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은 월초에 멘탈이 바스라지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 종류의 아픔은 보통 로 잊는다는 것이 중론이라, 공부에 몰입하여 힘들 시간도 없이 살아 보겠노라 다짐했지만 공부 그걸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론, 공부는 내 이 아니었던 걸로..... 그렇다면 슬픔을 잊게 해준다는 나의 은 도대체 무엇인가. 도리어 지난달보다 66.67% 증가한 독서량은 syo의 업에 대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201905 : 40


 


1. 저급한 술과 상류사회 / 루스 볼 지음 / 김승욱 옮김 / 루아크 / 2019

: 이런 것을 미시사라고 하는 게 맞죠?

: 미시사를 읽다 보면 사람이 미시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은 굉장히 바람직한 일이다. 이 따위로 서른을 넘긴 시점에서 난 이미 거시적인 인간이 되기는 글렀다. 그렇지만 미시라면 아직 승부를 벌여볼 만하지. 이 책에서는 런던의 여관 주인, 마차로 편지를 실어 나르는 사람, 하다못해 저급한 술을 만들어 크게 한 몫 건져보려는 불한당 같은 인간들까지 당당히 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거든. syo라고 못할 것이 없다. 역사적인 거물이 되겠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먹고 싶을 때 치킨 먹고 마시고 싶을 때 콜라 마시며 뚱땅뚱땅 살아도,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일이 주어지지 않으면 주어질 때까지 좀 쉬기도 하면서 그렇게 지내다 보면 나도 역사가 될 수 있겠구나 싶다. 만국의 미시인들이여 단결하자.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역사가 아니라 역사가다.

 

2. 마취의 시대 / 로랑 드 쉬테르 지음 / 김성희 옮김 / 루아크 / 2019

: 시대를 잘못 만나 흔해지고 흔해지다 이제는 거의 닳고 말았구나 싶기까지 한 열정이라는 추상적인 단어를 저자가 골랐더라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하나가 되고 말았을지도 모르겠다. 대신 흥분이라는 용어를 (올바르게) 채택한 데에 이 책의 존재 가치가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우리를 통제하는 외부의 힘은 우리의 열정을 꺾는 것이 아니라 흥분을 꺾는 방식으로 동작할 때가 많다. 이념이나 도덕을 휘둘러 우리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마취제, 마약, 피임약, 그리고 그것들의 뒤에서 모든 것을 지휘 통제하는 자본주의가 우리의 육체와 정신을 호르몬으로 직접 타격하여 흥분을 삭제하는 것이다. 우리를 존재가치가 있는 인간으로 만들어놓기 위해서. 새로 밝혀진 그 최신형 적군을 저자는 나르코자본주의라고 부른다.

 

3. 피로사회 / 한병철 지음 / 김태환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2

: 역설적으로, 이 책이 외치는 여러 주장 가운데 골자라 할 수 있는 성과주체에 관한 개념이야말로 이 책을 굳이 읽을 필요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왜냐면 우리 사는 이곳이 바로 대한민국이거든.

: 그런데 피로사회가 피로(‘탈진의 피로’)의 사회인 줄은 다들 아시겠지만 그 피로사회를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또 다른 피로(‘무위의 피로’)라고 저자가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시는지요? ‘성과주체에 대한 설명은 선명하고 힘이 있는데, 해결책으로 내놓은 무위의 피로를 설명하는 대목이 되면 어쩐지 횡설수설 변죽변죽 겉핥겉핥 느낌을 받는데, 읽어보신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요? ‘무위의 피로가 와 닿으시는지요.....

 


  

4.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한나 아렌트 지음 / 김선욱 옮김 / 한길사 / 2006

: 주술호응이 맞지 않는 문장이나 오타 같은 것들이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현재는 품절이지만 최근 한나 아렌트의 정치사상 세트(3)가 깔끔한 새 옷으로 갈아입고 출간된 것으로 아는데, 좀 손을 봤을까?

