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ark Side of the Moon(1973) 수록곡 중 -> 소설에는 언급되지 않으나 달의 뒷 면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듯하여.. 특별히 좋았던 곡 2개. 

Brain Damage(1973)


The lunatic is on the grass
The lunatic is on the grass
Remembering games and daisy chains and laughs
Got to keep the loonies on the path
The lunatic is in the hall
The lunatics are in my hall
The paper holds their folded faces to the floor
And every day the paper boy brings more
And if the dam breaks open many years too soon
And if there is no room upon the hill
And if your head explodes with dark for bodings too
I'll see you on the dark side of the moon
The lunatic is in my head
The lunatic is in my head
You raise the blade, you make the change
You re-arrange me 'till I'm sane
You lock the door
And throw away the key
There's someone in my head but it's not me.
And if the cloud bursts, thunder in your ear
You shout and no one seems to hear
And if the band you're in starts playing different tunes
I'll see you on the dark side of the moon


Eclipse(1973)


All that you touch
All that you see
All that you taste
All you feel
All that you love
All that you hate
All you distrust
All you save
All that you give
All that you deal
All that you buy
Beg, borrow or steal
All you create
All you destroy
All that you do
All that you say
All that you eat
Everyone you meet
All that you slight
Everyone you fight
All that is now
All that is gone
All that's to come
And everything under the sun is in tune
But the sun is eclipsed by the moon.
There is no dark side of the moon really.

Matter of fact it's all dark. 


* * *



One of These Days(1971)


One of these days I'm gonna dance with a king of Sweden.




"들었어?" 지마가 흥분한 듯 물었다.

"그래" 내가 말했다. "근데 맨 끝밖에 못 들었어"

"하지만 무슨 곳인지는 알았지?"

"아니" 내가 말했다

"핑크 플로이드였어. '머지않아One of these days'"





* * *



A Saucerful of Secrets(1969)



"맞아! 그게 음악이냐, 깡통이지!" 누군가의 목소리가 수화기 속에서 으르렁댔고, 우리는 몇 초간 아무 말도 안 했다. 

"그건 그렇지 않아" 마침내 지마가 입을 열었다. "오해야. 그건 맨 끝에 '접시 가득한 비밀 A Saucerful of Secrets' 새 녹음 버전이 들어 있잖아. <멋진 한 쌍 A Nice Pair> 앨범 버전과 보컬도 다르지. 길모어가 부르는 거야"

그것에 대해선 전혀 기억이 안 났다.





* * *



IF(1970)


If I were a swan, I'd be gone.

If I were a train, I'd be late.

And if I were a good man, 

I'd talk with you more often than I do.

If I were asleep, I could dream.

If I were afraid, I could hide.

If I go insane, 

Please, don't put your wires in my brain.

If I were the moon, I'd be cool.

If I were the rule, I would bend.

If I were a good man,

I'd understand the spaces between friends.

If I were alone, I would cry.

And If I were with you, I'd be home and dry.

And If I go insane, 

Will you still let me join in with the game?

If I were a swan, I'd be gone.

If I were a train, I 'd be late again.

If I were a good man,

I'd talk with you more often than I do.


Summer' 68(1970)


Would you like to something before you leave?
Perhaps you'd care to state exactly how you feel.
We say goodbye before we've said hello.
I hardly even like you.
I shouldn't care at all.
We met just six hours ago.
The music was too loud.
From your bed I came today and lost a bloody year.
And I would like to know, how do you feel?
How do you feel?
Not a single word was said.
They lied still without fears.
Occasionally you showed a smile, but what was the need?
I felt the cold far too soon in a wind of ninety five.
My friends are lying in the sun, I wish I was there.
Tomorrow brings another town, another girl like you.
Have you time before you leave to greet another man
Just to let me know, how do you feel?
How do you feel?
Goodbye to you.
Childish bangles too.
I've had enough for one day.



"<원자 심장을 단 어머니Atom Heart Mother> 앨범에선 뭐가 좋았니?" 지마가 물었다.

