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니 오르고 산만 높다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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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시험 공부한다는 새끼의 책상 꼬라지.
사진은 왜 뒤집어져 올라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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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사진을 멋대로 뒤집길래 일부러 뒤집어서 올렸더니 이번에는 또 그냥 올린대로 올려준다. 대체 이건 뭐하는 새.....
얼핏 책처럼 보이시겠지만 사실 저건 산이다. 요즘 운동을 너무 못하다보니 등산이나 하면 괜찮겠다 싶어서 책상 위에 산책삼아 오르기 좋은 아담한 산을 한번 쌓아 보았다.
우공이산이라고, 매일 조금씩 갉아대다 보면 산 하나를 통째로 옮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나 하는 짓은 아니다. 우공밖에 못했으니까 우고 이름표 달고 사자성어로 남은 것이다.
결국은 저 중 과반을 포기하고 고스란히 반납하게 되겠지. 그러니까 사실 syo는 책이 아니라 가불받은 포기로 산을 쌓아 놓은 것이다. 어쩌겠어. 그냥 그렇게 읽는 수밖에.
삶에 질식하는 인간에게 구원이란 있는지 묻는다. 사랑이, 예술이, 종교가 인간의 구원일 수 있는지 묻는다.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에게 구원을 맡긴다면 그는 그 존재가 흔들릴 때마다 나락으로 추락하거나 어떻게든 그 존재를 구원자로 남겨두기 위해 어리석은 일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바랄 수 있는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매일의 삶을 기꺼이 살아내는 것, 절망 속에서 절망을 나의 일부로 만들어버리는 것, 그래서 단계를 거치며 기어이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지 않을까.
_ 김겨울, 『활자 안에서 유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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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연히 내가 옳고 다른 사람들이 내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명확했기 때문에 그전까지는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전혀 없었죠." 자기를 돌아보는 것은 선아에게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부끄럽게도 난 나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다들 사춘기 때 그런 걸 한다고 하는데, 그때 난 그저 친구들과 노는 게 좋았어요. 맛있는 거 먹고 놀러 다니는 걸로 만족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화가 나면 그냥 화를 내고,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았죠. 그러다가 처음으로 내가 나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 거예요."
_ 엄기호,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오래 생각하면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던 건지 생각하는 사람이 부족했던 건지, 나는 여전히 내가 제일 궁금하다. 대답 없는 나.
세상에서 가장 큰 오해는 끝내 아무것도 오해하지 않았다는 신념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큰 이해는 끝내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단념이다. 세상의 말과 내 말의 결맞음이 흐트러지는 일이 잦아지면서, 신념을 단념하는 법을 틈틈이 배워야만 했다. 나란 놈은 오해하기 딱 좋고 이해하기 너무 어려운 자식이었다는 날카로운 진실에 깎여나가다 보니 어떻게 겨우 어른 흉내를 내게 되었다. 맞닥뜨린 문제들을 틀릴 때마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던 것처럼 “별 수 있나요, 저란 놈이 그렇죠.” 하는 변명 반 질책 반의 쓴맛 나는 대사를 입에 올렸지만, 실제로는 누구보다 내가 제일 놀랐다. 아니, 정말 내가 이 지경이란 말이야? 운과 때가 맞아 작은 답이라도 찾아내면 최대한 솔직하게 “운이 좋았어요. 정말이에요.” 하며 머쓱하게 웃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실제로는 역시 이 순간에도 깜짝 놀라기만 했다. 아니, 정말 내가 이걸?
나는 내가 가장 신기하다. 내가 망쳐 놓은 큰 것들과 이루어 놓은 작은 것들이 다 의아하다. 커서 뭐가 될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여기서 더 클지 말지도 모르는 판이다. 자주 생각해보는데, 정말 자주 생각해보는데, 모르려고 태어난 사람처럼 점점 더 모르기만 한다.
누구나 '내가 보는 세상만이 진실하고, 네가 보는 건 환상이다'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느냐 마느냐는 또 다른 문제입니다. '모름지기 인간은 이래야 한다', '인간 사회는 이래야 한다'는 말을 자제해야 합니다. 경계는 아슬아슬하게 '인간으로써' 해야만 하는 일 정도까지라고 생각합니다.
_ 강상중, 우치다 타츠루, 『위험하지 않은 몰락』
살짝 고개를 수그리는 음성들, 얌전해질 수 없는 여름 햇살에 도로를 기어가는 자동차 소리가 납작해진다. 오른쪽 창문이 약간 물러서며 이끼 서린 도시의 햇살을 피한다. 싸게 팔아 버린 어제가 뒤를 돌아보는 오후, 햇살에 눌린 소리들이 연실 굽신거린다. 생도 약간 허리를 굽혀 시간 속으로 젖어든다. 시간의 문은 거인도 지날 만큼 높지만 누구나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는 생이다. 오후의 소리들조차도 머리를 숙이니 저마다 허리 뒤로 드리워진 건 그림자들 때문이다.
_ 김재혁, 《오후》 전문
4
하루란 무엇인가. 밤 12시 땡 하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하루의 끝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이 기막힌 모순에 동의할 수가 없다. 하루의 끝은 잠드는 순간이고, 하루의 시작은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이다.
한 달이란 무엇인가. 31일, 혹은 30일에서 1일로 넘어가는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시간이 한 달의 끝인 동시에 시작이라는 이 기막힌 모순에 동의할 수가 없다. 사람에 따라 한 달의 끝은 어느 일요일, 시작은 어느 월요일일 수 있다. 혹은 월급날이 한 달의 시작이거나 끝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syo에게는? syo의 6월은 16일부터 시작이었다. 15일까지의 syo는 syo가 아니라 공시 보는 공syo였고, 16일부터 진정한 6월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syo의 한달은 16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다. 그런 이유로 성의 변증법은 7월 중순까지 계속 읽는 걸로.....
이것 참 면목 없습니다요.
이러려면 책을 저렇게 쌓아놓지나 말 것이지.....
특히 어려운 글을 써야 할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일단 화장실에 들어가 타일 사이의 줄눈을 벅벅 닦는다. 티끌 하나 없이 깨끗한 화장실을 원해서도 아니고,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노동이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하기 때문도 아니다. 그저 줄눈을 닦고 있는 한 나를 괴롭히는 글쓰기 자체에 손을 대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결국 한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딱 그 정도 아닌가.
_ 앤드루 산델라, 『미루기의 천재들』
--- 읽은 ---
+ 돈이 보이는 손가락 회계 / 김상현 : ~ 196
+ 나는 오늘 모리셔스의 바닷가를 달린다 / 안정은 : ~246
--- 읽는 ---
= 딴생각 / 김재혁 : ~ 47
=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 / 엄기호 : 127 ~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