: 번역의 문제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김선욱 선생님이 구사해놓은 한국어 문장이 취미형독자에게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쓰는 쪽에서 반드시 쉬운 문장을 구사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읽는 쪽에서도 굳이 기를 쓰고 어려운 문장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은 또 아니다.

 

5. 우리는 왜 한나 아렌트를 읽는가 리처드 J. 번스타인 지음 김선욱 옮김 한길사 / 2018

수학을 배우는 고등학생의 제일 큰 궁금증이 졸업하면 이걸 얻다 써계산기 쓰지듯이철학책을 읽는 독자의 제일 큰 고뇌는 당최 이걸 읽어서 잘난 척 하는데 빼고 어디 쓰지?’철학자가 배려 없이 쓴 어려운 책을 소화 가능한 크기로 분해하여 일반 독자들에게 뿌려주는 축복과도 같은 책들이 세상에는 많지만그런 책들이 다 그래서 이건 여기 씁니다를 가르쳐주는 것은 또 아니다근데 이 책은 그걸 한다이 책은 한나 아렌트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서 알기 쉽게 일러주는 책은 아니다그렇지만 얻다 쓰는지는 확실히 알려준다그러니까 우리는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나 아렌트에 대해 조금은 알고 오는 게 좋다많이도 필요 없다조금이면 됩니다.

: 그리고 이 책이 김선욱 선생님의 번역 역량에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아이히만 쟤는 대체 왜 그런 걸까?




6. 미국의 민주주의를 읽다 / 양자오 지음 / 조필 옮김 / 유유 / 2018

: 양자오 선생님의 책의 강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이 시리즈의 책은 단순한 요약정리가 아니라 저자의 관점이 꽤 많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고, 책을 많이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환영할 이야기이기도 하다. 관점은 늘 소중하다. 그런데 입문서를 찾아 도서관과 서점을 어슬렁거리는 새끼 북하이에나들에게는, 양자오 선생님의 책 딱 한 권을 읽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이 하고 싶다. 틀렸다는 게 아니라 달라서. 내 옷장에 옷이 이미 많다면 이다음에 살 옷은 남들과 다른 옷일수록 좋다. 하지만 내 옷장에 처음 들여놓는 옷은 남들과 너무 많이 다르지 않은 무난한 옷이 좋을 수 있다. 첫 정장은 검정. 장례식도 결혼식도 다 커버 가능한 검정이 좋다고 한다.

 

7.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모든 것 / 백성진, 김예찬 지음 / 루아크 / 2018

: 특출난 뭔가가 있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수준이었다. 근데 저자들이 나보다 어려. 잘하면 형인데, 아 자꾸 형이 생기네.

  

8. 중국 사상사 / 모리 미키사부로 지음 / 조병한 옮김 / 서커스 / 2018

: 사실은 중국정치사상사를 읽고 싶었던 것이다. 근데 걘 15만원에 4000페이지야. 그렇다면 한 입에 삼키기는 어렵고, 뭔가 적당한 크기로 잘라놓은 녀석이 필요한데, 하던 찰나에 이 책이 걸려들었다. 그러니까 얘는 애초에 애피타이저 취급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까 뜻밖에 배가 든든해져서 한동안 4000페이지짜리 거대한 식탁은 안 받아도 될 것 같다. syo의 위장으로 소화하기에는 딱 이 정도가 좋은 듯(타협). 중요한 건 입에 넣는 게 아니라 소화하는 거니까(정신승리). 4000 저거 분명 비싼 돈 들여 차려놓고 다 먹지도 못했을 거야(신포도 전략).



 

9. 파리의 생활 좌파들 /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

: ‘좌파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도덕적 가치 채점이 편향된 희한한 나라에서 이 낙인과도 같은 단어를 살리기 위해 갖은 방식으로 투쟁하는 사람들이 있다. 목수정 선생님은 항상 그 전열의 선두에 선다. ‘좌파라는 단어의 외연이 한껏 넓어지고, 나는 과연 이 스펙트럼의 어느 지점쯤에 서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책이다.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담금질하기에 좋다.

