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텃밭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크고, 포도나무가 100여 그루 심어져 있고 포도나무 옆으로는 고추, 상추, 옥수수, 토마토, 콩 등의 작물을 심을 공간을 합쳐 300평 가량의 대지와 붙어 있다. 봄이 다가오면 포도나무의 가지치기를 해 줘야 하는데 사람을 사서 할 것도 없이 틈틈이 내가 해 버린다. 새로운 싹이 나올 한 두개의 눈을 남겨두고 냉정하게 잘라버리면 되는 것이다.

공동묘지처럼 조용하던 화단의 꽃들도 기지개를 켜고 잔디가 파릇파릇 돋아나는 것이 신기하고 일신우일신, 바로 그 자체이다. 그런데 내가 자른 포도나무의 잘린 단면에 맺힌 물방울을 발견하고 한동안 눈을 떼지 못했다. 포도나무는 살기 위해 조용히 몸부림치고 있었다. 열매를 맺기 위해...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깊은 땅 속 물을 위로 뿜어 올리는 것은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는 나무의 의지이다.

의지는 꿈의 부산물이 아닌가?

나무의 꿈은 새들이 씨앗을 멀리 퍼뜨리게 끔 탐스런 열매를 맺는 것이다.

지금... 나무는 그의 꿈을 위해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 내 꿈은 어디에.

어디로 사라졌나?

포도나무 앞에서 숙연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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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4-02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꿈은 만들고 무너트리고 또만들고.....
그런게 꿈인것 같아요...
"꿈이있다고 모든게 해결되는것도 아니고.......꿈이 없다고 인생이 안살아지는것도 아니지만..
그 꿈이란놈 ,,, 놓치지말아요...우리..

파란운동화 2004-04-0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뛰면서...
많은 꿈을 만들고
다시 무너뜨리고...

 


수줍은 새색시인 듯, 사진 속의 나(맨 우측)는 입맵시나 눈맵시가 가관이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볼 때면 나는 항상 즐거워진다. 아마도 옆에 있는 친구들의 모습이 있어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전 교생이 500여 명으로 각 학년이 1, 2반밖에 없는 조그마한 시골의 초등학교를 다녀서, 도시에서 졸업한 또래들 보다 우리들의 우정은 각별했다. 요즘은 친구의 결혼식이나 명절이 되면 가끔씩 만나게 되는데 친구들의 나이살은 보이지 않고, 내 눈에는 이 사진속의 모습으로만 보이는 게 참 신기하다.

몇 안되는 어릴 적 기억의 단편속에 이 사진에 대한 기억도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다. 초등학교 1학년(78년)때 가을소풍을 갔다 왔는데, 소풍에서 폼 잡고 찍은 사진의 필름이 모두 타 버린 것이다. 그래서 담임 선생님께서 수업중에 번호 순서대로 5명씩 잘라 사진을 다시 찍어 주신 것이다. 우리가 어깨동무하고 앉은 뒷쪽 벽은 학교 화장실인데,  지금도 성함이 또렷이 기억나는 담임 선생님께서  "사진에서 화장실 냄새 나면 어떡하지?"라는 말씀이 지금도 귓가에 생생히 울린다. 그 말씀에 친구들이 웃고있고 나는 속으로 웃는지, 웃음을 참는지...

백 고무신도 신고 하물며 까만 고무신을 신은 친구도 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 나를 잘 입혀 주신 부모님이 새삼 고마워지고, 친구야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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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 말다툼, 빈 지갑 중에서 사람을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빈 지갑이라고 말한 사람을 보았다. 조금은 의외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돈이 얼마나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나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의 상처(좌측 발목 슬관절 골절)도 거의 아물고 새로운 일을 찾아 빈 지갑을 채워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모티머 j. 애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독서의 성공은 지식을 얻는 데 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알라딘을 통해 요번에 구입한 책은 지갑을 채우는 비법이 숨어 있을 법한, 돈 냄새가 나는 '머니 헌트.com'과 '장사는 빨리 시작할수록 좋다'라는 두 권의 책이다. 그리고 너무 물질적으로 빠지지 않기 위해, 나의 관심 분야인 고전을 183명의 현역 문인들이 길잡이로 나서서 다뤄 놓은, '21세기@고전에서 배운다'를 구입했다.

