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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한길그레이트북스 11
한나 아렌트 지음 / 한길사 / 199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사유하지 않음, 즉 무분별하며 혼란에 빠져 하찮고 공허한 `진리들`을 반복하는 것은 우리 시대의 뚜렷한 특징이라 생각된다. 그러므로 내가 여기서 제안하는 것은 단순하다. `우리가 활동적일 때 우리가 진정 행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사색해보는 것이다.

어떤 누구도 지금껏 살았고, 현재 살고 있으며, 앞으로 살게 될 다른 누구와 동일하지 않다는 방식으로만 우리 인간은 동일하다.

인간의 삶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지는 것은 무엇이든 인간의 실존조건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이것이 바로 인간은 무엇을 하든 언제나 조건지어진 존재노력라고 하는 이유이다. 저절로든 인간의 노력에 의해서든 인간세계에 들어온 것은 무엇이나 인간조건의 한 부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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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제럴드 단편선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9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한은경 옮김 / 민음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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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큰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울지 않아요. 절대로 울 수 없어요. 눈물이 그대로 얼어붙으니까요. 여기서는 눈물이 다 언다고요!"-80쪽

"용기, 바로 그거였어요. 삶의 규칙이자 언제나 고수해야 하는 것. 내 안에 거대한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과거의 내가 우상으로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니 그 용기에 나도 모르게 반했던 거란 걸 깨달았죠. 나는 인생을 용기와 나머지로 구분하게 되었어요. 용기에는 온갖 종류가 있어요. 얻어맞고 피 흘리면서도 더 달라고 다가오는 투사도 있어요. 난 남자들에게 권투 경기장에 데려다 달라고 했어요. 타락한 여인이 고양이 우리를 지나치면서 그들을 자기 발치의 진흙인 양 바라보았던 거죠. 언제나 좋아하는 대로 살고, 다른 사람의 의견은 완전히 무시한다. 언제나 좋아하던 대로 살고 내 방식대로 죽는다. 담배 있어요?"-115쪽

그러나 이 이야기는 한 섬에 남은 두 사람의 이야기도, 더욱이 격리된 곳에서 싹트는 사랑 타령도 아니다. 그보다는 두 사람을 표현하는 이야기이며, 멕시코 만류의 야자나무라는 이 목가적인 분위기는 우연일 따름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존재하고 생식하는 데 만족하며 그러기 위해 투쟁한다. 그리고 자신의 운명을 통제해보겠다는, 뻔한 결말의 시도는 운이 있건 없건 간에 극소수에게만 가능한 유보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아디터의 경우에는 자신의 아름다움과 젊음과 함께 변색될 용기만이 흥미로웠다. -119쪽

키스마인이 한숨을 쉬며 별을 올려다보았다. "대단한 꿈이었어. 입을 거라고는 이 드레스 하나뿐인 데다가 무일푼인 약혼자와 여기 있다니 정말 이상해! 그것도 별빛 아래에서 말이지. 전에는 별이 있다고 인식해 본 적이 없었어. 늘 다른 사람에게 속한 커다란 다이아몬드라고 생각했지. 이제 별이 두려워. 별은 모든 게 꿈이었다고, 내 젊음이 모두 꿈이었다고 느끼게해."
존이 조용히 말했다. "그래, 모두의 젊음은 꿈이야. 일종의 화학적인 광기야."
"미친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지!"
존이 침울하게 말했다. "그렇다고 들었어. 그 이상은 나도 몰라. 어쨌든 일 년 정도는 우리 서로 사랑하자. 그게 우리로서는 유일하게 신처럼 마취될 수 있는 시도이니까. 이 세상에는 다이아몬드들이 있어. 또 다이아몬드와 환멸이라는 시시껄렁한 선물이 있겠지. 음, 그건 마지막에 갖고 무시해 버릴래."
그가 몸을 떨었다. "코트 깃을 올려. 넌 아직 어려서 이 추운 밤에 폐렴에 걸릴 수도 있어. 의식(意識)이라는 것을 처음 만들어낸 자는 큰 죄를 지은 거야. 우리 몇 시간만이라도 다 잊어버리자."
존은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이 들었다. -1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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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20세기 가장 완벽한 인간 체게바라 VS 대륙의 붉은 별 마오쩌둥 교양문고 VS 시리즈
김영범 지음 / 페퍼민트(숨비소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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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자는 쓸쓸하고 보이지 않는 미지의 것에 얼마간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떠나지 않는 자들이 맛볼 수 없는 생에 대한 경이로움 또한 그들의 것이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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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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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에게 가려고 뛰어본 적이 있는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자를 향해 뛰고 있는 사람은 아름답다. 그러므로 사랑에는 하나의 법칙밖에 없다. 그것은 그리운 그를 향해 뛰는 것이다. -444쪽