: 이론적 좌파가 되는 일도 쉽지는 않겠으나 어렵대봤자 어려운 책 몇 권 읽어낼 수 있을 정도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어려운 만큼만 어렵다. 하지만 생활좌파가 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 속의 여러 생활좌파들은 그야말로 자신의 생활에 침입해오는 다종다양한 형태의 압력으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는 독창적인 방법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생활좌파가 되었다. 요컨대, 생활좌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세 가지 정도인 것 같다. 첫째, 생활의 시련. 둘째, 남들도 다 겪는 일이라 자위하며 참고 뭉개지 않고 시련을 시련으로 볼 줄 아는 예민한 눈. 셋째, 그 시련을 넘어설 수 있는 자기만의 기술을 고안하려는 부단한 고민과 노력. , 키보드 빨갱이로 사는 것은 쉽고도 달콤한 길이지만, 생활 좌파가 되는 것은 이리도 어렵구나.

 

10.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 이택광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

: 이택광 선생님의 성함이 자꾸 이광택으로 읽히던 시절이 있었다. 광택이 너무 나서 그랬던 것 같다. 말장난이 아니라 정말, 나는 이택광 선생님의 글이 좋았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쉬우면 쉬운 대로. 에이, 아무리 선생님이시지만 이건 좀 어거지 아닌가, 싶을 때조차 syo는 마냥 웃고 있었다! 그런 역사가 있는 작가의 책이라, 마음 내키는 대로 평을 쓰자면 오히려 불공정할 것 같아서 한 줄로 줄이려 한다.

: syo는 지금 솔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되고 있는 버지니아 울프의 전집을 모으기 시작했다.

 


 

 

11. 나는 내 파이를 구할 뿐 인류를 구하러 온 게 아니라고 / 김진아 지음 / 바다출판사 / 2019

: 페미니즘 이론서는 읽고 나면 어쩐지 뿌듯해지고, 페미니즘 에세이는 읽고 나면 어쩐지 부끄럽거나 미안해진다. 이런 책과 저런 책들을 통해 내가 조금이라도 바뀌어왔다면, 분명히 뒤의 책들이 만든 각도가 더 컸을 것이다.

 

12. 감염된 독서 / 최영화 지음 / 글항아리 / 2018

: 조금은 더 센 목소리를 내셔도 될 것을, 조금쯤 더 거들먹거려도 누구 아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을, 기필코 단정보다 다정을 따라가는 글길. 부드러운 강함인가 강한 부드러움인가. 모자라고 욕심만 많은 독자는 자꾸 그 글길에서 빗나가기만 한다.

 

13.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 정약용 지음 / 박석무 엮음 / 창비 / 2009

: 아니, 이 책을 군대에서 훔쳐왔더라고요...... 제일 구석진 곳에 놓아둔 박스에서 찾아냈는데, 겉표지 넘기면 국방부가 장병들에게 드려요- 떡하니 쓰여 있다 보니 팔지도 못하고 굿바이 스페셜로 정독하고 스무 군데 정도 필사한 다음 내다버렸다. 이번 생은 얄짤 없이 망했구나 싶을 때, 특히 이 나이 먹고 기껏 된 것이 백수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나 싶을 때, 그럴 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구절들이 굉장히 많았다. 일단 나는 유배를 당한 것도 아니고, 과거시험을 못 보게 된 것도 아니잖아. 그래, 힘내 보자! 할 수 있어! 그렇게 탈백수하고 승승장구하기 위해 이 책을 당당히 내버린 것이다(?)



