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몬 라
빅토르 펠레빈 지음, 최건영 옮김 / 고즈윈 / 2012년 5월
장바구니담기


말하자면, 내 생각은 이랬다. 자신 안에서도 비행기에서 내다보는 것처럼 볼 수 있으며, 어디서보느냐는 사실 전혀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중요한 것은 무엇을 보느냐라고.......그 떄 이후로 나는 겨울 거리를 배회하며, 지금 나는 설원의 상공을 나는 비행기 안에 있다는 식으로 상상의 나래를 종종 펴곤 했다. 모퉁이를 돌면서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면, 세계가 따라서 순순히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갸우뚱 기울곤 했다. -17쪽

나는 어떻게 볼 수 있는 것일까? 보고 있는 이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나는 내 밖에 있는 어떤 것을 보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나 자신의 내면을 보고 있을 뿐일까? 그런데 자신의 안과 밖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종종 내가 해답의 문턱까지 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지만, 마지막 발걸음을 떼려고 하면, 갑자기 문턱을 넘으려는 '나'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107쪽

따라서 별에 관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거라고는 사실, 별의 일생이라는 게 끔찍하고 무의미하다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별들의 운행은 미리 결정된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우연한 조우를 할 희망 ㅏ위는 전혀 없이 역학의 법칙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 인간은 항상 서로 만나서 웃고 서로 어꺠를 치고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끔 인간의 의식이 오싹해하며 엿보는 어떤 특별한 차원이 있으니, 그 차원에선 우리 또한, 위아래도 어제도 내일도 없는, 타인과 서로 가까이 끌어당길 가능성도, 우리의 의지를 발휘하여 우리의 운명을 바꿀 희망도 없는 허공에 가만히 거의 미동도 없이 매달려 있다. -168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