"왜, B면에 두 곡이 있잖아. 하나는 기타가 뒤에서 연주하는 조용한 곡이고, 다른 곡은 오케스트라 연주고. 브리지가 아주 아름다웠어. 탐 타-타 타-타 타-타 타-타 탐-타람 트라-타-타......"

"아 그거!" 지마가 말했다. "'68년 여름 Summer'68'이지. 그리고 조용한 노래는 '만약If''이고."



* * *



Echoes (1971)


Overhead the albatross

Hangs motionless upon the air

And deep beneath the rolling waves

In labyrinths of coral caves

An echo of a distant time

Comes willowing across the sand

And everything is green and submarine.

And no one called us to the land

And no one knows the where's or why's.

Something stirs and something tries

Starts to climb toward the light.

Strangers passing in the street.

By chance two separate glances meet

And I am you and what I see is me.

And do I take you by the hand

And lead you through the land

And help me understand 

The best I can.

And no one called us to the land

And on one crosses there alive.

No one speaks and no one tries

No one flies around the sun....

Almost everyday you fall

Upon my waking eyes.

Inviting and inciting me

To rise.

And through the window in the wall

Come streaming in on sunlight wings

A million bright ambassadors of morning.

And no one sings me lullabies

And no one makes me close my eyes

So I throw the windows wide

And call to you across the sky....



"나에게는 제일 좋아하는 레코드란 게 없어" 지마가 뻐기듯 말했다. "내가 좋아하는 건 레코드가 아니라, 음악이야. 예를 들어 앨범 <참견Meddle>에선 첫 번째 곡을 좋아해. 메아리에 관한 것인데, 들을 때마다 눈물이 나와. 사전을 찾아서 번역도 했었어. '머리 위에는 알바트로스, 파-라-람, 파-람..... 앤 헬프 미 언더스탠 더 베스트 아이 캔......'"






*지마 마쮸셰비치를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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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몬 라
빅토르 펠레빈 지음, 최건영 옮김 / 고즈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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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비행한다. 미지의 세계, 동경의 세계를 향하여. 닿을 수 없는 저 먼 곳에서 빛나는 그 세계는 오물로 가득 찬 현실과 달리 청명하고 영광스럽다. 우리는 꿈을 꾼다. 현실의 기나긴 고통의 터널 끝에 빛으로 가득 찬 꿈을. 그렇게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동시에 꿈을 살아가고 꿈을 살아가면서 여전히 현실 속에 존재한다

 

이 기묘한 줄다리기. 혹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이고 현상계를 넘어서는 초월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동서양을 막론하고 '눈에 보이는 것이 과연 전부인가'라는 물음은, 인간이라면 한 번쯤 하게 되는 것 같다. '오몬 라'는 그 팽팽한 줄다리기의 긴장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오몬 끄리보마조프는, 극단적으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확실하지 않다. 환상이 현실과 계속하여 겹쳐지고, 비슷한 모티브가 반복되어 나타난다. 마치 꿈처럼. 로켓, 별 모양 마카로니와 냉동 닭고기, 끈적끈적한 케이블, 리놀륨 바닥, 자전거, 흐릿하고 왜곡된 시야 너머로 보이는 광경, 웅웅거리는 소리, 노랫소리, 적색 선 등이 우연치고는 너무도 자주 반복되는 것이다. 낮에 본 광경이나 했던 생각이 밤에 꿈 속에 재현되듯이 말이다. 마지막 장은 시공간과 인과성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급격히 장면전환 되는 꿈처럼 시시각각으로 요동친다. 달표면에 호흡곤란으로 쓰러진 오몬이 태연히 일어나 산소호흡기를 벗어 던질 때부터 우리는 당황하게 된다. 소설이 진행되며 쌓여 온 불안과 의심은 너무나도 태연하게, 아무런 설명 없이 불쑥 정체를 드러낸다. 그리고, 정체불명의 악당에게 쫓기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 것은 악몽과 너무나도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디서부터 오몬의 환상이었던 것일까? 마지막에 지하철 안에서 노선도 안의 적색 선을 바라보는 오몬은 진짜현실일까?