 

14. 청춘의 문장들+ / 김연수 지음 / 금정연 대담 / 마음산책 / 2014

: 젊어서는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고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되고 싶었다기보다 될 수 있겠거니 했다. . 알아요, 알아. 그치만 그땐 젊었잖아. 원래 젊은이들이란 미친놈과 비슷한 데가 있잖아요. 미친놈 잡는 데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옛말이 있었다. 미친 개였나? 어차피 좋은 말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가고, 하여튼 syo의 미친 작가병을 고쳐준 몽둥이가 두 개 있었는데, 바로 시몽둥이의 문태준, 소설몽둥이의 김연수였다. , 정말 대단해요. 오래 묵은 작가병이 정말 씻은 듯이 나았다니까요! syo는 두 사람을 정말 많이 사랑했고, 또 정말 많이 미워했다. 둘이 동네 친구였는지 고등학교 동창이었는지 뭐 그랬다는 소식을 듣고는 그 두 사람의 유년 추억이 넘실거리는 경북 김천 쪽은 눈길도 돌리지 않았다. 제일 싫어 김천, 지지 않아 논산.

: 내게서 소설가의 꿈을 앗아간 김연수 선생님이 제발 천재였기를 바랬지만, 이 책에서 본인은 그 사실을 극구 부인한다. 더 얄미웠다. 김천을 용서할 날은 점점 더 멀어져간다.

 

15. 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

: 그런데 와 여러분, 제게서 소설가를 앗아간 김도둑님이, 그걸로는 모자랐는지 이제 독서가도 강탈하려 해요! 도와주세요! 누구 이 책을 읽으신(읽으실) 분들, 제발 이 양반이 범재인 척 하지만 실은 천재라는 사실을 입증해 주세요. 살려주세요!



 

 

16. 도시를 보다 / 앤 미코라이트, 모리츠 퓌르크하우어 지음 / 서동춘 옮김 / 안그라픽스 / 2012

: 읽고 나면 도시를 걷는 동안 눈에 들어오는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인다. 의미가 있고, 연관이 있고, 의미와 연관이 모두 도시라는 신묘한 덩어리로부터 비롯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 도시에는 뭔가 있는 것 같다. 이제부터 그걸 좀 찾아볼 생각인데, 첫 발을 이 책으로 뗀 것은 행운이었다.

 

17. 도시인문학 강의 : 서울의 재발견 / 승효상 외 지음 / 페이퍼스토리 / 2015

: 우리에겐 여러 개의 강연이 묶인 책이지만, 저자들에게는 각자 단 한 번뿐인 강연이었으므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syo는 도시와 인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쥐뿔도 모르는 상태로 읽었는데, 아무래도 좀 교양을 쌓고 돌아오면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원래 강연이란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 너무 많이 아는 사람의 딱 중간 지점에 있는 이들에게 제일 효용이 큰 법이니까.



 

18.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

: 이것은 미술책이 아니다. 미술이 아니라, 미술을 미술이게 하거나 미술이 아니게 하는 힘과 권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정치책인가? 이것은 정치책이 아니다. 정치는 생활이지 장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그냥 책인가? 이것은 그냥 책이 아니다. 어마어마하게 좋은 책이기 때문이다......

 

19. 산수의 감각 / 조지 셰프너 지음 / 김수경 옮김 / 바다출판사 / 2018

: 처음에는 재미있었다. 후반에는 집중력이 떨어졌다. 왜일까. 저자는 간결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있는 문장을 구사한다. 그렇지만 후번에는 어쩐지 질렸다. 왜일까. 그야말로 산수를 통해 굉장히 많은 인생의 지혜를 얻을 수 있었는데, 후반에는 어쩐지 그것들이 별로 소중해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정말 저도 몰라서 묻는 거랍니다..... , 분명 처음에는 정말 재미있고 동시에 유익하여 널리 널리 추천해야겠다는 마음이 막 샘솟았는데!

 


 

20. 화재의 색 /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9

: 이 책은 프랑스사람, 혹은 프랑스와 역사가 맞닿아 있는 유럽 사람들이 읽었을 땐 과연 장난 아니었을 것 같다. 배경이 되는 시대의 실제 프랑스를 뒤흔들었던 사건들을 소설에 녹여 넣어 일종의 역사-소설, 혹은 소설-역사 같은 것을 만든 듯한데, 그걸 모르는 평범한 한국인에겐 매력 떡락.....

