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나 창문을 열어라. 자, 고기와 생선 요리도 하고, 가장 큰 거북이들을 사고, 외지인들을 오라 해서 구석에 자리를 펴도록 하고, 장미나무에 오줌을 싸도록 하고, 먹고 싶을 때마다 식탁에 앉도록 하고, 트림도 맘대로 하게 하고, 하고 싶은 얘기들도 맘대로 하게 하고, 사방에 신발로 진흙을 묻히게 하고, 우리와 더불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해, 그게 바로 쓰러져가는 집을 활기있게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니까.-195쪽
하지만, 그가 고향 마을에 돌아갈 때는, 그 상자 셋을 가져가려는 그를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말릴 수가 없었는데, 그는 상자들을 화물칸으로 보내려는 기차 차장에게 카르타고 말로 마구 욕설을 퍼부어대 결국 자신과 함께 객차에 싣는 데 성공했다. "인간이 일등칸에 타고 문학을 화물칸에 싣게 된다면, 이 세상은 개떡같이 끝장나고 말 거야" 그때 그가 말했었다. 그것이 그에게서 들었던 마지막 말이었다. -292쪽
자기 자신의 향수와 다른 사람들의 향수의 창에 찔려 있던 그는 죽은 장미나무에 엉겨붙어 있는 거미집의 뻔뻔스러움과 독보리풀의 집요함, 그리고 이월 새벽빛 속에 있는 공기의 인내심에 대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 아기를 보았다. 아이는 전체적으로 벙벙하게 부풀러올라 있고, 피부는 바싹 마른 가죽 같은 시체로 변해 있었는데, 세상의 모든 개미떼들이 다 모여들어 아이의 시체를 마당에 있는 돌투성이 샛길을 통해 어렵사리 개미 소굴로 끌어가고 있었다. ...<가문 최초의 인간은 나무에 묶여 있고, 최후의 인간은 개미 밥이 되고 있다.>-302쪽
겨울밤이면 벽난로에서 수프가 끓고 있는 사이, 마꼰도에서 고향의 겨울날 벽난로 위에서 끓고 있던 수프와 커피 장수가 커피 사라 외치는 소리와 봄에 잠시 날아들던 종달새를 그리워했듯이, 책가게 뒷방의 더위와 먼지를 뒤집어쓴 아몬드나무들에 쨍쨍 내리쬐던 햇살과 낮잠 시간에 졸면서 듣던 열차의 기적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고 했다. 두 개의 겨울처럼 서로 마주보고 서 있는 두 종류의 향수에 사로잡힌 그는 자신의 그 뛰어난 비현실 감각을 상실했고, 마침내, 모두에게 마꼰도를 버릴 것을, 이 세계와 인간의 마음에 대해 자신이 가르쳐주었던 것을 모두 잊을 것을, 호라티우스에게 똥을 싸버릴 것을, 그리고 어느 곳에 있든지 과거는 거짓이고, 추억은 되돌아오지 않는 것이고, 지난 봄은 다시 찾을 수 없고, 아무리 격정적이고 집요한 사랑도 어찌 되었든 잠시의 진실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할 것을 권고하고 말았다. -2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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