그 강의 리듬은 어린아이의 침실에 있었고
4월 앞마당 가죽나무 숲속에 있었고
그리고 "겨울 밤 가스등을 둘러싼 저녁 모임속에도 있었다." 라고 나는 소리 내어 시를 읽었다. T.S.엘리엇의 「사중주」였다.-454쪽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543쪽

관능은 아름다움인가, 연민인가. 아름다움이 참된 진실이나 완전한 균형으로부터 온다는 일반적인 논리에 나는 동의하지 않는다. 아름다움은 각자의 심상을 결정하는 주관적인 기호에 따른 고혹이거나 감동이다. 그것에 비해, 연민은 존재 자체에 대한 가없는 슬픔이고 자비심일 뿐 아니라, 쇼펜하우어에 따르면 도덕률의 가장 기본적 기준이다. 그 두가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상대적 개념인바, 완전한 합치는 쉽지 않다. -673쪽

아득한 옛이야기, 낮은 노랫말이 그애의 머리칼, 볼, 어깨, 허리, 장딴지에서 흘러나오는 것도 같았다. 가슴골은 깊고, 엉덩이로 내려간 허리 라인은 활공보다 부드러웠다. 관능적이었다. 아침 햇살로 밝혀진 그애의 모습은 말할 수 없이 아름다웠고, 말할 수 없이 애련했다. 그애를 품 안에 담쑥 안아 뉘고서 온종일 머리와 어깨와 허리를 쓰다듬고, 홍옥 같은 입술과 뺨에 입 맞추고, 가슴에 귀를 댄 채 그애의 심장이 뛰는 소리를 듣고 싶었다. 오르내리는 아랫배에 코를 문지르면서 그애의 숨결 속으로 자맥질해 들어가고 싶었다. -675쪽

그것은 고요한 욕망이었다. 한없이 빼앗아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내 것을 해체해 오로지 주고 싶은 욕망이었다. 아니 욕망이 아니라 사랑, 이라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비로소, 욕망이 사랑을 언제나 이기는 건 아니라는 확고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애를 오로지 소유하고 싶었던 욕망은 관능조차 이길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나의 사랑으로 관능과 욕망을 자유롭게, 공깃돌처럼, 갖고 놀 수도 있을 것 같았다. -6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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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고독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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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나 창문을 열어라. 자, 고기와 생선 요리도 하고, 가장 큰 거북이들을 사고, 외지인들을 오라 해서 구석에 자리를 펴도록 하고, 장미나무에 오줌을 싸도록 하고, 먹고 싶을 때마다 식탁에 앉도록 하고, 트림도 맘대로 하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들도 맘대로 하게 하고, 사방에 신발로 진흙을 묻히게 하고, 우리와 더불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그게 바로 쓰러져가는 집을 활기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니까.-195쪽

하지만, 그가 고향 마을에 돌아갈 때는, 그 상자 셋을 가져가려는 그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는데, 그는 상자들을 화물칸으로 보내려는 기차 차장에게 카르타고 말로 마구 욕설을 퍼부어대 결국 자신과 함께 객차에 싣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일등칸에 타고 문학을 화물칸에 싣게 된다면, 이 세상은 개떡같이 끝장나고 말 거야" 그때 그가 말했었다. 그것이 그에게서 들었던 마지막 말이었다. -292쪽

자기 자신의 향수와 다른 사람들의 향수의 창에 찔려 있던 그는 죽은 장미나무에 엉겨붙어 있는 거미집의 뻔뻔스러움과 독보리풀의 집요함, 그리고 이월 새벽빛 속에 있는 공기의 인내심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아기를 보았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벙벙하게 부풀러올라 있고, 피부는 바싹 마른 가죽 같은 시체로 변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개미떼들이 다 모여들어 아이의 시체를 마당에 있는 돌투성이 샛길을 통해 어렵사리 개미 소굴로 끌어가고 있었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302쪽

겨울밤이면 벽난로에서 수프가 끓고 있는 사이, 마꼰도에서 고향의 겨울날 벽난로 위에서 끓고 있던 수프와 커피 장수가 커피 사라 외치는 소리와 봄에 잠시 날아들던 종달새를 그리워했듯이, 책가게 뒷방의 더위와 먼지를 뒤집어쓴 아몬드나무들에 쨍쨍 내리쬐던 햇살과 낮잠 시간에 졸면서 듣던 열차의 기적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 두 개의 겨울처럼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종류의 향수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그 뛰어난 비현실 감각을 상실했고, 마침내, 모두에게 마꼰도를 버릴 것을, 이 세계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자신이 가르쳐주었던 것을 모두 잊을 것을, 호라티우스에게 똥을 싸버릴 것을,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과거는 거짓이고,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지난 봄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아무리 격정적이고 집요한 사랑도 어찌 되었든 잠시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것을 권고하고 말았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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