: 다른 소설에서도 종종 등장하는 섹스 잘하는 남자가 나오는데, 여전히 이런 인간들이 부럽긴 해도 점차 그 강도가 약해지는 걸 보니 나도 늙긴 늙는구나 싶다. TMI 죄송합니다.

 

21. 뱀이 깨어나는 마을 / 샤론 볼턴 지음 / 김진석 옮김 / 엘릭시르 / 2015

: 이 장르를 잘 몰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두 줄기로 흘러가는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를 엇갈리게 배치하는 데서 노련함이 엿보인다. 독자는 사건의 진상과 사람의 진상을 차츰차츰 알게 되는데, 뜻밖에 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보다는 범인이랄 게 없는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쪽이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앞의 책보다는 이 책이다.



 

22.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 유숙자 옮김 / 민음사 / 2002

: 아름다움을 그린 소설이고 소설로 그린 아름다움이다.

: 세 번째 읽었다. ‘앞에 서른이 들어갈 때까지는 읽을 것 같다.

 

23. 보트 하우스 / 장정일 지음 / 김영사 / 2005

: 장정일 하면 뭔가 파격과 파란의 대명사 같잖아? 그런데 막상 이 책을 읽어보면 꽤 정통적인 소설이라는 느낌이 든다. 상징물이 상징하는 바가 정직하여 교과서적인 방법으로 해독해도 맞아 들어가는 데가 많다고 할지. 사실 이 작품이 처음 나온 게 언젠지를 생각해보면, 지금쯤 이렇게 (형식적으로) 무난해 보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syo는 차라리 정지돈이 훨씬 어렵고 무섭다.....

 


 

24. 세상을 바꾼 씨앗 / 장인용 지음 / 다른 / 2017

: 우리 엄마는 식물을 좋아하는데 책을 싫어한다. 그렇다면 식물에 대한 책은 어떨까? 나는 그것이 궁금했다.

: 어른들보다는 아이들, 정확히는 고등학생쯤을 겨냥한 책으로 보였기에 이 책을 빌려 엄마에게 건넸다. 좀 보는 것 같더니 며칠이 지나도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왜 안 읽는데 물었더니 母曰, 나는 꽃이 좋다, 씨가 아니라. 다음에는 꽃 책을 가져와봐. 그렇게 말하는 의 표정, 나는 꽃이 좋다, 책이 아니라. 다음에 또 책을 가져왔단 봐라. 포기하고 내가 읽었다. 역시 문제는 씨앗이 아니었던 것 같다.

 

25. 싸우는 식물 / 이나가키 히데히로 지음 / 김선숙 옮김 / 더숲 / 2018

: 그럼에도 아들은 엄마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바로 건네면 싸우자는 뜻으로 비칠까봐 전략을 수정했다. 내가 먼저 이 책을 읽고 흥미를 유발할 만한 이야기를 해서 엄마를 꼬시는 것으로. 마치 꽃이 꿀과 향기로 벌을 꾀듯이. 우와, 내가 식물인이 다 됐네?

: 엄마, 고구마랑 감자가 열매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았어? 당연하지, 땅 속에서 캐는데 그게 어떻게 열매야. 그럼 엄마, 고구마는 사실 뿌리가 변한 거고 감자는 줄기가 변한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야. 신기하지? 신기하네. 이 책에 그런 이야기 많이 들어있어. , 그래? 이 책은 뭐야, 고구마하고 감자하고 싸우는 이야기야? 아니, 그건 아닌데..... , 그럼 싸우는 이야기로 가져와, 난 싸우는 게 좋다. , 우리 엄마가 싸우는 걸 좋아하시는구나, 그래서 지금 나한테 싸움을 거는구나......