 

책을 다시 읽어보아도 여전히 이 현실과 환상의 사이를 명확히 구분 지을 경계는 찾을 수 없었다. 오몬은 여전히 7살이고 전부 그의 꿈이었다고 해도 말이 되는 것 같고, 그가 로켓 캠프에서 꾼 꿈이라고 해도 말이 되는 것 같다. 뒤집어 말하면 전부 말이 안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결국 이 소설은 는 누구인가, 그리고 이 세상은 진짜인가라는 철학적 물음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나는 어떻게 있는 것일까? 보고 있는 '' 누구인가? 그리고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밖에 있는 어떤 것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자신의 내면을 보고 있을 뿐일까? 그런데 자신의 안과 밖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107

 

그런데 사실, 이 모호함은 소설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자신의 세상을 파악하는 데 자신의 지각능력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는 것은 우리가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이 지각능력은 완전한가?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듣고 읽는 것, 이들은 진실을 말하고 있는가? 쏘베트가 만든 터무니 없는 모양과 기능의 루노호뜨나 스튜디오 내부에서 촬영하는 우주 착륙 광경, 거대한 사회주의 이념의 포장으로 가려지는 가련한 개개인들의 운명은 겉으로 보여지는 것과는 다른 진실을 품고 있다. 굳이 이것을 현대사회의 미디어의 병폐로 잇지 않더라도, 즉 진정으로 정보를 왜곡하려는 '의도' 외에도, 우리의 주위에는 정보의 왜곡과 소통의 오류가 '필연적으로' 존재하여 '진실'을 향한 길을 어지럽힌다. 소설이라서 허구와 진실을 혼란스럽게 뒤섞어 놓은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자체가 그렇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꿈을 꿀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신이 아니다. 신이 되고 싶어하지만 우리의 발은 지상에 묶여 있다. 몇몇은, 그래서 더더욱 신에 대한 꿈을 꾼다. 하지만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으로 마구 섞이고 버무려지는 그 혼란의 순간, 내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되는 그 순간 저 먼 동경의 별을 향하는 머리와 땅에 놓인 다리는 분리되고 마는 것이 아닐까. 솔직히 말하면, 이 난해한 소설이 진짜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여전히 모호하기만 하다. 잡으려고 해도 낱말들은 자꾸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말았다. 다만 그 낱말들 사이를 마구 휘저어 간신히 움켜잡은 것은, 꿈과 현실의 그 모호함 사이에서 자아를 잃고 산산이 조각나는 것이 엄청난 비극이 된다는 것. 그 뿐인 것 같다.


p.s. Pink Floyd의 노래를 이 소설을 읽고 처음 듣게 되었는데, 참 이 소설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노래들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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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몬 라
빅토르 펠레빈 지음, 최건영 옮김 / 고즈윈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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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자면, 내 생각은 이랬다. 자신 안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다보는 것처럼 볼 수 있으며, 어디서보느냐는 사실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라고.......그 떄 이후로 나는 겨울 거리를 배회하며, 지금 나는 설원의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종종 펴곤 했다. 모퉁이를 돌면서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세계가 따라서 순순히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갸우뚱 기울곤 했다. -17쪽

나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 보고 있는 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내 밖에 있는 어떤 것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나 자신의 내면을 보고 있을 뿐일까? 그런데 자신의 안과 밖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종종 내가 해답의 문턱까지 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마지막 발걸음을 떼려고 하면, 갑자기 문턱을 넘으려는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107쪽

