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예능 원탑 라디오 스타! 평소에 TV를 정말 안 본다. 거실이 너무 추워서. 는 아니고 정해진 스케쥴을 따라

방송을 해 주는 티비 프로그램은 도저히 내 생활 리듬이랑 맞지가 않아서 보지 않게 됐다. 방송국님들이 내 생활 리듬에 

맞춰줄 리도 없잖하? ㅎㅎ.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방으로라도 보게 되는 예능이 라디오스타다. 착한 척 안 해서 너무 좋아. 특히 엠씨들한테

하이에나 씨쥐 입힐 때가 너무너무 귀엽고 재밌다. 초반의 독기가 많이 빠지고 이제는 약간 장난끼 많은 고양이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라디오스타의 정신은 김구라의 인형으로라도 유지되고 있으니까. 


이번 해돋이 특집은 베스트로 꼽고 싶을 정도로 맘에 쏙 들었다. 솔직히 다른 게스트들에 대해서는 딱히 할 말이 없고 저 맨 밑에서 헤벌레하게 마이크 들고 계신 홍석천때문에. 보통 한 번 사는 인생, 막 살기 쉽다고 한다. 하지만 홍석천은 사실상 인생을 두 번 산 셈이다. 그는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고 당당히 부활했다. 그는 지나치게 주목받으면서도 지나치게 외면 당했다. 그의 존재는 그대로 세상에서 도려내 졌고 그 빈 자리에는 그에 대한 가십과 판단들만이 남았다. 누구나 그를 알고 그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를 진짜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래서 그의 존재는 거부당했다. 그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피눈물을 얼마나 쏟았을까. 그럼에도 그는 세상을 버리지 않고 세상에 대한 사랑도 끊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들 틈에 섞이기를 바랐고 갖은 노력 끝에그는 공중파 예능에 당당히 입성하여 자신의 존재를 선포한다. 


왜 스스로를 희화화하냐고, 왜 동성애를 개그소재로 만드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분명 있을 것이다. 성정체성이라는 진지한,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너무나도 무거운 소재를 가벼운 우스갯거리로 만들어버리는 홍석천이 마뜩찮은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랴. 자신의 진지하고 무거운 어둠을 털고 나오게 했던 것이 바로 그 가벼움이었던 것을.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 존재의 무거움을 가능케 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눈을 닫고 귀를 닫고 입을 닫은 사람들의 그 무거운 빗장을 여는 일은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는 가벼운 유머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홍석천 화이팅. 계속해서 웃을 수 있기를! 당신이 그 누구보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람이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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