위의 대화에는 MSG가 소량 첨가되어 있습니다. 으하하하. 헤어날 수 없는 화학조미료 사랑.

그렇지만 우리 엄마는 실제로 싸우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합니다. 고등학교 때였나요, 함께 TV를 보던 엄마가 했던 말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 저것 봐. 락바텀 제대로 들어가는 거. 언더테이커는 이제 끝이야.”

 

26. 아무튼, 식물 /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

: 그러고 났더니 이제 내가 식물에 관심이 생기고 말았다.

: 무릇 사람의 진짜 모습은 벌레를 상대할 때 드러난다고 믿는 편이다. 지렁이를 집 밖으로 내보내며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되 다시는 만나지 않기를 기원하는 장면이나, 방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는 꿀벌에게 설탕물 한 방울을 먹여 소생시킨 뒤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 같은 것은 작가의 성품을 보여준다. 지니고 있는 물건들로부터 추천서를 받아 입사지원하는 상상도 마찬가지다. 이 사람은 전반적으로 따뜻하고 귀여운 사람, 그러니까 내가 좋아하는 ’‘형 인간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 챌 수 있었다.

 


 

 

27. 심용환의 역사토크 /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

: 책 속에서 심 선생은 수많은 사람들과 역사 논쟁의 일기토를 벌이고 다니는 중이다. 그런데 심 선생은 입체적인데 비해 논쟁의 상대들은 2D 캐릭터처럼 평면적으로 팔랑거리고 있는지라 관객 입장에서 별로 흥미롭지 않은 싸움만 벌어진다. 아무래도 책이다 보니 실제로는 논쟁이 아니라 질의응답에 가깝고, 덤벼오는 질문 역시 대답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그리고 그 대답으로 논쟁을 지켜보고 있는 독자들까지 설득할 수 있는) 질문들을 선정했다고 보는 게 당연하다. 애당초 역사관이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는 syo의 입장에서 보면, 심용환 선생님이 제시하는 관점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을지언정, 이 판 자체가 작위적이라는 느낌은 피하기 어려운 것이다.


28-29. 본격 한중일 세계사 2-3 / 굽시니스트 지음 위즈덤하우스 / 2018

그림으로도 절대 어디서 꿀리지 않지만작정하고 글을 쓰면 만화 없이 글만 가지고도 많은 고정팬을 거느리기에 충분할 것 같다일단 나를 거느리셨다.....

그렇지만 일본의 대유(大儒)’라 불리는 인물을 꼭 터질 듯한 가슴이 돋보이는 여캐로 그려야만 했는지는 의문이다(한 컷 나오고 사라지긴 했지만). 물론 대유라는 말을 들으면 퇴계 이황이라든지사물의 한 부분이나 특징을 들어 전체를 나타내는 수사법이라든지 하는 것들보다 먼저 터질 듯한 가슴이 뇌내 자동연관검색 되는 세상불상놈(....syo예요.... 그랬어요.... 죄송합니다.....)이 세상에 있(?)겠지만.....



30-34.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12-16 /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

: 완결이 보인다..... 그리고 의욕도 바닥을 보인다.....

 

35. 351 / 박시백 지음 / 비아북 / 2018

: 내용이 내용이니만큼 조선왕조실록에 비해 재미는 덜할 수밖에 없다. 어쩐지 허투루 훑고 지나가면 안 될 것 같다보니 읽는 입장에서도 괜히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만화라는 장르의 장점이 좀 희석되는 느낌도 없지 않다.