시기적으로 두 권의 경제서를 먼저 읽어야 하겠지만, 어느새 내 손에는 고전 안내서의 책장이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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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3-29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연애하느라 정신없어서...책읽을 시간도 없네요...ㅋㅋ
 


초등학교 5학년은 됨직해 보인다. 나는 운동회가 싫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달리기를 못했기 때문이다. 달리기 해서 1등은 공책 3권, 2등은 공책 2권, 3등은 공책 1권이었는데, 항상 나는 4등 했었다. 3등안에 들기위해 힘껏 내달리면 몸은 앞으로 나가지 않고 다리만 꼬여 넘어지려고 했었다.  친구들에게 뇌물(?)을 주어 등수안에 들고 싶었지만, 그들도 나와 같이 부모님이 지켜보고 계셨고, 인정사정없이 앞서 나가기만 했었다.... 그래도 6년동안 한번 1등 한 적이 있었다. 장애물 달리기에서 그물밑으로 기어가고 사다리를 통과하고 비료포대에 들어가 생쑈를 했더니 팔둑에 1자를 고학년 누나가 찍어 줬었다. 정말 1등은 좋은 것이었고 장애물 달리기가 좋았다. 생잽이로 달리는 것보다 훨씬 더 ...

그래서인지 사진속의 나는, 운동회의 공포에 주눅이 들어 있는 것 같다. 약주를 무척 좋아하시던 선친은 어디에서 약주를 한잔 하셨는지 정말 대추빛이시다. 모친은 어머니회 회장이셨다. 정말 그리운 그 때 그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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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다닐 적에 프라모델 만드는 것을 무척 좋아했었다. 하지만 어머니가 보시기엔 공부에 도움이 되어 보이지도 않고 돈만 낭비하는 것으로 보여지셨던지 프라모델 사는 것 자체를 못하게 하셨다. 크리스마스 때나 생일 때 누나가 선물로 프라모델을 사 다 주면 나는 펄쩍 뛰어 기뻐하며 밤을 세워가며 만들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 그래도 만들고자 하는 한이 덜 풀렸던지 나의 어릴 적 꿈은 장난감 공장의 사장이 되어 내가 원 없이 조립식을 만들고, 아이들에겐 멋진 장난감으로 꿈을 키워주자는 것이었다.

내가 프라모델 만들기에 집착한 이유를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무엇인가를 만들고자하는 인간의 본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일종의 욕구 불만의 표출이라 생각한다. 나는 억압된 군 생활에서 약간의 자율이 더 주어지는 말년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한 것이 독일제 군함을 만드는 것이었다. 똑같은 시험에 연이어 낙방했을 때 남몰래 하나씩 사서 모형을 만들곤 했다. 지금도 큰방의 장롱 위에는 미제 짚차 모형이 포장만 뜯긴 체 방치되어 있다. 나에게 프라모델은 갖고 놀기 위한 완구용이 아니다. 보고 즐기기 위한 관상용도 아니다. 1번에서 2번으로 정해진 순서대로, 낱낱의 키트를 잘라내어 접착제를 붙여주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넘어가면 완성품이 된다. 책에 나온 논리대로 수학의 공식대로 시험을 치러도 어긋난 답이 나오는 현실과는 달리 프라모델은 배신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프라모델을 만들지 않는다. 프라모델을 만들며 앉아있기에 너무 나이를 많이 먹은 것도 같고, 만들기를 하며 잠시 현실을 도피해 본 들 현실은 현실로 당당히 맞서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는 것 같기때문이다.

그런데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마라톤 대회 참가 의미에 프라모델 만들기와 엇비슷한 감정이 숨어 있다. 마라톤은 출발이 있고 끝이 있다. 2004년 4월 3일 오전 8시에 출발선에 있을 것이며 정해진 코스를 따라 달리다보면 많이 걸려도 1시간 30분이 지난 다음에는 골인지점에 다다를 것이다. 욕구 불만 표출의 발전된 형태일까? 아이러니 하다. 달리고 나서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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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아 2004-04-02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님!! 화이팅~~
넘 무리하지말고요~!!
완주를 기원하며,,,,,,,

파란운동화 2004-04-02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께서 난리다.
고모에게 연락해서 내일 응원하러 가자고 하시고, 외가에 연락해서 사촌동생들에게 나를 위해 응원가라고 말씀하신다기에 말린다고 혼났다. 완전히 봄 운동회 분위기다. 늦어도 내일 아침 6시 30분까지는 집에서 출발을 해야 할 것 같다. 어제 무리해서 좀 뛰었더니 알도 배고, 이상하게 벌써 잠이 온다. 오늘은 일찍 잘 생각이다. 그래. 등수가 목적이 아니고 완주가 목적이니 무리하지 않고 천천히 뛰고 올께...