 함께 이른다 하여 同至라 하는 이가 있다. 마음을 얼려 전한다 하여 凍志라 하는 이도 있다. 분분한 말들 가운데 바른 의미를 택할 길 없다. 하여 우선 음을 취하여 ‘동지’라 표한 후 다음과 같이 기록을 남기니 후대가 논의한 후 고쳐 상신하길 원한다.
동지는 여름이 짧고 겨울이 길다. 마을을 둘러친 산에 큰 동굴이 있는데, 여름에도 발을 담그면 온몸이 떨리는 차고 얕은 물이 동굴 바닥을 흐른다. 동굴 안에 방 같이 생긴 작은 동굴들이 무수하여, 마을에 새로이 정착하는 이나 마을에서 태어나 아홉 해를 넘겨 자란 아이들에게 작은 동굴이 하나씩 점지되는데, 그럼에도 인간의 호흡으로 큰 동굴을 다 채우지 못한다. 누구도 다른 이의 동굴을 알지 못한다. 동굴을 얻으면 계절마다 열흘을 들어 쓴 나물과 굳은 고기를 씹으며 거한다. 겨울에는 닷새를 거한다.
짧은 여름밤이 뜻하지 않게 길고 가슴에 열기가 들어 차 잠 못 이루는 이들은 자기 몫의 작은 동굴로 몰래 길을 잡아 간다. 차고 얕은 물에 발을 담그고 온몸을 떨며 동굴의 빈 벽에 대고 마음에 묵힌 이름을 크게 부르고 나면 메아리를 휘감고 새벽길을 되밟아 돌아온다. 그러면 그날은 잠을 이룬다.
여름 내 메아리에 메아리를 입힌 동굴에 겨울이면 고드름이 열린다. 따서 물 항아리에 담가 녹이면 물에 감미가 돌고 마시면 대개 취한다. 이 물로 음식을 만들고 술을 빚어 마을에 낸다. 거하는 이들과 열일곱 산을 넘는 객들이 마을 복판에 큰 불을 피우고 모여 먹고 마시는데 대개 취한다. 그 가운데 오직 한 사람 조금도 취하지 않는 이가 있는데, 취하지 않은 이는 술 빚고 음식 만든 이가 여름밤 내내 동굴에서 목 놓아 부른 이름이 자기 것임을 비로소 깨닫는다. 하여 凍志라 하는 이가 있는 것이다.
이름 불린 이는 그 밤 사람들과 함께 취한 척 즐기다 조용히 자신의 동굴에 들어 고드름을 따서 물에 녹인 후 이름 부른 이의 침대에 가져다 놓는다. 이름 부른 이가 돌아와 그 물을 마시는데 취하면 모든 일을 잊는다. 취하지 않으면 그 그릇을 그대로 들고 이름 불린 이의 방으로 길을 잡는다. 이름 불린 이는 이름 부른 이가 만든 물을 갖고 자신의 방에서 기다린다. 그 방에서 두 사람은 두 그릇의 물을 섞어 한 그릇으로 만든 후 나누어 마시는데, 그제야 서로 취한다. 하여 同至라 하는 이가 있는 것이다.
아침이면 두 사람은 마을에 나와 전날의 연회를 정리하며 고한다. 한 그릇에 담은 물을 사람들에게 나누는데 그 물을 마시고 축하하면 숙취가 달아난다. 나그네들이 보건대 아름다워, 열일곱 산 넘을 뜻을 버리고 이 마을에 발을 멎는다 하여 冬止라 하는 이가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이 기록을 남기니, 이름에 관하여 후대가 숙고한 후 고쳐 상신하길 다시 원한다.
--- 읽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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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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