 


 

36. 늦은 인사 / 전윤호 지음 / 실천문학사 / 2013

: 일상 속의 말과 다르지 않은 모양으로 짜인 담담한 시를 읽는 것은 암호문처럼 말을 뒤틀어놓은 복잡한 시를 읽는 것만큼 어렵다. 그것은 시는 시다워야 시다라는 편견과 싸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 당연히 시인 것이 내겐 시로 당연하지 않을 때, 처리하기 쉽지 않은 어떤 마음이 생겨나는데, 그 마음을 근거 없고 자기중심적인 비난으로 해소하려 하면 일은 간단하다. 이건 시도 뭣도 아냐, 하고 책을 집어던지면 그만이니까. 그 반대 방향으로 일을 해결하려 하면 이제 아픈 것이다. , 뭐지, 시란 무엇일까, 글이란 무엇일까, 예술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나란 인간은 당최 뭐하는 인간일까......

 

37. 청동의 시간 감자의 시간 /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5

: 시간의 더께를 흩어내는 업을 지닌 사람의 글 속에는 그 업 자체가 지니는 불가능성에 대한 탄식이 스며들어 있다. 고고학자는 날카로운 눈으로 역사의 단면을 발굴하지만 이야기 전체를 복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 면에서 어쩌면 고고학은 소설가보다는 시인의 일에 가까울 수 있겠다. 시어가 유물이고 파편이라면. 이야기는 복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 상상되는 것이라면.



 

38. 시로 읽는 경제 이야기 / 임병걸 지음 / 북레시피 / 2017

: 누군가는 이 책에 시도 있고 경제도 있다고 말할 것이다. 또 이 책에는 시도 없고 경제도 없다고 말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뭐라고 해야 할지 갈팡질팡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있다고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39. 시 읽는 법 /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9

: 시 읽는 법이 세상에 어디 있어, 시는 저마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읽는 거 아냐? 이게 책으로 나올 일이야? 바로 그래서 책으로 나올 일입니다.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요.

: 내 생각과 다른 타인의 생각을 듣는 것이 중요한 일이듯, 내 독서법과 다른 타인의 독서법, 내 시 읽는 법과 다른 타인의 시 읽는 법을 보고 듣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시는 덤이고 실은 사람에 대해 배우는 셈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사람이 제일 재미있다.

 

40. 만화 동사의 맛 / 김영화 지음 / 김정선 원작 / 유유 / 2017

: 김정선 선생님의 책에는 늘 이야기가 있었다. 이상하지 않은 문장을 말하는 책도, 동사가 지닌 제맛을 드러내는 책도, 모두 이야기 위에 올라타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게 선생님이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 그렇지만 syo의 감각은 김정선 선생님이 만드는 이야기에 늘 엇나갔다. 이야기가 없어도 너무 좋은 책들이고, 이야기가 있어서 더욱 좋은 책들일 것이었다. 그걸 아는데도 김정선 선생님이 만드는 이야기는 마치 역방향으로 털을 쓰다듬는 다정한 손길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내 털이 이상한 방향으로 나서 그렇겠지, 늘 그런 결론이었다. 믿을만한 결론이었다.

: 그런데 그림이 쓰다듬는 손길의 방향을 바꾼 것 같다. 동사의 용법을 설명하는 책을, 그것도 지면상 원작이 가진 함량을 줄이고 줄여서 내놓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도, 꼭 만화로 그려야겠다고 판단한 작가의 좋은 눈이 손보다 먼저 있었다. 그 눈이 제일 고맙다.

 



 

, 마치 짠 것처럼 40!

 

실은 짰습니다. 5월은 아직 몇 시간 더 남아있는데다가 실은 한 권을 더 읽었지만 6월로 토스.....


작위적인 인생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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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다이제스터 2019-05-30 2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로사회>애 하신 말씀에 동의합니다. ^^

syo 2019-05-30 23:30   좋아요 1 | URL
그쵸?? 저만 이게 뭔 말이야 대체- 이랬던 거 아니죠?? ㅎㅎㅎㅎ 아 다행이다. 다른 사람도 아닌 북다님이랑 의견이 맞았다니 크게 안심입니다.