따라서 별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사실, 별의 일생이라는 게 끔찍하고 무의미하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별들의 운행은 미리 결정된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조우를 할 희망 ㅏ위는 전혀 없이 역학의 법칙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인간은 항상 서로 만나서 웃고 서로 어꺠를 치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끔 인간의 의식이 오싹해하며 엿보는 어떤 특별한 차원이 있으니, 그 차원에선 우리 또한, 위아래도 어제도 내일도 없는, 타인과 서로 가까이 끌어당길 가능성도, 우리의 의지를 발휘하여 우리의 운명을 바꿀 희망도 없는 허공에 가만히 거의 미동도 없이 매달려 있다. -1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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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예능 원탑 라디오 스타! 평소에 TV를 정말 안 본다. 거실이 너무 추워서. 는 아니고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

방송을 해 주는 티비 프로그램은 도저히 내 생활 리듬이랑 맞지가 않아서 보지 않게 됐다. 방송국님들이 내 생활 리듬에 

맞춰줄 리도 없잖하? ㅎㅎ.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방으로라도 보게 되는 예능이 라디오스타다. 착한 척 안 해서 너무 좋아. 특히 엠씨들한테

하이에나 씨쥐 입힐 때가 너무너무 귀엽고 재밌다. 초반의 독기가 많이 빠지고 이제는 약간 장난끼 많은 고양이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라디오스타의 정신은 김구라의 인형으로라도 유지되고 있으니까. 


이번 해돋이 특집은 베스트로 꼽고 싶을 정도로 맘에 쏙 들었다. 솔직히 다른 게스트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저 맨 밑에서 헤벌레하게 마이크 들고 계신 홍석천때문에. 보통 한 번 사는 인생, 막 살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홍석천은 사실상 인생을 두 번 산 셈이다. 그는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고 당당히 부활했다. 그는 지나치게 주목받으면서도 지나치게 외면 당했다. 그의 존재는 그대로 세상에서 도려내 졌고 그 빈 자리에는 그에 대한 가십과 판단들만이 남았다. 누구나 그를 알고 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를 진짜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그의 존재는 거부당했다.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피눈물을 얼마나 쏟았을까.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버리지 않고 세상에 대한 사랑도 끊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 틈에 섞이기를 바랐고 갖은 노력 끝에그는 공중파 예능에 당당히 입성하여 자신의 존재를 선포한다. 


왜 스스로를 희화화하냐고, 왜 동성애를 개그소재로 만드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성정체성이라는 진지한,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는 홍석천이 마뜩찮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자신의 진지하고 무거운 어둠을 털고 나오게 했던 것이 바로 그 가벼움이었던 것을.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존재의 무거움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입을 닫은 사람들의 그 무거운 빗장을 여는 일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가벼운 유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홍석천 화이팅. 계속해서 웃을 수 있기를! 당신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람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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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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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은 꼭 읽어보고 싶었다. 그의 이름을 처음 듣게 되었던 것은 고등학교 수업 시간, 

스페인어를 가르치던 선생님께서 스페인어 문화권의 작가들을 소개할 때였다. 

젊고 호탕하셨던 남자 선생님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가 노벨상을 수상했고, 여러 소설을 썼고, 그 중 

'백년의 고독'이라는 책으로 상을 수상했다.. 라는 사소한 사실들을 나열하다가 "정말 제목만큼 읽기 어려운 소설"이라는

평을 농담으로 끼워 넣으셨었다. 그때 이후로 나에게 각인된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백년의 고독'과 

같은 무겁디 무거운 제목의 소설을 쓰는 난해하고 어려운 작가였다. 좀 더 머리가 큰 후, 여기 저기서 들려오는 

그의 이름을 들으며 그 중후함은 점점 지워지긴 했으나 여전히 그의 소설, 특히 '백년의 고독'은 집어들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스페인으로 교환학생을 떠나기 한 달 전, 결국 그와 수줍게 만나기로 결심을 했다. 서점을 들어가 

이리저리 기웃거리다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과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를 양 손에 하나씩 들고 고민을 했다. 

그리고 첫 문장을 읽고 둘 중 더 마음에 드는 책을 사기로 했다. 그렇게 선택된 책이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이다. 