2019-05-30 2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5-30 2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알벨루치 2019-05-30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암튼 이 양반, 알라딘의 핵이다! 독서에 대한 🔥 을 확 지르네!!! 수고많았어요 또 잘 준비하시공 잘자요 쇼군^^

syo 2019-05-30 23:31   좋아요 1 | URL
카알님도 좋은 밤 되세요 ㅎㅎㅎ 🔥🔥🔥🔥🔥

반유행열반인 2019-05-31 0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워지면 진짜 책이 잘 읽히는 신비! 저도 이십 권 가까이 읽었네요. (저 역시 그 중 9권은 조선왕조실록 만화고ㅋ뒤로 갈수록 재미없어요ㅜㅜ) 슬플 땐 독서죠. 어제 기생충 보고 너무 슬퍼서 오늘은(도) 책 봐야지.

syo 2019-05-31 10:32   좋아요 1 | URL
정말 뒤로 갈수록 재미가 떨어져요..... 특별히 이시백 선생님의 기력이 소진되어서 그렇다기보다는 그냥 뒷쪽 역사가 재미가 덜한듯......

나도 기생충 보고 싶다.....
이렇게 쓰고 나니까 무슨 회충약 먹고 신문지 위에 응가하는 모습이 상상되면서 별루네요.

수이 2019-05-31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 북클럽 읽어 말아 읽어 말어 이러고 있었는데 마음 편히 오늘 룰루랄라_

syo 2019-05-31 10:31   좋아요 0 | URL
거짓말을 써 놓은 건 아니지만, ˝밤+이택광 선생님 = 격앙˝ 이런 개인적인 공식이 존재하는지라......

좀 정신을 차린 상태에서 다시 생각해보면, 버지니아 울프의 다양한 면모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지만, ‘내가 바로 이택광, 버지니아 울프의 면면을 속속들이 발견한 눈을 가진 남자지.‘ 이런 느낌도 꽤 선명해서 호불호가 있을 수도 있겠어요. 저는 이택광 선생님의 그런 면을 사랑하지만......

독서괭 2019-05-3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저도 시험 앞두고 멘탈 바스라짐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제 경우는 공부에 몰입이 도움이 됐는데, 이것 땜에 시험을 망치면 너무 비참하고 억울할 것 같더라구요.
syo님은 독서량이 늘어난 걸 보니 진정한 독서중독자!! 덕분에 좋은 책들 담아갑니다. 멘탈은 잘 회복되셨길...

syo 2019-05-31 10:39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 오락가락하지만 오락가락하면서 어디론가 잘 가고 있는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독서괭님!!

2019-05-31 1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6-02 0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9-05-3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빵 터졌다 ㅋㅋ이시백에서 한 번 응가하고 회충 구경하는 모습 상상해서 또 한 번...시험 끝나고 재미나게 보아요(뭔가 약올리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그런 뉘앙스 아님 ㅠㅠ)

syo 2019-06-02 00:02   좋아요 1 | URL
이시백 선생님과 잠시 각자의 시간을 가지기로......
웃으며 다시 만날 그날까지 안녕.....

stella.K 2019-05-3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20번에서 빵 터지는 건 어쩔 수가 없군요.
벌써 그러면 어떡합니까?ㅋㅋㅋ
그런데 그렇다기 보단 그런 내용의 소설이나 영화를 심심찮게 본 탓도 있지 않을까요?

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건 얼핏 읽은 것 같은데 암튼 잘 보길 바랍니다.
저는 이제 서재질은 작파했습니다.
마음 먹고 성실해지니까 이제 웬만한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20번을 쓰지 않았다면 스쳐지나갔을 텐데 오늘 스요님 계 탄 줄 아십시오.ㅋㅋㅋ

syo 2019-06-02 00:04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텔라님 서재 작파하지 마셔요.

그거 하느라 이거 작파하는 건 마음 먹고 성실한 것이 아니라 그냥 대상만 바꿨을 뿐 하던대로 성실한 거죠.
진짜 마음먹고 성실이라면 그것도 하고 이것도 하셔야죠.

이 좋은 데를 왜 떠나려 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