그들이 그를 죽이기로 한 날, 산띠아고 나사르는 주교가 타고 오는 배를 맞이하기 위해 새벽 5시 30분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렬했다. '그들', '한 날', '주교', '일어났다' 가 연달아 쾅 쾅 눈 앞에 떨어졌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인 지금 

이 문장의 날카로움은 한 층 더 퍼렇다. 이 안에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다 담겨 있다. 왜 죽이려는 거지? 

주교는 왜 왔지? 왜 그는 일어났지? 그리고 이 문장을 시작으로 소설은 끊임없이 '왜'를 입 안에 머금은 채 이 비극적인

사건을 풀어 간다. 소설에서도 허용되지 않는 우연들이 현실에서 일어나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이야기가 펄쳐지고 그 우연들에 마주칠 때마다 우리는 힘겹게 '왜'를 되뇌이게 된다. 

우연이 모여 결국 필연을 확정짓는 그 잔인한 과정은, 끝내 칼부림에 내장이 꺼내지는 토끼 마냥 비까리오 형제에 

의해 자신의 집 문 앞에서 난도질 당하는 산띠아고 나사르의 붉은 내장을 보고서 끝이 난다. 이미 그의 죽음이 

예고되었음에도, 마지막 장에서 산띠아고 나사르에게 비까리오 형제가 달려드는 장면은 최고의 긴장감을 유발한다. 

당황하는 산띠아고 나사르와 거친 비까리오 형제를 바라보며 그리고 그들을 말리려 경고하는 사람들의 고함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그 소용돌이 안으로 빠져 들어가 함께 그 살인 장면을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보게 된다.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지만, 이미 아무도 운명이 결정지어진 가련한 나비를 구해낼 수 없다. 


이 살인은 과연 비까리오 형제에게서만 일어난 것일까? 다른 사람들은 이 살인에 무고할 수 있을까? 아니, 

비까리오 형제는 정말 산띠아고 나사르를 죽이려고 했을까? 그의 집 문에 살인이 예고된 쪽지를 밀어 넣은 것은 

사실 그 형제가 아니었을까? 순간의 무관심, 순간의 두려움, 순간의 분노,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모여 결국 

무고한 사람의 목숨을 끊고야 말았다. 아주 작고 사소한 것들이 톱니바퀴처럼 물리고 물려 예고된 죽음을 향해 

산띠아고 나사르를 떠민 것이다. 사실 이미 오래 전부터 이 살인은 예고된 것일지도 모른다. 앙헬라 비까리오가 

소박을 맞기 전 부터, 아랍인과 콜롬비아 토박인들 사이의 갈등, 부유한 자와 가난한 자의 갈등, 여성의 정절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 남성 중심적인 문화, 공동체 의식의 끈끈함과 타인의 비극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뒤섞은 문화

 등은 이미 한 사람의 죽음을 미리부터 결정지어 놓고 있었을 것이다. 


마치 번외처럼 등장한 앙헬라와 바야르도 산 로만의 재회는 그래서 조금 더 의미가 있다. 둘은 편견과 관습, 외부의 

정념에 휘말리는 것을 그만두고 자신의 내부에서 오는 감정과 판단에 따라 '새로운 인간'으로 탄생한다. 물론 그 

재회가 로맨틱하다거나, 앞으로의 미래가 로맨틱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산띠아고 나사르의 죽음과

함께 과거의 자신도 죽여야 했던 그들이 이후 두 사람이 자신만의 판단과 감정을 따라 새롭게 태어난 것은 

축복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에 대한 이미지는 상당히, 아니 거의 전부 변화했다. 다른 건 몰라도, 

지루하고 난해한 작가라는 이미지는 저 시퍼런 첫 문장에 의해 완전히 도려내졌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는 여기저기서 

삶의 잔인함, 그리고 그 잔인함 사이에서 피어오르는 관능적인 매력이 묻어나왔다.  이 소설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니 

찾아봐야 겠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다른 소설들도. 수줍게 시작된 만남이었고 상당히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는 참 강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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